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3)
신들의 구독자 43화
43화. 문로드
“아아.”
“여신님…….”
“여신 문포스시여.”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는 여신님을 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신님께선 저희를 잊지 않으셨군요.”
“이제 다시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믿음에 보답하겠습니다.”
엘더 요정들이 감동하며 고개를 숙였다.
-고대의 신인 달의 여신 문포스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잊혔던 신앙심을 일깨웠습니다!
-여신의 힘이 강해졌습니다!
-[서리 베기]의 힘이 강해졌습니다.
-[문포스]의 힘이 강해졌습니다.
에단의 말은 그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성공이다.’
에단의 말이 진실이든 아니든 그건 중요치 않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말을 해 주는 게 우선이었다.
“후예시여, 요정들을 이끄는 여왕 된 바로 맡았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대대로 여왕의 자리에 오르신 요정님들은 그 임무를 잊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제 신께서는 그러한 사실을 다 알고 계셨습니다.”
에단이 그렇게 말하자 여왕의 눈빛에 자부심이 깃들었다.
“제가 후예님을 더 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띠링-!
-요정 여왕 메르디가 당신과 계약하고 싶어 합니다.
-메르디와 계약할 경우 요정 여왕의 힘을 빌릴 수 있습니다.
[에단 휘커스로 살아남기] 3번째 퀘스트.생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와 계약하는 퀘스트를 클리어할 수 있는 선택창이 떴다.
여기서 요정 여왕과 계약을 맺는다면 분명 생존 확률이 크게 올라갈 것이다.
‘요정들의 여왕 정도면 나쁘지 않아.’
하지만 에단은 쉽사리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걸로 만족할 순 없지.’
요정 여왕의 계약은 지금 당장 도움이 되겠지만 에단은 요정 여왕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존재와 계약을 맺을 생각이었다.
‘계약한 이가 누구냐에 따라 보상도 달라질 테니까.’
보상을 최대로 끌어내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편이 좋다.
“메르디 님, 제안은 정말 감사합니다만 요정들에게는 여왕님이 필요합니다.”
그 정중한 거절에 메르디가 미소 지었다.
“그 말씀이 맞습니다. 아직 이들에겐 제가 필요하겠죠. 하지만 언젠가 꼭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메르디 님.”
“그럼 이제 원하시는 걸 들어 드리겠습니다. 후예께서는 신전을 찾으러 오셨지요? 제가 신전까지 안내하겠습니다.”
에단은 메르디와 함께 나무 바깥으로 나왔다.
요정들은 빛을 반짝이며 에단을 마중 나왔다.
“제 목숨을 구해 주신 것과 숲의 정화해 주신 것,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 모든 게 전부 에단 님 덕분입니다.”
메르디가 그렇게 말하며 날갯짓을 했다. 그러자 주변에 순간 따스한 온풍이 불었다.
“손을 내밀어 주시겠어요?”
에단이 손을 내밀자 요정 여왕이 에단의 손등에 가까이 다가가 입을 맞췄다.
“당신의 모든 여정에 축복이 있기를.”
-요정 여왕 메르디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영구적으로 모든 스탯이 5만큼 증가합니다.
-요정의 숲의 구원자가 되셨습니다. 명성이 30만큼 상승합니다!
요정 여왕의 축복에 명성 상승까지. 마지막 보상까지 깔끔하게 챙겼다.
“…….”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본 예리카는 왠지 묘한 기분을 느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신전으로 가시죠, 후예님.”
* * *
에단이 신전으로 떠나기 전에 요정의 숲을 풍운에 저장했다.
-요정의 숲이 풍운에 등록됩니다.
-풍운을 사용하여 언제든지 요정의 숲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제 어느 때든 이 요정의 숲을 올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포탈을 만들어 놓는 게 좋겠지.’
풍운이 좋은 점이 있다면 굳이 장소를 제약받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도시든 길의 한가운데든 상관없이 그 위치를 등록해 놓는다면 언제 어디서든 이동할 수 있었다.
‘대신 무한히 등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는 도시나 거점이 되는 곳만 계속 등록할 수 있었고, 그런 곳이 아닌 곳은 총 다섯 곳만 등록이 가능했다.
