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11)
신들의 구독자 411화
411화. 자연의 지배자
“보셨다시피 휘커스 영지는 지금 근방 영지를 싹 다 흡수했습니다. 그리고 본래라면 허락받지 못할 것도 허락받았지요.”
영지를 확장하는 데엔 다른 영지를 흡수, 합병하는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건만 된다면 영주가 없는 빈 땅을 흡수해 추가적인 확장을 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영주 없는 빈 땅을 영지로 합병하려면 반드시 황제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당연했다. 신성 제국의 울타리 안에 있는 모든 땅은 신성 제국의 황제인 카이로디아스 새크리드의 것.
그렇기에 반드시 황제의 허락을 구해야 하지만 웬만하면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귀족들이 몸집을 불리면 허튼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이 곧 황권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한텐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니까.’
그걸 위해 쌓아 온 인맥이다.
‘일부러 홀리라이트 교단의 지부도 세웠으니까. 그것도 교황이 직접 손을 댄 지부고.’
거기에 에반젤린 황녀와 더 깊은 연을 만들기까지 했다.
‘문포스 교단의 네 번째 사도. 이건 사실상 반란의 싹을 아예 없앤 거니까.’
에반젤린 황녀에게 있어 휘커스 영지는 다른 어느 귀족가보다 안전한 상대가 된 것이다.
‘물론 황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게 될 일이 더 남았지만.’
적어도 황실이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꿔 이쪽의 적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정말…… 에단 님의 말씀대로 모든 물품을 이곳에서 살 수 있게 되겠군요.”
휘커스 영지는 대륙에서 가장 큰 영지가 될뿐더러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영지가 될 수 있다.
‘해 본 적 있는 거거든.’
대륙 최대의 영지. 그 타이틀을 얻게 되면 너무나도 많은 게 편해진다.
‘그만큼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지만.’
에단이 그 영지를 계속 운영할 수 없었던 건 크기가 큰 만큼 너무 신경 쓸 게 많아서였다.
일일이 하나하나 관리를 해 줘야 했었다.
‘그 문제점을 보완했지. 규모는 전보다 더 크지만 각각의 분야를 맡아 줄 사람이 있다.’
에단 혼자서 전부 다 맡아 관리할 필요가 없었다.
필요한 곳곳에 전문가를 전부 다 배치해 뒀으니, 에단이 할 일은 최종 보고를 받고 나아갈 방향성만 제시해 주는 것뿐이었다.
‘꽤 길었다.’
인재들을 영입하고 올바른 곳에 배치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일단 하고 나니 굉장히 든든했다.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도 좋지만 한동안은 안전을 챙겨야겠지. 밸런스가 중요한 거야.’
“그럼 규모 문제는 해결됐고, 인재들도 데리고 오셨습니다만 그 원재료 수급은…….”
균일한 품질의 원재료 수급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그것까지 해결된다면 이 사업, 정말 에단이 생각한 대로 대규모로 키울 수 있다.
“이미 시장이 꽉 잡혀 있는 상태라, 저희가 비집고 들어가기엔 시간이 조금 걸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못한다는 건 아닙니다.”
에트닝도 도전할 자신이 있었다. 에단이 원한다면 그걸 에트닝이 현실화시킨다. 그게 에단과 협업하는 상인의 도리 아니겠는가.
“그건 걱정 마십시오. 그게 가장 어려운 문제 아닙니까?”
에단이 웃으며 말했다.
“원재료 수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요.”
* * *
약초는 재배가 어렵다.
마찬가지로 곤충을 키우는 것도 상당히 어려웠다.
‘어려운 이유는 하나지. 부자연스럽게 조성된 자연이기 때문이야.’
그렇다면 순수한 자연 그 자체를 만들어 주면 된다.
에단은 신세계를 열었다.
‘다양한 방식으로 신세계를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모아 둔 좋아요가 굉장히 많았다. 이전까지는 좋아요를 모두 생존에 투자했지만, 이제는 여유가 생겨 영지의 발전에도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교류제 덕분에 크게 얻었으니.”
