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67)
신들의 구독자 67화
67화. 연금과의 수업을 (2)
“이야기 들었어? 하센 리틀 선생님, 그만두셨다는데?”
“엥? 갑자기? 하센 선생님 수업은 그럼 어떻게 해?”
마법학부의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하센 리틀이 맡고 있던 포션 제조학 수업은 마법학부에서 꽤 기본적인 수업 중 하나였다.
필수 전공은 아니었지만 필수 전공만큼이나 마법사라면 꼭 배우고 있어야 할 기술 중 하나였기에, 꾸준히 정원을 채웠다.
물론 재미가 없거나 너무 어려워서 드랍하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금세 다른 학생들로 채워졌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전담 교사인 하센 리틀이 꽤 훌륭한 실력을 지녔다는 점이었다.
하센 리틀은 연금과 교사답게 수많은 약초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고, 학생들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할 정도로 실력자였다.
게다가 설명을 무척이나 잘했기에, 어려운 포션 제조학 수업을 그나마 조금 쉽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런 하센 선생님이 사직서를 냈다고 하니, 마법학부 학생들이 시끄럽게 떠들 수밖에 없었다.
“하센 선생님이라서 신청한 건데 그만둬 버리시다니,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사직서를 내신 거야? 혹시 아프신가?”
“휴, 그러면 이 수업은 어떤 선생님이 맡는 거야? 예상되는 선생님들이 없는데, 혹시 신입 선생님에게 맡기시는 건 아니겠지?”
“헉! 서, 설마 그레이엄 선생님은 아니겠지? 그레이엄 선생님이라면 이거 바로 드랍하고 싶은데.”
“너무 어렵게 설명하시니까. 우리가 다 천재인 줄 아신다고.”
다들 이 수업을 맡게 될 선생님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수군거렸다.
특히 가능하면 그레이엄 선생이 아니기를 다들 바랐다.
“조용!”
드르륵-!
그때 문이 열리더니 마법학부 학부장이 들어왔다. 강의실 안에 있던 50명의 학생들이 입구 쪽을 쳐다보았다.
마법학부의 학부장이 특유의 걸음걸이와 함께 들어오자 순간 학생들은 이 수업을 학부장이 맡는다며 절망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그 뒤에 한 명 더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어?”
“뭐야?”
“뭔데!?”
다들 그 얼굴을 보며 당황했다.
“에단 선생님 아니야?”
“기사학부 선생님이 왜?”
“뭐야, 도대체?”
“설마 에단 선생님이 이 수업 맡는 건 아니지?”
학생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조용!”
마법학부 학부장이 강단에 서자 그 옆에 에단이 나란히 섰다.
“하센 선생님께서 사직서를 내시고 퇴직을 하셨다. 사유는 개인 사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부로 이 포션제조학 수업은 여기 계신 에단 휘커스 선생님이 맡게 되었다.”
“네!?”
“학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에단 선생님은 기사학부 선생님이잖아요!”
“검사잖아요! 에단 선생님은!”
마법학부 학부장이 말을 꺼내자마자 심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농담이 너무 심하세요!”
그중 마법학과의 2학년 학생들이 가장 반발심이 컸다.
“마법사도 아닌 선생님이 이 수업을 맡는다는 건가요? 그럼 저희는 이 수업 안 들을래요.”
“저도요.”
“저희도요!”
마법학부 학부장은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학생이라고 하지만 이들도 마법사다.
마법을 우습게 보는 듯한 행동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당장 마법학부 학부장도 에단이 처음 이 수업을 맡겠다고 찾아왔을 땐 이와 같은 반응이었으니까.
교장이 없었으면 그 자리에서 욕을 했을 수도 있었다.
“자자! 수업이 듣기 싫다면 안 들어도 된다. 하지만 그래도 에단 선생님이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할지는 들어 봐야 하지 않겠니? 그리고 나도 말이야, 마법사야. 너희들보다 훨씬 오래 마법을 탐구해 왔지. 그래서 너희들이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아.”
학부장의 진지한 말에 나가려던 학생들이 잠시 멈추었다.
