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17)
신들의 구독자 417화
417화. 지저
한 마리가 아니었다.
적어도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에단을 포위했다.
살짝 뒤에서 따라 움직이던 산다르는 상당히 당황했다.
가장 약한 자신을 노릴 거라고 생각했건만.
몬스터들은 애초에 에단이 목표였다는 듯 사방에서 포위한 채 에단을 공격했다.
“아, 안 돼!”
제아무리 에단이 강하다고 한들 지저의 수많은 몬스터를 동시에 당해 낼 수는 없다!
게다가 그냥 몬스터가 아니었다. 혼에 가까운 몬스터들이기에 실체가 없었다.
산다르는 등에 메고 있던 거대한 도끼를 꺼내 들었다. 이 도끼는 산다르가 지저의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 특별히 만든 물건이었다.
이 지저의 몬스터들은 독기로 이루어져 있어 대체적으로 실체가 없다.
마나를 담아 공격해도 잘 먹히지 않기에, 이들을 공격하려면 특별한 힘이 필요했다.
산다르는 그러한 힘이 담긴 아티팩트 형식의 도끼를 만들어 가지고 왔다.
이거라면 놈들에게 유효한 공격을 할 수 있다!
“그냥 공격은 먹히지 않습니다, 마스터 에단 휘커스!”
산다르가 큰 소리로 외치며 앞으로 쏘아지듯 움직였다.
“제가 합세하겠…….”
서-걱!
그러나 그보다 에단의 서리검과 천뢰검이 더 빨리 움직였다.
분명 이 지저의 몬스터에겐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에단은 확실하게 몬스터들을 베어 내고 있었다. 심지어 한번 휘두를 때마다 여러 마리를 동시에 베어 냈다.
“!”
어두웠지만 확실히 보였다.
에단의 검술은 몹시도 아름다웠다.
* * *
서-걱!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베면 그 실체가 사라져 죽은 것처럼 보이는데, 똑같은 모습의 몬스터가 계속 나오니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었다.
산다르는 에단의 뒤에서 도끼를 휘둘렀다.
쐐액-!
“빠르잖아!”
에단이 너무나도 쉽게 지저의 몬스터를 베어냈기에 쉬워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산다르의 도끼는 영을 벨 수 있는 아티팩트 도끼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제대로 맞추지를 못했다.
살짝 벤 상처는 그대로 회복해 버리고, 오히려 더욱 크기가 커져 산다르를 압박해 왔다.
“미간 사이를 노리십시오.”
“미, 미간 말입니까? 이놈들, 눈이 있는 겁니까!?”
산다르가 당황했다. 어두워서 형체만 보이는데 어떻게 미간을 노리란 말인가?
하지만 산다르는 대충 미간이 있을 만한 위치에 도끼를 휘둘렀다.
콰득-!
“……어라?”
에단의 말대로 했더니 정말로 쉽게 몬스터를 쓰러트릴 수 있었다.
“거기가 약점입니다.”
“어떻게……?”
분명 지저엔 처음 왔을 텐데.
“전진합니다.”
산다르가 다섯 마리의 지저 몬스터와 싸울 때 에단은 혼자서 백 마리가 넘는 몬스터를 쓰러뜨리고 먼저 전진하고 있었다.
산다르는 에단이 처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뒤처지지 않고 잘 따라오라는 건 괜히 한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 * *
처음에 보았던 작은 몬스터를 시작으로 다양한 몬스터들이 튀어나왔다.
지저의 몬스터들은 전부 다 실체가 없어서, 약점을 공략하거나 강한 공격을 계속 퍼붓지 않고선 쓰러뜨리는 것 자체가 힘겨웠다.
그러나 에단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몬스터의 약점을 완벽하게 공략하고 있었다.
쿠웅-!
거대한 지저 몬스터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에단은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사라지는 지저 몬스터 사이로 걸어 나갔다.
‘필중도 필중이지만 비형랑의 힘이 상당히 도움이 된다.’
에단의 몸에서 귀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거기다 이곳은 몬스터들이 한꺼번에 많은 수가 나왔다.
‘만인지적도 쏠쏠히 쓸 수 있어.’
지저의 몬스터들이 가진 강점은 에단에게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단점으로 변해 버리니, 에단은 아주 쉽게 몬스터들의 포위망을 돌파할 수 있었다.
“이런 몬스터가 계속 나올 겁니다. 아마 태고의 악에게 가까워질 쯤엔 더 강한 몬스터가 나올 테니 조심하십시오.”
지저에 들어온 지 시간이 꽤 지났다.
예측하기로는 이쯤이면 지저의 중반부라고 봐도 무방했다. 지저가 얼마나 큰지는 몰라도 꽤 걸어 왔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다르는 마치 타르타로스의 광산에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지저의 초입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왔을 땐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사방을 포위해 오는 몬스터들도 상당했다.
그런데 그 모든 걸 에단이 앞에서 막고 뚫어 버렸다.
지저를 광산처럼 만들어 버린 인간 에단 휘커스.
“마, 마스터 에단 휘커스. 마스터께서는 얼마나 강하신 겁니까?”
산다르는 에단에 대한 이야기를 익히 들어 왔고 그 명성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가 얼마나 강한지는 몰랐다.
명성은 강함과 직결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에단은 산다르에게 있어 충격 그 자체였다.
“실체가 없는 놈들이었습니다. 상대하려면 성수를 뿌리거나 신성력을 사용해야 했는데…… 마스터께서 믿는 문포스 교단의 여신님은 신성력이 아니라 그 냉기의 힘을 내리시는 여신이신데, 분명…….”
