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45)
신들의 구독자 445화
445화. 요새로
2사도가 너무나도 쉽게 쓰러졌다.
1사도는 쓰러진 2사도를 보며 냉정히 상황을 파악했다.
그 누가 2사도를 이리 쉽게 죽일 수 있을까.
2사도가 약한 게 아니다.
에단 휘커스가 너무나도 강했다.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미증유의 힘.
에단의 강함은 심상치가 않았다.
“내가 시간이 많지 않거든.”
에단은 쓰러진 2사도를 뒤로하고 1사도에게 검을 겨누었다.
“그 정도 강함이라면 처음부터 우리를 찾아왔으면 됐겠지. 모든 문제를 무시하고도 남을 만큼 강력한 힘이니까. 하지만 넌 그러지 않았다.”
1사도가 말했다.
“지금 그 힘은 일시적인 것이군. 절멸증은 아직 치료되지 않았고, 너는 지금 절멸증을 치료하려고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무표정이었던 1사도가 미소 지었다.
“그럼 시간은 우리에게 있군. 문 마더께서 우리를 굽어살피신다.”
“그렇지, 문 마더가 너희를 돕고 있는 건 확실해. 문포스 님은 나를 믿고 지켜보시는 것 같고 말이야. 그런데.”
에단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나 강하게 검을 쥐었는지 손이 부르르 떨릴 정도였다.
“오래 걸리진 않을 거야.”
2사도를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상당히 짧았다. 사실상 검을 두 번 휘둘러 처리했으니.
이젠 1사도가 어떤 능력을 가졌든 상관없다.
‘절멸증, 이번만큼은 날 도와라.’
절멸증이 흡수한 이 강력한 힘은 방출할 때마다 에단의 몸을 파괴하고 있었다. 이미 부상이 심각했다.
‘한 번 휘두르는 데 뼈가 부러졌어. 내 몸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위력이야.’
절대 방어가 있다고 한들 몸에 가해지는 반동까지는 어떻게 하지 못했다.
‘조금만 호흡을 잘못하면 그대로 고통에 정신을 잃을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몸을 사릴 수는 없었다.
‘버텨 내야 한다.’
버티면 이기는 싸움이다.
에단이 한 걸음 한 걸음 1사도에게 다가갔다.
“문 생추어리.”
1사도의 몸에서 강렬한 파동이 뿜어져 나왔다. 다가오던 에단을 뒤로 밀어낼 정도로 강렬한 파동이었다.
샤아아아악-.
1사도의 몸에서 문 마더의 힘이 뿜어져 나왔다.
어둡고 새파란 오라.
에단이 뿜어내고 있는 문포스의 오라와 흡사했다.
다른 건 딱 밝기의 차이였다.
문포스의 힘은 밝았고 문 마더의 힘은 어두웠다.
1사도의 발밑에 어둡고 새파란 냉기가 퍼지더니 에단의 냉기와 그대로 부딪쳤다.
샤아아악-.
1사도가 손짓하자 땅에서 무언가가 쑥 뽑혀 나왔다.
그건 검이었다.
“검을 쓸 것 같은 이미지가 아닌데.”
“쓰지 않았지. 쓸 필요가 없었으니까. 지금까지는 검을 들 만한 상대가 없었다.”
1사도가 검을 쥐었다.
그러자 순간 분위기가 변했다.
‘날카롭다.’
바로 직전 새벽회주가 사용하던 인형 사도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생전 대륙 최고라 불린 이들이었다.
검 하나로 일가를 이루고 대륙을 제패한 이들.
‘검성보다도.’
에단이 본 그 어떤 검사들보다도 날카로워 보였다.
“검을 들면 냉정한 판단은 불가능해진다. 사도가 되어 한껏 침착해진 거니까. 검을 드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사도가 아니거든.”
꽈득-. 꽈드득-.
1사도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한없이 가라앉는 눈.
