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35)
신들의 구독자 435화
435화. 유희
포탈 내부.
에단과 로디튼은 구름 위에 있었다.
시시각각 휙휙 바뀌는 풍경 속에서, 에단과 로디튼은 동그랗게 구멍이 뚫린 구름을 발견했다.
그 구름 밑으로는 지상이 보였는데, 지상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굉음.
무기와 무기가 맞부딪치는 소리, 고함 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전쟁?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 입구로 들어왔더니 포탈이 또 있고, 포탈을 타고 들어왔더니 이번엔 구름 아래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니? 애초에 저것들은 다 뭔데?”
놀란 건 에단도 마찬가지였다.
조금 과장하자면 에단은 남들도 모르는 몇 가지를 제외하면 메판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말할 수 있었다.
다양한 플레이를 해 가며 몇 번이고 클리어해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건 에단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신들의 도시, 그리고 그 아래 지상에서 펼쳐지는 싸움.
‘꽤나 대규모야. 저건 말 그대로 전쟁이다.’
신들의 도시에서 신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신세계.”
신세계의 신들이 가진 능력을 베풀어 구독자들을 모으는 형식으로 전쟁을 하고 있다면, 여기선 신들이 직접 그 능력을 이용해서 전쟁을 하고 있었다.
‘비슷한 건 둘 다 신들의 유희라는 거군.’
에단이 지상의 상황을 자세히 살폈다. 로디튼 또한 꽤 충격을 받았는지 지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에단 선생, 지금 내가 판단하기로는 저 밑의 인간들, 진짜 인간들이 아닌 것 같은데.”
로디튼의 말에 에단 또한 눈에 힘을 주어 살폈다.
지상의 인간들에게선 인간이 가지고 있어야 할 특유의 생명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로디튼의 말대로야.’
저건 인간이 아니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인형이었다.
‘인간과 똑같지만 생명 에너지가 없어.’
병정놀이를 하듯 인간 모습으로 병정을 만들어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설마 성녀가 이 유희에 휘말린 건가?”
“아마 그런 듯합니다.”
‘1, 2사도는 이곳에서 정확하게 뭘 하려고 했던 거지?’
그때.
쿠웅-!
에단의 등 뒤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새로운 인간들이 들어왔군. 근래 들어 가장 흥미로운 상황이야.”
구름을 타고 있는 게 마치 신선 같은 사람이었다.
아니, 사람이 아니다.
“신이십니까?”
“오, 문포스의 힘이 느껴져. 바로 직전엔 문 마더의 힘을 계승한 이가 들어왔었는데 말이야. 신들의 후예들이 재미나게 힘 싸움이라도 하고 있나? 하계의 상황이 너무나도 궁금해지는구나.”
로디튼이 곧바로 품속에서 아티팩트 하나를 꺼내 들었다.
샤아아아악-.
“오, 재미난 물건을 가지고 있구나. 하지만 의미가 없다.”
구름을 탄 신이 화염을 내뿜기 시작했고, 화염은 정확하게 에단에게 향했다.
그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로디튼이 대응하려고 했음에도 늦어지고 말았다.
불릿 타임.
느려지는 시간 속. 에단은 신의 공격을 피하거나 반격하려 하지 않고 오롯이 신을 관찰하는 데 집중했다.
지금이 이 신들의 도시에서 모든 걸 뒤집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메판의 신들은 로디튼이 말한 대로 제멋대로에 인간의 목숨을 그리 중하게 여기지 않아.’
하지만 그들도 신경 쓰는 게 있다.
‘바로 진명이지. 진명은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거야. 인간에게 인간의 법칙이 있는 것처럼, 신에겐 신들의 법칙이 있거든.’
신을 부르는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게 있다면 바로 진명을 부르는 일이었다.
진명을 불러 소원을 빌면 신은 들어주어야 한다.
의식을 진행하는 이가 부르는 이름이 진명에 가까울수록 신은 강한 힘을 얻고 인간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된다.