“이쪽으로.”
에단과 예리카가 요정 여왕의 뒤를 따랐다. 요정 여왕이 안내자가 되었으니 숲지기는 더 이상 필요가 없었다.
에단에 대한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한 숲지기는 다시 도시로 돌려보냈다.
숲지기도 빨리 돌아가고 싶었을 것이다.
“에단 님, 정말 그 달의 여신의 후예였던 거예요? 그럼 휘커스 백작 가문은 여신님의 뜻을 이은 가문인가요?”
“아니, 후예는 나뿐이야. 병약해지고 나서 운 좋게 여신님의 힘을 얻게 됐거든.”
그 말에 예리카는 에단이 어째서 그렇게 강한 건지 알게 되었다.
“그러면 신전에 가는 건 달의 여신님께 공물을 바치러 가는 건가요?”
“뭐, 그런 셈이지.”
퀘스트의 목표는 새롭게 달의 여신의 후예가 되었음을 달의 여신에게 알리는 것이었다.
알리는 방법으로 가장 간단한 건 공물을 바치는 행위였다.
신전에서 공물을 바치게 되면 아마도 달의 여신이 새로운 후예인 자신을 알게 될 터.
‘어쩌면 이미 알고 있을 수도 있어.’
공물을 바칠 필요 없이 신전에 도착하는 것만으로도 퀘스트가 완료될 수도 있었다.
‘달의 여신의 축복까지 받게 되면 다음은 여러 축복들이나 초인력을 하나 정도는 얻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현재의 에단에게는 서리검-레아가 있었다.
척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검인 이 서리검은 트레저 헌터나 검을 수집하는 강자들에게 있어 최고의 보물일 터.
분명 다른 목적을 가진 놈들의 시선까지 잡아 끌 것이다.
‘야수왕 같은 놈이 한둘이 아니니까.’
원하는 게 있으면 빼앗으려 드는 놈들에게 서리검-레아는 보기 좋은 먹잇감이었다.
‘보물이란 건 얻는다고 끝이 아니지.’
보물은 지킬 힘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보물을 지킬 힘이 있어야만 비로소 보물이 되는 것이다.
‘힘이 없으면 이건 보물이 아니라 재앙이지.’
요정 여왕의 안내에 따라 한참을 들어가다 보니 어느새 빛이 전부 다 사라졌다.
그리고 저 너머에 새파란 불빛이 보였다.
“달빛 같네요.”
홀린 듯한 예리카의 눈빛과 말에 요정 여왕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다운 빛이 마치 길을 비추듯 내리쬐고 있었다.
“이곳이 신전으로 향하는 문로드예요.”
무척이나 아름다운 길이었다.
“관리를 잘 해 놓으셨군요.”
“그게 의무니까요. 여기서부턴 후예이신 에단 님만 들어가실 수 있어요.”
“갔다 올게, 예리카.”
“잘 다녀오세요. 여기 서 있을 테니까요.”
여왕과 예리카를 뒤로하고 에단이 문로드를 걸었다.
-자격이 있는 자만 들어올 수 있는 곳입니다.
-자격을 확인합니다.
-여신 문포스의 후예임을 확인했습니다.
문로드를 걸어 안쪽으로 들어가니 크지도 작지도 않은 신전이 나왔다.
고대 양식으로 만들어진 건물은 꽤 미형이었다.
“이제야 좀 아는 게 나오는군. 그때는 절반쯤 부서져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세월이 느껴졌어도 그 형태가 온전했다.
“응?”
근데 뭔가 이상한 점이 보였다. 신전 기둥에 새카만 아우라가 뱀처럼 얽혀 있었다.
에단이 가까이 다가가자 신전 안쪽에서 스으윽,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도 모르는 신일 텐데, 신전까지 찾아온 자가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구나. 하지만 안타까운 자여, 이곳에 신은 없다. 이미 이곳은.”
새카만 신전 내부에서 나온 건 거대한 뱀이었다.
“내 구역이거든.”
[lv 66]‘이런 미친.’
하체는 거대한 뱀, 상체는 인간 여성과 비슷한 몬스터.