동시에 그가 전개한 문 생추어리가 영역을 줄이더니 검에 흡수되었다.
콱-.
에단이 움직임과 동시에 1사도가 움직였다.
그리고 검과 검이 맞부딪쳤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앙-!
검을 부딪치자 소리가 한발 늦게 뒤따라왔다.
* * *
정확히 5초.
5초 동안 에단과 1사도는 32번 검을 맞부딪쳤다.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에단이 강하다는 건 충분히 느꼈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
“내가, 이 내가…….”
그는 오랜 세월 동안 1사도의 자리를 유지해 왔다.
새벽회를 부흥시키고 문마더를 부활시키기 위해, 그는 가장 먼저 스스로 강해지는 걸 선택했다.
어떤 대가를 치러도 좋다. 어떻게든 강해져야 문 마더를 부활시키는 데 크게 힘을 보탤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각고의 노력 끝에 강해졌건만.
1사도는 에단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1사도가 이를 악물었다. 고통을 참아 보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그의 입엔 새카만 피가 죽죽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에단은 너무나도 강했다. 굳이 미사여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힘이었다.
감히 버텨 볼 수조차 없는 힘이었다.
대륙의 그 누가 상대한다 하더라도 절대 이길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믿을 수 없다……!”
그르륵-.
그가 피거품을 토해 내며 어떻게든 일어서려 들었다.
32번의 충돌 동안 1사도는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했다.
초인력.
문 마더의 힘.
숨겨 놓았던 비장의 힘.
궁극의 기술과 각성기까지 전부 다 사용했다.
절대적인 초인력인 심판의 힘까지 사용했다.
모든 걸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순간도 에단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오히려 심한 내상을 입었다.
내부 장기가 몽땅 파열되어,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공격을 막는 것뿐이었다.
아니, 이젠 막을 수조차 없었다.
꽈앙-!
에단의 검이 그대로 머리 위를 짓눌렀다.
패배.
죽음.
1사도의 머릿속엔 이 두 가지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도대체 그 힘은, 그 힘의 끝은 어디란 말이냐……!”
1사도가 울부짖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검이 그대로 두 동강이 났다.
“확실히, 네가 오랜 세월 1사도 자리를 지킨 이유를 알겠어. 2사도와는 격이 다르네.”
에단은 내심 감탄했다.
1사도는 강하다. 회주나 2사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새벽회에서 가장 강한 이를 꼽자면 에단은 주저 없이 1사도를 꼽을 것이다.
“어쩌면 네가 대륙에서 제일 강할지도 모르겠다.”
에단은 인정했다.
그러나 그 뒤에 미소가 따랐다.
“내가 없었으면 말이야.”
그러고는 사선으로 검을 휘둘러 1사도를 그대로 베어 버렸다.
“커헉……!”
검격을 막아 내지 못한 1사도는 그대로 반으로 갈라졌다.
1사도를 쓰러뜨린 에단은 한 차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입에 고인 피를 뱉어 냈다.
2사도에 이어 1사도까지.
“후우, 후우.”
에단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검을 털었다.
두 사도를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몹시 짧았다.
“빨리 돌아가야 해.”
에단이 빠르게 요새로 뛰었다.
* * *
쓰러져 있는 두 구의 시체.
하늘에서 1, 2사도의 시체 위로 빛이 내려왔다.
새파란 빛이었다.
어둡고 새파란 빛이 쓰러진 두 사도를 강하게 비췄다.
샤아아악-.
두근-! 두근-!
쓰러진 2사도의 몸이 꿈틀거리더니 불쑥 일어섰다.
이어 갈라진 1사도의 몸도 붙기 시작했다.
두 사도가 믿는 신인 문 마더의 힘이었다. 이제 문 마더를 믿는 이는 이 대륙에 이 둘뿐.
그렇기에 이대로 죽게 놔둘 순 없었다.
본래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이곳은 신들의 도시.
