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25)
신들의 구독자 425화
425화. 케트룬
쿠궁-.
땅이 흔들리고 균열이 일어났다.
콰각-! 콰가가가가각-!
그 균열에 따라 바닥이 붕괴하고, 그 사이로 거대한 촉수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이, 이건.”
바닥 위로 솟구치는 촉수에 마족들이 당황했다.
꾸물꾸물-.
움직이는 촉수에 마족들이 가까이 다가가 손을 휘둘렀다.
쐐애애액-
바람의 칼날이 촉수를 베었으나 촉수는 한 차례 꿈틀거릴 뿐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듯 멀쩡해 보였다.
그때 귀족 마인 하나가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처음엔 알아보지 못했으나 촉수에서 뿜어져 나오는 오라에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깊은 지하.
그보다 더 깊은 곳.
그곳에서 호시탐탐 지상에 나오길 원하는 악.
“이, 이게 왜!”
“태고의 악이다!”
“태고의 악! 그놈이다! 그놈의 촉수야!”
“태고의 악이라고? 그게 왜 여기에……!?”
“우리의 땅을 침공했을 때 완전히 죽였던 게 아니었나!?”
귀족 마인 하나가 태고의 악이라 소리치자 마족들이 질겁하며 마계의 문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무저갱 같은 지저에서 벗어나 어디든 올라가길 원했던 태고의 악은 마계 또한 선택지 중의 하나로 꼽았고, 실제로 마계를 침공했다.
그 당시 마계를 다스리던 마왕은 태고의 악을 물러나게 만들었으나 완전히 죽이진 못했다.
태고의 악은 애초에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그 당시를 겪었던 귀족 마인 하나가 부리나케 마계의 문으로 되돌아갔다.
쐐애애액-!
쿠궁-! 쿵-!
그러나 그들이 등을 돌리기가 무섭게 촉수들이 휘몰아치더니 마족들을 하나둘씩 붙잡기 시작했다.
콰직-!
“끄아아아아아악-!”
“갸아아아아악-!”
“비켜! 비키란 말이다 이 잡종 놈들아!”
마계의 문에서 마족들뿐만 아니라 몬스터들까지 계속해서 나오는 바람에, 누구도 문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촉수에 붙잡혔다.
채찍처럼 휘몰아치는 촉수에 몬스터들이 죽고 마족들이 죽었다.
그리고 곧 붙잡힌 마족들의 사지가 분해되기 시작했다.
“끄어어어어억-!”
그야말로 지옥도였다.
태고의 악 케트룬의 진면목이 보이는 순간이었다.
태초부터 시작된 재앙 앞에선 제아무리 강한 마족들이라도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슈우우욱-.
쐐액-!
물론 저항하는 마족들도 있었다.
하지만 웬만한 공격으로는 촉수에 상처 하나 내지 못했다.
“그르르르.”
케트룬은 마치 파리를 잡듯 촉수를 휘둘러 마족들을 계속해서 때려잡았다.
‘엄청나군.’
케트룬이 상대라 마족들이 약해 보이는 것뿐이지, 저들은 모두 다 마계에서 상당한 힘과 권력을 자랑하는 강자들이었다.
‘비장의 무기는 이런 식으로 사용해야지.’
지저에 간 보람이 있었다. 분명 새벽회주라면 이런 방법으로 마지막까지 발버둥 칠 거라 예상했다.
‘일석이조로군.’
콰앙-! 콰앙-!
케트룬이 날뛰는 사이.
저 멀리 새벽회주의 모습이 보였다.
마계의 문을 열고 도망가려던 새벽회주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경악하고 있었다.
“뭐야, 이게……?”
새벽회주는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는 마족들이 얼마나 강한지, 얼마나 잔혹한지 잘 알고 있었다.
태어나기를 강자로 태어나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함을 가진 이들이다.
하물며 마계의 귀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눈짓, 손짓 한번으로 생명을 집어삼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마족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가고 있었다.
거대한 촉수.
바닥, 벽, 천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촉수가 마족들을 짓뭉개고, 박살 내고, 조각 내고 있었다.
수많은 거대 촉수들.
그 본체가 어디 있는지 짐작하기 겁날 정도로 거대한 촉수들이 마족들을 마구잡이로 몰살시키고 있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그 사이에서 에단은 굉장히 여유로웠다.
“저, 저건 도대체 뭐냔 말이다? 에단 휘커스, 네놈이 저걸, 도대체 저걸 어떻게?”
믿기지가 않았다. 시간 벌이는 실패했다. 모든 상황이 끝나 버렸다. 수십 년간 계획해 왔던 일이 사실상 물거품이 되어 버렸는데 정작 도망조차 치지 못했다.
일이 어떻게 되어 가든 일단 도망쳐야 했지만 태고의 악이 뿜어내는 압박감 때문에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당연했다. 태고의 악은 새벽회주 따위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했으니까.
메인 시나리오의 주인들끼리 싸우면 약한 쪽이 더 강한 쪽에게 잡아먹히기 마련이다.
‘태고의 악은 메인 시나리오의 보스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강한 편이니까. 거기다 새벽회주는 나한테 인형 사도를 잃으면서 내상을 크게 입었다.’
새벽회는 집단 전체가 보스로 취급되지만 태고의 악은 단일 개체의 보스다. 새벽회가 가진 모든 힘, 어쩌면 그 이상의 힘이 태고의 악 하나에게 집중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새벽회주가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아직, 아직이다.”
아직 마계의 문은 열려 있다.
“마계의 가장 높은 자가 올 것이다.”
그때 마계의 문 쪽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쿠르르릉-!
