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73)
신들의 구독자 73화
73화. 3번째 수업 (1)
론 베어즈는 숲에서 태어났다. 정확히는 산속.
당연히 귀족 가문의 자제도 아니었다.
아카데미에 몇 없는 특별 입학생.
타고난 거력 덕분에 검술과에 입학한 케이스였다.
베어즈라는 성은 그가 산에서 곰처럼 살았기에 붙여진 성이었다.
곰처럼 살다 산에서 살던 일족에게 거둬졌고 그들이 론을 키워 주었다.
그들은 산에서 사는 신비를 다루는 일족이었다.
부모처럼, 친구처럼, 연인처럼 론 베어즈를 성심성의껏 키워 주었다.
그들은 이 산을 지키는 대가로 신비를 얻은 일족. 어느새 론은 일족의 대전사 후보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론에게 신비는 맞지 않는 옷이었고, 그에게 맞는 옷은 거력을 활용하는 일이었다.
족장은 그런 론의 상태를 알았다. 그랬기에 일족의 어른들과 머리를 맞대 생각했고 힘을 모아 론을 이베카 아카데미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자신들이 가르칠 수 없는 것들을 아카데미에서 배울 수 있을 거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론을 아카데미로 보내기 위해 일족은 일족의 보물을 아카데미에 기부했다. 그걸로 특별입학 기회를 얻었다.
이 모든 걸 알게 된 론은 산에서 내려오며 결심을 했다.
일족이 보물까지 줘 가며 보내 준 아카데미다.
그들이 준 기회를 절대로 허투루 쓰지 않으리라. 제대로 성과를 내 빛나는 졸업장과 함께 되돌아오리라.
그렇게 목표를 가지고 들어왔지만 아카데미에 들어온 이후 절망을 맛보고 있었다.
힘으로는 일족들 사이에 적수가 없었던 그였지만,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쉽사리 이길 수가 없었다.
힘만으로는 부족했다.
이곳에 있는 학생들은 힘과 더불어 기술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압도적인 힘이 있다면 기술은 필요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그저 이상론에 불과했다.
그는 화가 났다. 다른 누군가에게 화가 난 게 아니었다. 분노의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에단 선생님의 말이 맞다.
검술과의 꼴등. 그런데도 불구하고 벗어나려고 발버둥조차 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막상 그 말을 듣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라고 노력해 보지 않은 게 아니다!
“그으으으으으!”
분노한 론이 그대로 검을 치켜 올렸다.
거대한 덩치였지만 몸놀림은 빨랐다. 순식간에 에단에게 접근한 론이 그를 향해 목검을 내리쳤다.
힘과 힘의 싸움이다.
에단이 천천히 목검을 들었다. 그러곤 론이 휘두르는 타이밍에 맞춰 목검을 휘둘렀다.
학생들 몇몇은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에단이 크게 다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까앙-!
목검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작은 신음 소리가 들렸다.
“크윽.”
그리고 그건 에단의 목소리가 아닌 론 베어즈의 목소리였다.
“……!”
힘 대 힘 싸움.
누가 보더라도 에단이 밀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에단이 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첫 충돌에서 손목에 큰 타격을 입은 론 베어즈가 인상을 찡그리며 에단과의 힘 싸움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균형은 곧바로 깨졌다.
에단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오자 거구의 론 베어즈가 휘청거리며 밀리기 시작했다.
강의실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 대련을 보았다.
“저게 말이 된다고?”
메이슨 옐로우드가 한껏 인상을 쓰며 혀를 찼다.
저 거력의 론 베어즈와 힘 싸움을 한다고 했을 때. 메이슨 옐로우드는 결국 에단 선생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생각했다.
수업을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그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
그 증명을 위해 론 베어즈와의 힘 싸움을 고르다니.
메이슨은 마음껏 웃어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론 베어즈는 자신의 힘에 더불어 마나까지 사용했다.
반면에 에단은 마나를 쓰지 않았다.
오로지 육체의 힘만으로 론 베어즈를 압도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니야.’
생각해 보면 첫 수업부터 지금까지 말이 안 되는 일만 해 왔다.
아니 첫 수업이 아니다 신입 교사 입학부터 그랬다.
말이 안 되는 걸 가능케 하고 있다.
순간 에단이 목검을 그대로 흘리고는 옆으로 물러났다. 버티고만 있던 론은 에단이 옆으로 빠지자 그대로 앞으로 쑥 기울어지며 무릎을 꿇었다.