‘그러한 맹약에 묶여 있거든. 신들에게 인간계는 간섭하기 힘든 곳이니까 말이야.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그 이름을 정확히 말해야 해. 그렇게 하면 인간계에 간섭할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힘을 줄 수 있게 되지.’
에단은 문포스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신들과 계약을 맺어 본 경험이 있었다.
지금처럼 후예가 되기도 했고 그들을 믿는 신도가 되기도 했었다.
때문에 많은 메판의 신들을 알고 있었고, 그들의 맹약과 법칙들을 아주 잘 알았다.
문포스나 뇌명의 신과 계약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나온 에단의 선택이었으니 말이다.
에단은 신이 내뿜는 화염 속에서 계속해서 신을 관찰했다.
그가 누구인지.
그의 진명이 뭐였는지 떠올리기 위함이었다.
‘뿜어 대는 불꽃, 구름, 황금색 눈동자.’
아직 힌트가 부족하다.
에단은 한층 더 그를 자극하기로 마음먹었다.
‘특징을 뽑아낸다.’
“이름도 없는 신이 건방지게.”
에단이 앞으로 나서며 검을 뽑았다.
신을 자극하는 데 있어 가장 쉬운 건 역시나 도발이었다. 물론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다.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
“오? 앞서 왔던 놈은 넙죽 엎드리던데 말이다. 꼭 필요한 게 있다고. 그걸 달라고 하기에 재미난 놀이에 끼워 주었지.”
신이 여유롭게 웃으며 에단에게 손을 뻗었다.
“너도 그랬으면 살려 주었을 것을.”
화르르르륵-.
순간 이전보다 더 강렬한 불꽃이 에단에게 쏘아졌다. 에단이 그대로 불꽃에 휩싸였다.
에단은 이번에도 의도적으로 불꽃을 방어하지 않았다. 불꽃에 휩싸인 에단을 보고 이를 간 로디튼이 곧바로 에단의 불꽃을 꺼 주려고 했다.
하지만 에단이 그런 로디튼을 제지했다. 그러고는 입만 벙긋거려 괜찮다 말했다.
‘죽지 않아.’
화염에 타오름과 동시에 꽤 오랜 기간 발동하지 않았던 특성이 발동했다.
-미식가 특성이 발동합니다!
-상태 이상 : 화상 상태입니다. 미식가 특성이 발동함에 따라 공격력과 방어력이 오릅니다.
‘알고 있었다. 이 불꽃이 내게 피해를 입히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걸 말이야.’
그 때문에 깨달았다.
그가 불꽃을 흩뿌리는 순간 그의 진명이 떠올랐다.
‘이 불꽃은 애초에 겁을 주기 위한 거야. 내 도발에 기분이 나빴을 테지.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고통을 주고 절망 속에서 죽이려고 했던 거야. 때문에 위력은 적고 고통은 큰 기술을 썼다.’
상태 이상과 함께 온몸이 타오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 기술은 에단의 특성과 상당히 잘 어울렸다.
화르르르륵-!
에단이 온몸에 붙이 붙은 채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쇼프로브 하이어.”
그의 진명은 쇼프로브 하이어.
소수 민족이 모시던 신이었다.
새벽회가 붙잡아 그 힘을 강탈한 여러 신들 중 하나로, 특징이 상당한 신이었다.
‘소수 민족의 촌장이 쇼프로브 하이어의 초상화를 그려 가지고 있었어.’
직접 본 게 아니라 떠올리는 게 늦었다.
“!”
진명을 부르자 불꽃과 도적의 신인 쇼프로브 하이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경악과 더불어 분노의 감정도 함께 보였다.
어떻게 알았냐는 듯한 그 표정에 에단은 감정을 철저하게 숨겼다.
아마 쇼프로브 하이어는 궁금할 것이다.
