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27)
신들의 구독자 427화
427화. 가르침
“다 같이 작정하고 온 건가? 어떻게 이리 빨리…….”
위겐이 혀를 찼다.
그리 사이가 좋지 않은 네 가문이 중 두 가문이 같은 타이밍에 올 줄이야.
저쪽에서 인지한 이상 도망칠 순 없다. 도망치면 도망치는 대로 추격이 붙을 테니 말이다.
애초에 에단은 마도 제국에 정식으로 들어왔다. 도망 같은 걸 칠 이유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위겐이 당황하자 에단이 괜찮다는 듯 손을 들었다.
“마중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위겐 님. 위겐 님의 마음은 제가 잘 받았습니다.”
‘선의는 기억해야지. 오래도록.’
거기다 위겐은 그 실력이 확실하니, 이베카에 초대해 강사로 삼아도 학생들에게 굉장히 좋은 영향을 끼칠 터.
‘다른 교육 방식을 가지고 있으니까.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기에 참 좋지.’
“뒤로 물러나십시오.”
에단이 손짓하며 위겐을 뒤로 물렸다.
가장 먼저 도착한 4대 명문 가문 중 하나, 도젠 가문의 가주가 앞으로 나왔다.
도젠 가주는 굉장히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우리가 가장 먼저 왔군! 이래서 객식구를 잘 구해야 돼.”
“파리스 님,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참 다행입니다.”
파리스 도젠. 마도 4대 명문 가문 중 하나인 도젠 가문의 가주인 그는 가문에 여러 재능 있는 객식구들을 데리고 있었다.
그중 바람을 다루는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가장 먼저 에단의 앞에 도착한 것이다.
“흐음! 자네가 에단 휘커스인가?”
가벼운 말투로 다가오는 도젠 가주에게 에단이 한 걸음 다가갔다.
“건방지군.”
“……뭐?”
“이제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지. 나와 한 번 싸워 보고 싶어 온 거 아닌가? 그럼 예의를 지켜야지, 파리스 도젠.”
그 말에 파리스 도젠을 포함해 그를 따라온 도젠 가문의 식솔들이 움찔거렸다. 식솔들 중엔 그 모욕에 참지 못해 얼굴을 붉히며 무기를 들고 앞에 나서려는 이들도 있었다.
에단은 그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신성 제국에선 그에 맞춰서 행동했지만 이곳은 마도 제국이다.
게다가 이전과 달리 지금 에단은 마스터 교사이자 십이성 가문 중 하나인 휘커스 가문의 장자로 왔다.
이렇게 하대를 들을 만한 입장이 아니었다. 상대가 마도 4대 명문의 가주라고 해도 말이다.
‘여기선 스스로 쟁취해 내는 게 중요해. 하대를 받고 가만히 있으면 하대를 해도 되는 존재가 된다.’
증명은 스스로 해야 한다. 때문에 에단은 아주 자연스럽게 강한 어투로 파리스 도젠 가주를 압박했다.
‘게다가 이 마도 제국에선 말을 조심할 필요가 없지. 내 입장에선 정말 편한 곳이야.’
순식간에 태도가 변한 에단을 보고 위겐이 두 눈을 껌뻑거렸다.
위겐이 아는 에단은 아주 훌륭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강한 힘을 가졌지만 겸손하고, 상대를 적절히 배려하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그 힘을 드러냈다.
그런데 지금 에단에게선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마치…….”
위겐이 아는 마도 제국의 강자들이 보이는 모습이었다.
위겐이 알기로 신성 제국의 기조는 마도 제국의 기조와 완전히 달랐다. 당장 교류제에서 만나 본 신성 제국의 사람들은 확실히 마도 제국의 사람들보다 유한 부분이 있었다.
특히 귀족들이 더더욱 그랬다.
그들은 마도 제국의 강자들처럼 강함만을 숭상하지 않는다.
때문에 서로 간의 체면을 세워 주고 쉽게 싸우지 않는다. 대신 한 번 싸우면 한쪽이 사라질 때까지 그 원한이 쭉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막 마도 제국으로 넘어온 이들은 그 기조에 적응하지 못해 짓눌리거나 너무나 강하게 반발하여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마도 제국의 사람들은 쉽게 싸우고 쉽게 풀지만 신성 제국 사람들은 그 반대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에단이 보이는 모습은 마도 제국의 귀족 그 자체였다.
