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52)
신들의 구독자 52화
52화. 시험의 결과
2차 실기 시험은 세 명씩 동시에 보았다.
미트란은 꽤 긴장했지만 그래도 시험을 보기 전에 먹고 온 영약 덕분에 어떻게든 침착할 수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 나는 우리 가문의 자랑이다.”
미트란은 유망한 백작가의 첫째였다.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선생님들에게 개인 교습을 받아 왔고, 가문의 검술 또한 몸에 착 달라붙도록 습득했다.
노력에 재능이 더해져, 그는 백작가의 미래라고 불렸다.
물론 이베카 아카데미에 학생으로 들어오진 못했지만 다른 아카데미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이제는 교사로 이베카에 들어올 차례였다.
이번엔 절대로 실패하면 안 된다.
“1조!”
사람들이 계속해서 2층으로 올라갔다. 미트란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떨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7조! 미트란, 이바라, 에단. 2층으로 올라오십시오!”
직원의 말에 세 명이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응?’
미트란은 자신과 함께 시험을 보게 될 두 명을 확인했다. 한 명은 알았고 한 명은 모르는 놈이었다.
‘어디서 왔지?’
이베카 아카데미의 교사 채용 시험은 아무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설마, 기부하고 시험 보러 온 놈인가?’
미트란이 씩 웃었다.
2차 실기 시험은 함께 들어가는 경쟁자들이 중요했다. 자신은 시험을 잘 봤는데 다른 경쟁자들은 못 본다면 그에 따라 가산점을 받을 수도 있다.
‘나는 이미 이베카에 합격한 합격자들의 후기를 많이 알고 있다고.’
물론 그것들은 전부 다 가문의 돈과 인맥으로 얻어 냈다.
가문의 힘이 곧 자신의 힘.
저 두 명이 상대라면 분명 이 실기 시험에서 가산점을 얻을 수 있을 듯했다.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어졌다.
미트란은 침착하게 심호흡을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안녕하십니까!”
가장 먼저 들어간 미트란이 크게 인사했다.
그곳에 있는 것은 세 명의 면접관.
중앙에는 교장이 있었고 옆은 부교장과 검술과가 포함 된 기사학부의 학부장이 있었다.
“7조, 실기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실기 시험은 1차 필기시험 때 보았던 뤼비네이드 검술을 강의하는 겁니다.”
교장이 말하자 미트란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2차 실기가 강의로 나올 줄이야.
2차 실기의 주제는 대체적으로 세 가지였는데, 그중에서 가장 어려운 게 강의였다.
교장과 부교장, 그리고 기사학부 학부장의 앞에서 강의를 해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질문 세례가 쏟아진다고 들었다.
아카데미에서 가장 높은 직책을 가진 세 명이 압박을 하면 알던 것도 까먹고 모르는 건 더더욱 임기응변하기 어려워진다.
잘하는 사람도 못하게 되고 못하는 사람은 더더욱 못하게 되는 악명 높은 실기 시험이었다.
때문에 2차 실기 시험 항목 중 강의가 악명이 높다는 걸 아카데미 측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잘 안 나온다고 들었는데!’
미트란은 시작도 전에 한층 더 긴장하기 시작했다.
“미트란 료비츠 지원자, 시작하세요.”
“네!”
미트란은 애써 긴장을 가라앉혔다.
오히려 어려운 만큼 저 둘은 완벽하게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미트란은 차분하게 앞으로 나서서 뤼비네이드 검술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1차 필기시험 때 뤼비네이드 검술 교본에 대해선 이미 다 읽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 검술 교본을 단기간에 외우지 못하는 사람은 없기에 강의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어, 그러니까, 뤼비네이드 검술은…….”
미트란은 교본에 의거해 최선을 다해 뤼비네이드 검술에 대해 설명했다. 강의 방식은 앞서 수없이 많이 반복해 왔다.
어떻게 강의해야 학생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열심히 강의를 했다.
직접 검을 휘두르며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선 이렇게, 저기선 저렇게, 보는 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지만 왠지 세 시험관은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다. 분명 듣기로는 매섭게 질문을 해 온다고 했는데.
‘설마, 내가 너무 잘하고 있나?’
그렇다면 말이 된다.
질문할 게 없으니 하지 않는 것이다.
이후 강의를 마친 미트란이 심호흡을 했다.
“이상입니다.”
