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19)
신들의 구독자 419화
419화. 태고의 악 (2)
찰싹! 찰싹!
에단은 이리저리 촉수를 피해 대며 테이밍을 시도했다.
-실패했습니다.
-실패했습니다.
계속해서 테이밍이 실패하고, 그 여파가 손으로 전해졌지만 괜찮다.
“우수한 조련사는 포기하지 않는 법이거든.”
하지만 거듭된 테이밍 시도는 케트룬의 분노를 계속해서 부채질하고 있었다.
쿠웅-! 쿠웅-!
케트룬은 이미 에단이 입힌 상처들을 회복한 상태였다.
때문에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빠르게 촉수를 움직여 가며 에단을 공격해 댔다.
하지만 에단은 어둠이 사라진 지저에서 케트룬의 공격을 허용할 만큼 약하지 않았다.
수많은 경험.
수많은 준비.
그리고 쌓아 올린 기술들은 지금 이 순간 에단의 모든 움직임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쐐액-!
에단은 가볍게 공격을 피해 냄과 동시에 촉수를 베어 내며 케트룬의 공격을 죄다 차단했다.
분명 촉수는 수천 개였건만. 그 수천 개의 촉수가 에단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모든 공격을 완벽하게 피하고 막아 내던 에단이었지만 케트룬의 물량 공세에는 결국 당해 내지 못했다.
수백, 수천, 수만. 에단이 택할 수 있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선택지 중에서 케트룬의 촉수가 학습하고 예측한 움직임 하나가 정확하게 걸린 것이다.
쐐애애애애액-!
날아드는 강력한 촉수 공격.
물론 에단에게는 방어 기술이 굉장히 많기에 그대로 막고 반격을 이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에단은 그러지 않았다.
‘우위를 보여 줘야겠지.’
테이밍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상하 관계를 확실히 인식시키는 것이다.
이쪽이 주인이고 저쪽은 펫.
이 두 가지가 확실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위에 있음을 보여 주는 게 제일 빨랐다.
‘내가 강하다는 걸 더욱 확실하게 보여 준다.’
에단이 초신속을 사용했다.
본래라면 맞아야 했건만, 에단이 속도를 한층 더 높여 버리니 그대로 촉수가 허공을 갈랐다.
“아, 안 보여.”
산다르가 헛숨을 내뱉었다.
직전까지는 어떻게든 둘의 싸움을 볼 수 있었건만. 이젠 소리만 남긴 채 잔상조차 보이지 않는 에단과 태고의 악의 싸움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지켜보는 것뿐인데, 이젠 지켜보는 것마저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실 수 있는 거지……?”
그리고 태고의 악은 저런 움직임을 도대체 어떻게 파악하고 촉수를 휘두른단 말인가.
심지어 단순히 촉수를 휘두르기만 하는 게 아니다.
“촉수가 마법진을 만들어 내고 있어…….”
태고의 악이 가진 능력은 끝이 없었다.
수천 개의 촉수는 수천 개의 손이 되고 수천 개의 의지를 가진 존재가 된다.
그 존재들이 모여서 순식간에 마법진을 만들어 내고 마법을 쏘아 댈 수 있는 것이다.
저건 단순히 몬스터라고 볼 수 없었다.
“재앙 그 자체잖아……!”
저런 태고의 악이 만약 타르타로스로 올라온다면?
저렇게 수천 개의 촉수로 정신 마법을 흩뿌리고 마법을 쏘아 대며 수백 개의 눈으로 내려다보는 저 괴물을 과연 형제들이 이길 수 있을까?
형제들이 만든 장비는 그 어떤 공격도 막을 수 있는 갑옷과 방패, 그리고 그런 단단한 갑옷과 방패도 벨 수 있는 날카로운 무기들이다.
하지만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저 태고의 악이 쓰러지는 모습이.
형제들 중 누군가 저 태고의 악에게 상처를 입히는 모습이 상상이 가질 않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오로지 전멸뿐.
그 누구도 태풍을 보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범람하는 홍수를 보며 막아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피해야 할 자연재해일 뿐이다. 그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방법은 대항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마법이 시전되지 않는 거지?”
태고의 악이 계속해서 촉수를 움직여 마법진을 그려 내려 하는데, 정작 진짜 마법은 시전되지 않고 있었다.
“설마.”
에단이 그걸 막고 있단 말인가?
“저렇게 싸우면서 동시에 수백 개의 마법을 파훼하고 있다고? 말도 안 돼!”
그러나 계속해서 마법진이 그려지지 않고 있었으니.
결국 태고의 악은 마법을 사용하는 걸 포기한 듯 촉수를 싹 다 에단을 공격하는 데 돌렸다.
“마스터 에단 휘커스라면…….”
