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24)
신들의 구독자 424화
424화. 새벽회주 (3)
“길을 보여 주마, 에단 휘커스. 나아갈 길을.”
새벽회주가 에단을 검지로 가리켰다.
그와 동시에 에단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보이지 않는 쇠사슬에 묶인 듯한 느낌이었다.
에단이 강하게 힘을 줘 벗어나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너는 나의 그릇이 되기에 충분하다. 허나 그 역겨운 문포스의 힘이 너무 짙군. 우선 그 힘부터 없애 주마.”
새벽회주가 강하게 주먹을 쥐자 에단은 심장이 조이는 것 같은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달빛 방어.”
새벽회주의 염동력 비슷한 저 힘 또한 결국 일종의 공격이었다. 달빛 방어로 방어를 하니 에단의 몸을 옭아매던 압박감이 그대로 사라졌다.
“오호라, 문포스의 힘이로군. 하지만 계속해서 막을 수 있을까? 하등한 자여, 가장 낮은 자여, 그 힘을 버려라. 내 힘을 받아들여라. 그럼 네게 기회를 주마. 일생일대의 기회로다.”
‘뭔가 이상해.’
에단은 새벽회주를 자세히 관찰했다.
‘문 마더가 저렇게 쉽게 강림할 수 있다고?’
저런 식으로 강림시킬 수 있다면 저 강림의 능력을 이용해서 문마더를 부활시키는 게 훨씬 더 빠를 것이다.
때문에 확신할 수 있었다.
‘새벽회주의 몸에 문 마더가 강림한 게 아니다.’
문 마더의 힘의 일부를 받았을 뿐이다.
‘문 마더인 척 연기하는 거군. 아니, 연기가 아니야. 진짜 그렇게 믿고 있는 거야.’
“진짜면서 가짜라니, 아이러니하군.”
샤아아악-.
이미 냉기로 가득한 회랑을 에단이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만약 그런 거라면 오히려 더 쉽다.
에단에게는 신을 죽이는 힘이 있다.
‘신도 아니고, 그 찌꺼기를 처리하는 거야 너무 쉽지.’
“신의 힘을 빌리는 건 악수였다, 새벽회주.”
서리검에 펜리르의 힘이 깃들었다.
펜리르의 힘은 신을 죽일 수 있는 힘. 당연한 말이지만 신에게서 힘을 빌려 온 것도 해당된다.
순식간에 회주에게 다가간 에단이 새벽회주에게 검을 휘둘렀다. 회주는 가볍게 검지와 중지를 펴 휘둘렀다.
그러자 그 앞에 방금 에단의 공격을 막았던 것과 동일한 방패가 형성되었다.
서-걱!
그러나 그 방패는 아주 가볍게 깨졌다.
“!”
새벽회주가 눈을 크게 떴다.
이렇게 가볍게 깨질 방패가 아니었다.
“꿈에서 깰 시간이다.”
방패를 갈라 버린 에단은 그대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고는 단숨에 새벽회주를 베어 냈다. 그대로 목을 벨 생각이었으나 회주가 급하게 뒤로 물러나는 바람에 상처만 입히고 말았다.
하지만 확실하게 베어 냈다.
베어 냄과 동시에 새벽회주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 아아아아아아아-!”
회주의 몸에 깃든 문 마더의 힘이 그대로 사라진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
문 마더의 힘이 사라지자 새벽회주가 엉덩방아를 찧은 상태로 뒤로 물러났다.
인형 사도도, 그리고 문 마더의 축복도.
제 몸에 강림한 문 마더의 힘마저도.
모든 것을 잃은 새벽회주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이제야 여유가 없어졌군.”
초조한 얼굴로 쳐다보는 회주의 모습을 보며 에단이 천천히 걸어갔다.
-문포스가 당신을 칭찬합니다!
“네가 말하던 위대한 위선자께서 내게 잘했다고 칭찬해 주시고 있다. 그쪽은 어떻지? 오랜 세월 모셔 온 문 마더께서 칭찬해 주고 계신가?”