“흐음.”
끝나자마자 세 시험관이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이내 양피지에 무언가를 적었다.
미트란은 이걸로 됐다고 생각했다.
다른 두 명도 해 봤자 별다를 게 없겠지.
자신의 강의를 본보기 삼아 따라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끝이었다.
다시 자신감 넘치는 태도가 된 미트란이 뒤쪽에 마련 된 자리에 앉았다.
“그럼 다음은, 에단 휘커스.”
“예.”
대기하고 있던 에단이 씩 웃고는 앞으로 나왔다.
“에단 휘커스입니다.”
에단이 짤막하게 소개를 하고는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어, 그러니까, 아, 이것 참 어떻게 설명하는 게 좋을까.”
하지만 수월하게 강의가 이어지지 않았다.
잠시 동안 에단은 말을 하지 않고 잠시 생각하듯 턱을 쓰다듬었다.
‘됐다! 됐어! 제쳤다!’
저건 크게 점수를 깎아 먹는 행위였다. 미트란은 기뻐했다. 이걸로 끝이다. 합격 가능성이 크게 올랐다!
신이 난 미트란은 자신도 모르게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고 슬쩍 웃어 버렸다.
그리고 그때.
“기사학부의 학부장님이시지요?”
에단이 새파란 머리칼에 팔자 주름이 깊은 기사학부 의 학부장을 지명했다.
“앞으로 한번 나와 주실 수 있습니까?”
순간 미트란이 미친 거 아닌가 하는 듯한 눈빛으로 에단을 보았다.
* * *
“에단 휘커스입니다.”
교장은 에단이 앞으로 나오자 그를 자세히 관찰했다.
이렇게 대면한 건 처음이었다.
‘그 답안지, 충격적이었다.’
답안지를 셋이서 확인하고, 교장은 그 시험을 주관했던 클라우디를 직접 불렀다.
그러곤 에단 휘커스가 어떻게 시험을 봤느냐고 물었다.
클라우디는 그런 걸 왜 궁금해하지 하는 표정을 짓다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듯했다.
-잠시 고민하더니 한 번도 쉬지 않고 써 내려가더군요. 아마도 시험의 난이도를 보고 명예 교사직을 다시 택하려고 했을 겁니다.
그 말에 세 시험관은 더욱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시험용으로 배부된 뤼비네이드 교본은 원래 교본과 확연하게 다르다.’
원본이 아닌, 시험을 위해 개량된 개량본이었다.
때문에 본래 뤼비네이드 검술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쉽게 문제를 풀 수가 없었다.
-아마 그대로 뤼비네이드 검술을 써 내려갔거나 대충 썼겠지요.
때문에 클라우디 또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검술 교본을 개량해서 내놓는 건 변별력을 보기 위한 거다.’
때문에 지원자들은 미리 알고 있던 뤼비네이드 검술에 더해 개량된 교본을 잘 해석하여 답을 써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에단은 오로지 개량된 교본만을 가지고 해석하여 답을 냈다.
개량은 이 셋이 했기 때문에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걸 그 자리에서 완벽하게 이해한 거다. 개량된 뤼비네이드 검술을.’
오직 에단의 답지만이 다른 이들의 답지와 달랐다.
다른 이들은 예상처럼 기존 뤼비네이드 검술과 개량판을 섞어 해석하고 보완점을 써 내려갔으나, 유일하게 에단만이 이 개량된 뤼비네이드 검술을 완벽하게 이해하여 답을 써 내려갔다.
게다가 클라우디의 이야기를 들으니 더 충격적이었다.
‘한 번도 쉬지 않았다는 건 한 번 읽고 다 이해했다는 거야. 중간에 멈출 필요조차 없었다는 거지.’
그게 더 놀라운 점이었다.
‘지금껏 딱 한 명 있었지.’
그리고 현재 그는 검제라 불리고 있다.
‘미트란 지원자, 미안한 일이지만 자네의 강의는 아예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네.’
아마 다른 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미 셋의 관심은 지금 나온 에단 휘커스에게 쏠려 있었다.
완벽한 필기시험을 치른 그가 실기 시험은 어떻게 치를지 너무나 궁금했다.
“시작하십시오.”
설명하려던 에단이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대뜸 기사학부의 학부장을 앞으로 불렀다.
“나를?”