어쩌면 저 재앙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만약 지금 이 광경을 그대로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지금 보고 있는 나도 못 믿는데…….”
산다르가 믿기지 않는 광경에 감탄하는 사이, 태고의 악 케트룬은 이 상황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저 천장에 떠 있는 불꽃 때문에 온몸이 드러나 그의 주 무기인 어둠이 통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불꽃을 건드려 보고 있었으나 불꽃은 마치 그 자리에 천년만년 있었던 것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키르륵.”
그렇다면 저 불꽃을 만들어 낸 오만한 인간을 더 강한 힘으로 공격하는 수밖에 없다.
무릎을 꿇려 버려야 한다!
샤아아아악-.
케트룬이 촉수를 떨었다.
그러자 강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강제로 2페이즈를 넘겼어?”
에단은 케트룬의 촉수에서 생성되는 에너지 덩어리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정상적인 케트룬의 패턴이 아니었다.
케트룬의 패턴은 지금도 완벽히 숙지하고 있다.
‘체력에 따라 페이즈가 바뀌거든.’
그런데 체력을 모두 회복한 지금, 케트룬은 3페이즈와 4페이즈의 패턴을 동시에 보이고 있었다.
저 꿈틀거리는 촉수에서 생성되는 에너지 덩어리.
저게 바로 메판에서 에단과 함께한 원정대를 그대로 전멸시킨 공격 패턴 중 하나였다.
‘닿으면 폭발한다. 아주 단순한 메커니즘이지만 단순한 폭발이 아니야.’
폭발과 동시에 주변의 모든 마나를 흡수해 버린다.
그리고 흡수한 만큼 위력이 더해진다.
‘저 폭발을 막으려면 마나가 필요한데, 정작 폭발이 마나를 빼앗아 버리니까.’
미리 예상하고 방어해도 문제다. 그 방어 또한 마나로 이루어진 것이니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아티팩트뿐이었어.’
그 당시 저 폭발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급이 높은 아티팩트를 가진 건 에단뿐이었다.
‘하지만 그때보다 지금이 더 막기가 쉬워.’
아주 단순한 이야기였다.
‘마나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어차피 빼앗길 마나는 없다.
‘막을 수 있는 방어 기술은 많고 말이야.’
케트룬이 폭발하는 구체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촉수 열 개에 모인 에너지 덩어리가 한데 모여 하나의 구체를 이룬다.
그렇게 수백 발의 구체가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케트룬은 확신했다.
저 오만한 인간에게 벌을 내리리라고.
저 인간이 얼마나 강하든, 인간들은 모두 다 기본적으로 마나를 통해 힘을 얻는다.
마나가 없다면 인간은 한없이 나약하다.
타고나기를 약하게 태어났기에 그런 것이다.
케트룬은 이 공격으로 저 인간을 짓뭉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슈우우우웅-.
날아간 구체가 폭발했다. 그리고 동시에 다른 구체들 역시 자극을 받아 폭발하기 시작했다.
케트룬은 자유자재로 구체를 컨트롤해 에단이 피할 곳을 완벽하게 지워 버리고자 화력을 집중했다.
콰가가가가가가강-!
굉음과 함께 엄청난 충격파가 지저에 퍼졌다.
“키르르르륵.”
케트룬이 낮게 울었다. 이 구체는 케트룬마저 상처 입히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 위력이면 에단을 죽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 듯, 케트룬은 계속해서 울음소리를 냈다.
마치 웃는 것처럼 말이다.
“마, 마스터 에단 휘커스!”
당황한 산다르가 소리쳤다.
엄청난 폭발이었다. 꽤 먼 거리에 있던 산다르마저 충격에 내상을 입을 정도였다.
“커헉.”
이 정도 거리에서 충격만으로 이 정도 상처라니.
산다르는 입가의 피를 닦았다.
“아, 안 돼. 안 된다고.”
근거리에서 저 정도 위력의 폭발에 휩쓸린 에단은…….
산다르가 절망적인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그러나 폭발의 여파가 가신 후.
모든 걸 다 날려 버린 그 폭발 속에서 에단이 서 있었다.
“어……?”
산다르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폭발 속에서 살아 나온 에단은 작은 생채기 하나 없었다.
“한번 더 해 봐.”
“키륵.”
케트룬은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했다.
미친 듯 촉수를 휘두르더니 그대로 4페이즈에 진입했다.
본래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케트룬은 순간 에단에게서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껴 버렸다.
분명 겉으로 보기엔 상처 하나 없는 케트룬. 하지만 케트룬은 지금 상처투성이였다.
궁지에 몰려 버린 것이다.
“4페이즈로군.”
원하던 상황은 아니었으나 이쪽이 오히려 더 좋았다.