그걸로 대련은 끝이었다.
완전히 한쪽이 압도한 힘 싸움이었다.
“이겼네?”
유나 가넷의 생각 역시 메이슨과 다를 바 없었다.
분명 에단은 마나를 쓰고 있지 않다.
반면에 론 베어즈는 허용 되어 있는 마나를 모두 일으켜 회심의 일격을 내리쳤다.
론이 검술과의 꼴등인 건 확실하지만 그건 론이 제대로 된 검술을 배우지 못해서였을 뿐이다.
게다가 기본 검술인 뤼비네이드 검술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졌으니.
즉, 론은 기술이 부족했을 뿐이지 힘이 부족해서 꼴등이 된 게 아니다.
저 거대한 덩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고난 거력은 검술과의 그 누구보다도 대단했다. 사실상 육체의 힘만 따지고 들자면 저 론 베어즈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학생과 교사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곳이 어디인가. 이베카 아카데미 아닌가.
재능이 뛰어난 원석들이 즐비한 곳.
가르치고 있는 교사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경계심을 가질 만큼 잠재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수두룩하다.
“끄으으으.”
그런 론을 오로지 육체의 힘만으로 꺾었다.
학생들은 믿을 수 없는 결과에 에단을 뚫어져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론 베어즈. 지금 나는 마나를 사용하지 않았다. 오로지 육체의 힘만으로 네 힘과 마나를 꺾어 버렸지.”
에단이 무릎 꿇고 허망한 얼굴로 있는 론을 보았다.
“다시 물어보지. 이래도 육체는 중요한 게 아닌가? 아직도 마나가 제일인가?”
같잖다는 듯한 웃음은 론을 향해 있었으나 실상 이건 이 강의실에 있는 모든 학생에게 말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아무도 입을 열 수 없었다.
결국 에단이 다시 그 침묵을 깼다.
“강인한 육체가 토대가 되어 그 위에 마나가 쌓여야 한다. 같은 검로로 검을 휘둘러도 육체의 단련에 따라 그 위력이 달라진다. 또한 강인해진 육체로 검로의 디테일한 부분을 채울 수도 있겠지.”
에단의 말이 이어졌다.
“육체 단련 또한 검로를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요소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이 앞에 보이는 쇠들로 육체 단련을 할 것이다.”
론은 눈을 감아 버렸다. 가장 자신 있어 하던 힘 싸움에서까지 밀렸다.
그렇다면 아카데미를 더 다닐 이유가 있을까?
잘하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는데.
망신만 당할 것이다.
자신을 믿고 지원해 준 일족이 욕을 먹게 될 것이다.
론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패배의 충격이 너무 컸다.
자리로 돌아가려던 찰나에 에단이 그를 불렀다.
“론 베어즈.”
“죄송합니다. 선생님. 제가 어리석은 말을 했습니다. 실력도 부족하면서…….”
자기혐오에 가까울 정도로 무너진 눈빛과 말투.
에단은 웃으며 그를 다독였다.
“다 맞는 말이다. 어리석은 말을 했고 실력도 부족하지. 하지만 하나 잘한 일이 있다.”
에단이 그에게 다가갔다.
“내 수업을 들은 것.”
“……예?”
“아예 힘 쓰는 법을 모르고 있더군.”
에단이 그의 등을 툭 쳤다.
“그 힘. 내가 제대로 쓸 수 있게 만들어 주마.”
* * *
‘특성을 쌓아 놓은 보람이 있군.’
에단은 군말 없이 앞으로 나온 학생들을 보여 미소 지었다. 그냥 앞으로 나와서 육체 단련을 하라고 했어도 아마 학생들은 전부 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 왜,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거고 기존에 하던 검로를 수정해 주고 교정해 주는 수업이 더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분명 누군가는 드랍할 수도 있다.’
에단은 이 검로의 이해 수업을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되는 영양가 있는 수업이 되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걸 위해선 이렇게 확실한 임팩트가 필요했다.
론은 그 임팩트를 주기에 딱 좋은 학생이었다.
‘나야 육체 단련을 열심히 하긴 했지만. 이 쇳덩어리를 들어서 한 건 아니거든.’
병약한 에단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수련 방식이다.
‘물론 그렇게 말해 봤자 와닿지 않을 테지.’
그랬기에 에단은 얻어 놨던 특성을 은근하게 사용했다.
