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74)
신들의 구독자 74화
74화. 세 번째 수업 (2)
“흡. 흡. 흡.”
메이슨은 무척이나 깔끔하게 바벨 스쿼트를 했다.
이미 그는 마음을 먹었다.
어떻게 해서든 저 빌어먹을 선생에 한 방 먹여 주겠다고.
그리고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
저 선생이 하는 기대를 왠지 충족시켜 주고 싶다는 그런 생각. 그래서 저 냉혈한 얼굴로 짓는 미소가 자신을 향하는 걸 상상했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었지만 요컨대 인정을 받고 싶다는 감정에서 기인한 것들이었다.
“끄으으으아아악!”
그렇기에 더더욱 기합을 넣었다.
학생들은 기합을 넣으며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메이슨 옐로우드를 보며 당황했다.
지금까지 수업이라곤 제대로 듣지도 않고 교사를 무시하기 일쑤였던 메이슨 옐로우드가 저렇게 열심히 수업에 임한다고?
그것도 이 힘겹고 단순한 육체 단련 수업을?
메이슨은 그런 학생들의 의아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벨 스쿼트를 반복했다.
다른 학생들에 비해 메이슨은 꽤 완벽한 자세를 취했다.
“음.”
에단이 그런 메이슨을 보았다.
메이슨은 에단과 그 두 명의 조교들이 보여 주었던 자세를 정확하게 따라 하고 있었다.
당연히 칭찬 받을 거라 생각했건만, 에단은 그냥 지나갔다.
“젠장.”
이걸로도 부족하다고?
하지만 메이슨은 욕을 한 번 더 하는 대신 바벨 스쿼트를 한 번 더 했다. 다음번엔 무조건 칭찬을 받고 말겠다.
저 에단 휘커스 선생의 입에서 잘했다, 는 말 한마디를 꼭 듣고 말겠다고 생각했다.
“자세. 자세가 흐트러졌다. 정확하게 허리를 세우고. 허벅지만을 이용해서 올라와라. 올라올 때는 엉덩이를 신경 써라. 그저 단순히 앉았다 일어서는 것이 아니야.”
에단은 호루스의 눈으로 학생들의 자세를 섬세하게 살폈다.
-호루스의 눈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더 많은 정보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호루스의 눈은 굿즈였고 따지고 보면 아이템이었지만 스킬처럼 운용이 됐다.
‘숙련도가 오르면 오를수록 보이는 것이 많아진다는 거군.’
에단은 눈에 힘을 주고 더욱더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에, 에단 선생님!”
그때 함께 바벨 스쿼트를 하고 있던 유나 가넷이 에단을 불렀다.
솔직히 우습게 봤다.
하지만 막상 직접 해 보자, 그 생각이 싹 지워졌다. 특히 자세가 가장 어려웠다. 머릿속으로는 알겠는데 몸으로 재현하기가 어려웠던 것.
게다가 너무 무겁고 힘겨웠다.
“저, 정말 죽겠어요.”
매사 흥분하는 법이 없고 냉정했던 유나 가넷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에단이 가까이 다가가자 유나 가넷이 에단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
“제, 제가 자그마한 성의를 드릴 수 있어요. 아뇨 큰 성의도 드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선생님 그 개수를 열 개로. 열 개를 다 했다고 말해 주시면…….”
“유나 가넷 학생.”
에단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난 학생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부자야. 혹시 돈으로 불가능한 게 없다고 생각하나?”
에단의 말에 유나가 간절한 표정으로 에단을 보았다.
그러나 에단은 냉정했다. 돈으로 바꾸는 게 불가능한 게 바로 여기 있다는 듯이.
“일곱이다. 내려가지 않으면 영원히 일곱에서 멈출 테지.”
“으으으!”
강의실이 후끈거렸다.
한차례 단련을 끝낸 학생들의 거센 숨소리와 간간이 들려오는 신음 소리.
계속해서 바벨 스쿼트가 진행되었고 이제 마지막 조만 남게 되었다.
“얼마나 너희들이 나약한지. 이제야 알겠나? 그따위 몸뚱어리로 대단한 검사인 것처럼 흉내를 냈겠지. 이 얼마나 웃기는 말이냐.”
