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453)
신들의 구독자 453화
453화. 신들의 구독자 (3)
신성 제국의 황성.
거대한 단상 앞에 관복을 입은 수많은 신하들이 정렬해 있었다.
오늘은 신성 제국에 있어 아주 중요한 날이었다.
“에반젤린 황녀께서 들어오십니다.”
제12대 황제가 등극하는 즉위식 날이었다.
전대 황제인 카이로디아스 새크리드의 주도 아래 새로운 황제가 될 에반젤린이 천천히 걸어왔다.
“에반젤린 황녀는 이리 오라!”
카이로디아스 황제의 말에 에반젤린이 부드러운 발걸음으로 황제 앞으로 걸어갔다.
황제는 천천히 자신의 관을 벗었다.
“꽤 오랜 시간 이 자리에 있었지. 하지만 나도 이제 늙어 새로운 물결에 건네주기로 결정했다. 반대하는 자가 있다면 지금 말하라. 그 의견을 들어 주겠다.”
황제의 선언에 신하들은 조용했다.
“그럼 모두가 축하한다고 생각하마.”
11대 황제 카이로디아스 새크리드가 황제의 관을 자신의 딸인 에반젤린 새크리드에게 건네주었다.
“에반젤린, 새로운 황제 폐하. 신성 제국을 잘 부탁드리오.”
“네.”
에반젤린이 결연한 표정으로 머리를 숙였다.
황관이 머리에 씌워지자 즉위식을 진행하는 신하가 큰 소리로 외쳤다.
“에반젤린 새크리드 황녀 폐하께서 새로이 12대 황제에 등극하심을 엄숙히 선포합니다!”
이것으로 에반젤린 새크리드는 정식으로 12대 황제로 등극하게 되었다.
신성 제국의 수많은 신하들이 고개를 숙였다.
이 즉위식에는 한때 후계자 싸움을 벌였던 11대 황제 카이로디아스의 자식들이 모두 다 참여했다.
본래라면 후계자 싸움에서 패배한 이들은 즉위식에 참가할 수 없다.
그러나 에반젤린은 이 후계자 싸움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기에 자비를 베풀 수 있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지, 뭐.”
“차라리 이런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어.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우리들 중 살아 있는 사람이 몇 없었을 테니까 말이야.”
11대 황제 카이로디아스 새크리드가 에반젤린을 안아 주었다.
“고생해라, 딸.”
어깨의 모든 짐을 내려놓은 황제는 여러모로 즐거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항상 권태로워 보이는 카이로디아스였건만.
오랜만에 미소를 짓는 선황을 보며 에반젤린은 자신도 모르게 함께 웃고 말았다.
“아버지께서 웃으시는 모습을 정말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요.”
“그 자리에 있으면 너도 그렇게 될 거야. 많이 웃어 두렴.”
그렇게 성대한 황제 즉위식이 끝난 이후.
황관을 쓴 에반젤린이 단상에서 내려왔다.
대기하고 있던 암검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황제 폐하.”
“축하드립니다!”
“이게 다 너희들 덕분이야. 불치병에 걸렸던 나를 포기하지 않고 따라 줘서 정말 고마워.”
평소엔 상당히 이성적인 에반젤린이었지만 즉위식에서 만큼은 감정을 다스리지 못했다.
그 재능은 출중했지만 불치병에 걸려 후계자 싸움에서 사실상 퇴출된 처지였다.
권력의 구도에서 벗어난 에반젤린이지만 암검과 암검대는 끝까지 그 곁을 지켰다.
에반젤린은 그게 너무나도 고마웠다.
“이젠 그 보상을 받을 때가 왔어.”
“저흰 황제 폐하를 모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황제 폐하로 즉위하신 것이 저희가 받은 보상입니다!”
“말도 잘하네.”
에반젤린이 웃으며 말했다.
“즉위식이 끝나셨는데, 가장 먼저 하고 싶으신 일은 어떤 건지 여쭤봐도 됩니까?”
암검이 벅찬 얼굴로 이제는 12대 황제가 된 에반젤린에게 물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에반젤린 황제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축제에 가는 일이지.”
“……예?”
“절멸증 완쾌 축제.”
“……예?”
암검이 바보처럼 두 번이나 되물었다.
“내가 여기 이렇게 있을 수 있는 이유가 뭐야? 내 불치병이 치료됐기 때문이지? 그럼 불치병을 치료해 준 사람은? 바로 에단 백작 아니겠어? 가서 작위를 좀 내려 줄까 하는데.”
“황제 폐하! 그런 건 함부로 결정하시는 게……!”
“그럼 가서 축제부터 즐기고 생각할게. 휘커스 영지로 가자. 휘커스 영지에 가는 게 황제가 된 내 첫 번째 행보야.”