새벽회주는 다급하게 땅을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처음 에단을 이곳으로 오게 만든 변형 마법을 사용했다.
철컥-! 철컥-!
천장과 땅이 변형되더니 새벽회주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술래잡기도 잘하는 편이야.”
에단이 곧장 달빛 추적을 사용했다.
* * *
“허억, 허억……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으으으으으을-! 도대체 어떻게, 내 안에 들어오신 문 마더의 힘을 어떻게 없앤 거란 말이냐?”
여유를 잃은 새벽회주의 눈동자가 계속해서 흔들렸다.
철컥-! 철컥-!
건물이 계속해서 변형하며 길을 열어 주고 있었으나 그 끝은 상당히 어두웠다.
“아직 아니야…… 아직 아니란 말이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대로 끝낼 수 없다.
“수백 년을 이어 온 사명이다…… 고작 한 명에게, 고작 한 명 따위에게……! 절대 끝낼 순 없다! 그 힘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더 강한 힘으로 짓눌러 주겠다! 더 강한 힘으로!”
도망친 새벽회주가 문을 열었다.
그곳엔 거대한 마법진이 있었다.
이 마법진은 새벽회주가 오랜 시간 공을 들인 마법진이었다.
새벽회에는 영혼이 필요하다.
새벽회가 추구하는 일엔 수많은 영혼이 필요하기 때문에, 새벽회는 그 영혼을 확보하는 일에 매진했다.
어떤 방식으로 최대한의 영혼을 끌어모을 수 있을까.
단순히 죽여서 얻는 영혼은 그 품질이 좋지 않다.
제일 좋은 품질의 영혼이라고 한다면 영웅으로 죽는 자들의 영혼이었다.
때문에 새벽회는 의도적으로 이곳저곳에 혼란을 일으켰다.
혼란 뒤엔 영웅이 등장하고, 그 영웅은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새벽회는 그 영웅이 죽도록 손을 쓰고 그 영혼을 채취했다.
이 마법진 또한 그러한 용도였다.
거대한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서.
아주 오랜 세월 공을 들인 마법이다.
하지만 새벽회주는 망설이지 않았다. 다 죽고 난 다음에야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구우웅-.
마법진이 활성화되자 새벽회주가 그대로 자신의 손바닥에 피를 냈다.
챠락-.
새벽회주의 피는 붉은색이 아니었다.
새파란 색.
비유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 새파랬다. 그 새파란 피가 마법진에 떨어지자 마법진이 순식간에 활성화되었다.
“열려라.”
본래 북부의 혼란과 더불어 중앙의 십이성 귀족가에 파탄을 가져올 계획이었다.
“질 좋은 영혼을 얻기 위해 수십 년을 계획해 온 일이다…….”
저벅-.
새벽회주가 문득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크게 움찔거렸다.
이 새벽사원은 자신의 그라운드다. 작정을 하고 도망쳤건만. 이렇게나 빨리 잡혔다니.
“수십 년을 계획한 일이니 저자에게 통할 가능성이 있다.”
수십 년 동안 쌓은 계획 정도는 되어야 저자에게 통한다.
새벽회주는 이걸 여기다 쓰는 게 전혀 아깝지 않았다.
“도망칠 수만 있다면.”
지금 이 순간 새벽회주의 목표는 무조건적으로 도주였다.
도주해서 마도 제국으로 넘어가야 한다. 자신이 알게 된 모든 것을 1, 2사도에게 전달해야 했다.
그렇게 되면 훗날을 도모해 볼 수 있다.
“위험을 알려야 한다. 에단 휘커스에 대한 평가를 달리해야 한다고. 절대로, 절대로…….”
그를 쉽게 봐서는 안 된다고.
쿠웅-!
문이 열리고 두 개의 검을 든 에단이 새벽회주를 보았다.
에단이 씩 웃었다.
“계속 도망쳐라. 도망칠 수 있을 때까지.”
“그 여유가 네 목을 옥죌 것이다-! 네놈은 실수를 저질렀다, 에단 휘커스!”
