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75)
신들의 구독자 75화
75화. 학부모 참관 수업 준비 (1)
학생들은 에단의 능력이 어디까지 뻗어 있는지 더 이상 예측을 하기가 어려웠다.
설마하니 첸 가르시아가 거짓말을 할 리는 없으니까.
가장 피곤해 보였던 그의 안색이 훨씬 나아 보였고 무엇보다 혈색이 돌아와 생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직 의심스럽나? 자, 줄 서서 나오도록. 아까처럼 조를 만들어서 나오면 곧바로 피로를 풀어 주마.”
에단이 현재 마법학부의 포션 제조학 수업을 맡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한 과목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교사는 본 적이 있다. 검술과에도 클라우디 하이드라는 걸출한 교사가 있었고 마법학부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그것도 다방면으로 능력을 보여 줬던 교사는 없었다.
“선생님.”
“유나 가넷. 걱정 마라.”
에단이 그녀에게 말했다.
“돈을 주지 않아도 치료 정도야 해 준다.”
“…….”
유나는 눈을 끔뻑거렸다.
“제가 필요 없으신가요?”
제 도움이 필요 없으신가요? 하고 물었어야 했다. 하지만 돈이 필요 없다는 그 말이 유나에게는 자신의 존재가 필요 없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상단의 후계자.
돈으로 쌓아 올린 성.
어느 샌가 돈은 유나 가넷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그 누구도 유나를, 유나의 돈을 거절하지 않았으니까.
처음이었다. 이런 경험은.
에단이 유나를 보았다.
그러곤 말을 잠시 고르더니 적합한 말이라 생각했는지 천천히 말했다.
“돈은 필요 없다.”
그리고 침을 사정없이 찔렀다.
푸욱-!
“악.”
아플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첸 가르시아가 눈에 띄게 혈색이 좋아진 것이 과장이 아니었다.
근육통은 물론이거니와 피로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지만 무언가 반짝이는 걸 찾은 듯한 기분이었다.
-허류침술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허류침술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에단은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학생들에게 침을 놓을 때마다 숙련도가 계속해서 상승했기 때문이었다.
‘너희들이 사랑스럽게 보이는구나.’
에단은 학생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물론 학생들은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지만 말이다.
-허류침술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일정 숙련도에 도달하였습니다.
-침의 개수가 늘어납니다!
-허류 침의 개수가 11개로 늘어났습니다.
본래 만들 수 있던 침의 개수는 10개였다.
이제 하나가 더 늘어나 11개가 되었고 이 늘어난 한 개의 침으로 인해 에단은 더욱더 다양한 곳에 오행침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좋아.’
이렇게 허류침술의 숙련도를 올릴 수 있게 될 줄이야.
수업을 하면 할수록 에단은 다양한 걸 얻어가고 있었다.
‘이제 다들 표정이 무척 좋아졌군.’
아까까지만 해도 세상 힘겨운 듯한 표정들을 하고 있던 학생들의 표정이 밝아져 있었다.
게다가 눈빛들도 조금은 부드러워진 상태였다.
‘그래, 이렇게 피로까지 풀어 줬는데 고마움을 못 느끼면 안 되지.’
“내 수업의 목표는 한 가지다. 너희들이 이 수업에서 뭔가를 얻어 가는 것. 내가 수정해 준 너희의 검로. 그리고 그 검로를 한층 더 완벽하게 따라갈 수 있는 육체의 단련. 이걸로 수업을 듣기 전보다 강해지는 걸로 난 족하다. 너희들이 아카데미의 미래다.”
에단은 한층 밝아진 학생들의 표정을 보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수업의 마무리이자 다음 수업에 대한 내용이었다.
“다음 주는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다. 다들 알고 있을 테지.”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올 게 왔다는 표정들이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표정들이 좋았건만, 학부모 참관수업이 걱정이 되는지 표정들이 복잡 미묘했다.
고위 귀족의 자제들이라고 해도 부모님의 눈을 신경 쓰는 것은 다를 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심하다고 볼 수 있었다.
가문을 물려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달려 있으니까.
아마 여기에 있는 학생들의 3분의 2 정도는 다음 주에 있을 학부모 참관 수업에 부모님을 모시고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여 주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심지어 다른 학생의 부모님까지 함께 있으니 더욱더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같은 귀족들 사이에서 어떻게 소문이 나는지는 꽤나 중요한 문제.
