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55)
신들의 구독자 55화
55화. 수석
“뭐가 이렇게 빨리 와?”
에단은 글을 남기자마자 곧장 답장이 온 것에 놀랐다.
에단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과 더불어 구독해 줘서 감사하다는 말이 주르륵 적혀 있었다.
그리고 곧장 실강이 열렸다.
에단이 실강에 들어가자 호루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에단을 맞이했다.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구독자여! 나를 구독해 주다니, 이렇게나 기쁠 수가! 자네가 이 [신세계]에서 쓴 구독 후기 덕분에 여러 신들이 자네가 구독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네! 그중에서도 날 선택해 주다니……!
호루스의 목소리엔 기쁨이 담겨 있었다.
에단은 몰랐지만 그는 방금까지 구독자 하나에게 굴복하지 않고 구독 후기를 이겨 내야 한다고 생각하던 신이었다.
“예,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이렇게 글을 남긴 건 호루스 님의 굿즈를 구매하고 싶어서입니다.”
-오오오오! 내 굿즈까지! 이런 영광이 있나! 그래, 그래. 굿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은 거군?
친절하게 응대하는 호루스는 무척이나 흥분해 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의 현재 [신세계] 순위는 밑바닥.
호루스 정도면 유명한 신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유명한 신들보다는 그 유명세가 한참 아래였다.
워낙 신들이 많은 데다가 능력이 겹치는 신들도 많았으니.
게다가 신을 구독하는 데 제한이 없다고 한들 늘어나는 좋아요가 부담되어 신중하게 신을 고르는 구독자들이 많았다.
덕분에 호루스는 위로 올라가기는커녕 쳐다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그에게 온 기회다.
그것도 신생역전의 기회!
초월하여 초탈한 존재인 신이 된 것이지만 그건 석가모니 같은 신이나 그렇다.
신을 빚어 만든 것이 인간이라는 말처럼, 호루스 또한 강렬한 욕망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 기회를 무조건 잡아야 했다.
“굿즈에 대해선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좋아요 개수입니다.”
-좋아요 개수? 아, 조금 비싼 감이 있지. 좋아요를 모으려면 구독자들의 세계에선 여러 노력을 해야 한다더군. 그것도 각자 조건이 달라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들었네.
“도움을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에단이 씩 웃으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좋아요를 양도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
그 말에 호루스의 가면에 그려져 있는 눈이 순간 커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알았는가? 그건 구독자들이 알기 어려운…….
에단 또한 영상만 봤다면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구독 후기로 한 번 빵 터트리고 나서 왔던 메일들 덕분에 [신세계]에서 부여되는 구독자들의 권한과 신들의 권한을 알게 된 것이다.
“어쩌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빙빙 돌려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호루스님의 굿즈가 필요합니다. 좋아요를 양도해 주실 수 있다면 양도 부탁드립니다.”
호루스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그래, 양도라는 기능이 있네. 하지만 그건 조건 없이 되는 게 아니라…….
“당연히 그냥 달라는 게 아닙니다. 구독 후기를 써 드리겠습니다. 저를 아시는 걸 보니 제 능력에 대해서도 아시겠죠.”
에단은 사실 구독 후기가 어느 정도로 파워를 가졌는지 아직까지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세계]의 순위는 기본적으로 신에게만 보였으니까.
-알겠네. 그렇게 하지.
에단이 확실하게 구독 후기를 써 주겠다는 말을 하자 호루스가 곧바로 그 미끼를 물었다.
에단은 그 반응으로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무기는 무척이나 날카롭다.
일단 휘두르면 뭐라도 벨 수 있을 정도로.
‘그렇다면 써먹기 나름이라는 거군.’
물론 이 무기의 날이 언제 무뎌질지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것 또한 자신이 하기 나름이었다.
휘두르지 않으면 그게 무뎌졌는지 무뎌지지 않았는지 누가 알 수 있을까.
-조건이 무엇인가? 좋아요가 얼마나 필요한가?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하자면 이 좋아요는 아무런 조건 없이 그냥 양도할 수 있는 게 아니네. 자네가 구독 후기를 써 주면 우리는 그 구독 후기를 명분으로 자네에게 좋아요를 줄 수 있어. 물론 마냥 구독 후기를 썼다고 해서 좋아요를 주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럼 주실 수 있는 한도가 있겠군요.”