‘상하 관계를 확실하게 주입시켜 주마.’
“지금까지 아끼고 있었던 건데. 이럴 땐 써야지.”
에단이 검지와 중지를 들었다.
“콜 디트리니르.”
그러자 에단의 발밑에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새카만 드래곤이 소환되었다.
“불렀는가!”
드래곤 디트리니르가 포효하며 공중에 떠올랐다.
그러고는 에단과 그 앞에 있는 적을 번갈아 쳐다보며 콧바람을 쏘아 댔다.
“도대체 무엇과 싸우고 있는 것인가!”
소환된 디트리니르는 심히 당황했다.
계약자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적과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든 이 날개로 데려다줄 수 있었다.
그런데 저 끔찍한 존재는 디트리니르에겐 예상 밖의 존재였다.
“여긴 지저고, 저건 태고의 악이야.”
“……이곳이 지저라고?”
날개를 가진 자들에게 지저는 그리 좋은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지저는 땅 위보다 훨씬 넓다. 그렇기 때문에 얼마든지 디트리니르가 날아다닐 수 있었다.
애초에 거대한 태고의 악이 서식하고 있는 곳이니.
“명령을 내려다오.”
“저놈을 굴복시킬 거거든.”
에단이 디트리니르의 등에 올라탔다.
“브레스 한 방, 세게 부탁해.”
“알겠다.”
부웅-!
디트리니르가 에단을 태우고 거대한 날개를 휘둘러 높이 날았다.
순간 태고의 악이 디트리니르를 떨어뜨리기 위해 촉수를 휘둘렀다. 하지만 디트리니르는 가볍게 촉수를 피해 낸 후 브레스를 모았다.
화르르르륵-.
“저기, 저 눈을 향해 쏴!”
눈이 수백 개인데 어떤 눈을 보고 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전부 다!”
에단의 말에 디트리니르가 브레스를 넓게 쏘았다.
화르르르르륵-!
에단은 브레스가 분출되는 것과 동시에 귀멸검을 만들어 냈다.
‘태고의 악은 그 일부가 영적인 존재. 비형랑의 힘이 먹힌다.’
그러고는 귀멸검에 필중의 힘을 담아 그대로 케트룬에게 던졌다.
푸욱-!
“키르르르륵-!”
상당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케트룬의 반응이 어딘가 이상했다.
“온다.”
수백 개의 눈이 정확히 에단을 보았다.
4페이즈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기가 준비됐다.
-누구도 죽음은 막을 수 없다.
태고의 악, 케트룬의 즉사기였다.
에단의 머릿속에 케트룬의 목소리가 직접 들려왔다.
“알아.”
에단이 말했다.
“대신 달아날 수 있지.”
언젠가 찾아올 죽음이다.
하지만 그게 지금일 필요는 없다.
“영원히.”
에단은 한없이 절멸증을 크게 키웠다. 부담이 크지만 케트룬이 거는 즉사 저주를 삼켜 내려면 절멸증의 힘이 보다 강해져야 했다.
-생존 확률이 하락합니다!
-생존 확률이 하락합니다!
-힘이 빠집니다.
‘젠장.’
그러나 이제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생존 확률의 하락은 일시적일 뿐.
“이제 마무리 단계다.”
태고의 악은 대륙의 여러 악 중 최고봉 수준의 악이었다.
‘악신을 포함해 수많은 대륙의 악들 중에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 하지만.’
에단이 손에 힘을 주었다.
‘지금의 나는 두 신의 힘을 몸에 두르고 있다.’
뇌명의 신과 달의 여신.
파지지직-.
샤아아아-.
에단이 서리검과 천뢰검에 힘을 불어넣었다.
‘터무니없는 일을 할 수 있다.’
누군가 본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에단은 지금까지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케 해 왔다.
“지금도 똑같아.”
해 보지 않으면 평생 모른다.
에단이 휘파람을 불었다.
“디트리니르! 더 높이 올라가 줘.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을 생각이니까.”
“알았다.”
디트리니르 또한 자존심이 꽤 깎인 상태였다.
“더럽혀진 마법이나 쓰는 밑바닥의 존재한테 꺾일 순 없지.”
화르르르르르륵-!
디트리니르는 에단이 검으로 가리킨 위치에 브레스를 쏘았다.
그리고 동시에 뛰어내린 에단이 두 검을 역수로 들고 그대로 케트룬을 내려찍었다.
콰드득-!
“키르라라라라라락-!”
에단 검술 제4식
신뢰만년서리
서리검과 천뢰검이 그대로 몸통 부분에 박혔다.
에단은 그와 동시에 검을 그대로 두고 채찍을 들었다.
-테이밍에 성공하셨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