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50)
신들의 구독자 50화
50화. 시험 (1)
현재에 이르러 이베카 아카데미는 수많은 이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곳이었다.
교사든 학생이든 똑같았다.
아카데미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어딜 가든 긍정적으로 작용해, 명문 아카데미 출신이라고 하면 서로 끌어 주고 당겨 주곤 했다.
어딜 가든 같은 아카데미 출신이라면 서로 끈끈한 정이 있다 보니, 퀘스트를 하다 보면 같은 아카데미 출신들끼리 일을 벌이는 경우가 많았다.
기사단장급이나 그에 준하는 고위직들 대부분은 항상 명문 아카데미를 졸업한 이들이었다.
그러니 그들과 같은 아카데미를 졸업한다면 그들의 후배가 되는 셈이었고, 여차하면 그 인연을 바탕으로 이득을 볼 수도 있으니 누구나 명문 아카데미에 가고 싶어 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교사 지원자 중에는 자신이 졸업한 아카데미에 지원하는 경우도 꽤 많았다.
보이지 않는 가산점 같은 것이 있었기에 면접을 볼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접수하러 오셨습니까?”
에단은 접수 담당자에게 양피지를 건넸다.
이베카 쪽에서 온 입학시험 허가서였다.
“학생 접수는 이따 세 시부터 시작됩니다.”
“학생이 아니라 교사로 접수하러 왔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호위를 달고 오셨길래.”
교사로 지원하는 이들은 보통 호위를 달고 오지 않는다.
명문 아카데미의 내로라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이론은 물론이거니와 실력도 출중해야 했으니까.
“네, 에단 휘커스 님, 기부 입학이시군요. 확인되셨습니다.”
접수 직원이 에단을 보고는 슬쩍 웃었다.
호위를 데리고 온 게 이해가 갔다.
기부 입학이니 명예 교사직을 노리고 온 것이겠지.
게다가 에단이 지원하는 과가 무려 검술과였으니,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접수 직원으로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제가 몸이 그리 건강하지 못해서.”
에단이 그런 접수 직원의 시선을 느끼며 미소와 함께 접수를 했다.
시험은 내일.
“시험 내용도 내일 발표가 될 겁니다.”
접수 직원이 탁자 밑에서 사각형의 방문증이 달린 목걸이를 하나 꺼내 에단에게 건넸다.
“시험 당일까지 이베카 아카데미 내부 방문을 허가하는 방문증입니다. 내일 반납하셔야 하니 절대 잃어버리시면 안 됩니다.”
에단은 이베카 아카데미 방문증을 가지고 아카데미 곳곳을 두 호위와 같이 돌아다녔다.
확실히 명문 아카데미다웠다.
에단처럼 내일 시험을 보기 위해 온 지원자들이 곳곳을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마나의 제약을 받았다. 이 넓은 땅 전체에 마나를 제약하는 마법이 펼쳐져 있었다.
“이게 정말 다 지원자들이에요?”
“평소보다 많다곤 합니다만, 많아도 너무 많군요.”
예리카와 슈들렌이 감탄했다.
어려 보이는데도 강한 이들도 꽤 보였고, 교사로 지원한 걸로 보이는 이들 중에도 강한 이들이 즐비했다.
대부분이 큰 키와 우락부락한 몸을 자랑하며 전신으로 마나를 뿜어 대고 있었다.
근처만 가더라도 그 강함이 느껴질 정도로 훌륭했다.
특히 슈들렌의 눈길을 완전히 빼앗은 사내가 있었다.
슈들렌보다 머리 하나 정도 작은 키에 탄탄해 보이는 몸.
허리춤의 검을 보아하니 검술과 교사직을 지원하는 이로 보였다.
금발의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사내로, 척 봐도 고위 귀족가에서 자란 엘리트였다.
그리고 그 옆에 비슷한 엘리트들이 꽤 많았다.
“교사직으로 지원하려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다 쟁쟁해 보이는데요?”
“이베카는 최고의 아카데미 중 하나니까요. 프레이야와 정상의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습니다.”
“흐으음.”
예리카는 검을 든 이들을 유심히 살폈다.
아무래도 에단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니.
최고의 아카데미라는 별명에 걸맞게, 지원하는 이들 중 약해 보이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다.
반면에 에단은 평범해 보였다.
