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36)
신들의 구독자 436화
436화. 이곳은 어디인가
에단과 로디튼은 쇼프로브 하이어가 만든 구름 집에 앉았다.
쇼프로브 하이어는 이 상황에 상당히 당황하면서도 상당한 굴욕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표정이 썩 좋지 않군. 이 상황이 굴욕적인가?”
“아, 아니다. 그럴 리가 있나.”
“그럼 표정 풀고 확실히 말해. 더 놀고 싶으면 얼마든지 놀아 줄 테니까. 놀다가 좀 다치는 건 괜찮지? 명색이 신이니까.”
에단이 쇼프로브의 어깨를 툭툭 쳤다.
“에단 선생…… 좀 무섭다.”
메리가 로디튼에게 속삭였다.
“……나도.”
“두 분, 걱정 마십시오.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선 여기 있는 쇼프로브 하이어가 다 설명해 줄 겁니다. 쇼프로브 하이어는 이 신의 진명입니다. 알고 계시면 좋습니다. 신은 진명 앞에선 함부로 말할 수도, 행동할 수도 없거든요.”
문포스도 문포스 자체가 진짜 이름이 아니었다.
그 이름은 어디까지나 문포스라는 신을 칭하는 이름일 뿐.
이는 문 마더도 마찬가지다.
“에단 선생은 그걸 어떻게 안 거야?”
메리의 질문에 쇼프로브 하이어가 슬쩍 반응을 보였다.
쇼프로브 하이어도 사실 그게 궁금했다.
자신의 신도라면 모를까. 자기 신도도 아니고 연관도 없는 데다가 다른 신의 후예인 에단이 어떻게 자신의 진명을 안단 말인가?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에단에게서 느껴졌던 그 신살의 힘이었다.
신격을 소멸시킬 수 있는 그 힘은 이 신들의 도시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만능 키라고 볼 수 있었다.
그 어떤 신이든 저 신격 살해의 힘 앞에선 고개를 조아릴 수밖에 없다.
특히 신들의 힘이 가장 강한 이 신들의 도시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그건 비밀입니다.”
웬만해선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듯 단답하는 에단을 보며 쇼프로브 하이어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쇼프로브 하이어,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
“……혹시 내가 대답해야 할 확고한 이유가 있나?”
“단순하게 이야기해 줄게. 대답하지 않으면 널 죽이고 다른 신을 찾을 거야.”
“…….”
쇼프로브 하이어가 두 눈을 껌뻑였다.
“그럼 말해야지. 무엇이든 물어봐다오. 다 말해 줄 테니.”
“신이 목숨을 가지고 협박당하는 거 처음 봐!”
메리의 말에 로디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감탄했다.
“신도 협박을 당하네.”
으득-.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가려고 했건만. 쇼프로브 하이어는 둘을 째려보았다.
어째 에단보다 저 둘, 아니, 인간 하나와 에고 소드 하나가 상당히 거슬렸다.
“한눈팔 여유가 있나?”
어느새 그의 목에 검을 들이댄 에단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에 검이 바짝 다가오자, 쇼프로브 하이어가 천천히 목을 위로 들며 소리쳤다.
“좋게 말로 하자고! 아니, 말해 준다고 했는데 그 흉악한 물건은 왜 자꾸 들이대는가! 흉측한 힘이 담긴 그 검, 당장 내려놓게. 아니, 내려놔 주게!”
“불꽃부터 쏘아 댄 놈이 할 말이 아닐 텐데.”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라.”
“봐라?”
“……보시오!”
에단은 우선 이곳에 대해서 물었다.
“이곳은 어디지?”
“다 알면서 들어온 거 아니오? 이곳은 신들의 도시요. 우리들의 놀이터 같은 곳이지. 이곳은 신계와 인간계의 중간 즈음에 있는 곳이라 인간도 들어올 수가 있고 신도 들어올 수가 있는 곳. 물론 그냥 들어올 수 있는 건 아니오. 육체가 필요하지. 대다수의 신들은 제물로 받은 육체를 타고 이 도시에서 유희를 즐기곤 하는데, 가끔 그대들과 같은 인간들이 들어오기도 해 그 인간들과 함께 유희를 즐기는 일도 있소.”
하지만 이 육체는 단순히 신이 빌리는 육체가 아니었다.
“신이 한번 육체에 들어가면 그 육체는 신의 소유가 돼. 육체가 다치면 신의 신격에도 영향이 가지.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육체를 빌린다기보다는 직접 이곳에 현현하여 유희를 즐긴다는 느낌으로 봐도 되오.”
졸지에 스스로 신들의 약점을 밝히는 꼴이었다.