“그런 내가 에단 선생님을 직접 데리고 온 거다. 그거 하나만 기억하고 에단 선생님의 첫 수업을 들어 주도록.”
그때 에단이 학부장에게 눈짓했다.
학부장이 뒤로 살짝 물러나자 에단이 강단 앞에 서 학생들을 쭉 둘러보았다.
“우선 마법을 우습게 보고 이 수업을 맡은 게 아니라는 것부터 이야기하마.”
그렇게 말했지만 학생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기사학부 교사면서 마법학부 수업을 맡는다는 것 자체가 마법을 어딜 봐도 우습게 본 셈인데.
그렇지 않다고 말해 봤자 와닿지가 않는다.
에단이 말을 시작하자 학부장은 아예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이제 자신의 몫은 끝났다. 학생들을 설득하고 이탈하지 않게 하는 건 오롯이 에단의 몫이다.
홀로 남은 에단에게 학생들이 차가운 눈빛들을 보냈다.
학부장이 있을 땐 학부장의 눈치를 어느 정도 봤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럼 왜 이 수업을 맡으셨나요? 기사학부 선생님이신데.”
“교장 선생님이 에단 선생님을 밀어준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때문인가요?”
불편하고 예의에 어긋난 질문들이 날아왔다.
“저희가 선생님께 어떤 걸 배울 수 있나요?”
“저흰 검술 수업을 듣고 싶은 게 아닙니다, 에단 휘커스 선생님.”
게다가 검술과처럼 이곳에도 상류층 학생들이 있었다.
“검술과야 지방에서 오신 선생님께서도 휘어잡을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겠지만 저희 마법학부는 다르거든요.”
검술과를 꽉 잡고 있는 상류층 학생이 메이슨 옐로우드라면 이 마법학부 쪽에는 그란델 토프가 있었다.
현 토프 후작은 손꼽히는 대마법사였다.
전투 마법사 중 홍련의 대마법사로 불리는 이가 바로 그였다.
‘여기도 아는 얼굴이 꽤 있군.’
확실히 마법학부 쪽은 기사학부 학생들보다 아는 이들이 많았다.
마탑과 연계하거나 왕립 마법 병단과 협업한 적이 많다 보니 날카로운 표정으로 에단을 보는 이들의 얼굴과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에단 선생님보다는 포션 제조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으로 제가 에단 선생님을 가르칠 수 있다는 소리죠.”
그란델의 말에 다들 말은 안 했지만 머리를 끄덕이며 동의하고 있었다.
이곳에 모인 학생들은 웬만한 마법사들을 데리고 온다 해도 그 실력이 밀리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그건 포션 제조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내 실력에 대해서 의심할 수밖에 없겠지. 그러니 일단 너희들의 말처럼 내 실력부터 증명하마.”
에단은 이미 이들의 반발을 예상하고 있었다. 고고한 자존심의 마법사야 이미 많이 겪어 봤다.
그건 학생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니 이들의 불평과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건 오로지 실력뿐이다.
에단이 앞에 마련된 기다란 탁자에 약초들을 펼쳐 놓았다.
-허류 탕약술을 시전합니다!
그러곤 곧장 탕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에단의 일거수일투족을 눈에 담았다. 약초를 꺼내고 짓이긴다. 정확한 타이밍에 약초를 넣고 섞는다.
일순 포션을 만드는 것 같았으나 뭔가 달랐다.
“지금까지의 포션 제조학 수업은 어땠나? 꽤 어려웠을 테지? 기본 수업이면서 꽤 난이도가 있어서, 취향에 맞지 않는 학생들은 수업을 듣는 게 고역이었을 거야.”
어려운 수업을 들어도 얻어 갈 수 있는 건 기초적인 포션 제조뿐이다.
“게다가 얻어 갈 수 있는 게 너무 기초적이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았을 거다. 그럼에도 이 수업에는 가치가 있으니 들으려는 학생들이 대부분일 테고.”
걸린 시간은 3분 정도.
원래 포션 하나를 만드는 데 적어도 10분 이상은 걸린다. 에단은 획기적으로 빠른 시간 내에 포션을 만든 셈이었다.