그냥 이베카 아카데미를 관광하러 온 관광객 같은 느낌도 있었다.
물론 그들과 비교했을 때 차별적인 게 있다면 이쪽이 조금 더 잘생겼다는 점이었다.
“눈빛은 에단 님이 이겼어요. 검술도 당연히 이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헛소리들 그만하고, 대충 봤으니 가자고.”
“밥 먹으러 가나요?”
예리카는 이 론드 후작령에서의 식사를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당연히. 밥은 먹고 해야지. 뭘 하든.”
* * *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당연히 답장이 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 없어? 아직 확인을 안 했나?
당황한 아테나를 뒤에서 지켜보는 신이 있었다.
전쟁의 신 아레스였다.
-혹시 그 구독자에게 보냈나, 아테나?
아레스가 흥미를 보이자 아테나가 인상을 썼다. 아테나는 아레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무식하고 다혈질인 아레스가 전쟁의 신이라니.
일말의 지성도 보이지 않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엮이는 것 자체가 싫었다.
-그런데요, 왜요?
-답장이 안 왔겠지. 당연하다. 그 구독자는 상당히 까다롭다. 미식가 같은 느낌이지.
마치 선배라도 된 양 말하자 아테나는 더더욱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직 안 읽었을 거예요. 읽으면 당연히 저를 구독하겠죠. 전쟁에 있어서 저만한 전문가는 없으니까요.
아테나가 줄 수 있는 능력들은 전쟁을 하는 이들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게 있다면 전쟁에서 패할 수가 없다.
꿈틀.
순간 아레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 또한 전쟁의 신. 사실상 아테나와는 라이벌 관계라고 볼 수 있었다.
그걸 반증하듯이 아테나와 아레스의 구독자 수는 비슷했다.
하지만 좋아요 수는 아테나가 더 높았다.
-전쟁에서 활약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면 아테나, 네가 아니라 날 구독하겠지.
-아레스 님 건 읽고도 답장하지 않았다면서요? 그럼 끝난 거죠, 뭐.
아테나가 이죽거리자 아레스가 분노했다.
하지만 그는 금세 감정을 다스리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마 너도 같을 거다. 분명.
아레스가 사라진 후, 아테나는 좋아요를 이용해서 그 구독자가 자신이 보낸 편지를 확인했는지 확인했다.
-확인했는데.
분명 확인은 했다.
-씹혔다고?
그리고 씹혔다.
* * *
아카데미 내부를 살핀 에단은 그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내가 아는 놈들이 다 모여 있군.’
에단은 이 시기의 이베카 아카데미를 자세히는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
‘주요 인물들 정도는 다 꿰고 있지.’
메판의 스토리가 시작되는 시기는 이미 에단 휘커스가 죽고 난 이후다.
‘시점이 약간 뒤니까.’
때문에 소소한 엑스트라까지는 완전히 다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중요한 인물들은 다 알 수가 있었다.
‘그 당시 신입생들 중 유망한 놈들을 뽑을 순 없겠지만.’
그 유망주들은 아직 가문에서 수련을 하고 있을 터.
‘대신 이미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학생들이 이번에 신입생으로 들어오겠지. 게다가.’
요컨대 그 당시에 이미 완성에 가까웠던 이들이 지금 유망주 신입생으로 들어온다는 뜻이었다.
‘재학생 중에서도 쓸 만한 사람이 꽤 있을 거야. 메이슨이나 로안나 같은 학생들.’
그렇게 살피던 에단은 아는 얼굴 하나를 발견했다.
큰 키에 아름다운 금발.
램스데일 가문의 장자인 시론 램스데일이었다.
‘별명은 소검성.’
램스데일 가문은 십이성으로 꼽히는 가문 중 하나로, 전대 가주가 대륙에서 검성이라 불리는 이였던 가문이었다.
현 램스데일 가문의 가주는 검성의 아들로, 그 재능을 완전히 물려받진 못했지만 가문을 이끌어 나가는 능력만큼은 탁월했다.
‘검에 대한 재능은 한 세대 걸러서 시론이 물려받았지.’
소검성이라는 별명은 그 때문에 붙은 것이었다.
검성인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똑 닮은 외모와 뛰어난 검술 실력, 거기에 잠재력까지.
‘가문도 빵빵하고, 가진 재능도 좋고.’
그 소검성이 이베카의 신입 교사로 지원하다니.
