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66)
신들의 구독자 66화
66화. 연금과의 수업을 (1)
교사들과의 식사 자리는 아카데미 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었다.
‘잡음을 없애야 하거든.’
본래 주목을 받아야 할 이가 주목을 받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특히 시론 램스데일처럼 유명한 이의 손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문제는 이런 유명인의 혈통이 하나 더 있다는 점이었다.
‘이리스 파케타.’
둘은 성과에 집착하고 있다.
그러니 이대로 가만히 두면 에단에게 적대감을 가질 게 분명했다.
에단이 둘에게 큰 피해를 끼친 게 없는데도 주변의 의견에 휩쓸려 그렇게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에단에게 악영향을 끼칠 게 분명했다.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제일이지.’
시한부 인생에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가 생각지도 못한 위협이 생기면 그걸로 끝이다.
‘다 내 편이 안 되어도 돼.’
아군이 되지 않아도 좋다. 적이 되지 않고 중립만 지켜도 이득이다.
그런 생각으로 마련한 식사 자리는 꽤 효과가 좋았다. 시론도, 이리스도 워낙 엘리트였기에 에단의 말이 크게 더 와닿은 듯 보였다.
“그런 원대한 목표가 있으실 줄은 몰랐어요.”
나디아는 그런 에단에게 꽤 호감이 생긴 듯 보였다.
“나중에 같이 술 한잔하면서 그 목표에 대해서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누시죠!”
“네, 그럼 나중에.”
에단이 웃으며 나디아에게 대답했다.
“자, 그럼.”
이제 슬슬 때가 됐다. 마법학부의 학부장이 하센의 사직서를 발견했을 거고, 지금쯤 그 대체자를 찾고 있을 터.
“질투를 할 사람도 없어졌으니, 수업을 하나 더 맡아 볼까.”
* * *
“하, 어이가 없네요. 이런 식으로 사직서를 쓰고 가 버린다고요?”
마법학부 학부장이 혀를 찼다.
설마하니 하센 리틀이 사직서를 제출할 줄은 몰랐다. 무난하게 수업을 잘하던 교사였건만.
“이러면 수업을 맡길 사람이 없는데. 신입 교사한테 맡기기엔 난이도가 있는 수업인데.”
마법학부 연금과의 수업을 맡고 있던 하센 리틀은 포션 제조 수업을 맡고 있었다.
포션 제조는 연금술 수업에서도 꽤 난이도가 있는 수업 중 하나였다.
포션은 무작정 재료를 때려 박는다고 해서 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재료의 조합은 물론이고 최적의 타이밍에 재료를 넣는 것이 중요했다.
무엇보다 각각의 재료를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수업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교사에게 맡기기도 어려웠다. 다른 교사들도 현재 적정 수업을 맡고 있었기에, 거기에 짐 하나를 더 얹어 줄 수가 없었다.
“흐음.”
마법학부 학부장이 잠시 고민했다. 그의 머릿속에 검술과 신입 교사가 떠올랐다.
검술과에서 신입 교사가 수업에서 75명의 정원을 꽉 채웠다고 들었다.
심지어 평가가 너무 좋아서 그 75명이 전부 다 그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였다.
“수련장이 시끌시끌하던데. 올해는 신입 교사들이 뭔가 일을 내려는 것 같단 말이지.”
마법학부 학부장은 안경을 치켜올렸다. 신입 교사들에게 이 난이도 있는 수업을 맡겨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술과만 좋은 인재가 들어온 게 아니야. 우리 쪽에도 꽤 괜찮은 인재가 들어왔다고.”
마법학부 쪽에도 나디아 폰 체른카스텔과 이리스 파케타가 들어왔다. 둘 다 배경도 괜찮았고 실력도 출중했다.
처음엔 헤맬지 몰라도 2주 정도만 집중해서 준비한다면 연금 수업을 맡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성과까지는 무리겠지만.”
학부장은 두 신입 교사 중 누구에게 수업을 맡길까 잠시 고민했다.
“나디아에게 맡겨 볼까? 이쪽이 더 연금술 수업에 어울리니까 말이야.”
마법학부 학부장이 나디아를 호출했다.
“부르셨어요, 학부장님?”
“나디아 선생, 혹시 새롭게 맡은 수업은 어떤가요?”
“아, 재밌습니다! 학생들도 제 수업에 잘 따라와 주는 것 같고, 저도 가르치는 게 재밌습니다.”
“여유는 좀 있습니까?”
“으음,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시는지요?”
“하센 리틀 선생이 갑자기 사직서를 냈어요. 그래서 수업 하나가 지금 전담 교사 없이 빈 상탭니다.”
마법학부 학부장이 나디아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나디아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결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음 수업까지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까, 잘 생각해 보고 다시 말해 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 *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학부장실의 문을 두드렸다.
