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71)
신들의 구독자 71화
71화. 금지 (1)
지네는 이 독지의 왕이었다.
자신의 독을 버틸 수 있는 생물이 없으니, 매일 같이 행복한 나날을 살았다.
언젠가 자신과 비슷한 독기를 가진 인간이 들어왔지만 그 인간은 오히려 자신에게 잘해 주었다.
맛있는 독을 주기도 하고 먹잇감을 던져 주기도 했다.
그랬기에 지네는 자신이 이 독지에서 영원히 왕으로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다.
……저 무시무시한 인간이 들어오기 전까진 말이다.
* * *
“키에에에에엑!”
지네의 온몸에 서리가 휘날리고 있었다.
“후우우우…….”
에단은 서리검-레아를 뽑아 든 채 지네의 빨간 점을 보고 있었다. 레벨 65에 덩치도 거대했기에 조심해야 했다.
물론 조심해야 하는 건 지네의 공격이 아니었다.
‘독주머니가 머리 아래에 있다. 저걸 터뜨려 버리면 동의보감에 기록할 수 없어.’
그러니 저 독주머니채로 베어 내야 한다. 하지만 에단이 그걸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지 지네의 움직임이 재빨랐다.
‘안 되겠군.’
에단은 호루스의 눈을 사용했다. 호루스의 눈을 얻은 후로 전투에 사용해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에도 대단한지 한 번 보자고.’
단순히 교육용으로만 쓸려고 15개의 좋아요를 쓴 게 아니다.
샤아아악-.
순간 지네의 모든 움직임이 에단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빠르다.’
빠른 지네의 움직임이 잘게 잘려서 에단의 시야에 들어왔다.
콱-!
움직임을 꿰뚫은 에단이 지네의 꼬리에 올라섰다.
‘모든 움직임이 제대로 보인다.’
호루스의 눈은 전투에 사용될 때 더욱 효과적이었다. 설마하니 이렇게나 몬스터의 움직임이 자세히 보일 줄이야.
‘움직임의 궤적이 거의 예지에 가까울 정도로 잘 보인다.’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있다면 그 어떤 공격이든 피할 수 있다.
에단은 빠르게 지네의 몸을 타고 올라갔다.
쐐애액-!
콰득-!
지네의 꼬리가 미친 듯이 춤을 추며 에단을 공격해 왔지만 이미 움직임을 꿰뚫고 있던 에단은 서리검을 휘두르며 반격에 나섰다.
“서리 베기.”
후우우욱-.
영웅의 호흡과 거인의 힘 덕분에 서리 베기가 맹렬하게 거대 지네의 거체를 파고들었다.
“키에에엑!”
지네가 온몸을 흔들었다.
그 움직임도 호루스의 눈에 전부 보였다.
‘여기다.’
에단이 정확한 타이밍에 점프했다.
아주 잠시 지네의 움직임이 멎는 순간을 노려 휘커스 검술을 펼쳤다.
서-걱!
“키엑!”
지네의 머리 아래 달려 있던 독주머니를 에단이 완벽하게 떼어 냈다.
“됐다!”
독주머니를 떼어 낸 에단은 떨어지며 동의보감을 펼쳤다.
-동의보감에 거대 그로스 지네의 독이 기록되었습니다!
착지한 에단은 서리검을 한차례 털어 냈다.
“이제 죽여 주마.”
독을 얻었으니 더 살려 둘 이유가 없었다.
* * *
“이젠 진짜 찾았다.”
독 안개 속을 돌아다니던 에단은 나무 집이 아닌 돌로 된 집을 발견했다. 하지만 아까의 경험을 살려 섣불리 움직이진 않았다.
“몬스터는 아니군.”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깥보다 더 심한 독 냄새가 매캐하게 코를 찔렀다.
“키에에에엑!”
“끼익!”
“챠르륵.”
“오.”
독왕의 은신처가 확실했다.
안쪽에서 여러 살아 있는 생명체의 소리가 들렸다.
“독을 지닌 몬스터들이군.”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었다. 굉장히 희귀한 몬스터들로, 그중엔 쥐처럼 생긴 아주 작은 몬스터도 있었다.
‘출현 확률 0.25퍼센트 몬스터야.’
치명적인 독을 가지고 있으나 출현 확률이 무척이나 낮은 몬스터였다.
“이놈은 0.5퍼센트고.”
그리고 그 옆에 있는 건 1퍼센트 확률로 출현하는 몬스터였다.
그런 희귀한 몬스터들이 큰 방을 가득 채우고 있을 정도였다.
“이러니 그 정도의 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거겠지.”
그 독으로 제국의 황녀를 협박할 수도 있던 것일 테고 말이다.
에단은 흐뭇하게 몬스터들을 보았다.
“이 많은 게 전부 동의보감에 기록할 수 있는 독들이란 말이지.”