마치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새카만 오라가 분수처럼 치솟았다.
그리고 그 오라 속에서 검은 망토를 휘날리는 마족 하나가 나왔다.
붉은색 눈동자.
보랏빛 피부.
황금색 눈동자의 대마족이자 마계를 다스리는 왕.
마왕 리스카도르였다.
“오랜만이구나, 인간계에 문이 열린 건. 인간 놈들은 이래서 재미있단 말이지. 실수를 반복하며 자기는 다를 거라 생각하는 꼴이란. 그 희망이 인간을 더 높이 비상시키기도 하지만 더 깊은 절망으로 빠뜨리기도 하지.”
중후한 목소리가 퍼졌다.
새벽회주는 이번에야말로 작정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분명 마왕이 시간을 벌어 줄 것이다.
앞서 나왔던 마족들과는 격이 다르다.
강자존의 율법이 지배하는 마계에서도 오랜 세월 정점을 지켜 온 마족이었다.
“……음?”
마왕 리스카도르가 주변에 꿈틀거리는 촉수를 보았다.
그러고는 그 뒤에 있는 에단을 이어 보았다.
“…….”
그리고 침묵했다.
“아니지?”
에단에게 마치 동의를 받듯 묻는 리스카도르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 당신이 알고 있는 게 맞을 거야, 마왕.”
에단이 고개를 끄덕이자 문 밖으로 나오던 리스카도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을 휙 돌렸다.
“닫겠다.”
그러고는 새벽회주가 오랜 세월 모아 온 힘으로 연 마계의 문을 즉시 닫아 버렸다.
“우린 아무것도 못 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마왕이 에단을 보았다.
“자비를.”
쿠구구구구궁-!
굉음과 함께 마계의 문이 쿵! 하고 닫혔다.
“상황 판단이 훌륭한 친구구만.”
* * *
“허억. 허억.”
새벽회주가 새벽사원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나오자마자 보인 건 시체들이었다.
새벽회주가 눈살을 찌푸렸다.
마계의 문이 열리자마자 넘어온 몬스터들과 마족들.
이놈들은 회주가 도망칠 타이밍을 벌어 주어야 했을 텐데.
그랬어야 할 놈들이 왜 싹 다 죽어 있단 말인가.
그 시체 너머로 한 무리의 기사들이 있었다.
“……암검대?”
모를 수가 없다.
신성 제국의 후계자인 에반젤린 황녀의 직속 부대로 가장 날카로운 검이자 가장 단단한 방패. 그런 암검대는 항상 주의하고 있었으니까.
“어째서 암검대가 여기에……?”
순간 암검이 새벽회주를 보았다.
“마족도, 몬스터도 아니다. 새벽회주가 빠져나왔다. 포위!”
암검이 큰 소리로 외치자 암검대가 순식간에 움직였다.
암검대가 회주가 도망칠 수 있는 모든 루트를 순식간에 차단하고, 정면에서 암검이 움직였다.
“포박의 쇠사슬.”
암검이 검 손잡이 부분에 강하게 힘을 주자 그 안에서 추가 달린 쇠사슬이 나왔다. 암검은 쇠사슬을 붕붕 돌리더니 그대로 회주를 향해 던졌다.
에단에게 당해 힘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회주는 여력이 있었다.
암검대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건 어렵지만 도망치는 건 할 수 있다.
“꺼져라.”
새벽회주는 문 마더의 힘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그 전에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저벅-. 저벅-.
계속해서 도망쳤다.
도망치기 위해서 마계의 문까지 열었다.
그리고 그 마계의 문에서 마계의 왕인 마왕까지 나와 에단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난…… 도망에 성공했어야 했다고. 네가 이렇게 나타나면 안 되는 거잖나! 에단 휘커스!”
새벽회주의 몸이 떨렸다.
“그러게 내가 말했잖아. 추적에 일가견이 있다고.”
“원하는 게 무어냐? 우린 결국 같은 목적을 가진 게 아니냐!”
에단이 새벽회주를 포위한 암검대에게 손짓했다. 암검대는 금세 말을 이해하고 뒤로 물러났다.
남은 건 에단과 새벽회주, 둘뿐이었다.
“원하는 게 뭐냐고?”
에단이 솔깃하다는 듯 묻자 새벽회주가 기세를 이었다.
“절멸증을 치료하고 싶은 거겠지? 도와줄 수 있다. 우리 새벽회가 십자회와 길이 갈라졌지만 결국 목적은 하나다. 문 마더께서 강림하실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놓는 것이지. 네 목적도 그것일 터.”
회주가 말했다.
“네가 모르는 궁금한 일들도 모두 말해 줄 수 있다. 그러니 원하는 걸 말해다오.”
결국 목숨 구걸이었다.
하지만 회주는 에단이 자신을 쉽게 죽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에단이 궁금해할 만한 정보들을 모두 쥐고 있었으니.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으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조금씩 정보를 풀어 시간을 끈다면 얼마든지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회주는 그렇게 생각했다.
“회주.”
에단이 그런 회주를 보며 미소 지었다.
“절멸증이 병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알고 당신도 알아. 정확한 치료 방법도 없겠지. 십자회 내에도 없던 게 새벽회에 있을 리가 있나.”
그렇게 말하곤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당신이 쥐고 있는 모든 정보는.”
그러고는 강하게 땅을 밟았다.
서-걱!
“나도 다 아는 거거든. 굳이 널 살려 둘 이유가 없다는 거지.”
“끅…….”
새벽회주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새벽사원을 공략했습니다!
-새벽회를 이끄는 자, 새벽회주 샨드리아를 제압했습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