몸에 걸려 있는 저주, 절멸증 덕분에 계속해서 발동하고 있는 특성 [미식가] 와 시련에서 얻었던 [거인의 힘]이었다.
아무리 론 베어즈가 힘이 강하다고 한들 이 두 특성 앞에선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법.
게다가 이 힘을 컨트롤하는 게 에단이었으니.
에단은 앞으로 나온 학생들에게 곧바로 시범을 보여 주었다.
“지금부터 나와 이 두 호위가 시범을 보일 거다. 어떻게 단련하는지 보여 줄 테니. 따라 하도록.”
에단과 두 호위가 정확한 자세로 쇳덩어리를 들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에단은 반복해서 총 세 번을 보여 주었다.
“봤으면 시작한다! 저번 수업처럼 조를 맞춰서 할 것이다!”
학생들의 눈빛이 빛났다.
몇몇 학생들은 껄끄러워했지만 또 몇몇 학생들은 자신 있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냥 체력단련이야 지겹게 해서 사실 질리는 감이 있었으나 이 체력 단련은 달랐다.
그 엄청난 수업을 했던 에단 휘커스 선생님이 가지고 온 체력 단련 루틴이다.
거기에 마나를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하니 이전보다 확실히 육체가 단련될 터.
“뭐, 다를 것도 없지.”
“어차피 허용되어 있는 마나 자체가 적으니까 말이야. 평소에도 마나가 없이 활동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마나를 쓰지 못한다는 걸 학생들은 그리 큰 페널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에단이 그렇게 자신만만한 학생들을 슬쩍 보았다.
‘생각대로군.’
에단은 속으로 웃으며 계속 지시해 나갔다.
“10번. 반복한다. 아까 보여 줬던 첫 번째 자세다.”
에단이 보여 준 건 바벨을 승모근에 걸어 하체 근력을 폭발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는 바벨 스쿼트였다.
“예리카.”
“네.”
예리카가 딱, 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바벨 열 개가 동시에 떠오르더니 각각의 학생들의 승모근에 정확히 내려앉았다.
순간 마법과 수업을 함께 듣는 검술과 학생들과 마법과의 학생들이 예리카를 보았다.
에단이 데리고 다니는 호위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카데미에 들어왔으니 마나는 제한되어 있을 터라 그 능력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의문이 깔끔하게 지워졌다.
“으으.”
“으윽!”
저 굉장한 무게를 동시에 들어 정확하게 컨트롤했다. 이 적은 마나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괴물 같은 선생님의 호위 또한 괴물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다면 저 근엄한 표정의 기사는 얼마나 더 대단할 것인가.
다들 기대하는 가운데 단련이 시작됐다.
“다운!”
허리를 세우고 정확하게 끝까지 내려갔다 올라온다. 단순한 동작이었지만 마나를 사용하지 않은 이들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끄으으으으윽!”
“집중. 집중해라! 숫자에 집중하지 마라! 열 개를 다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 그 절반을 하더라도 정확한 자세로 하겠다는 마인드로 들어라!”
“끄아아아아아아아-!”
“세 개만 더!”
“아아악! 다 채웠습니다!”
“두 개 더!”
그때 슈들렌이 움직였다.
더 못 하겠다는 학생에게 다가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 정도밖에 못하나? 마나가 없는 네놈은 정말 가치가 없군. 쓰레기보다 못하다. 풀풀 냄새 나는 그 엉덩이를 당장 들어 올리란 말이다.”
“그으으으. 무, 무슨…….”
“이런 한심한 놈. 나를 째려볼 시간에 자세에 집중해라. 밥만 먹고 검만 휘둘러 온 놈이 단순한 자세 하나 제대로 못하나? 네게 맛있는 밥을 먹이려던 주방장의 삶이 불쌍하구나.”
분명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기만 하라는 게 에단의 명이었다.
하지만 슈들렌은 그걸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밥버러지. 이래서야 네 동료가 너를 믿고 등을 맡길 수 있겠나? 단순한 거 하나 못하는데.”
“끄으으으으으으!”
분노한 학생들이 슈들렌을 핏발 선 눈빛으로 보았다. 슈들렌은 왠지 기분이 상쾌했다. 기사단에서 들었던 말들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대기 중이던 학생들은 질린 눈빛을 보냈다.
다른 의미로 저 기사 또한 괴물임은 틀림없었다.
괴물이 아니고서야 저렇게 마음을 깨는 말은 못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