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72)
신들의 구독자 72화
72화. 힘 싸움
에단의 손 위에 새파란 구슬이 흔들리고 있었다.
-보상을 받았습니다!
-여신이 당신을 격려합니다.
보상은 파란색 구슬이었다.
마치 마나를 뭉쳐 놓은 것처럼 꽤 아름다운 구슬이었는데, 살아 있는 생물체처럼 흐물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계속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 드는 묘한 색깔의 구슬이었다. 구슬이 흔들릴 때마다 주변의 빛이 흡수되어 반짝이기 시작했다.
에단은 이 파란 구슬을 두 손가락으로 집어 하늘 위로 올렸다.
그러자 반짝이는 푸른빛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이렇게나 좋은 걸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여신님.”
역시 달의 여신이었다.
서리검-레아와 여신의 반지 다음으로 이걸 줄 줄이야!
여신은 부서진 동상의 목을 원래대로 복구한 걸 만족스러워하는 듯했다.
굳어 있던 에단의 표정이 순식간에 풀어졌다.
“감사히 쓰겠습니다.”
새파란 구슬.
에단은 이 파란 구슬이 어떤 물건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정령석을 받을 줄은 몰랐군.”
이 새파란 구슬의 정체는 정령석이었다.
정령석이란 정령의 힘이 담긴 보석으로, 정령과 계약을 맺게 해 주지만 굉장히 얻기가 어려웠다.
정령석마다 각자 다른 정령의 힘이 담겨 있어, 특정 정령과 계약을 맺을 때 아주 수월하게 맺을 수 있었다. 거기에 정령 계약의 위험성도 무척이나 적었다.
‘어떤 정령의 정령석인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평범한 정령의 정령석이 아닌 건 확실하다.’
일순 평범해 보이는 파란 구슬이었지만 풍기는 오라가 일반적이지 않았다.
“정령계를 한 번 찾아가야겠는데. 가면 어떤 정령의 정령석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거야.”
아니면 정령사들이 모여 있는 정령 마탑을 찾는 것도 좋을 듯했다.
“독왕이 처음부터 끝까지 내게 좋은 일만 해 주는구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 불러도 되겠어.”
역시 악당도 쓰기 나름이다.
* * *
“다음에도 한 번 더 부탁하네, 흠흠. 다음엔 내가 여기 없을 테니 여기로 오진 말고.”
금지 바깥으로 무사히 나온 에단에게 노기사가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기사님.”
에단은 정중하게 인사를 한 후 곧바로 아카데미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에단은 호위 두 명과 함께 강의실을 찾았다.
오늘이 세 번째 수업의 날이었다.
‘아마 오늘 일주일 내내 훈련했던 성과를 보여 주려고 할 거야.’
두 번째 수업 때 학생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에단에게 지적을 당했다. 그 지적을 토대로 일주일 동안 훈련을 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방식으로 수업을 할 거야. 학부모 참관 수업도 준비하고 말이지.’
에단은 이 세 번째 수업에서 다른 방식으로 이들을 훈련시킬 생각이었다.
‘기초 체력의 강화.’
태어날 때부터 수많은 영약과 고급 포션들을 먹어 아주 자연스럽게 마나를 써 왔던 귀족가의 자제들에게 마나는 거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에단은 안다.
이 마나가 육체의 발전을 저하시킨다는 걸.
‘검술을 완성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건 육체거든. 근육을 짜낼 수 있는 상태에 더해 마나를 사용해야 한다.’
“여기로 옮기면 되나요?”
“다 옮겼습니다, 공자님!”
“거기에 두라고.”
에단은 두 호위에게 부탁해 앞서 만든 덤벨과 바벨을 강의실로 가지고 왔다.
또한 누워서 운동할 수 있는 벤치도 가지고 왔다
이렇게 모아 놓고 보니 완전히 작은 체육관이나 다름없었다.
‘체계적인 체력 단련을 해 놓아야 더 강해질 수 있다.’
“후우, 후우. 확실히 마나를 제한한 상태에서 이 무거운 쇳덩이들을 드니 근육 이곳저곳이 비명을 지르는군요.”
기사인 슈들렌은 에단이 굳이 명령하지 않았음에도 마나를 제한하고 덤벨과 바벨을 옮겼다.
그 결과 에단이 계획한 체력 단련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직접 체감했다.
부웅-.
물론 예리카는 부양 마법 레비테이션을 사용해서 쉽게 옮겼지만 말이다.
“너무 힘을 쓰진 마, 슈들렌. 정확한 자세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다친다.”
“예, 알겠습니다!”
두 호위 덕분에 운동 기구들을 전부 옮긴 에단은 학생들을 기다렸다.
“오늘은 너희 둘의 역할이 중요해. 오늘 조교 역할을 해야 하니까.”
워낙 많은 수의 학생들을 단련시켜야 했기에 사람이 부족했다.
“근데 정말 저희 역할이 그겁니까?”
슈들렌은 처음에 에단의 말을 듣고 당연한 말이지만 운동 자세를 봐 달라는 뜻인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전반적인 컨트롤, 운동 자세를 봐준다거나 틀린 자세를 지적하고 올바른 자세를 알려 주는 건 에단의 몫이었다.
두 호위의 몫은 한 번 교육을 했음에도 고치지 못하는 학생들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하거든.”
슈들렌은 자신이 그런 눈빛을 받는 걸 잠시 상상했다. 그러곤 몸서리쳤다.
“이건 엄청난 압박이 되겠습니다.”
“그렇지? 얼마 뒤에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으니, 이번 기회에 연습을 하는 셈이야.”
“어떻게 학생들의 심리를 그렇게 잘 아시는 건가요? 저는 에단 님이 제 선생님이었다면 매일매일 울었을 것 같은데요.”
