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13)
신들의 구독자 413화
413화. 타르타로스
“오랜만이군!”
위대한 망치 시그마 로드해머가 에단을 맞이했다.
불길이 이글거리는 유황의 도시 타르타로스.
위대한 망치가 기거하는 방에 에단이 앉아 있었다.
시그마가 주먹을 내밀자 에단이 자연스럽게 그 주먹에 손을 가져다 댔다.
자연스러운 드워프식 인사와 함께, 에단 또한 편하게 그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위대한 망치.”
“이 깊고 깊은 굴에도 바깥소식은 들려오지. 특히 자네에 대한 소식은 아주 많이 들었네. 근래에 아주 엄청난 칭호를 얻었다지? 마스터 교사 에단 휘커스.”
이 깊은 타르타로스에도 에단에 대한 소문이 흘러들어 왔다.
인간에 대한 관심 없이 희귀한 재료나 광석이 발견됐다는 이야기만 도는 타르타로스다. 이런 곳에 에단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다는 건 에단이 이 타르타로스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 맥주 사업은 잘 되고 있나?”
에단의 그 숙성 맥주 사업이 바로 타르타로스의 가장 큰 흥밋거리였다.
에단이 한 번 맛을 보여 준 이후로, 이들은 에단의 소식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다.
마스터 교사 어쩌고 하는 이야기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맥주 사업이 가장 궁금했다.
시그마의 말에 에단이 미소 지었다.
“준비 중입니다. 이번에 다른 새로운 사업과 연계해서 키울 생각이거든요. 당연히 그 시제품은 타르타로스로 먼저 가지고 올 테니. 오늘은.”
에단이 미소 지으며 품 안에서 뭔가를 꺼내 들었다.
따로 챙겨 둔 시제품 맥주였다.
‘사실 다른 사업이 우선이라 맥주 사업은 시작도 안 했지만.’
맥주를 만들어서 가지고 오는 거야 쉽다.
‘그리고 나중에 진짜 할 생각이니까. 그때 가서 좀 더 맛보여 주면 타르타로스도 우리 휘커스 영지의 든든한 동맹이 되는 거지.’
“이걸로 만족해 주시길 바랍니다.”
“신제품인가!”
시그마가 경쾌하게 웃으며 에단이 건넨 맥주를 그대로 들이켰다.
“흐으으으음, 시원해. 시원하단 말이다. 냉각 마법을 걸어 놓은 건가?”
이 타르타로스에서 냉기는 금기시되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열기와 유황 냄새로 가득한 타르타로스에선 냉기가 순식간에 열기가 되기 마련이고, 마법으로 만들어 낸 냉기는 타르타로스의 대장장이들이 중히 여기는 불꽃을 약하게 만들었으니.
여러모로 타르타로스의 드워프들은 냉기를 다룰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 좋아하는 맥주도 타르타로스 내에서는 잘 마시지 못했다. 마신다면 아주 잠깐이나마 차갑게 식혀 주는 값비싼 아티팩트를 사용해야 했다.
효과는 상당했지만 영구적인 것도 아니고 상당히 비쌌기에 아껴서 써야 했다.
“이건 특수 골렘 중 하나입니다. 냉각 마법이 걸려 있죠.”
에단이 약병처럼 생긴 특수 골렘, 냉각 잔을 꺼내서 보여 주었다.
이 또한 엔트로사의 작품이었다.
‘내용물을 언제든지 시원하게 마실 수 있게 해 주는 잔이지.’
“오호라? 잔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군. 흐으으음, 근데 이거, 영구적인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영구적인 냉각 잔. 상당히 탐이 났다.
“우리도 이런 냉기 아티팩트를 갖고 있긴 한데, 사실 굉장히 비싸거든. 인간 마법사들을 통해 구해야 하다 보니 몇 번이고 우리가 허리를 굽히기 일쑤고 말이야. 인간 마법사들도 우리 장인들의 프라이드만큼이나 대단하더군.”
시그마가 혀를 내둘렀다.
“그에 대해서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 싶습니다.”
이제부터가 본론이었다.
“흐으음! 그렇다면 장로들을 소집해야겠군.”
그렇게 말하곤 시그마가 음, 하고 팔짱을 꼈다.
“혹시…… 한 잔 더 마실 수 있을까?”
“여유분을 가지고 왔습니다.”
“역시! 자네는 인간 중에서 최고의 인간일세.”
* * *
위대한 망치의 부름에 소집된 드워프 장로들은 에단이 만든 맥주를 눈앞에 두고 군침을 삼켰다.
꿀꺽.
에단이 맥주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으나 이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일단 드시지요.”
하지만 마시라는 말만큼은 상당히 잘 들렸다.
꿀꺽꿀꺽-.
시원하게 냉각 처리가 된 잔을 그대로 들이켠 드워프 장로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건 우리 타르타로스의 보물로 뽑아야 하네.”
“아니지, 에단 휘커스 백작을 우리 타르타로스의 보물로 하는 건 어떤가?”
“무슨 헛소리들을 하십니까!”
콰앙-!