에단에게 여기는 보물 창고나 다름없었다.
“더 있나?”
에단은 독왕의 은신처 이곳저곳을 살폈다. 저 몬스터들을 보니 기대되는 게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었다.
바로 독왕의 몸에서 발견했었던 가장 강대한 독을 지녔던 몬스터.
‘히드라.’
독의 왕이라 불리는 이 히드라 독이 독왕의 몸에 있었다. 그 말인즉슨 히드라가 이 독왕의 은신처에 있을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히드라는 굉장히 거대한 몬스터다.
‘따로 히드라 독만 모아 뒀겠지.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진짜 몬스터가 아니어도 상관 없었다. 독만 얻을 수 있다면 이 독왕의 은신처에 온 보람이 있다.
에단은 그렇게 돌아다니다 의심스러운 벽을 발견했다. 에단은 지체 없이 벽에 주먹을 날렸다.
꽈앙-!
“철문이네?”
주먹이 얼얼했지만 그래도 숨겨진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후우.”
에단이 한차례 호흡하고 서리검을 휘둘렀다.
“서리 베기.”
연속으로 다섯 번 서리 베기를 사용했다.
그러자 철문이 그대로 얼어 버렸다.
에단은 검을 깔끔하게 집어넣고 이번엔 철문을 발로 찼다.
쨍강-!
완전히 얼어 버린 철문이 유리처럼 산산조각 났다.
철문 너머엔 수많은 서랍장이 있었다.
에단은 씩 웃으며 서랍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죽으로 만들어진 부대를 찾을 수 있었다.
본래는 포도주나 물을 넣는 가죽 부대에 찰랑거리는 독이 담겨 있었다.
“그래, 없을 리가 없지.”
에단은 가죽 부대를 들었다.
“이 가죽 부대, 히드라의 독을 담고 있다는 건 평범한 가죽 부대가 아니라는 건데.”
독왕의 독은 기본적으로 강력하다.
특히 히드라 독은 원액 상태에서도 무엇이든 다 녹여 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보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버틸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독을 사용하는 히드라지.’
히드라 가죽. 이 히드라 가죽은 히드라의 독을 버틸 수 있는 방어구였다.
“히드라 가죽 부대가 맞네. 그게 아니라면 이 독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지.”
‘뭐든지 담을 수 있다는 뜻이야.’
여차하면 이 가죽을 사용해서 방어구를 만들 수 있을 듯했다.
‘독을 다 쓰고 나면 방어구로 써도 되겠어.’
역시 독왕의 은신처를 찾길 잘했다.
에단은 다시 몬스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얌전히 숙련도가 되도록.”
그러곤 몬스터들의 독을 하나하나씩 동의보감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동의보감에 기록된 독의 종류가 늘었습니다!
-허류 탕약술의 숙련도가 50퍼센트에 도달하였습니다!
-탕약의 효과가 강화됩니다!
숙련도 50퍼센트 돌파.
에단의 허류 탕약술이 그대로 강화되었다.
“오.”
탕약의 효과 강화.
현재 포션 제조학 수업을 맡게 된 에단에게 딱 좋은 효과였다.
에단은 곧장 독들을 꺼냈다.
“독들을 이렇게 많이 얻었으니, 이걸로 여차할 때 던지고 도망갈 수 있는 독 폭탄을 만들어 봐야지.”
-허류 탕약술을 시전합니다!
에단은 강화된 허류 탕약술을 사용했다.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허류 탕약술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걸.
‘디테일이 다르다.’
허류 탕약술이 에단의 손놀림을 보조해 주고 있다. 포션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끝이다.
같은 재료를 써서 같은 시간을 만들어도 나오는 결과물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향이 느껴져.’
에단은 강화된 허류 탕약술을 십분 체감하고 있었다.
‘숙련도를 올린 보람이 있다.’
띠링-!
-독 폭탄 탕약을 만들었습니다!
-등급 판정 중……
-독 폭탄 탕약 [B]
만들어진 건 B등급의 독 폭탄 탕약이었다. 등급은 B였다.
‘공격 용도로 만든 거니까.’
공격 용도로 만든 건 처음이었음에도 B등급이라는 높은 등급이 나온 것이다.
“탕약을 만들 때 타이밍을 완벽하게 알 수 있게 됐어.”
이전까지는 감각으로 알아챘었지만 이제는 감각뿐만이 아니라 스킬의 보조가 들어갔다.
“더 나은 게 나올 수밖에 없지.”
에단은 씩 웃으며 독 폭탄 탕약을 그대로 벽에 던졌다.
콰앙-!
큰 소리와 함께 벽이 독에 녹아 허물어졌다.
만족스러운 결과.
“많이 얻어 가는구만.”
하지만 아직 하나 더 남아 있다.
“유적지가 남았다.”
그곳이 달의 여신의 신전인지는 확인해 봐야 아는 법이다.