“울면서 배우는 게 기억에 남는 법이야.”
에단의 눈빛에 예리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렇게 설치가 다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퀭한 학생들이 들어왔다.
다들 몹시 피곤해 보였지만 눈빛은 살아 있었다. 오늘이 세 번째 수업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에단 휘커스라는 선생에게 익숙하지 않아 휘둘렸지만, 오늘은 다들 자신들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 주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대충 다 적응한 듯한 얼굴들이군.’
에단이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엘리트 학생들이 무서운 점 중엔 이처럼 적응이 빠르다는 점도 있었다.
‘이번 세 번째 수업으로 임팩트를 이어 간다.’
“반갑군. 한 명도 늦지 않고 제 시각에 오는 걸 보니 저번 수업이 꽤 마음에 든 것 같은데.”
에단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슈들렌과 예리카가 깜짝 놀라 에단을 보았다.
목소리와 분위기, 그리고 풍기는 오라.
지금까지 알고 있던 에단과는 단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었다.
평소의 에단은 조금 유한 면이 있었지만 지금 에단은 그야말로 함부로 대답조차 하기 어려운 분위기의 교사 그 자체였다.
엘리트 교사.
그야말로 타고난 엘리트 교사처럼 느껴졌다.
“이 둘은 내 호위다. 다들 알고 있을 테지? 오늘 내 호위 둘이 이곳에 온 이유는 수업을 돕기 위해서다.”
학생들의 시선이 호위 둘에게서 앞에 있는 정체불명의 쇳덩이로 이동했다.
“그리고 이게 오늘 수업의 핵심이다.”
에단이 입만 슬쩍 웃자 학생들의 표정이 굳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검술 실력을 갈고닦아 왔다.
특히 지적해 줬던 부분들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에단에게 꼭 제대로 된 가문의 비전 검술을 보여 주겠노라고 생각했다.
으득-!
이 중에서 가장 그 감정이 심했던 건 바로 메이슨이었다.
그는 뤼비네이드 검술을 보여 줬었고, 에단에게서 네가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때문에 이번 수업에선 자신의 검술을 보여 주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수업을 하겠다니?
하지만 학생들의 그런 눈빛에도 에단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늘의 수업 내용은 체력 단련이다.”
뜻밖의 말에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혹시 여기까지 오는 데 마나를 사용해서 왔나? 혹시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온 사람은 없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럼 마나를 쓰지 않고 단련했던 적은 언제지? 열 살 이전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손을 든 학생은 없었다.
에단이 한심하다는 듯이 학생들을 보았다.
그 눈빛에 학생들은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엔 마나를 사용해서 단련하는 것 아닙니까?”
그때 메이슨이 용기를 내어 손을 들고 질문했다.
“하지만 그 마나를 사용하는 건 육체다.”
에단이 혀를 찼다.
“내가 보기에 여기서 딱 한 명을 제외하곤 전부 다 육체가 허약해 보이거든. 그렇다면 검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사실 학생들이 보기엔 에단이 제일 허약해 보였다. 특히 저 아련한 눈빛을 보고 있자면 무섭다가도 동정심이 들곤 했다.
“론 베어즈.”
“예, 선생님.”
에단이 지목하자 거대한 덩치의 학생이 나왔다.
“타고난 육체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오로지 마나 단련에만 힘써 왔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도 메이슨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엔 마나가 중요한 법. 육체는 그 마나를 다룰 수 있는 기본만 있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에단이 피식 웃었다.
“그럼 육체의 단련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거로군?”
“예, 결국엔 마나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그 누구도 육체만으로 싸우지 않는다.
육체 위에 마나가 뒤덮이면 아무리 육체 단련을 해 왔다고 한들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니 말이다.
“앞으로 나오도록.”
강단 앞으로 론이 나오자 그 거대함이 한층 배가되었다.
180센티가 넘는 에단보다 20센티는 더 클 정도의 거구.
“검을 쥐어라. 그리고 쓸 수 있는 만큼 마나를 써라.”
에단이 론 베어즈에게 목검을 건넸다. 그러곤 자신도 목검을 들었다.
“나는 마나 없이 내 육체로만 싸우겠다.”
그 말에 론의 표정이 굳었다.
“검술 실력을 대결해 보자는 게 아니야. 걱정 말도록.”
겁먹은 듯한 론에게 에단이 말했다.
“힘 싸움이다.”
순간 학생들의 표정이 함께 굳었다.
두 호위도 마찬가지였다.
에단의 검술 실력이 엄청나다는 건 안다.
하지만 힘으로 따지자면 에단은 그다지 강한 편이 아니었다.
호리호리한 체구에서 힘이 나오면 얼마나 나온다는 것인가.
마나를 쓴다면야 그 약한 힘을 보완할 수 있고 검술로도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에단은 지금 그 어떤 것도 쓰지 않고 오로지 육체의 힘만으로 저 2미터가 넘는 거한을 상대하겠다고 했다.
론은 척 봐도 거력을 가진 학생이었다. 거기에 마나를 쓰는 것까지 허락받았다. 물론 아카데미 내에선 마나가 제한되어 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듯 보였다.
“도대체 무슨 짓을.”
유나 가넷은 에단이 이번에야말로 과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론 베어즈는 인간이라고 보기 어려운 거구를 가지고 있다.
마나를 안 써도 질 싸움에 마나를 쓰게까지 해 준다고?
“론 베어즈.”
“선생님,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날 걱정해 주는 건가?”
에단이 피식 웃었다.
“검술과 꼴등이 그런 말을 지껄이니 한심하기 그지없군.”
순간 론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
“분명 선생님께서 허락하신 겁니다.”
분노한 론 베어즈가 그대로 자세를 잡았다.
“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