-[대지], [풍요].
에단은 이 두 가지 키워드를 입력했다.
약초 재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지력이었다.
땅의 힘.
‘그리고 축복이지.’
풍요의 축복을 내려 줄 수 있는 신의 힘을 사용한다면 재배하기 어려운 약초를 얼마든지 재배할 수 있고 품질도 균등하게 만들 수 있었다.
‘풍요로운 땅이라면 곤충도 무리 없이 키울 수 있다.’
에단은 파브르의 곤충 연구를 통해서 곤충의 여러 특성을 파악해 낼 수 있었다.
“지금은 갈라져 버린 두 학문이 같은 뿌리에서 나온 거라는 걸 알 수 있었거든.”
물론 곤충이 징그럽긴 하지만 곤충학과 약초학의 시너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참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
-검색한 키워드에 따라 알고리즘이 신을 추천합니다.
-[대지와 농경, 풍요의 여신]
“나왔다.”
나온 이명만 봐도 알 수 있는 신이었다.
-농경의 여신 데메테르를 구독하시겠습니까?
에단은 곧바로 데메테르를 구독했다.
비교적 메이저한 그리스 로마의 신들 중에서 유독 존재감이 없는 신이었으나, 그건 전투 계열 신들이 직관적으로 잘 보이기 때문이지, 그녀의 능력이 별 볼 일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경작물에 있어서는 최고의 신이니까.’
땅에서 자라는 모든 것.
그리고 자연.
자연과 땅에서 자라는 모든 것들의 신인 데메테르라면 에단이 생각하는 플랜을 이뤄 줄 수 있을 터.
“구독자 수는 많지도, 적지도 않네.”
하지만 좋아요 수가 꽤 많았다.
“매니아층이 있다는 거거든.”
일단 구독을 하면 모든 영상을 본다는 소리다.
“역시.”
에단은 영상 목록을 보자마자 자신의 직감이 맞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훌륭한 경작물을 만드는 방법
-땅에 축복을 주는 방법
-풍요를 가져오는 방법
“축복, 풍요. 이런 게 지금 나한텐 필요하거든.”
이 외에도 세세한 내용의 수많은 영상들이 있었다. 데메테르는 다른 그리스 로마 신들과 달리 세세하게 영상을 분류해 두어, 생산 계열의 직군들에게는 그야말로 동아줄이라고 볼 수 있었다.
에단은 순서대로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샤라라락-.
황금색으로 빛나는 보리들이 바람에 날렸다.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풍요의 땅. 그 풍요의 땅 위에 데메테르가 서 있었다.
척 봐도 풍요를 관장하는 여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강한 자애로움이 느껴졌다.
-반갑습니다, 구독자. 저는 데메테르, 여러분에게 풍요를 선사해 줄 신입니다.
데메테르가 말했다.
-풍요, 그 어떤 작물이든 아무 해 없이 무사히 키워 내는 것. 제게 바라는 게 그런 것이겠지요?
데메테르의 손이 펼쳐지자 꽃봉오리가 활짝 피기 시작했다.
이어 나무에 달려 있던 사과가 더욱 짙은 색을 자랑하고, 땅에서는 각종 풀들이 자라났다.
그야말로 생명이 가득한 손길이었다.
‘역시.’
-풍요의 축복, 그 힘을 여러분께 선사해 드리겠습니다.
에단은 데메테르로부터 두 가지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풍요의 축복을 배웠습니다!
-스킬 추가 : 풍요의 축복 (A)
-지력 강화를 배웠습니다!
-스킬 추가 : 지력 강화(A)
하나는 실패 없이 경작물을 기르고 항상 풍작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풍요의 축복이었다.
그러나 이 풍요의 축복에는 단점이 있었다.
-땅의 모든 잠재력을 끌어 쓰는 것이기에, 다음 해에는 흉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지력을 끌어서 쓰는 스킬이라, 상당히 큰 단점이 존재했다.