가볍게 다가오는 말에 가볍게 응수하는 저 모습.
“적응이 이미 끝나셨네.”
처음부터 적응할 필요가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원래 마도 제국 출신이셨나?”
위겐은 조용히 에단의 뒤에서 기다렸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지만 에단이 오히려 여유롭게 검을 들었다.
“마음에 안 드시오? 화가 나신 것들 같은데. 다들 내가 누군지 알지 않나?”
에단이 입꼬리 한쪽을 자연스럽게 올리며 웃었다.
“내가 누군지 아는데 말투가 그따위인가? 심지어 당신은 마도 제국에서도 4대 명문이라 불리는 귀족가를 이끄는 수장인데?”
에단이 고개를 까딱거렸다.
“실력이 궁금하면 오시오. 내가 3수 먼저 받아 줄 테니까.”
“하, 하하하하하하하하-!”
도젠 가주가 경쾌하게 웃더니 으득, 이를 갈았다.
“말투가 그리 거슬렸다면 내 사과하지. 하지만 그냥 그래 줄 순 없고.”
도젠 가주가 말했다.
“이겨서 쟁취하는 거야. 그게 싫으면 우리의 땅을 밟을 수가 없는 거지.”
도젠 가주의 말에 가주의 식솔들이 강하게 발을 굴렀다.
“대신 내가 이기면 그냥 목을 베어 버려도 괜찮겠지?”
에단이 말없이 검을 들었다. 그러고는 서리검으로 도젠 가주를 겨누었다.
“왜 이리 말이 많지? 마도 제국은 무기부터 나간다고 들었는데. 언령이라도 쓰는 건가?”
콰악-!
에단의 도발에 흥분한 도젠 가주가 강하게 돌진했다. 마치 성난 황소와도 같은 강렬한 돌진이었다.
그렇게 도젠 가주의 검이 에단과 맞부딪치려는 그 순간.
“멈춰라!”
도착한 다른 4대 명문의 귀족이 목소리를 쩌렁쩌렁 울리며 싸움을 말렸다.
본래라면 그냥 검을 휘둘렀을 테지만, 도착한 귀족 가문이 도젠 가문보다 윗줄에 있는 가문이었기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후.”
혀를 찬 도젠 가주가 검을 털더니 흥이 깨졌다는 듯 에단을 노려보았다.
“운 좋은 줄 알도록.”
“혼잣말하나?”
“……뭐?”
에단이 한 번 더 웃으며 도젠 가주의 심장 부근을 가리켰다.
샤아아악-.
도젠 가주의 가슴팍이 새파랗게 얼어붙고 있었다.
“언제…….”
에단의 말대로, 운이 좋은 건 자신이었다.
“어이가 없군.”
도젠 가주는 에단이 도발한 그때부터 검을 휘두를 때까지 완전히 흥분에 몸을 맡겼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싹 다 유도한 거군. 하, 하하하.”
처음 마도 제국으로 넘어온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전부 파악하고, 그 입장을 이용해서 자신의 권위를 짓눌러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다.
도젠 가주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신성 제국의 초신성이라더니.
“백 년 묵은 너구리가 넘어왔잖아.”
“가주님!”
“가주님, 괜찮으십니까!”
황급히 다가온 식솔들이 도젠 가주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다. 그보다…… 아쉽군.”
다른 4대 명문이 전부 다 와 버렸다. 이렇게 된 이상 싸우는 건 힘들어진 거나 다름없다.
다들 먼저 싸우려고 앞장설 테니 말이다.
파리스 도젠은 자신의 가슴팍을 툭툭 털었다. 양기를 이용해 심장 부근을 얼리는 한기를 지우려 한 것인데, 정작 그 냉기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
잠시 생각하던 파리스에게 아쉽다는 감정이 사라졌다.
이건 이미 끝났다.
“살려 준 거군.”
운이 좋다는 에단의 말은 단순히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뜻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목숨을 건졌으니 운이 좋다는 의미였다.
마도 제국엔 강자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딱 열 명만 꼽자면 파리스 도젠은 그 열 자리 중에 한 자리는 당당히 차지한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런 자신이 이렇게 당한 거라면, 서열 정리는 이미 끝난 것이다.
“가자.”
“……예?”
“실력은 충분히 봤다.”