하지만 당장 목에 칼이 들어온 상황에서 솔직히 말하지 않았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으니. 쇼프로브 하이어는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애초에 그는 전투 계열의 신이 아니었다.
싸움에 익숙했다면 애초에 그런 나약한 공격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전에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이곳엔 왜 들어온 거요? 이쪽은 알겠는데, 저쪽은 모르겠군.”
쇼프로브 하이어가 에단을 가리키고 이어 로디튼을 가리켰다.
“목적은 둘 다 같아. 사람을 하나 찾고 있거든.”
“사람? 앞서 문 마더를 믿는다던 그 두 인간은 아니겠고, 가장 먼저 들어온 인간을 찾나?”
그가 말하는 사람은 분명 성녀였다.
1, 2사도보다 먼저 들어온 성녀.
‘우리가 이렇게 당황할 정도면, 성녀는 훨씬 더 당황했겠지.’
성녀가 로디튼이나 에단처럼 모험을 자주 다니던 사람은 아닐 테니 말이다.
어쩌면 지금쯤 신들에게 휘둘리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수도 있었다.
“그 사람은 어디에 있지?”
“후우우우우, 정말 오랜만에 들어온 인간들인데, 하나 같이 제대로 된 인간이 없군! 인간이라면 얌전히 절망하고 또 도전하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처음 들어왔던 그 인간 또한 인간을 아득히 초월해, 이미 몇몇 신들이 지키고 있던 물건을 빼앗아 유희를 즐기고 있는 중이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생각했던 상황과는 다른 상황에 놓인 듯했다.
“자세히.”
에단의 말에 쇼프로브 하이어가 알았다는 듯이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먼저 들어온 인간, 하얀 빛에게 선택받은 인간이더군.”
홀리라이트 여신이 이들에게는 하얀 빛이라 불리는 듯했다.
“이곳의 유희는 대부분이 수싸움이오. 수싸움에서 제일 재밌는 건 모의 전쟁이고.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 내는 이들은 진짜 생명체가 아니오. 그저 비스무리하게 만들 뿐이지. 하지만 인간이 들어오면 그 인간을 중심으로 재미난 걸 만들 수 있소. 우린 그 하얀 빛을 믿는 인간이 이곳에 오고 난 후 그 인간을 중심으로 놀이를 시작했는데, 아니, 우리라 하긴 좀 그렇군. 지금 이 신들의 도시를 꽉 잡고 있는 세 명의 신이 있거든. 그 세 신을 중심으로 유희가 벌어졌소.”
그러나 그 유희는 잠시 멈췄다.
“그 하얀 빛을 믿는 인간…….”
“성녀다. 우린 그녀를 성녀라 부르고 있어.”
“음, 그 성녀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거든. 유희를 즐기러 온 게 아니라 했지. 인간계를 멸망시키려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이 하려는 계획을 막고 싶다고 했소.”
‘역시, 예상대로야.’
에단이 예상한 대로, 성녀는 이미 1, 2사도의 목적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 계획을 막기 위해 한발 먼저 신들의 도시로 들어온 것이었다.
‘설마하니 성녀가 그 사실을 알고 방해할 거라 생각 못한 1, 2사도가 뒤늦게 들어온 거고.’
아예 모르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성녀의 움직임이 이렇게나 빨랐을 줄은 몰랐을 거다.
“그럼 먼저 들어온 성녀는 목적을 이뤘나?”
“이뤘소. 무결신체를 얻었거든.”
“……무결신체?”
“제아무리 강대한 힘을 가진 신이라 해도 인간계에 강림하려면 그 힘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오. 자신을 믿는 신도들에게 줄 수 있는 힘이 몹시 한정되기도 하지. 무결신체는 그러한 강림 의식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육체요. 무결신체에 깃든 신은 인간계에서도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거든.”
쇼프로브 하이어가 말했다.
“하지만 그건 신이 건드릴 수 있는 것이 아니오. 그 육체에 신이 깃들려면 인간의 힘이 필요하지. 태초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이라.”
“그게 있으면 신이 가진 힘을 고스란히 가지고 인간계에 강림할 수 있는 거군?”
“그렇소. 성녀는 그 무결신체를 두고 그자들과 싸우고 있는 거지. 신들을 등에 업고서 말이오.”
성녀는 그 무결신체를 완전히 없애 버리려고 했다. 그것은 절멸증 의식이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육체 그 자체였다.
‘신을 강림시킬 수 있는 완벽한 그릇이지.’
그게 있으면 절멸증이고 뭐고 신을 강림시키기 위한 준비가 싹 다 필요 없어진다.
‘본래의 시나리오대로라면 새벽회가 무결신체를 얻고 절멸증에서 탈피하게 돼.’