새벽회주가 짐짓 여유로운 척 손을 뻗었다. 강림했던 문 마더의 힘이 사라졌기에 종전과 같은 강함은 없었다.
그 대신 그에겐 수십 년 동안 준비한 계획이 있었다.
샤아아아아악-!
“들어오자마자 내게 검을 휘둘렀어야지.”
구우웅-.
발밑의 마법진에서 새카만 오라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흡사 그 모습이 불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지옥의 업화여.”
마법진이 동그랗게 변하더니 실체를 갖췄다. 거대하고 동그란 문이었다.
정체 모를 수많은 문자가 새겨진 문이 굉음과 함께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쐐애애애애액-!
문이 천천히 열림과 동시에 그 안에 있던 공기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는데 심히 불쾌한 냄새가 풍겼다.
“열려라, 마계의 문이여.”
콰앙-!
새벽회주가 강하게 박수를 치자 마계의 문이 그대로 활짝 열렸다.
끼이이익-!
까악-!까악-!
가장 먼저 나온 건 눈 다섯 개 달린 까마귀였다. 마기를 가득 품은 까마귀 수백 마리가 문을 통해 나왔고, 연이어 허리가 굽은 마계의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쿠웅-!
뒤이어 나온 건 마족들이었다.
“놀라운 일이군. 인간계에 이런 정석적인 문이 열릴 줄이야.”
“이 정도 문을 만들려면 깨끗한 영혼이 엄청나게 필요할 텐데?”
머리에 뿔이 달린 마족들이 놀란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그들이 뿜어내는 마기는 앞서 나온 몬스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네가 문을 연 인간이냐?”
새벽회주는 그에 대해 대답하지 않았다.
이걸로 마계의 문은 열렸다.
도망칠 수 있는 타이밍을 만든 것이다.
앞뒤 가릴 것 없이 도망치려던 새벽회주는 에단을 보았다. 분명 이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하고 있을 터.
그러나 에단은 한없이 냉정했다.
정확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그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었다.
예, 상, 하고 있었다.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입만 뻐끔거렸다.
순간 새벽회주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예상하고 있었다고?
자신의 마계의 문을 열 것을? 아니면 이런 식으로 도망치리라는 것을?
헛소리로 치부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만 앞서 에단이 보여 준 압도적인 모습에, 새벽회주는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전력을 다해 등을 돌렸다. 그사이에도 마계의 문에선 마족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온 놈들은 잔챙이지만 이제부턴 마계의 귀족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마계의 귀족들이 나오면 제아무리 에단 휘커스라고 한들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다.
또한 이 근방에는 대도시가 있다.
이 마계의 문을 열어 놓고 가면 그 대도시까지 마족들이 뛰쳐나갈 테니 에단이 그걸 막을 거라고 생각했다.
회주의 생각처럼 에단은 도망치는 새벽회주의 뒤를 쫓지 않았다. 회주는 계획이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인간, 네가 문을 열었나? 크크큭, 뭘 원해서 문을 열었든 상관없다. 네놈이 원하는 건 이루어지리라. 물론…… 네가 죽은 이후에 말이지.”
3미터는 될 법한 키의 귀족 마인이 에단의 앞으로 다가왔다. 머리에 달린 뿔은 일곱 개로, 상당히 강한 마족이라고 볼 수 있었다.
쐐애애애액-!
귀족 마인이 그대로 에단에게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에단이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에단의 머리에 새카만 원이 생겼다.
마법진이 생겼음에도 귀족 마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눈앞의 인간은 고작 하나. 그에 반해 이 마계의 문을 통해서 마계의 생물들이 끊임없이 나올 터.
다른 귀족들도 곧 나와서 인간계의 냄새를 맡을 테니, 고작 인간의 마법 따위야 가뿐히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애초에 인간의 마법이란 마족을 따라올 수 없는 법.
오랜만에 인간계로 나왔다는 기쁨. 그리고 한없이 치솟아 있는 자신감이 귀족 마인의 눈을 가렸다.
“콜, 케트룬.”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