도젠 가주가 말했다.
“하지만 가주님…….”
제대로 싸워 보지도 않았지 않은가. 게다가 저 건방진 언행. 다른 명문 가문이 왔기에 싸움을 멈춘 것뿐이지, 아직 상황은 정리되지 않았다.
이렇게 당하고만 물러날 수 없었기에, 식솔들은 상당히 감정이 끓어오른 상태였다.
하지만 가주의 표정을 정확히 읽는 이도 있었다.
“가주님께서 결정을 내리셨다. 철수한다! 에단 휘커스의 실력은 확실히 보았다! 못 본 사람 있는가!?”
부가주가 소리치자 다들 벙어리가 되어 입을 다물었다.
“나보다 위다.”
실력 차이를 깔끔하게 인정한 파리스 도젠은 식솔들과 함께 자리를 떴다.
다른 4대 명문까지 도착했으니 큰일이 났다 생각한 위겐은 갑자기 자리를 뜨는 파리스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 있었다.
“파리스 놈, 안 될 걸 알고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는군. 뭐, 그렇지. 순서를 기다린다고 해도 파리스 놈에게까지 순서가 돌아가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또 다른 4대 명문의 가주가 이죽거리며 에단을 보았다. 도젠 가문보다 윗줄에 있는 4대 명문 가문 중 하나로, 마도 제국 내에서 그 위상이 하늘을 찌르는 가문이었다.
그 가문의 가주가 입을 열려고 하던 그때.
이번엔 수많은 귀족 가문들이 자기 가문의 깃발을 들고 대거 달려오기 시작했다.
다가닥-! 다가닥-! 다가닥-!
시끄러운 말발굽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몰려왔다.
그 모습을 본 4대 명문 가주가 인상을 썼다.
“건방진 놈들이, 순서가 있거늘.”
“이 정도면 축제를 벌여도 되겠는데.”
축제를 일으킨 장본인인 에단이 그렇게 말하자 위겐은 자신도 모르게 입을 막았다. 웃음이 나오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어서 도착한 귀족들 또한 마도 제국 내에서 쟁쟁한 귀족들이었다. 역사와 전통에 밀려 4대 명문에 들어가지 못할 뿐이지, 제국 내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었다.
다들 자신만의 확고한 영역을 가지고 그 안에서 왕처럼 지내는 이들이었기에, 위겐은 꿀꺽 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위겐도 어디서 밀릴 정도는 아니었으나 이 정도로 모여 버리면 마이스터의 칭호도 사실상 큰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화이트 가문 전체가 와야 그나마 면을 세울 수 있을 정도였으니.
신성 제국 출신인 에단에게는 상당히 이질적인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그리 생각한 위겐이 에단을 슬쩍 보았다.
하지만 에단은 여전히 여유로워 보였다.
처음 국경을 넘어 마도 제국에 들어왔을 때나 수많은 귀족 가문이 포위한 채 흉흉한 오라를 뿜어내고 있는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었다.
에단은 그들을 쭉 살폈다. 깃발을 하나하나 돌아보며 깃발을 든 기수와 귀족가의 식솔들이 볼 수 있도록 그대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저벅저벅-.
에단이 걸어 나오자 먼저 에단에게 인사를 하고 그 고매한 실력을 보고 싶다고 말하려던 가주들이 오히려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마도 제국에 놀러 온 게 아니오.”
그들 사이를 가로지른 에단은 어느새 그들의 중심에 서 있었다.
“다들 알고 있을 텐데? 내가 병을 치료하러 마도 제국에 왔다는 걸.”
에단이 그들을 차가운 눈으로 돌아보았다.
“물론 궁금했겠지. 마도 제국까지 퍼진 소문이 진짜인지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었을 거야.”
높아진 명성.
높아진 명성에 더해 마스터 칭호를 받으면서 정식으로 마도 제국에 넘어올 수 있게 되었다.
신성 제국의 황제인 성황에게 인정받은 에단이 직접 마도 제국으로 넘어 왔으니, 그 소문의 진위가 너무나도 궁금했을 것이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궁금하다면 내가 알려 줄 테니까.”
에단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씩 웃으며 검을 꺼내 들었다.
“시간 없으니까 싹 다 덤비도록. 신성 제국, 이베카 아카데미의 마스터 교사인 내가 가르침을 주겠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