그리고 성녀는 죽는다.
그러니 후반 시나리오에 성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절멸증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어떻게 문 마더를 인간계에 강림시켰나 했는데.’
그런 게 있다면 문마더가 강림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문 마더가 힘을 고스란히 가지고 강림하는 거니까.’
그렇게 되면 누가 문 마더를 막을 수 있을까.
‘이대로 놔두면 1, 2사도가 성녀를 상대로 승리하게 된다.’
그 후 무결신체가 사도들의 손에 들어가면 대륙 멸망 시나리오가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에단이 신성 제국의 새벽회를 완전히 박살 내 놨기에 곧바로 문 마더를 강림시킬 수는 없을 터.
‘하지만 1, 2사도라면 모르지. 그들과 새벽회주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협업 관계에 불과하니까.’
회주의 자리는 그리 중요한 자리가 아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며 같은 목표만을 향유하는 사이일 뿐이다.
‘여차하면 문 마더의 사랑을 독차지하겠다고 서로를 배신하는 정신 나간 놈들이니까.’
그런 이들이 바로 사도다.
그 사도들 중에서도 가장 강하고 가장 광신적인 게 바로 1사도와 2사도였다.
‘성녀가 패배하기 전에.’
어떻게든 성녀와 접촉해야 한다.
“그런데 잠깐만…… 자세히 보니까…… 신을 죽일 수 있는 인간이여, 그대의 몸도 심상치가 않은데?”
쇼프로브 하이어가 경악했다.
“이걸 지금까지 왜 못 보고 있었지? 아! 가려져 있네, 가려져 있어! 지금 묶여 있는 그 힘, 멍청한 인간이 걸어 놓은 그 주박! 그 주박에 문 마더의 힘이 서려 있네? 그걸 가지고선…… 허, 허허, 허허허허! 도대체 당신은 뭐요? 뭐란 말이오!”
에단을 자세히 살핀 쇼프로브 하이어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수많은 축복을 받아도 그런 몸이 나오기가 어려운 일인데. 인간계의 섭리에 맞지 않는 몸이라 그리 된 건가? 그렇군, 그런 몸이라 몸을 싹 비워 제물이 될 수 있는 의식도 버텨 낸 거군. 그런 몸으로도 그만큼 힘을 쌓아 온 건 순전히 그대의 능력이고. 참으로 놀랍소.”
“이 절멸증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나?”
“그 문 마더를 믿는 이들이 하는 행동들 말이오? 알지, 알고말고. 지금 그대의 몸에 있는 것도 문 마더, 그자를 그대로 몸에 강림시키려는 의식 같은 것 아니오? 물론 그대의 몸속에 있는 건 인간이 절대 버틸 수 없는 것이지만 말이오.
“그래, 그런데 여기에 문 마더는 없나? 신들의 도시라면 그들도 있을 텐데.”
“그쪽 신들은 없소. 문 마더와 문포스가 한 갈래에서 나온 건 알고 있겠지? 그 둘은 추방을 당했기에 여기에 들어올 자격이 없지. 정확히는 문 마더가 깽판을 치고 나가는 과정에서 둘로 나뉜 거지만. 이곳에 있는 신들은 인간계와 연관이 없는 신들뿐이오. 관련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말 적지.”
쇼프로브 하이어가 억울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인간과 연관되어 살아온 시간은 얼마 안 되는데, 에단이 어떻게 자신의 진명을 알고 있는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진명을 알고 있는 건지. 허어어…….”
인간계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도 않았고, 딱히 신도들이 많은 것도 아니다.
힘을 내려 주기는 했으나 거대한 신전을 만들거나 종교를 만든 것도 아니었다.
‘쇼프로브 하이어는 모르고 있겠지만 새벽회에선 아주 자그마한 종교의 신들까지 전부 다 찾아다녔거든.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흡수하기 위해서.’
쇼프로브 하이어를 믿는 그 얼마 안 되는 신도들조차 새벽회의 공략 대상이었다.
새벽회의 사도가 되기 직전까지 갔던 에단이었기에 당연히 수많은 임무에 차출되었었고, 그때의 경험을 통해 수많은 신들을 알게 되었다.
‘사실 새벽회에서 정확하게 알려 줬다기보다는 내가 임무를 수행하면서 스스로 얻게 된 정보지만 말이야.’
그렇다 보니 쇼프로브 하이어 말고도 다양한 신들의 진명을 알고 있었다.
신을 죽일 수 있는 힘과 신들의 진명.
‘생각해 보니 내 놀이터나 다름없네.’
압도적인 힘과 권능을 가진 신들이 모인 이곳이 사실상 에단에게는 가장 안전한 도시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