학생들은 무력함을 느끼고 있었다.
마나가 없는 자신들이 얼마나 무력한지.
자신들이 얼마나 마나에 의지하고 있었는지.
하지만 유일하게 한 명.
눈을 빛내는 학생이 있었다.
에단에게 힘으로 밀렸던 그 론 베어즈가 앞으로 나왔다. 론 베어즈는 아까 에단에게 조언을 들었다.
그리고 이번 수업은 자신을 위한 수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말도 했다.
“지금까지 바보 같은 짓을 해 왔어.”
론이 중얼거리며 자세를 잡았다.
에단이 말하길.
나약한 마나에 의지해 자신의 가장 강점이라고 볼 수 있는 육체를 버렸다고 했다.
단련을 그만두고 오로지 마나만을 갈고닦고 검을 휘둘렀으니.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어떻게든 입어 보겠다고 몸을 이리저리 어떻게든 작게 만들려는 꼴이라고 했다.
그제야 눈이 뜨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론에게 말해 주지 않던 것이었다. 여러 교사들 혹은 친해지려고 다가갔던 학생들은 전부 다 검술을 제대로 배우라고만 했었다.
하지만 에단은 달랐다.
론을 론 그 자체로 강해질 수 있다 말해 준 아카데미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제대로 강하게 만들어 주시겠다고 했어.”
그렇다면 강해질 것이다.
족장님과 마을의 사람들에게 당당히 허리를 펴고 돌아갈 것이다. 지금처럼 초라한 모습이 아닌 이베카 아카데미를 졸업한 일족 최고의 대전사가 될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보여 줄 생각이었다.
“하나!”
“흡!”
그래서 온 힘을 다해 바벨 스쿼트를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조였기에 앞서 단련을 했던 학생들은 저 바벨이 얼마나 무거운지 알고 있었다. 마나 없이 앉았다 일어서려면 온몸에 힘을 주어야 했다.
하체의 힘이 중요했고, 특히 몸 전체의 밸런스가 중요했다.
그 밸런스가 무너지면 올바르지 않은 자세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귀신같이 슈들렌과 예리카가 다가와 차가운 눈빛과 마음을 꿰뚫는 말들을 쏟아 냈다.
“오.”
그러나 론은 달랐다.
내려갈 때부터 안정적으로 내려갔고 아주 가볍게 다시 일어섰다.
“한 번이야 뭐.”
그러나 두 번, 세 번, 네 번을 넘어 열 번에 도달했을 때.
학생들의 표정들이 굳었다.
“지금껏 했던 학생들 중에 자세가 제일 훌륭하군.”
에단이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봐라. 이게 내가 너희들에게 바라는 완벽한 스쿼트의 자세다.”
에단은 곧바로 예리카에게 눈짓을 했다.
“무게 올립니다.”
“괜찮겠지? 론.”
“예. 더 올려도 될 것 같습니다. 아직 여유롭습니다.”
아직 여유롭다는 론의 말이 학생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 힘든 걸 아직도 반복할 여유가 있다고? 무게를 더해서?
오늘 학생 중에 무게를 올려서 바벨 스쿼트를 한 학생은 없다.
론이 무게를 올린 바벨로 다시금 스쿼트를 시작했다.
아까보다 더 무거웠지만, 여전히 자세는 완벽했고 앉았다 일어나는 과정 또한 부드러웠다.
무게를 올린 게 티가 안날 정도였다.
그 광경에 학생들을 너 나 할 것 없이 경외의 눈빛을 보냈다.
론 베어즈가 저 무게로 바벨 스쿼트를 수십 번 반복한다는 건 육체의 힘이 어마어마하다는 소리였다.
근데 방금 에단이 보여 주지 않았는가.
저 괴물 같은 힘의 론 베어즈와의 힘 싸움을.
에단은 론을 힘 싸움에서 압도하며 이겼다.
그 말인즉슨 저 괴물처럼 바벨 스쿼트를 하는 론보다 에단의 육체가 더욱더 강인하다는 것 아닌가.
“허어어억.”
에단에게 한번 혼쭐이 난 이후로 조용히 수업만 듣던 첸이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
몸이 덜덜 떨렸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에단 선생님은…….”