“교장 선생님?”
들어온 건 교장과 한 명의 교사였다.
“에단 선생까지?”
아카데미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인공, 에단 휘커스가 교장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하센 리틀이 사직서를 냈다지? 나한테 보고도 없이 그렇게 도망치듯 사라지다니.”
“죄송합니다, 교장 선생님. 저도 오늘 아침에 사직서를 받고 알았습니다. 아무런 전조도 없었는데. 아마도 뭔가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마법학부 학부장이 난처한 얼굴을 했다. 이건 확실히 교장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교장은 괜찮다는 듯이 손짓했다.
“그걸 책망하러 온 게 아닐세.”
“혹시 에단 선생과 같이 들어온 이유가 있으신 겁니까?”
“그렇지.”
교장이 슬쩍 미소 지었다.
“하센 리틀이 맡고 있던 수업이 아마 연금과 수업이지? 포션 제조 수업. 연금과 수업 중에서도 꽤 까다로운 수업이잖나?”
“예, 맞습니다. 마침 그 수업 때문에 고민하던 참입니다. 에단 선생이 검술과에서 엄청난 성과를 내지 않았습니까? 신입 교사인데도 그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번 수업을…….”
“데이드 학부장.”
“예, 교장 선생님.”
“그 수업, 에단 선생에게 맡기는 건 어떤가?”
“예?”
교장의 입에서 나온 건 예상치도 못한 말이었다.
연금과의 수업을 검술과인 에단에게 맡기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농담하시는 겁니까? 이미 나디아 선생에게 권유를 했습니다만.”
“농담 아닐세.”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왜? 저로선 이해가 안 가는 말씀입니다만. 혹시 제가 놓치고 있는 뭔가가 있는 겁니까?”
“마법학부 학부장님.”
그때 에단이 입을 열었다.
“처음 아카데미에 들어왔을 때부터 생각했던 겁니다. 학부를 가리지 않고 수업을 여러 개 맡고 싶다고 말입니다. 근데 마침 나디아 선생이 제게 상담을 해 오더군요. 지금 상황에서 새로운 수업 하나를 더 맡으면 감당이 안 될 것 같은데 권유를 해 오셨다고. 그래서 나디아 선생이 만약 거절한다면 제가 맡고 싶다는 이야기를 교장 선생님께 드렸습니다.”
마법학부 학부장이 에단을 빤히 쳐다보았다. 확실히 신입 교사라면 할 만한 생각이긴 하다.
들어올 땐 다들 큰 목표를 가지고 들어오니까.
딱히 과에 매몰되지 않고 아카데미의 대표 교사가 되고 싶어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감당이 가능한가요, 에단 선생? 이건 쉽게 볼 일이 아니야. 선생은 검술과 시험을 보고 들어왔으니, 검술 실력이 탁월한 거야 인정해요. 그건 이야기를 들어서 나도 인정하는 바인데, 그건 검술이 자네의 주 전공이니 그런 거잖아?”
차분한 목소리로 마법학부 학부장이 말했다.
“마법은 완전히 다른 문제야. 선생이 맡으려는 이 수업, [포션 제조학]은 그냥 맡을 수 있는 수업이 아니야. 당장 하센 리틀 선생이 맡던 이 수업은 포션 제조 쪽의 방대한 지식이 없으면 수업 자체가 불가능해.”
마법학부 학부장은 하센 리틀 선생이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했는지에 대해서 짤막하게 설명했다.
“무책임하게 떠난 거야 그렇다 쳐도, 하센 선생의 능력은 의심하지 않아. 그는 포션을 제조하는 데 쓰이는 대부분의 약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지. 약의 모양, 맛, 효과. 각종 포션을 제조하는 데 쓰이는 약초를 보는 즉시 판별할 수 있었단 말이야. 그 정도 지식이 없으면 연금과 수업을 진행하는 건 불가능해.”
“그렇습니까?”
“도대체 왜 에단 선생이 그 수업을 맡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는데. 이미 검로의 이해 수업이 훌륭하게 진행 되고 있는 거 아닌가? 75명 정원이 꽉 찼다면서? 신입 교사가 수업을 맡아서 까다로운 검술과 학생들을 만족시킨 적이 없다고 들었어. 그 수업을 이끌어 나가는 것도 힘들 텐데, 왜 이것까지 맡으려는 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지켜보고 있던 교장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갑자기 교장실을 찾아온 에단이 이 제안을 했을 때 교장은 그가 성공에 취했다고 생각했었다.
수석으로 들어와 첫 수업을 이렇게 성공적으로 시작 했으니 건방져지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랬기에 좋은 말로 설득하려 들었다.
하지만 도리어 이쪽이 설득당하고 말았다.
“교장 선생님께서 좀 말려 주셨어야죠.”
“어떻게 말리란 말인가?”
“예? 그게 무슨.”