드워프 장로의 말에 시그마가 화를 냈다.
시그마는 상당히 진지한 얼굴이었다.
“손님을 앞에 두고 그런 가벼운 이야기들이나 하시다니.”
모처럼 기분 좋게 마셨건만.
위대한 망치가 분노하자 드워프 장로들이 멋쩍은 듯 큼큼, 하고 헛기침을 내뱉었다.
“마스터 에단 휘커스라면 무조건 명예 드워프로 선정해야 할 거 아닙니까!”
“!”
그 말에 드워프 장로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우하하하핫-!”
“맞네, 맞아. 내가 잘못했군! 타르타로스의 보물이라니. 그보다 더 높은 게 있었지!”
명예 드워프.
드워프들에게 있어 같은 드워프로 대우해 준다는 것은 드워프들이 다른 종족에게 취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예우라고 할 수 있었다.
“높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맥주들 더 드시면서 이야기하시죠.”
에단이 맥주를 더 꺼내자 드워프 장로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세 가지 이야기를 드리려고 왔습니다.”
타르타로스를 이끌어 가는 위대한 망치 시그마 로드해머와 더불어 드워프 장로들까지 모두 모았다는 건 분명 이유가 있을 터.
“우선 맥주 사업을 하려고 온 건 아닙니다. 나중에 맥주 사업을 하게 되겠지만, 오늘은 가볍게 시제품을 들고 온 거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이 냉각 잔 또한 맥주와 함께 한 세트로 팔 예정이거든요.”
“어? 아직 타이밍이 아니었나?”
“정말 맛이 좋은데 말이야. 이 냉각 잔도 상당히 완성도가 높아. 모양도 그렇고 걸려 있는 마법까지. 근데 이 마법이 특이한데 말이야. 혹시 영구적인 건가?”
영구적인 냉기 아티팩트.
타르타로스에서 냉기를 바라는 드워프들에겐 상당히 매력적인 것이었다.
“영구적인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영구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드릴 첫 번째 제안입니다.”
에단은 이 냉각 잔 형태의 특수 골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잔 형태의 특별한 골렘입니다.”
“!”
“이게 골렘이라고?”
“모양이…… 그냥 잔인데?”
“이 냉기는 저희가 개발한 특수 골렘의 능력입니다. 보시다시피 내용물을 냉각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안에 뭘 넣든 순식간에 차갑게 식힐 수 있죠.”
에단이 이번엔 잔에 물을 따랐다.
타르타로스의 물은 기본적으로 뜨거운 물이었으나 냉각 잔에 넣자마자 순식간에 차갑게 식었다.
“좋아서 뜨거운 물을 드시는 건 아니죠?”
“……뭐, 이제야 익숙해졌지.”
“수백 년을 마셔 왔는데 말이야.”
드워프 장로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냉각 잔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근데 그 모양, 굳이 그렇게 만들 필요가 있나?”
“완성도는 높은데. 음, 모양을 좀 더 그럴싸하게 바꿀 수 있을 거 같기도 한데.”
“그 이야기를 드리러 온 겁니다.”
드워프 장로들의 흥미로운 표정에 에단이 본론을 꺼냈다.
“타르타로스와 저희 휘커스 영지에 있는 에단 공방이 협업을 했으면 합니다. 저희 에단 공방에서는 특수 골렘들을 만드는데…….”
에단은 드워프 장로들과 위대한 망치를 앞에 두고 특수 골렘에 대해 쭉 설명했다.
“오호라, 그렇다면 지금 기능은 다 넣었다는 소리군?”
“우리에게 협업을 요청하는 건, 특수 골렘의 품질을 더 높이겠다는 건가?”
“예, 인간이 제아무리 손재주가 뛰어나 봐야 드워프들만큼 뛰어나진 않으니까요.”
“그쪽엔 골드핸드도 있지 않나?”
“골드핸드라면 우리와 비슷하거나 더 뛰어날 텐데. 우리도 알 건 알지.”
“예, 맞습니다.”
에단은 골드핸드 대장장이를 이미 영입한 상태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 정도 실력을 가진 대장장이가 한 명이라는 것에 있었다.
“대량 생산이 불가합니다.”
“흐음, 그렇겠군.”
“뛰어난 대장장이 한 명이 소량의 물건을 만든다면 괜찮겠지만 이걸 대량으로 생산하려면 손이 부족할 테고, 그걸 개선하게 되면…….”
“품질이 떨어집니다.”
에단의 말에 드워프 장로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품질을 올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완성된 냉각 잔은 최우선적으로 타르타로스에 보급할 생각입니다.”
“!”
냉각 잔의 품질을 올리는 일이야 드워프들에겐 어려운 게 아니었다.
진짜 중요한 건 이 냉각 잔, 특수 골렘에 담긴 마법이었다.
잔의 온도를 이만큼이나 낮추려면 마법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아야 했다.
“이건 얼마나 자주 갈아야 하나?”
“잔 자체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냉기를 지속시켜 줄 냉매만 주기적으로 교체한다면 냉각 기능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죠. 저희는 그 냉매를 구독 형식으로 판매할 생각입니다.”