고레벨의 몬스터인 라미아였다. 본래 미궁에나 있을 몬스터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것인가.
“이 신전은 꽤 미로 같아서, 내 집으로 삼기 안성맞춤이야. 인간이여, 신께 공물을 바치러 왔다면 그건 내가 먹어 주마. 너와 함께.”
그냥 평범한 라미아가 아니었다.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어떻게 저런 큰 몸뚱어리로 신전에 들어가 있던 건지 놀라울 정도였다.
“후우.”
역시 쉽게 퀘스트가 클리어될 리가 없다. 에단은 서리검을 들었다.
몬스터들의 재앙 특성으로 인해 약점은 보인다. 야수왕을 운 좋게 잡았을 때와 비교하면 현재의 에단은 크게 성장한 상태였다.
‘얼마든지 잡을 수 있어.’
-몬스터들의 재앙 특수 효과가 발동합니다.
-뱀 형태의 몬스터에게 우위를 가집니다. 약점이 더욱더 많이 보입니다.
‘어?’
생각지도 못한 특수 효과였다.
‘헤라클레스의 설화 중에 뱀을 때려잡는 게 있었나?’
만약 그런 설화가 있어 특수 효과가 생긴 거라면 홍길동의 풍운도 특수 효과가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허준의 침술도 그렇고 말이야.’
스으윽-.
하지만 지금은 그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레벨이 66인 데다가 거대하기까지 한 저 라미아에게 집중해야 했다.
“너를 달의 여신에게 공물로 바치면 딱 좋겠네.”
“그래, 먹잇감은 활발해야 좋지. 신선해야 맛있는 법이거든.”
라미아가 혀를 날름거리며 엄청난 속도로 에단에게 다가왔다.
“캬아악-!”
그렇게 미끄러지듯 쇄도해 오는 것과 동시에 뭔가를 뱉어 냈다.
“이미 피하기엔 늦었다, 인간이여!”
라미아의 독은 마치 그물처럼 퍼져 에단을 덮쳤다. 피한다고 해도 치명상을 입을 터.
하지만 정작 에단이 가만히 있자 라미아는 에단이 포기했다고 생각했다.
“좀 더 날 재밌게 해다오.”
먹잇감은 신선해야 제맛이건만.
하지만 포기해도 상관없었다. 달의 여신에게 공물을 바치러 온 저 인간을 먹으면 달의 힘을 얻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챠락-!
라미아의 독이 그대로 에단을 덮쳤다.
“응?”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분명 그대로 독에 중독되는 것과 동시에 새카맣게 타 버려야 했건만.
“뭐지, 그건?”
쨍그랑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타 버려야 했을 인간이 멀쩡하게 서 있었다.
“이게 뭐냐고?”
씨익.
에단은 서리검을 들고 휘둘렀다.
“몸에 좋은 거.”
“감히! 인간 놈이!”
분노한 라미아가 꼬리를 휘둘렀다.
에단의 눈에 라미아의 약점이 보였다.
몬스터들의 재앙의 추가 효과로 수많은 약점이 눈에 들어왔다.
개중에서 가장 새빨간 점.
‘저기다.’
에단은 그 점을 노렸다.
“후우우.”
숨을 내뱉자 새하얀 숨결이 뿜어졌다.
“서리 베기.”
요정들의 신앙심을 일깨운 덕분에 한층 위력이 강해진 서리 베기가 그대로 라미아의 약점을 베어 냈다.
꼬리에서 약간 윗부분.
비늘색이 조금 다른 그 부분이 바로 결정적인 약점이었다.
서-걱!
베이는 것과 동시에 라미아의 꼬리가 얼어붙었다.
“끄으으으으!”
꼬리가 베인 라미아가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인간이 낼 수 있는 힘이 아니야! 어, 어떻게!”
라미아는 그대로 신전 안으로 도망치려 들었다.
그러나 에단은 순순히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네 가죽은 꽤 비싸 보이는데.”
“저, 저리 꺼져라! 꺼지란 말이다!”
“가죽 갑옷으로 만들어 주마.”
에단이 호흡과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