에반젤린 황제가 경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 다들 휘커스 영지로 바로 가자고! 성대하게 준비해서! 내 병을 치료해 준 에단 백작이 완쾌했어! 이건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겠지?”
* * *
한 달간의 축제 기간 동안 에단이 초대한 모든 이들이 하나둘 도착했다.
엘프, 드워프, 다크엘프.
사막에서도 왔고 수중 도시에서도 사람들이 왔다.
천공 도시의 조인족들도 대거 참석했다.
“뭐, 뭐야!?”
“천사……?”
“천공 도시의 조인족입니다. 너무 놀라지 마세요.”
천공 도시 쪽에선 왕이 직접 왔다.
“그냥 훌쩍 떠나 버리다니. 우리 조인족은 은혜를 꼭 갚소.”
성스러운 땅의 혼란을 처리해 준 에단에게 큰 감사를 하고자 직접 축제에 참여한 것이다.
“그런데…… 흐으으음, 분명 인간들의 도시일 텐데. 왜 이리 다른 종족들이 많지?”
휘커스 영지에 도착한 수많은 이종족들은 서로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와, 날개 좀 봐.”
땅 아래 사는 드워프들은 하늘 위에 사는 조인족들을 보며 놀라고 있었고 사막 전사들은 바다에 사는 어인족들을 보며 놀랐다.
물론 북쪽의 가이스터 사막이 사라진 터라 더 이상 사막 전사라 불리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어느 정도 피부가 건조했다.
“저렇게 촉촉할 수가.”
때문에 어인족의 촉촉한 피부를 상당히 부러워했다.
“와…….”
“에단 도련님은 도대체 인맥이 어디까지 있으신 거야?”
“이 정도면 대륙 일대를 쫙 돌면서 각 종족들과 인연을 맺고 오신 건데, 그게…… 되는 건가?”
하지만 이들의 놀람은 끝나지 않았다.
쿠르르르릉-!
번개가 치는 것만 같은 굉음이 들리더니 거대한 드래곤이 나타난 것이다.
“에단 휘커스의 초대에 받아 왔도다.”
“아, 아니…… 드래곤도 초대하신 거야?”
“말도 안 돼. 도대체 에단 도련님은 어디까지 인맥이……!”
휘커스 영지의 일은 대부분 에단이 한 일이었다.
물론 추진은 휘커스 백작과 휘하의 인재들이 맡았지만 전체적인 틀을 만들고 인재를 영입한 건 모두 다 에단이 한 일이었다.
특히 휘커스 영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시장과 공방은 싹 다 에단의 손길이 닿아 있었다.
1년 동안 시장과 공방을 형성하고 인재를 영입함과 동시에 아카데미의 교사 노릇까지 했다.
거기다 그냥 교사 노릇을 한 게 아니다.
무려 마스터 칭호를 얻을 정도로 아카데미 생활에 진심을 다했다.
“……아카데미도 다니셨잖아. 마스터 교사 칭호까지 얻으셨다고.”
“몸이 열 개라도 못할 거 같은데.”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귀족들의 차례였다.
에단과 연을 맺은 수많은 귀족들이 쉴 새 없이 휘커스 영지로 들어오고 있었다.
“램스데일 가주께서 오셨습니다!”
“검성께서 오셨습니다!”
검성을 포함한 십이성 가주들이 속속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끝이겠지……?”
하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홀리라이트 교단의 교황께서 오셨습니다!”
“홀리라이트 교단의 성녀님도 함께 오셨습니다!”
홀리라이트 교단의 교황과 성녀.
그 보기 힘들다는 성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그 신성함에 수많은 이들이 허리를 깊이 숙였다.
그리고 마무리는 황제였다.
“새, 새로운 황제 폐하께서 오셨습니다!”
“!”
“화, 황제 폐하께서 오셨다고?”
끝판왕이 등장했다.
“오늘 정말 조심해야겠다…….”
“분위기에 취해서 실수라도 하면…… 으!”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 * *
이번 축제에는 십이성 가주뿐만이 아니라 그 후계자들도 함께 왔다.
“제가 제일 먼저 왔…….”
시론 램스데일이 경쾌하게 휘커스 백작에게 인사를 했는데, 그 옆에 이미 다른 한 명이 있었다.
“허허허, 시론 공자가 오셨군. 절멸증 완쾌 축제에 와 줘서 감사하오! 공자!”
그러나 시론은 휘커스 백작 옆에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에단의 애제자이자 옐로우드 가문의 후계자 후보인 메이슨 옐로우드였다.
“하이드 가문에서도 오셨습니다!”
클라우디 하이드를 포함한 아카데미 사람들이 도착했다.
“제가 제일 먼저 왔죠?”
“……아닌데요?”