* * *
금지의 한가운데.
그곳에 폐허로 보이는 유적지가 있었다.
“흠.”
그 앞에 도달한 에단은 유적지 앞을 살폈다.
“이미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 있어.”
발자국이 남아 있었고, 안쪽에서 빼 온 듯한 익숙한 양식의 동상 조각도 있었다.
“이미 독왕이 한 번 확인한 건가.”
에단은 곧장 안쪽으로 들어왔다. 확실히 독왕이 들어왔었는지 신전 안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누가 이곳을 신전으로 볼까.
그러나 달의 여신의 후예인 문포스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에단은 느낄 수 있었다. 저 안쪽에서 달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크하하하핫-!”
“이곳으로 도망쳐 오길 잘했군!”
“이제부터 이곳은 우리 마족들의 근거지가 될 것이다.”
‘뭐지? 마족?’
에단이 대도적의 극의를 사용해서 조용히 안쪽으로 들어섰다.
신전의 중심.
거대한 달의 여신의 동상이 있는 그곳에 마족들이 있었다.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으나 인간을 주식으로 삼는 마계의 몬스터였다.
‘마계의 문은 아직 안 열렸을 텐데?’
마계의 문은 이베카 아카데미가 몰락하고 꽤 시간이 흐른 후에 열린다.
열리는 곳은 북부. 차가운 북부의 땅에서 태양 전쟁이 벌어지고, 그 결과 마계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마족들이 이쪽에 넘어온다.
‘그걸 막는 게 메인 퀘스트 중 하나인데 말이야.’
어째서 여기에 마족들이 있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띠링-!
-여신이 당신에게 임무를 내립니다.
-폐허가 되어 버린 달의 신전에 평온을 되찾으십시오.
‘저 마족들을 처리하는 게 직업 성장 퀘스트라는 거지.’
에단은 천천히 서리검을 들었다.
[Lv 68]마족들의 레벨은 무척이나 높았다.
‘마족들은 레벨만으로 강함을 확인할 수가 없어.’
그들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강력한 마법에 있었으니까.
‘마법을 쓰지도 못하게 처리하면 되겠군.’
에단은 우선 아공간 주머니에서 아까 챙겨 두었던 빅 프로그의 고기를 꺼내 먹었다.
‘윽.’
맛이 최악이었지만, 꾹 참고 삼켰다.
그러자 미식가 특성이 한층 불타기 시작했다.
거기에 이어 만들어 두었던 독 폭탄을 손에 들었다.
총 다섯 개.
쐐액-!
에단이 그대로 마족들에게 독 폭탄을 던졌다.
콰아아앙-!
“뭐, 뭐야!?”
“뭐야, 이건!”
“어떤 놈이냐!”
다섯 개의 독 폭탄이 터지자 순식간에 주변에 보라색의 독무가 퍼지기 시작했다. 마족들은 서로가 보이지 않았지만 에단은 아니었다.
-호루스의 눈이 발동합니다.
“보인다.”
에단은 마족의 위치를 확인했다.
그러곤 영웅의 호흡을 길게 이었다.
‘대도적의 극의를 사용해서 암살한다.’
이번에 이 대도적의 극의가 어느 정도까지 통하는지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만약 암살 용도로 사용하기 적합하다면 이제부터 있을 여러 가지 일에 써먹기가 더 좋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여차하면 도망 용도로도 좋다.’
독 안개에 당황해하는 마족들 사이로 에단이 침입했다.
푸욱-!
“커헉……!”
에단의 검이 심장을 꿰뚫을 때까지 마족은 에단의 움직임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괜히 이름이 극의인 게 아니군.’
에단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나머지 마족들도 똑같이 처리했다.
호루스의 눈에 대도적의 극의까지.
“쓸 만하군.”
에단은 마족들을 한쪽으로 치워 버렸다. 독 안개가 가시니 신전의 전체적인 모습이 보였다.
이곳은 아마 기도를 하기 위한 곳이었는지 부서진 의자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중앙에 거대한 동상이 있었다.
여신 문포스의 동상.
기도하듯 두 손을 가슴 중앙에 모은 성스러운 문포스가 그곳에 있었다.
“누군가 머리를 베어 냈군. 아주 깔끔하게.”
에단은 한쪽 구석에서 동상의 머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족 놈들이 한 짓인가 보네.”
에단은 그 머리를 그대로 돌려놓았다.
띠링-!
-달의 여신이 당신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신전이 원상 복구되었습니다!
-연계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새로운 연계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에단의 머리 위로 반짝이는 새파란 가루가 뿌려졌다.
-직업이 성장하였습니다.
-모든 스탯이 영구적으로 ‘10’만큼 상승합니다.
하나였던 에단의 별이 하나 더 늘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무슨 보상일까.”
에단은 기대하며 보상을 열었다.
“……어?”
그리고 그대로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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