-그래서 이 지력 강화가 있는 겁니다. 이 지력 강화는 힘을 다한 땅에 다시금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기술이죠.
땅의 힘을 소모시키는 스킬과 땅의 힘을 다시금 재충전시키는 스킬.
-이 두 가지 힘이 풍요의 핵심이랍니다.
데메테르가 가진 풍요의 힘의 핵심 기술이었다.
‘충분하겠어.’
이 두 스킬이라면 에단의 계획을 실행하기에 충분했다.
‘나중에 구독 후기를 쓸 때도 엄청 도움이 되겠는데?’
짧게 쇼츠로 만들어도 꽤 괜찮을 듯했다.
* * *
“에단 선생님!”
“정말, 정말 크군요! 이야기만 들었는데 말입니다. 입구에선 아예 길잡이까지 있더군요. 제가 수도도 여러 번 가 봤지만 수도보다 더 큰 것 같습니다!”
교류제에서 에단의 권유를 받은 교사들이 휘커스 영지로 찾아왔다.
그들은 눈을 반짝이며 휘커스 영지를 살폈고, 굉장히 놀라고 있었다.
지금 휘커스 영지의 규모는 수도에 준할 정도로 커진 상태였다.
거기다 완전히 상업에 특화된 도시였기 때문에, 수도보다 유동 인구가 더 많았다.
수많은 이들이 에단 공방을 이용하기 위해서 휘커스 영지를 찾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저 때문에 아카데미를 그만두신 분도 있다고 하시던데.”
곤충학을 연구하는 교사들은 아예 아카데미를 그만두고 에단을 찾아왔다.
‘화끈해. 그러니까 남들이 걷지 않는 곤충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거지.’
에단은 그 과감함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뒤를 남겨 두지 않고 왔습니다. 곤충을 진정으로 사랑하시는 에단 선생님의 부름인데, 당연히 다 제쳐 두고 와야죠. 저는 이곳에 새로운 도전을 하러 왔습니다. 그 결과가 성공이든 실패든 말입니다.”
“다시 가도 언제든지 받아 주겠다고 했으니 괜찮습니다!”
곤충학 교사들을 말을 듣고 약초학 교사들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아예 아카데미를 그만두고 올 줄이야!
“너무 비교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이 여기 와 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하니까요.”
에단이 살짝 기가 죽은 약초학 교사들을 보며 말했다.
‘어차피 그만두게 될 거니까.’
“단순히 교류만 하려고 여러분을 모신 건 아닙니다.”
에단이 안내한 곳은 새롭게 준비 중인 2시장이었다. 공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단계였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꽤 큰 공터가 있었다.
“이곳을 숲으로 만들 겁니다. 이 시장 한가운데에 큰 공원을 만들 생각이거든요.”
1시장과 2시장 사이에는 굉장히 큰 공터가 있었다.
에단은 이 공터를 녹지로 가득한 숲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일종의 생태 공원이지. 이 공원의 한 귀퉁이를 뚝 잘라 약초의 숲으로 만들 거야.’
“이 정도면 규모가 어마어마한 공원이 생기겠군요!”
“설마…… 제가 생각하는 게 맞나요?”
공원을 만들겠다는 이야기에 약초학 교사 중 한 명이 눈치챈 듯 눈을 크게 떴다.
“예, 맞습니다. 이곳에서 약초를 재배하려고 합니다. 약초의 숲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거기서 약초만 재배할 생각은 아닙니다.”
에단이 씩 웃자 이번엔 곤충학 교사, 아니, 이제는 곤충학 마법사들이 실룩실룩 입꼬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약초가 가득한 공원에 곤충도 산다.
곤충과 약초.
에단은 지금 포션의 재료가 한데 어우러지는 곳을 만들겠다고 하고 있었다.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에단 공방에 대해선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곳에 여러 마법사분들이 계시는데, 모두 다 한때는 마탑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에단 공방에서 이름을 날리는 마법사가 되어 있었다.