“구독?”
다른 특수 골렘이나 염색 공방의 물건과 마찬가지로, 에단은 이 냉기 마법에도 구독 시스템을 적용하기로 했다.
‘계속해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게 바로 구독 시스템이니까.’
에단이 구독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하자 드워프들의 표정이 묘해졌다.
“마스터 에단 휘커스. 그저 장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엄청난 상재가 있군?”
“이렇게 하면 한 번 파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거잖나!”
“하지만.”
에단이 웃으며 말했다.
“기존에 쓰고 계시는 냉각 아티팩트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오래 쓸 수 있습니다.”
현재 드워프들이 사용하고 있는 냉기 아티팩트의 상위 호환이 바로 에단의 특수 골렘 냉각 잔이었다.
“까다롭고 고고한 마법사들에게 고개 숙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들을 필요도 없고 말입니다.”
“그게 가장 매력적이군.”
“마법사들은 도대체 성격이 왜 그런 건지.”
“우리도 성격이 좋다곤 할 수 없지만, 그자들은 너무 심해!”
“특히 인간 마법사들은 우리 키와 수염을 가지고 헛소리를 너무 한단 말일세!”
이래저래 상당히 시달려 왔는지, 드워프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만족스럽군. 그래, 좋아. 위대한 망치시여, 어떠십니까? 저희들은 상당히 좋다고 봅니다만.”
“장로들께서 생각하시는 대로, 나도 굉장히 좋게 보고 있소. 게다가 이 사업이 제대로 성공만 한다면 마스터 에단 휘커스가 맥주 사업도 바로 시작하겠지.”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맥주 이야기에 흐뭇한 얼굴들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결정됐군. 마스터 에단 휘커스, 우리들이 함께하겠소.”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걸로 첫 번째 건은 됐고, 바로 두 번째 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에단이 그 자리에서 검을 꺼내들었다.
갑작스레 에단이 검을 꺼내들자 다들 살짝 긴장한 얼굴로 허리춤과 등에 빠르게 손을 가져다 댔다.
샤아아악-.
서리검을 쥔 에단에게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
“마스터 에단 휘커스, 냉각 인간이었나!”
“아뇨. 아, 냉각 인간이 맞긴 맞습니다만, 사실 제가 믿는 신이 계십니다.”
“오, 그 이야기는 이미 들었네. 내 직접 보기도 했지.”
시그마 로드해머가 반가운 듯 에단에게 말했다.
“여신 문포스 님을 믿는다고 했지?”
“문포스 님이라!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지! 그 자애로운 신께서 마스터 에단 휘커스와 함께하시다니. 그 옛날 우리 타르타로스에도 문포스 여신께서 강림하셨던 적이 있지 않았나? 너무 옛날 일이라 다들 모르겠지만.”
이 자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드워프 장로가 말했다.
“나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지.”
‘그렇다면 이야기가 빨라지겠는데?’
“사실 문포스 교단은 꽤 오래전에 명맥이 끊겼었습니다. 신전은 사라지고 신도들도 사라졌죠. 어떻게 연이 닿아 제가 그 명맥을 잇게 되었습니다만, 지금까지는 제대로 문포스 교단을 이끌지 못했습니다.”
에단이 이어 말했다.
“교단의 신전을 세우고 싶습니다. 장인들의 손으로, 정말 제대로 된 신전을 건립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장인들에게 부탁했습니다만, 과거에 만들어졌던 신전보다는 임팩트가 부족하더군요. 제가 알아보니 그 신전들은 드워프 장인들이 만든 신전이었습니다.”
물론 드워프가 만들었는지 인간이 만들었는지 그 이외의 다른 종족이 만든 건지는 확실히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게 중요했다.
“그렇기에 타르타로스를 찾아온 겁니다. 그 멋을 살리려면 결국 드워프 장인을 찾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에단의 말에, 드워프 장로들은 이미 씩 웃고 있었다.
“그렇군, 그렇다면 정말 잘 선택했네, 마스터 에단 휘커스.”
“우리가 찾아 주지. 우리 형제들 중 가장 뛰어난 이를 골라 우리의 땅에 신전을 건립하겠네.”
“여신 문포스께서는 우리에게도 도움을 주셨으니까. 그 빚을 이제야 갚는 거라고 생각하게나.”
‘이걸로 신전도 해결.’
기왕 타르타로스에 온 김에, 에단은 싹 다 해결하고 갈 생각이었다.
‘이제 사실상 본론이지.’
“그리고 사실 제가 타르타로스를 찾아온 이유는 이 마지막 이유가 제일 큽니다.”
에단이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저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순간 지금까지 하하호호 웃던 드워프들의 표정이 싹 굳어졌다.
쾅-!
시그마 로드해머가 어느새 손에 든 망치를 강하게 탁자에 두드렸다.
“마스터 에단 휘커스.”
시그마가 말했다.
“눈을 감고 귀를 씻게. 무엇을 봤든, 무엇을 들었든 말이야. 마스터 에단 휘커스, 자네는 아무것도 모르는 걸세. 그래야 하는 걸세.”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