좋은 성과를 보인다면 부모님에게도 떳떳하고 귀족들 사이에서도 좋은 이야기가 돌겠지만, 반대로 한심한 모습을 보인다면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너희들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라는 걸 난 잘 알고 있다. 여러모로 보여 주고 증명하고 싶은 자리겠지.”
에단이 몇몇 학생과 눈을 마주쳤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수업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돋보일 수 있는 학생은 소수다. 이 수업에서 가장 뛰어난 몇몇 학생들만 지목을 받아 발표를 하게 되겠지.”
“네?”
“몇 명만 그럼 발표를 하나요?”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 됩니까?”
에단의 말에 당황한 학생들이 말했다.
시끄러워지려는 찰나, 에단이 강하게 발을 구르며 학생들을 조용히 시켰다.
쿵!
“아마도 다른 수업에서는 이렇게들 말했을 거다. 하지만 내 검로의 이해 수업에선 소수만 돋보이지 않을 예정이다. 모두가 다 수업에서 활약할 수 있게 할 생각이거든.”
이번 학부모 참관 수업.
에단의 말처럼 다른 수업들은 소수의 인원만 돋보이는 방식을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에단은 단 한 명의 학생도 놓칠 생각이 없었다.
“저번 주 그리고 이번 주에 배운 것들을 토대로 자유 대련을 실시할 것이다.”
“자유 대련이요?”
“그게 뭡니까?”
에단이 검지를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나와 너희들이 동시에 하는 대련이다.”
* * *
에단의 설명에 학생들의 눈이 빛났다.
학부모 참관 수업 때 진행할 예정이라는 그 자유대련 수업 내용이 꽤 흥미로웠기 때문이었다.
자유 대련.
그 이름처럼 자유롭게 대련을 하는 방식의 수업이었다. 하지만 이 대련은 학생들끼리 하는 게 아니다.
에단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한 명씩 나와 에단과 대련을 하는 방식의 수업이었다.
그 과정에서 아카데미에서 배웠던 검술을 펼칠 수 있다.
무엇을 배웠는지,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성장했는지 전부.
모든 학생들이 검로의 이해 수업을 넘어 아카데미에서 배운 모든 걸 보여 줄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그런 거라면…….”
“저희 모두가 한 번씩은 검술을 보여 줄 수 있겠습니다!”
학생들은 에단의 말에 학생들이 격하게 동의했다. 이거라면 정말 모두가 한 번씩은 주인공이 되어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이건 리스크가 있었다.
“선생님이 너무 힘드실 것 같습니다.”
학생들에게는 한 번씩이지만 에단은 75번의 대련을 해야 했다.
그것도 그냥 대련이 아니었다.
수업에서 활약하여 자신의 부모에게 실력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과의 대련이었다.
학생들은 이 대련에서 모든 걸 쏟아낼 테고 에단은 그 모든 걸 받아주어야 한다.
아무리 에단이 대단하다곤 하지만 연속으로 75번의 대련을 한다?
그건 저 클라우디 하이드 또한 못할 것이다.
“괜찮으실까요, 선생님?”
“선생님께서 계속 저희와 대련을 하셔야 하는데. 저희야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만.”
학생들에겐 아주 좋은 기회였지만 이들은 에단의 수업을 한 번 듣고 말게 아니었다.
만약 거기서 에단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수많은 귀족가의 눈동자가 그곳에 있으니 에단이 아예 묻힐 수도 있었다.
“나까지 걱정해 줄 여유가 있나 보군?”
“그, 그런 게 아닙니다!”
“걱정하지 말도록. 너희가 걱정하는 일은 없을 테니.”
에단이 말했다.
학생들은 그런 에단에게 존경심을 담은 눈빛을 보냈다.
오로지 학생들을 위해서.
다칠 위험과 망신당할 위험이 있음에도 학생들을 위해서 희생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렇게 좋은 선생님이었다니.
학생들 중에는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도 있었다.
물론 학생들의 착각이었다.
에단은 전혀 그런 생각 따위 없었고, 오로지 이 학부모 참관 수업에서 확실하게 자신을 어필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
신입 교사가 초반에 아카데미에서 크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는 이 학부모 참관 수업 때밖에 없다.
사실상 이 학부모 참관 수업은 오로지 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얼마나 잘 가르치느냐를 학부모에게 보일 수 있는 아주 큰 행사이기에, 학부모 참관 수업은 학생들의 행사면서 교사들의 전쟁이나 다름없었다.