자신의 신도도 아니고, 그렇다고 만나 본 사이도 아닌 이가 자신의 진명을 부르니 말이다.
그러나 에단은 차분하게 검을 들어 겨누었다.
“나는 너와 장난질이나 하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니야. 나는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찾아왔다.”
‘진명을 아는 것만으로 신을 제압할 순 없지. 그저 발에 족쇄 하나를 채운 거랑 비슷해.’
강한 신들은 족쇄를 차도 강하다.
그렇기에 에단은 서리검의 끝에 힘을 실었다.
신이 장난질을 원한다면.
이쪽도 똑같이 해 주면 된다.
‘신들에게 있어서 우위는 죽지 않는다는 것.’
인간은 죽는다.
신은 죽지 않는다.
-펜리르의 힘이 깃듭니다!
하지만 에단에게는 그들처럼 장난질을 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신을 죽일 수 있는 힘.
펜리르의 힘이 깃들자 쇼프로브 하이어가 경악했다.
진명까지는 어떤 방법을 썼든 간에 알아낼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저건 규격 외의 힘이었다.
인간이 절대 가지고 있어선 안 되는 힘이었기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다.
타고 왔던 구름은 어느새 사라진 상태였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해 주면 여유는 사라지지.’
“그래도 장난질을 하고 싶다면야.”
에단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며 쇼프로브 하이어를 압박했다.
샤아아아악-.
서리검에 담긴 펜리르의 힘이 쇼프로브 하이어가 당장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움직임을 차단했다.
“쇼프로브 하이어, 계속 장난쳐 볼까? 같이?”
“너, 너는……!”
순간 에단의 몸을 태우던 불꽃이 꺼졌다. 쇼프로브 하이어가 자신의 능력을 회수한 것이다.
“눈치는 있군.”
“무어냐, 너는? 어떻게 내 진명을? 아니, 도대체 그 힘은?”
쇼프로브 하이어는 인상을 썼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죽음에 겁을 먹고 뒷걸음질을 치는 꼴이라니.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에단의 검에서 느껴지는 저 불길한 기운은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신격마저 찢어발길 만한 힘이 담겨 있었다.
오히려 로디튼과 에고 소드는 그 어떤 것도 느끼지 못했다.
이 힘은 온전히 신들에게만 두려운 힘이었으니까.
에단이 한 걸음 더 내딛자 쇼프로브 하이어가 기겁하며 다섯 걸음 뒤로 물러났다.
“내가 알고 싶은 게 많거든. 좀 길게 이야기해 볼까? 그게 싫으면…….”
에단이 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 당장이라도 벨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러자 쇼프로브 하이어가 손을 내저으며 급하게 세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다가가는 건 그도 무리인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니! 아니! 좋아! 이야기하자고. 나도 마침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참이다! 원하는 게 무어냐! 다 말해 주겠다! 궁금한 게 있다면 내가 아는 선에선 모두 말해 주겠다! 그러니 일단 그 검은 내려놓아라!”
“다행이네. 의견이 맞아서.”
에단은 쇼프로브 하이어에게 가까이 다가가 아주 자연스럽게 어깨동무를 했다.
쇼프로브 하이어는 에단의 모든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였다.
방금 느껴졌던 그 힘.
신을 죽일 수 있는 힘이 분명했다.
갑작스런 전개에 로디튼이 살짝 당황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머리로는 금방 이해했지만 몸으로는 이해가 어려웠다.
로디튼이 마치 고장 난 골렘처럼 삐걱거렸다.
“으으음.”
어째 에단이 너무나도 낯설어 보였다.
“에, 에단 선생…… 님?”
신을 압도한 에단을 보며 로디튼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까지 편하게 대했던 에단이 난데없이 신을 제압해 버리고 아래에 둬 버렸으니.
“편하게 부르십시오, 로디튼 님.”
“로디튼은 자유로운 모험가이지만 권위에 약해. 이해해 줘, 에단 선생…… 님!”
그 검에 그 주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