그때 에단이 학부장실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약초 재배용 텃밭과 쭉 펼쳐져 있는 화분 쪽으로 다가갔다.
“방대한 지식이 없으면 그 수업을 맡는 게 어려울 거라고 하셨지요, 학부장님? 그럼 역으로 말하자면 그 방대한 지식이 있으면 그 수업을 맡는 게 가능한 거겠죠? 마법과든 검술과든 소속을 떠나서 말입니다.”
“그렇지.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지식이 있다면 문제가 없지. 그런 경우가 아예 없던 건 아니니까.”
그 말에 에단이 미소 지었다.
“드레카 허브, 유류 잎, 이비나 허브, 골드 허브, 레드허브.”
에단이 왼쪽부터 약초들을 가리키며 그 이름을 말하기 시작했다. 잘 보이지 않는 약초는 향을 맡고는 금세 이름을 말했다.
처음엔 뭘 하는 건가 싶어 쳐다보던 마법학부 학부장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갔다. 에단이 말하는 약초의 이름과 가리키는 약초가 일치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정답이었다.
‘참 재밌는 일이란 말이지.’
그 짧은 수학 공식은 아무리 봐도 외우기가 어려운데, 그에 반해 100명이 넘어가는 영웅의 이름은 쉽게 외워졌다. 그들이 사용하는 스킬까지도 아주 쉽게 외워졌다.
마찬가지로 에단은 이 메판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아이템들을 마치 자판기처럼 툭 누르면 나올 정도로 달달 외운 상태였다.
저 지식에 교장도 설득을 당하고 말았다.
허세 같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에단은 마법과에 지원했어도 합격했을 만큼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마법과에 지원했으면 수석은 아니어도 차석은 했을 것이다.
“에단 선생, 도대체 왜 검술과에 지원한 거야?”
눈으로 보고 냄새를 맡은 것만으로 약초를 구별하는 건 쉽지 않다. 독특한 약초를 제외하곤 그 모습도, 냄새도 사실은 다 비슷하다.
특히 이렇게 모아서 키울 경우엔 서로의 향이 겹쳐서 사실상 향으로 구분하는 건 힘들다.
“검술을 더 좋아합니다.”
“허.”
마법학부 학부장이 혀를 찼다.
에단 휘커스가 마법학부로 들어왔으면 지금 검술과가 받고 있는 주목이 전부 다 이쪽으로 왔을 텐데!
“자, 어떤가, 데이드 학부장? 이번 수업, 에단 선생에게 맡겨 보는 건?”
“……흠.”
처음 들었을 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에단의 능력을 보니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다른 건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네. 자네는 허락만 해 주면 되네.”
아무리 교장이라고 하지만 각 학부의 학부장이 가진 권한도 만만치 않다.
학부장들의 권한을 무시했다가는 체계가 무너진다.
그렇기에 교장도 학부장의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표정을 보니 이미 답은 나온 듯했다.
마법학부와 기사학부는 아카데미에서 1위 자리를 노리기 위해 경쟁하고 있고, 저 에단 휘커스 때문에 올해 경쟁의 추가 한쪽으로 쏠리고 있다.
그렇다면 에단을 기사학부의 교사로만 한정하지 않으면 된다. 그 주목에 올라타면 되는 것이다.
팽팽 돌아가는 마법학부 학부장의 생각을 교장은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다.
“우리 학부의 다른 선생들에게 맡기기엔 난이도가 있는 수업이라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에단 선생이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야, 맡기지요!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교장이 에단을 보았다.
그가 내거는 조건이 뭔지 이미 알 것 같아서였다.
“아시다시피 저희 마법학부의 학생들은 자존심이 강합니다. 에단 선생도 알지? 본래 마법사들이 자존심이 강한 거. 마법사인 내가 이런 말을 하긴 뭐하지만, 그런 마법사들 중에서도 우리 학부 학생들은 그 수준이 도를 넘었어.”
학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선생처럼 비전공자가 수업을 맡는다? 아마 제대로 수업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을 거야. 협조는커녕 2시간짜리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어렵겠지.”
허락이야 할 수 있다. 그에겐 분명 수업을 이끌어 나갈 능력이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그걸 받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였다.
수업을 맡길 순 있어도 수업을 잘 듣도록 학생들을 설득하는 건 에단의 몫이라는 점이었다.
“비전공자를 배척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검술과로 들어온 제가 약초학 지식이 있어 봤자 얼마나 있을까 하고 의심할 겁니다.”
“그럴 거야. 버티기 어려울 수도 있어. 검술과 수업을 생각하면 안 돼.”
검술과의 수업은 그래도 에단이 검술과의 선생이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했다.
그랬기에 그나마 초반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었던 것.
“그건 걱정 마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해결하겠습니다.”
“믿어 보도록 하지.”
에단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학부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