여신의 힘이라 한들 냉기의 힘만으로는 실체가 없는 지저의 몬스터를 벨 수 없다.
그런데 에단은 그 힘으로 지저의 몬스터들을 죄다 도륙을 내 버렸으니.
“태고의 악을 상대하러 왔습니다. 근데 그 하수인을 정리하지 못해서야.”
에단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놀랄 일이 많을 텐데. 일일이 놀라고 있다간 뒤처질 겁니다. 뒤처지면 놓고 갈 겁니다.”
“죄, 죄송합니다! 확실하게 따라가겠습니다!”
* * *
지저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어둠이 짙어졌다. 산다르가 가져온 랜턴의 빛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었고, 사실상 감각에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더 이상 나아가는 건 무리일 것 같습니다!”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방향조차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에단 또한 이런 상태에서는 길을 찾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호루스의 눈 덕분에 아예 안 보이는 건 아닌데.’
그렇다 해도 길을 찾는 건 그리 쉬워 보이지 않았다.
에단은 선지자의 불꽃을 써야 할 때인가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아직 꺼낼 때가 아니야.’
불꽃은 비장의 무기다. 에단은 우선 시그마에게서 받아 온 지저의 편린을 꺼내 들었다.
꿈틀꿈틀-!
자신이 살던 지저 안이어서 그런지 훨씬 활동성이 강해진 상태였다.
“그, 그건…… 그걸 받아 오신 겁니까?”
“네, 이 편린은 단순히 몬스터의 편린이 아닙니다. 태고의 악의 편린이죠. 그러니 이 편린을 가지고 태고의 악이 어디 있는지 찾을 겁니다.”
이 지저의 주인인 태고의 악이 남긴 편린이다.
에단은 편린에 손을 가져다 댔다.
-달빛 추적을 사용합니다!
사냥의 신인 아르테미스의 힘은 이 편린이 어디서 왔는지 그 흔적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샤아아악-.
이 어둠 속에서도 아르테미스의 힘은 확실하게 작용했다.
‘길이 보인다.’
아주 미약하지만 달빛 추적은 편린의 출처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다.
“길을 찾았습니다.”
“찾으셨다고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다. 시야가 완전히 차단되었기에, 몬스터가 어디서 오든 감각만으로 대처해야 했다.
“마스터 에단 휘커스, 정말 태고의 악을 물리칠 수 있을까요?”
“걱정 마십시오. 영원한 어둠은 없습니다.”
“…….”
분명 허세 섞인 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다르는 그 말에 안정감을 느꼈다. 원래라면 화를 내야 할 타이밍이건만.
“믿겠습니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돌아가는 것도 힘들다. 결국 에단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 어둠 속에서 계속 있자니 정말 반짝이는 갑옷을 만들고 싶어집니다. 밤에도 아침이 온 것처럼 반짝이는 갑옷 말입니다.”
* * *
얼마나 더 안쪽으로 갔을까. 어둠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 그 안에서 에단은 경악스러운 흔적을 발견했다.
‘달빛 추적으로 보이는 흔적이 적어도 수천 개야.’
쿠구궁-.
땅이 울렸다.
“마, 마스터 에단 휘커스! 뭔가가 앞에 있습니다!”
“산다르, 절대 이 선을 벗어나지 마십시오.”
에단은 산다르에게 선을 그려 주었다. 그 선은 달빛 추적으로 보인 흔적들의 바로 뒤쪽이었다.
보아하니 이쪽까지는 넘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다는 건 사정거리가 여기까지라는 소리야.’
쿠구구궁-!
철퍽-. 철퍽-. 철퍽-.
“태고의 악이 앞에 있습니다.”
“!”
산다르의 얼굴이 공포에 질렸다.
뭔가가 온몸을 옥죄는 것만 같은 감각에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산다르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태고의 악이 뿜어내는 압박감.’
강력한 압박감.
그리고…… 존재감.
반짝. 반짝.
어둠 너머에서 새파랗고 동그란 것이 반짝였다.
하나가 아니었다.
동시에 수백 개가 반짝이기를 반복했다.
그건 눈이었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푸른색의 눈.
수천 개의 촉수가 꿈틀거리며 에단을 노렸다.
에단은 가장 앞에 있던 촉수를 가볍게 벤 뒤 회전하며 앞으로 전진했다.
서걱- 서걱-!
-필중의 효과가 작용합니다!
‘이걸 위해 탑주가 필중을 남긴 거지.’
“언제까지 어둠 속에서 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에단이 손을 위로 번쩍 들었다.
그러자 그 손에 불꽃이 서리더니 그대로 어둠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아…….”
태고의 악이 내뿜는 압박감에 정신을 잃기 일보 직전이었던 산다르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에단의 손에서 빛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 빛은 상당히 따뜻해서, 마치 주변의 어둠을 한껏 밀어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때.
움츠리고 있던 태고의 악이 조롱하듯 꿈틀거렸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자들이 이 지저로 왔다.
지저의 가장 큰 힘인 어둠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으나, 그들은 모두 이 어둠에 잡아먹혔다.
키르륵-. 키륵-.
이곳은 어둠. 자신의 구역.
어디서 감히 빛을 내뿜는 것이냐고 말하듯 촉수가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그러나 에단을 노리고 날아든 촉수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이 빛, 뭔가 다르다.
“어디 계속 웃어 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