인간계도 신계도 아닌 이곳에선 문마더의 개입이 가능했다.
* * *
“빚은 잊은 건가?”
“마황, 내가 당신한테 진 빚은 성녀를 찾는 걸로 끝났어.”
끼이이이익-!
메리가 귀에 거슬리는 불쾌한 소리를 냈다.
“블러디 메리, 확실히 인상적인 검이군. 오랫동안 파트너로 함께 다녔다던데, 오늘부로 그 사이좋은 파트너십도 끝이다.”
스으으으.
마황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오라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콰득-. 콰득-.
바닥이 부서지고 벽이 부서졌다.
로디튼은 슬쩍 고개를 돌려 뒤에 쓰러진 성녀를 보았다.
피 웅덩이 위에 쓰러진 새하얀 성녀.
미동이 없는 게 생명이 발하는 특유의 오라도 느껴지지 않았다.
로디튼은 혀를 찼다.
이곳에 자신이 남은 건 에단 대신 성녀를 지키기 위함인데.
이렇게 되어 버리면 에단 선생을 도왔다고 볼 수 없었다.
이 모험이 낭만은커녕 끔찍한 악몽으로 끝날 것이다.
그래선 안 된다.
“당신이 얼마나 강한지는 겪어 봐서 잘 알아. 내가 못 이긴다는 것도 알지.”
“모험가에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물었었던 것 같은데.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야 오래 모험을 할 수 있다고 말이야.”
마황이 미소 지었다.
“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만용을 부리지 않을 거라 믿네, 로디튼.”
마황은 그대로 성녀를 둘러메고 로디튼의 옆을 지나갔다.
까앙-!
그러나 마황은 그대로 요새를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랬지, 근데 그 뒤에 했던 말은 기억 안 나나 본데.”
로디튼은 웃고 있었다.
싸우면 진다. 죽는다. 이미 확정된 상황이다.
“위대한 모험가가 그 위명을 유지하려면 말이야. 때론 불가능할 것 같은 일에도 도전해야 하는 법이야. 남들이 불가능하다 여기는 걸 가능하게 만들어야 해. 그래야 사람들이 불러 주거든. 위대한 모험가라고.”
불가능한 걸 가능케 한다.
그런 걸 바로 위대하다고 부르는 것 아니겠는가.
로디튼이 마황에게 검을 겨누었다.
블러디 메리가 내뿜는 오라가 한층 더 강해졌다. 로디튼 또한 마나를 한껏 끌어 올렸다.
전력을 다하리라.
“위대한 모험가 로디튼의 검을 받아라. 마도 제국의 황제여.”
그 말에 마황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더니 경쾌하게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무렴, 그 위대함을 그냥 얻었을 리 없지. 좋다.”
마황이 성녀를 땅에 내려 두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성녀의 몸이 두둥실 떠올라 뒤쪽으로 옮겨졌다.
“위대한 모험가의 위대한 모험. 그 종지부를 찍어 주마.”
* * *
요새 안으로 들어온 에단은 입구에서 쓰러져 있는 신들을 보았다.
그들은 파편만이 남아 있었다.
“……에단 휘커스.”
“유희는 끝났다. 삶을 역행하려는 자가 나타났다.”
“우리의 감각에도 걸리지 않게, 아주 은밀하게 나타난 자다.”
“우리는 오랜 잠에 빠져야 한다.”
“혼란을 막아다오.”
“혼란을 막아다오.”
신들은 그 말을 남기고 그대로 사라졌다.
죽은 게 아니다. 말 그대로 오랜 잠에 빠지게 된 것이다.
“신들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란 말인가.
‘시간이 없는데.’
에단은 혀를 찼다.
우선 요새 안으로 들어가 확인해 볼 수밖에 없었다.
“부딪쳐 보는 수밖에 없어.”
꿀꺽꿀꺽.
에단은 우선 탕약을 모두 꺼내 마셨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온몸에 침을 꽂았다.
“가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