“확실히…… 스칼렛 님은 이미 유명한 마법사가 되셨으니까요.”
색감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스칼렛은 이미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굉장한 인물이었다.
그녀가 만들어 내는 형형색색 마법은 무척이나 아름답고 실용적이었다.
이전까지 무시당했던 그의 색깔 마법은 에단 공방을 통해 누구나 바라는 마법이 되었으니, 한 인물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었다.
“그게 힘입니다. 다들 무시하던 색깔 마법이 누구나 원하는 것이 됐기에 그만큼 강한 권위가 생긴 겁니다.”
에단이 말했다.
“그 누가 스칼렛 님에게 마법을 팔아먹는 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합니까? 누구나 다 우러러보는 마법사라고 인정할 뿐입니다.”
에단이 쿵, 하고 발을 굴렀다.
“위대한 첫걸음은 누구나 손가락질을 합니다. 그 첫걸음을 걸을 수 있는 건 온전히 용감한 자뿐입니다.”
“용감한 자…….”
“에단 공방에 합류하여 저와 함께 위대한 첫걸음을 걸어 봅시다. 여러분이 가진 그 타고난 재능, 저희 공방을 찾는 손님들로 하여금 다시 평가받는 겁니다.”
꿀꺽-.
마법사들 중 누군가 침을 삼켰다.
이미 이들의 머릿속에는 위대한 첫걸음과 재평가라는 말이 맴돌고 있었다.
‘이걸로 불편함은 사라졌다.’
마법사들은 마법을 판다는 것에 엄청난 적대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명분을 주고 심리를 자극하는 것만으로 적대감을 푸는 게 가능했다.
“함께하겠습니다!”
거기에 더해 이미 아카데미를 퇴사하고 나온 곤충학 마법사들의 바람잡이가 이어지자 약초학 교사들 또한 손을 번쩍 들었다.
“아카데미를 그만두고 오겠습니다! 에단 선생님…… 아니 에단 백작님께서 가시는 그 위대한 첫걸음에 함께하게 해 주십시오!”
“저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에단이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같이 갑시다.”
* * *
에단은 우선 에트닝을 통해 수많은 약초들의 씨앗과 모종들을 구매하여 2시장의 공터에 심었다.
“으으으음.”
옮겨 심는 과정에 고용한 약초술사들, 그리고 위대한 첫걸음에 함께하기로 한 마법사들도 모두 참여했다.
“…….”
“…….”
그들은 조용히 에단의 방식을 보았다. 하지만 입이 근질 거렸다.
그렇게 하면 약초들이 제대로 땅에 자리 잡지 못한다고, 약초 재배가 그리 쉬웠다면 고급 약초들은 고급 취급을 받지 못했을 거라고 말하며 에단을 만류하고 싶었다.
일단 뽑으면 생존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
사실상 어린 풀은 뽑으면 그대로 죽는다고 봐도 무방했다.
“생존 확률이 10퍼센트 미만입니다. 열 개를 뽑아 심으면 한 개 정도가 사는데, 그 하나가 좋은 약초가 될 확률이 거의 없어요. 저도 그런 경우는 본 적 없습니다, 백작님.”
“10퍼센트 미만이요? 이거 너무 높군요.”
에단이 웃으며 말했다.
누가 알까. 에단이 그보다 더 낮은 생존 확률 속에서 생존 가능성을 끌어올렸다는 것을.
에단에게 있어 10퍼센트는 아주 높은 수치였다.
“노, 높다고요?”
에단이 약초 모종 하나를 집어 들었다.
샤아아악-.
그리고 데메테르의 축복을 손에 둘렀다.
“네.”
쑤욱-!
“그, 그렇게 마구잡이로 심으면 약초가 죽…….”
순간 약초술사가 크게 당황했다.
“……지를 않네요?”
심은 약초가 멀쩡했다. 아니, 오히려 생기가 느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