-구독자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네. 내가 최대로 줄 수 있는 건 열다섯 개야.
구독 후기를 써 주는 대신 열다섯 개의 좋아요를 받는다.
굿즈의 가격이 열다섯 개니 사실상 무료로 받는 것과 다름없었다.
‘나쁘지 않아.’
에단은 자신의 구독 후기의 가치를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됐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없었다.
‘이후의 구독하는 신들은 내가 확실하게 갑의 입장에 서서 선택할 수 있다는 거야.’
본래도 신들은 선택을 받는 입장이었으나, 에단은 선택을 뛰어넘어 그쪽에 많은 것들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이해관계가 맞을 줄은.’
“하지만 확실히 이야기하겠습니다. 마냥 좋게만 써 드릴 순 없습니다.”
-그것까진 바라지 않아. 내게 필요한 건 도약의 기회일세. 내 능력은 충분히 대단하니까 말이야.
호루스는 자신이 있었다.
그저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확실하게 노출이 된다면 지금보다 구독자 수와 좋아요 수가 더 늘어날 건 분명했다.
“그럼 이걸로 계약된 겁니다, 호루스 님.”
-잘 부탁하겠네!
에단의 눈앞에 알림창이 하나 떴다.
-호루스가 당신에게 구독 후기를 대가로 좋아요를 양도하였습니다!
에단은 받은 좋아요를 곧장 호루스의 굿즈를 사는 데 사용했다.
-호루스의 굿즈 [매의 눈]을 구매하셨습니다!
-좋아요를 사용했습니다.
-형태 변환형 굿즈입니다. 바로 사용하시겠습니까?
에단은 예를 눌렀다.
* * *
시험 종료.
모든 합격자가 나왔고, 합격한 이들은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이제 메인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합격자들을 축하하는 합격자 축하 파티였다.
이 축하 파티는 새롭게 아카데미 소속이 된 이들을 환영하는 자리였다.
재학생과 신입생의 교류의 장이 되면서 동시에 새로운 선생님들의 면면을 살필 수 있는 아주 귀한 자리였다.
교사들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신입 교사들과 인사할 수 있는 괜찮은 자리였다.
하지만 그것들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새 얼굴이 보이니 새 학기를 앞두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나는군요, 여러분.”
교장 디오르가 단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보이는 모습에, 신입생들은 시험 때는 일부러 분위기를 무섭게 했구나 하는 생각들을 했다.
하지만 재학생들은 알고 있었다.
저 인자한 할아버지 같은 모습의 이면엔 냉정하고 차가운 모습이 있다는 것을.
저런 인자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이명을 믿을 수가 없게 된다.
“이번 시험은 근 5년간 있었던 시험 중에서 가장 많은 지원자가 있었습니다. 학생과 교사를 가릴 것 없이 많은 이들이 지원해 주었습니다. 아마도 우리 이베카 아카데미의 위상이 한층 더 올라갔다는 이야기겠지요.”
디오르는 짧게 이번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신입생이 몇 명 합격했고 교사는 몇 명 합격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원자는 많았지만 합격자는 예년과 똑같았다.
학생들은 웅성거리며 가장 중요한 교장의 말을 기다렸다.
“다들 가장 궁금한 게 있겠지요. 이미 결정이 끝났습니다. 이번 신입생 수석과 신입 교사 수석을 발표하겠습니다.”
교장의 말에 재학생들이 소리치기 시작했다.
다들 기대가 많았다. 이번 신입생들 중엔 실력 있는 귀족가 2세들이 대거 참석했고 교사들 중에서도 주목을 받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검술과 교사 중엔 시론이 있었고, 마법과엔 대마도사 필립스의 둘째 손녀도 있었다.
“우선 신입생 수석을 발표하겠습니다.”
수석 발표는 교장이 아닌 마법학부 학부장이 맡았다.
안경을 쓴 40대의 여성이었다.
“수석, 검술과, 루야 폰 티아나.”
와아아아아아아-!
재학생들 중엔 오전 시험 당시 그녀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었다. 붉은 머리칼이 인상적인 소녀였다.
흑철로 만든 검을 휘둘렀었는데, 검이 얇다고 무시하던 상대들이 전부 다 나가떨어졌었다.