“엑, 연락을 받자마자 왔는데. 아니, 도대체 다들 언제 온 거예요? 시론 선생님이 제일 먼저 오셨어요?”
이리스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요, 제가 제일 먼저 온 게 아닙니다.”
“그럼요?”
“로안나예요.”
이리스의 물음에 대답한 건 메이슨이었다.
“로안나가 제일 먼저 왔습니다, 선생님.”
“……?”
“걔, 이 영지에 살아요.”
“뭐?”
“여기 공방 하나 차려서 운영을 맡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프로체슈트 가문에서 정식으로 운영하는 공방이라고 했습니다.”
메이슨이 으득 이를 갈았다.
“저도 가주님께 말씀드려 휘커스 영지에 학원을 차릴 겁니다. 마침 그걸 휘커스 백작님께 말씀드리고 있었습니다.”
“…….”
이리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선생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시론의 물음에 휘커스 백작이 안쪽을 가리켰다.
1년이 조금 넘은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정말 꿈만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안쪽에 있네. 지금은 휴식하고 있을 테니 이따 다 같이 만나는 게 좋겠군. 내가 먼저 말해 둘 테니 걱정 말게. 다들 와 줬다고 말이야.”
휘커스 백작이 말했다.
“정말 고마워할 거야.”
“꼭 와야지요. 에단 선생님이 완치되셨다는데요!”
휘커스 백작은 이런 마음이 상당히 고마웠다.
* * *
안쪽 방.
에단과 두 호위, 슈들렌과 예리카가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란 생각은 했습니다만, 이렇게나 빨리 올 줄은 몰랐습니다.”
“이제 건강해지셨으니까요. 술도 마실 수 있게 되셨으니 너무 좋네요.”
슈들렌과 예리카는 상당히 싱글벙글한 표정이었다.
이 둘은 처음부터 에단을 봐 왔다.
정말 살짝 밀면 쓰러질 것만 같던 때부터 지금의 건강해진 모습까지.
그랬기에 에단의 완치가 더 깊게 다가왔다.
“그러게, 사실 건강하다는 게 어떤 건지 까먹고 있었거든.”
그 어마무시한 절멸증을 치료해 버렸다.
“그런데 에단 님…… 황녀님, 아니, 황제 폐하께서 오신다고 하시던데요. 이제 막 즉위식을 하셨는데, 왜 갑자기 오시는 걸까요? 일이 엄청 많으실 텐데요. 인수인계 같은 거 생각하면 꼬박 1년을 업무에 집중해도 모자라실 텐데.”
“날 보러 오는 거지, 뭐.”
“……왜요?”
“그거야.”
에단이 그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얼굴을 매만졌다.
보면 모르겠냐는 뜻이었다.
“확실히 건강미가 추가되셨긴 해요. 하지만 전 그 전이 좀 더 취향이었어요.”
“전 지금이 훨씬 보기 좋습니다! 아! 그렇다고 이전의 얼굴이 별로였다는 게 아니라…….”
슈들렌이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에단이 그런 둘을 보며 술을 마셨다.
“에단 님, 쉬고 계시는데 죄송합니다만 손님들이 많이 오셨습니다.”
“다 왔나?”
“예, 편지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서 응답하셨고, 지금 다 도착하셨습니다.”
“그럼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 연회를 시작하자고 말이야.”
“예!”
“그럼 일어날까요?”
“가서 또 마셔야지.”
슈들렌과 예리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에단은 그들을 따라 회랑으로 나갔다.
회랑에는 도착한 수많은 이들이 있었다.
에단은 도착한 이들의 면면을 보았다.
“다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단이 큰 소리로 외치자 회랑이 떠나가라 축하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에단은 흐뭇하게 웃었다.
“살아 있으니까 좋군.”
사람은 현명하지 못해서 뭔가를 잃어 봐야 그게 소중한 것이라는 걸 안다.
에단은 건강을 잃어 봤기에 그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았다.
“소중히 여겨야지.”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신들의 구독자는 에단 휘커스로 살아남았으니까.
[신들의 구독자 끝> [ 작가 후기 >안녕하세요, 최달해입니다.
1권부터 19권까지. 정말 긴 여정 동안 함께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번 작품은 제가 쓴 글들 중 가장 긴 글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고 보여 드리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 쓰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항상 댓글을 달아 주시는 독자 여러분과 묵묵히 봐 주시는 독자 여러분 덕분에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습니다.
매번 작품을 쓸 때마다 두려움이 많습니다.
저 딴엔 재밌게 쓴 글을 재밌게 읽어 주실지. 아니면 혹평을 하실지.
무섭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항상 작품을 런칭하곤 합니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로 여러 독자분들께서 좋아해 주셔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새로운 작품으로 만나 뵐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최달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