‘그게 이 시기였구만.’
그는 워낙 메이저한 캐릭터라 그에 대한 지식은 빠삭했다.
‘써먹기 좋겠어.’
에단은 관찰을 끝내고 시험 내용에 대해서 떠올렸다.
‘시험 내용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가야겠군.’
에단은 이번 시험에서 압도적인 시험 결과를 낼 생각이었다.
어중간하게 하지 않고 확실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야 명성을 쌓는 게 수월해진다.’
찌릿-.
에단은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짚었다.
“다시 찾아오고 있어.”
-생존 확률이 하락합니다.
에단은 인상을 쓰고 알림창을 보았다.
* * *
이베카 아카데미 입학시험일.
시험은 오전엔 학생, 오후엔 교사 차례로 이루어졌다. 이베카 아카데미가 프레이야 아카데미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시험 결과가 곧바로 나온다는 점이었다.
“그러면 오전에 합격한 학생들은 오후에 합격한 신입 선생님들을 보면서 엄청 기대하겠군요.”
“기존 교사들도 신입 교사들을 가리는 자리에 오거든. 신입생들뿐만이 아니라 재학생들도 오후 시험의 합격자들을 확인할 거야. 학생들과 달리 교사 채용 시험은 비공개로 진행되거든.”
에단은 오전부터 이베카 아카데미를 찾았다.
‘쓸 만한 놈들을 좀 봐 둬야지.’
“에단 님.”
“왜? 배고파?”
“아침을 안 먹어서 배가 고프긴 한데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예리카는 주변의 웅성거림을 듣고 걱정이 되어 말을 건 것이었다. 에단의 목에는 교사 지원자임을 의미하는 명패가 걸려 있었으니까.
“호위를 달고 왔는데?”
“교사 지원인데 호위를 두 명이나 데리고 왔어.”
“별 볼 일도 없겠구만. 명예 교사직이면 어차피 시험 안 보는 거잖아.”
“설마 저번처럼 명예 교사로 와서 가르치고 싶다고 우기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최악이었다고, 그때.”
이베카 아카데미의 학생들이 웅성거리며 에단을 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대부분 달갑지 않아하는 눈빛이었다.
그것을 눈치챈 예리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희, 대기하고 있을까요?”
“아니, 굳이 그럴 필요 없어. 내가 필요해서 너희와 함께 다니는 거야.”
에단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저런 수군거림이야 나중에 실력을 보여 주면 해결될 일이니까.
그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죽지 않는 것이었다.
만약의 상황에서 호위까지 없다면 죽을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이 이베카 아카데미는 안전하다. 기본적으로 마나는 다 제한되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에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사정을 모르는 놈들 생각이고.’
이 이베카 아카데미는 생각보다 그리 안전한 곳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달의 추종자 놈들이 간자로 들어와 있는 상태였고, 몇몇 평범해 보이는 이들이나 학생들 또한 그쪽에 물들어 있었다.
마나의 제약은 이 넓은 땅에 펼쳐져 있는 아티팩트와 마법으로 이루어지는데, 달의 추종자 놈들은 이 두 가지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하려면 무조건 예리카와 슈들렌이 있어야지.’
그러기 위해서 이 둘을 데리고 온 것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 시험장에서는 아직 마나 제한이 없어. 시험 때문에 의도적으로 풀어 놓은 거지.’
때문에 이곳저곳에 위험한 상황에 대비한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숨어 있었다.
‘내 기억으로는 이 당시 시험에는 별다른 일이 벌어지지 않아.’
만약 무슨 일이 벌어졌다면 역사에 기록이 됐을 거고, 그걸 에단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첫째도 신중, 두 번째도 신중이었다.
“그러면 저놈들 좀 혼내 주고 올까요? 저를 욕하는 거야 흘리면 그만인데.”
예리카가 살짝 인상을 썼다.
“괜찮아, 괜찮아.
슈들렌은 에단이 고개를 끄덕이면 곧바로 튀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애들 좀 위협하지 마라. 내 학생이 될지 누가 알겠니.”
“역시 공자님이십니다.”
“아니, 굴려도 내가 굴릴 생각이야.”
사람 덜 된 놈들 굴려서 된 사람으로 만든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사람이 된 놈들은 한층 더 강한 충성심을 가진다.
‘의심은 해소시켜 주면 신뢰가 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