순식간에 에단이 탕약을 만들어 유리병에 담자, 불평불만을 쏟아 내던 학생들은 어느새 에단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분명 검술과 선생님이라고 했는데, 포션을 만드는 모양새가 마법사 그 자체였다.
에단은 만들어진 포션의 뚜껑을 닫기 전에 손을 올렸다.
사실 포션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마법사라고 부를 수 없었다.
그러니 이들의 흥미를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 한순간만큼은 마법사가 되어야 한다.
‘나는 이걸로 검술과의 외부인에서 포션 제조학을 맡은 교사가 된다.’
“자연의 축복.”
에단은 시련에서 얻었던 고대 마법, 자연의 축복을 사용했다.
물론 자연의 축복이 포션에 추가 효과를 주는 건 아니었지만 고대 마법을 모르는 학생들에겐 확실한 임팩트를 줄 수 있었다.
“어!?”
“자, 자연의 축복?”
난생처음 들어 보는 마법에 학생들이 당황했다. 이윽고 학생들의 눈빛이 변했다.
이 순간 에단은 기사학부의 교사가 아니었다.
포션 제조에 마법까지. 저건 완벽하게 마법학부의 교사가 아닌가.
자신들의 생각과 너무 다른 상황.
에단은 뚜껑을 닫은 탕약을 가볍게 던졌다.
탁-!
포션을 건네받은 그란델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마셔 봐라. 그러면 알 수 있을 거야. 만드는 척만 했는지 아니면 제대로 된 걸 만들었는지.”
그란델은 곧장 포션을 마셨다. 그리고 곧장 깨달았다.
온몸에 활기가 돈다. 특히 감각이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슉-.
손을 한 번 휘둘러보고 알았다.
이 포션은 진짜다. 특히 맛이 없는 게 상등품의 포션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런 퀄리티의 포션을 이렇게 순식간에 만들어 내다니.
놀라서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자, 내가 보여 주고 싶은 건 여기까지다. 봐 줘서 고맙군. 이제 나가고 싶은 학생은 나가도 좋다.”
의미는 명확했다. 눈을 감았으니 누가 나갔는지 에단은 모른다.
에단은 태연히 눈을 감았다.
그 의미는 명확했다.
학생들에게 선택을 맡긴다는 뜻.
그렇게 2분.
눈을 뜬 에단이 씩 웃었다.
“이제 수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도 되겠군?”
이탈자는 한 명도 없었다.
* * *
“절반, 아니 3분의 1 정도만 남아 있어도 그건 성공이라고 볼 수 있지. 우리 학부 학생들만큼 까다로운 마법사들은 없을 거라고, 아마.”
학부장실.
마법학부 학부장은 에단이 맡은 수업에 3분의 1 정도의 학생이 남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까의 반응이 최악이었다. 확실히 기사학부의 교사가 마법학부의 수업을 맡는 건 반발심이 무척이나 크다.
실력을 증명해 낸 교사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 반발심을 줄일 수 있었을 테지만 에단은 신입 교사였다.
검술과에서 두각을 보인 신입 교사니 3분의 1 정도만 남아도 성공이라고 학부장은 생각했다.
“학부장님, 수업 마쳤습니다.”
결과를 보고하러 온 에단에게 학부장이 안쓰럽다는 눈빛을 보냈다.
“에단 선생의 실력이야 아까 봤으니 나는 알아. 하지만 학생들은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거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수업을 듣지 않아.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말게나. 이건 선생에게 있어 큰 경험이 될 거야.”
신입 교사가 다른 과의 수업까지 맡아 한 번에 두 개의 수업을 진행하는 건 무척이나 드문 일이었다.
각각 다른 수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경험만으로도 이번 일은 의미가 있었다. 아마 에단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조언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얼마나 남았나? 마음이 좀 쓰릴 테지만 듣긴 들어야 하거든.”
더 위로해 줄 생각으로 학부장이 물었다.
에단이 학부장을 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50명입니다.”
“아이고, 정말 많이 줄었…… 응? 50명?”
학부장이 순간 눈을 찢어져라 크게 떴다.
“이탈자 0명입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