‘신입 교사들이야 이제 막 들어왔으니 모르겠지만.’
경험이 있는 교사들은 이번 학부모 참관 수업을 이 악물고 준비할 것이다.
‘기억에 남는 건 소수.’
에단은 그 기억에 남을 소수가 될 생각이었다.
* * *
수업이 끝나고 나가려던 메이슨은 우연히 에단과 입구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메이슨은 그런 에단을 그대로 지나치려고 했다.
이번 수업, 스스로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가장 잘한 건 그 검술과의 꼴등이었던 론 베어즈였다. 굳이 메이슨이 손을 쓸 필요도 없이 검술과에서 자연스럽게 도태가 됐던 론이 이번 수업에서 1등을 했다.
“맥스 주로드 놈도 없는데.”
맥스 주로드는 현 기사학부의 1등을 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입학 때만 해도 자신과 비교되고, 누가 1등을 할지 왈가왈부할 정도였는데 지금에 와서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메이슨은 상위 등수에서 머물러 있는 반면, 맥스는 1등 자리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그 맥스 주로드는 이 수업을 듣지 않았다.
검로의 이해 수업을 이미 들었기 때문.
반면에 메이슨은 듣고 싶은 쉬운 수업만 듣고 있었으니 이번 검로의 이해 수업도 들어온 것이었다.
“후.”
이번 학부모 참관 수업이 여러모로 기회의 장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웠다.
공작가의 업무가 바쁠 테지만 아버지는 분명 참여하실 거고 두 형도 특별한 일이 없다면 참석할 것이다.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시간만 흘려보낸 메이슨이 거기서 아버지를 만족시키고, 형들을 놀라게 할 수 있을까?
어쩌면 두 형들은 좋아할지도 모른다.
완전히 경쟁자가 사라졌노라고.
“젠장.”
원래라면 별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괴롭긴 하지만 이미 다 늦었다고 포기해 버렸을 텐데.
에단 휘커스. 그자가 했던 말이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메이슨은 머리를 흔들며 바로 연습실로 향했다.
잡생각은 잊는다. 지금 해야 할 건 그 에단 휘커스에게 증명해 보이는 것 아니겠는가.
그때 메이슨의 옆으로 누군가 스쳐 지나갔다.
“뭐, 쓸 만은 했다. 메이슨 옐로우드.”
순간 메이슨이 눈을 크게 떴다.
급하게 뒤를 돌아봤지만 하지만 에단은 이미 한참이나 멀어진 뒤였다.
“쓸 만은 했다니. 젠장.”
메이슨은 이를 악물고는 연습실로 뛰어갔다.
* * *
“오늘 검로의 이해 수업 어땠냐? 진짜 나한테는 좀 말해 줘라. 나도 다음엔 무조건 에단 선생님 수업 듣게. 진짜 너무 후회된다.”
검로의 이해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은 신청하지 않은 다른 친구들에게 그 수업 내용에 대해서 추궁을 당했다.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쉽게 입을 열지 않았기에 친한 친구 사이에서만 내용에 대해 알음알음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이상했다.
“미친. 이번엔 더 장난 아니었냐? 아니 도대체 에단 선생님은 얼마나 강하신 거야? 이번 검로의 이해 수업도 학부모 참관 수업 할 거 아니야. 그거 어떻게 하신대?”
검로란 검술의 핵심 중 하나였다.
당연히 검술과의 교사들이라고 해도 이걸 잘 가르쳐 주기는 힘들었다.
자신들의 검술의 핵심을 알려 줄 수 없는 노릇이기에 그걸 두루뭉술하게 풀어서 설명하거나, 변형시켜서 설명하는 정도가 한계였다.
그러니 사실상 영양가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렇다고 배울 만한 게 없다고는 말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엄청난 걸 배운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각자 가문에서 배워 왔던 것과 별반 다를 것도 없었으니.
하지만 유일하게 영양가가 있는 수업을 하는 교사가 있었다.
클라우디 하이드.
“왜 말이 없어. 클라우디 선생님만큼 했다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아니지.”
“이제야 입을 여는구만. 그럼 말 좀 해 봐. 어땠냐니까?”
“지금까지 배워본 적 없는 걸 배우고 있어.”
“뭐?”
“이럴 시간이 없다고. 지금 나 수업 복습하러 가야 된다.”
“미, 미친놈! 어디 가!”
저번 수업과 마찬가지로 연습실이 뜨거웠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인원은 싹 다 검로의 이해 수업 학생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