“얼마나 강한 거야? 아니 어떻게 저 몸으로 저 론 베어즈를 힘으로 이기신 거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바벨 스쿼트를 단숨에 끝낸 론이 에단을 보았다.
“훌륭하군. 오늘 네가 1등이다 론 베어즈.”
에단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하고는 학생들을 보았다.
“마나가 없는 너희들은 검술과 꼴등보다도 못해. 지금 이 순간만큼 검술과의 일등이 론이다.”
“젠장할.”
메이슨 옐로우드는 거친 숨을 내몰아쉬며 분함을 감추지 않았다.
다른 학생들도 당당하게 자리로 돌아오는 론 베어즈를 보며 인상을 썼다.
이건 굴욕이었다.
꼴등에게 지다니.
“이제 다들 잘 알았겠지. 육체가 얼마나 중요한 지. 오늘 했던 훈련이 더 이상 힘들지 않을 때쯤엔 너희가 밟을 수 있는 검로 자체가 달라질 거다.”
이제야 에단의 말이 뼈저리게 와닿았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이 생겼다.
너무 진도가 빠르다.
확실히 얻어가는 게 많은 수업이었지만 너무 힘들어서 다음 주 수업은 또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에단에게는 하나의 수업이지만 학생들에게는 여러 수업 중 하나였기에 다른 수업에 지장이 갈까 염려한 것이다.
“다들.”
지친 얼굴의 학생들에게 에단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호루스의 눈 숙련도가 올라가는 걸 보고 떠올린 아주 좋은 방법이었다.
“다음 주 수업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지?”
자신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말에 학생들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수정해 준 검로를 보여 줄 생각으로 왔을 테고. 그걸 일주일 내내 몸을 한계까지 끌어 올려 연습했더니 오늘은 다른 수업을 했으니 말이야.”
숙제가 두 개인 셈이었다.
하나는 육체 단련. 그리고 하나는 수정해 주었던 검로를 완벽하게 몸에 체득해서 오는 것.
하지만 이 두 숙제는 몸을 굴려야 했다. 그것도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열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뜻이었다.
“다음 수업을 위해 피로를 풀어 주마.”
“네?”
엄격하고 차가운 에단이다.
수업에 따라오지 못하면 첸 가르시아처럼 확실하게 교육을 시켜 주는 그런 선생님이다.
그런데 그가 피로를 풀어 주겠다고 말하다니.
몇몇 학생들은 인상을 썼다.
혹시 피로를 풀어 준다는 게 더 큰 숙제를 내준다는 걸까?
더 큰 숙제로 더 큰 피로를 만들어 이전의 피로를 잊을 수 있게 해 준다는 걸까?
아니면 정말 말 그대로 피로를 풀어 준다는 걸까?
도저히 짐작할 수가 없었다.
두 호위는 피로를 풀어 준다는 에단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으나 굳이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너희들의 피로를 가볍게 풀어 주마. 아마 그 즉시 몸이 풀릴 거다.”
그렇게 말하고는 손에 기다란 침을 만들어 냈다.
“……!”
“그, 그건…….”
“죄송합니다. 선생님! 한심한 모습을 보여서 죄송합니다!”
첸 가르시아가 벌떡 일어서서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 광경에 두 호위는 학생들이 무슨 오해를 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에단은 그런 학생들을 보며 침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걱정 마라. 죽이려는 게 아니다.”
“힉.”
첸의 딸꾹질과 함께 묘한 상황이 연출됐다.
에단이 웃으며 첸에게 손짓했다.
“첸 가르시아. 아마 네가 제일 피로할 테지? 이전에 내가 격하게 교육을 시켜 줬으니 말이야. 미운 놈한테 스테이크 한 덩이 더 준다는 말이 있다. 내가 피로를 풀어 주지.”
첸은 두려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에단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
“힘 빼라.”
그러곤 순식간에 침 다섯 개를 동시에 놓았다. 가장 피로가 심할 허벅지에 집중적으로 꽂아 넣었다.
“어?”
첸이 순간 눈을 부릅떴다.
“피로가 말끔하게…….”
에단이 계속 말해 보라는 듯이 손짓했다.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