당황한 기사학부의 학부장이 교장을 보았다. 교장은 이 상황이 무척이나 재밌었다.
“한번 나가 보게나. 하지만 에단 휘커스 군, 본래 이건 선을 넘는 행위야. 알고 있겠지?”
“강의를 해 보라고 하셨으니. 듣고 계신 여러분께서는 제 수입을 듣는 학생들이겠지요? 학생들을 앞으로 나오라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에단의 말에 교장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하하하. 말 한번 잘하는군.”
교장은 더더욱 기대가 됐다.
사실 원래라면 저런 말은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들 1차 필기시험에서 에단이 내놓은 답안지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학부장 또한 우선 앞으로 나왔다.
“뤼비네이드 검술은 이베카에서 가르치는 아주 기초적인 검술이죠. 베이스로 삼기도 좋고, 그 자체로도 꽤 훌륭한 검술입니다.”
에단이 자세를 잡으며 말을 이었다.
“1식부터 5식, 그리고 5식 이후로는 자유롭게 조합을 해서 자신만의 검로를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 아마 이베카의 기초 검술로 선택된 이유겠지요.”
학부장에게 눈짓하자 그도 자세를 잡았다. 에단은 그런 학부장의 뒤로 천천히 움직였다.
“지금부터 제가 학생의 몸을 이용해서 뤼비네이드 검술을 1식부터 5식까지 펼쳐 보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
“힘 빼세요, 학생. 힘 주면 다칩니다. 절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에단이 학부장의 뒤로 슬쩍 오더니 검을 검집채 들어 지휘봉 삼았다.
“……!”
“허리를 낮추고, 앞으로 나아가면서, 찌르기, 1식.”
에단은 검집으로 학부장의 어깨를 누름과 동시에 발로 허벅지 뒤편을 툭 치며 그대로 뤼비네이드 검술 1식의 자세를 취하게 만들었다.
“본래의 1식은 노크처럼 상대를 두드리는 느낌이지만 이 개량된 교본은 첫 번째 공격으로 끝내 버리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 거세고 맹렬하게. 대신 실패하면 리스크가 큽니다.”
검이 매의 발톱처럼 앞으로 쏘아졌다.
에단의 터치를 받은 학부장은 순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에단의 말을 믿진 않았지만 그의 강의를 위해서 몸에 힘을 어느 정도 뺐다.
하지만 갑작스런 사태에 다 빼진 못했다. 에단이 원하는 대로 자신을 움직이려고 해도 경직된 부분이 있어 완벽한 자세를 취하게 만들진 못할 텐데.
‘완벽하게 됐다.’
학부장 자신조차 놀랄 정도로 완벽한 자세였다.
‘내가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도 꽤 세세하게 알 수 있어.’
이런 강의는 본래 첫 수업부터 가능한 게 아니었다.
이런 가르침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상대를 믿어야 한다. 그래야만 힘을 뺄 수가 있다. 하지만 에단은 힘을 다 빼지 않았음에도 그걸 가능케 했다.
‘어떻게 한 거지?’
“다음은 2식입니다. 1식이 끝남과 동시에 2식으로 1식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2식 또한 마찬가지로 개량이 되었죠. 노크에서 공격으로 들어가는 게 원본이고, 개량판에서는 앞선 공격과 마찬가지로 맹렬하게. 하지만 전 맹렬한 것보다는 이렇게.”
다시금 에단의 검집이 움직였다.
그리고 정확한 곳을 때려 학부장이 자세를 잡게 만들었다.
“공방을 동시에 하는 형태를 좋아합니다.”
2식에 들어가서야 알 수 있었다.
에단은 능숙했다.
대충 검집을 이용해 자세를 잡게 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곳을 누르니 아무리 힘이 들어가 있다고 한들 몸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제 몸인 양 학부장의 몸을 움직였고, 학부장은 완벽하게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미트란은 그런 에단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말도 안 돼.”
다른 두 시험관, 아니 학생 역으로 나간 학부장까지 셋이 웃고 있었다.
자신들이 웃고 있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환하게.
그 모습에 미트란은 절망했다.
이 시험, 이미 기울어 버렸다.
‘도대체 뭐야. 저놈은 뭐냐고!’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휘커스라는 가문에서 온 놈이 어째서 저런 강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이상입니다.”
더 볼 것도 없었다.
7조의 시험은 거기서 사실상 끝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에단은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생존 확률이 상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