형식적인 축하와 소감이 끝나고, 다들 기대하는 교사 쪽의 수석 발표가 남았다.
“시론 선생님이겠지?”
“아마도요.”
교사들이 웅성거리며 시론을 언급했다.
꽤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무엇보다 검성의 손자인 만큼 시론이 당연하게 수석이 될 거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시론 선생님 수업 바로 들어야지.”
“엄청 기대된다. 검성의 손자분이시니까 수업 수준도 엄청날 거야.”
또한 한 명 더 라이벌이 있었다.
“이리스 선생님이 되지 않을까?”
“그 대마법사님의 둘째 손녀잖아.”
“내가 이야기를 슬쩍 들었는데, 마법과 시험에서 엄청났다는데.”
“동시에 마법을 세 개나 사용했다고 하더라고.”
검성의 손자와 대마법사의 손녀.
“진짜 이번 선생님들 다 쟁쟁하다.”
“나, 이번엔 마법학부 쪽 수업을 들어야겠어.”
“난 검술과 수업이 듣고 싶어졌어. 너무 잘생겼잖아, 시론 선생님.”
마법학부 학부장이 이어 교사 수석을 발표했다.
“수석, 검술과 교사 에단 휘커스.”
학부장의 말에 환호를 준비하던 이들이 그 자리에서 입을 벌린 채로 멈춰 버리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주목을 받던 시론 또한 당연히 자신이 수석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지 움직임을 멈추고는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태연한 척 팔짱을 끼고 있던 이리스 또한 당황했다.
“와아아아아악-!”
“에단 님!”
유일하게 에단의 호위 두 명만 환호하며 좋아했다. 아니, 거기에 한 명 더 있었다.
“와!”
나디아 폰 체른카스텔이었다.
본래라면 떨어졌어야 할 그녀는 에단 덕분에 당당하게 합격을 하여 교사가 되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에단이 앞으로 나왔다. 어색한 침묵이 계속됐으나 에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에단은 언더독이었다.
이름 없는 가문 출신으로 그 누구도 이름을 들어 보지 못했다.
그가 검술과에 지원한 교사라는 건 알지만 어떤 검술을 쓰는지조차 몰랐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그런 사람이 수석이라 발표가 됐으니 공기가 얼어붙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신입생 수석으로 뽑힌 루야 또한 당황한 얼굴이었다.
다들 불청객을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재학생들의 표정 역시 떨떠름하기 짝이 없었다.
마찬가지로 시론이 수석일 거라고 생각했던 기존 교사들 또한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보고는 이런 결정을 내린 교장을 보았다.
물론 교장은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검술과의 마스터 예정자인 클라우디 하이드 또한 뚫어져라 에단을 보았다.
에단은 자연스럽게 단상에 서서 그들을 확인했다.
순간 에단의 눈이 강렬하게 빛났다. 직전 에단은 호루스를 구독하고 호루스의 눈을 얻은 상태였다.
‘움직임이 너무 잘 보이는군.’
메판 고인물의 눈에 신의 능력이 더해졌다.
이렇게나 사람들의 움직임이 잘 보일 줄이야.
‘자그마한 움직임으로 감정까지 느껴질 정도야. 시론, 꽤 화가 났군.’
에단은 침착하려 하지만 살짝 떨고 있는 시론을 보았다.
에단이 한창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려고 돌아다녔을 무렵엔 시론은 이미 소검성이라 불리고 있었다.
당시의 시론은 그 어떤 일에도 동요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어리다.
에단의 눈에 그런 것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확실히 호루스의 눈의 효과가 좋았다.
‘완전히 얼어붙었어.’
에단은 이러한 분위기를 무척이나 즐겼다.
‘판을 깨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
“에단 휘커스입니다. 아마도 다들 저를 오늘 처음 보셨을 겁니다. 저기 응원하고 있는 제 호위 둘, 그리고 같이 합격한 제 동기를 빼면 말입니다.”
병약해 보이는 모습, 그리고 아련한 눈빛과는 정반대로 에단의 목소리는 중후했다.
“좋은 평가를 해 주셨으니, 그걸 보여 드려야겠죠.”
본래라면 다른 자리에서 말했을 테지만, 반응을 보아하니 여기서 말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
“그 자리에 걸맞게, 저는 1년 안에 마스터가 되겠습니다.”
에단이 전교생 앞에서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