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82)
신들의 구독자 82화
82화. 금제를 풀다
아카데미로 돌아온 에단은 이번 그랜드혼에서 느꼈던 실전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수업 계획서를 작성했다.
대체적으로 실전 경험이 중요하다는 건 각 교사들마다 느끼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실전 경험을 시켜 준다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통제가 힘들다는 거지.’
그랜드혼에 갔다 와보니 확신할 수 있었다. 그곳의 몬스터는 너무나도 위험하고 통제가 어렵다.
당장 푸른 늑대만 상대했던 에단 또한 지금까지 쌓아 온 게 없었으면 그대로 죽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곳에서 실전 수업을 한다?
달의 추종자 놈들이 일을 벌이기 전에 이쪽에서 다 전멸시킬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실전 수업을 안 할 순 없어.’
실전 수업 없이는 학생들을 제대로 써먹을 수가 없다.
‘내게 방법이 있다.’
굳이 그랜드혼이니 몬스터니 하는 놈들이 아니어도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이걸로 세 번째 수업을 따야겠군.’
본래 신입교사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것이 바로 여러 개의 수업을 맡는 것이었다.
사실 에단이 지금 마법학부의 수업을 맡은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장 누군가 그 수업을 맡아야 하는데, 적당한 사람이 없었던 절호의 상황.
그런 상황에서 에단이 그 재능을 보여 줬고, 교장의 추천까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입 교사라면 당연히 하지 못하는 것들. 그런 것들을 내가 해야 한다. 그 정도로 파격적이어야 해.’
에단은 의도를 가지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일 생각이었다. 그 누구의 불만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이게.
‘그래야 빠르게 마스터가 되어도 잡음이 없다.’
잡음이 있더라도 이 파격적인 행보가 합리화를 해 줄 것이다.
에단은 수업 계획서를 빠르게 작성한 후에 예리카를 불렀다.
이번에 계획한 수업의 중심에는 예리카가 있다.
“부르셨어요?”
예리카는 수련을 하고 있었는지, 땀으로 범벅인 모습이었다.
“수련하고 있었군.”
“매일 해야죠. 명색이 에단 님의 호위인데요.”
슈들렌도 매일 같이 훈련을 했는데 그런 슈들렌보다 오히려 예리카가 더 강도 높게 훈련을 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슈들렌이 도리어 자극을 받을 정도였다.
“충분하겠어.”
“네?”
“네게 걸려 있는 금제 말이야. 다음 단계를 풀어도 되겠다고.”
“……!”
에리카의 저주는 아직 다 풀린 게 아니었다.
강력한 초인력으로 걸려 있는 저주였기에 그때 당시의 에단은 예리카가 딱 몇 가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밖에 풀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허류탕약술도 강화됐고. 예리카의 상태도 그때보다 훨씬 좋아.’
에단의 실력과 예리카의 실력이 저주를 풀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예리카의 안색이 확 밝아졌다.
“다 풀 수 있는 건가요?”
만약 다 풀 수 있다면 할아버지의 모든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예리카 스스로가 준비하고 있던 일도 바로 진행할 수 있었다.
“아니.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그러나 에단은 고개를 저었다.
“다 풀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금제. 만만히 볼 게 아니거든.”
“그래도 점점 좋아진다는 게 어디예요. 잘 부탁드려요. 에단 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리카는 금제에 걸려 마법 하나 제대로 못 쓰는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몇 가지 마법이긴 하지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이번에 좀 더 저주를 풀게 된다면 더 많은 마법을 쓸 수 있게 될 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장족의 발전이었다.
“네 금제는 총 4단계로 이루어져 있어. 내가 풀었던 게 1단계고, 지금 푸는 건 2단계야. 2단계 금제를 풀면 마나 로드가 더 뚫릴 거야. 그렇게 되면.”
“서클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겠군요.”
“맞아.”
서클을 더 많이 만들고 마나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면 더 상위의 마법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예리카. 그러면 그 마법도 혹시 사용할 수 있을까?”
“어떤 마법이요?”
“특별한 골렘을 만드는 마법.”
그 말에 예리카가 순간 깜짝 놀라 에단을 보았다.
에단이 예리카를 호위로 삼은 두 번째 이유가 바로 이 특별한 골렘 때문이었다.
“어떻게 그걸…….”
“그거 모르는 사람 없을걸. 대마법사 헤카테 하면 골렘 군단이 가장 유명하니까 말이야.”
헤카테는 마법으로 일으킨 골렘들로 유명한 마도 기사단과 승리한 적도 있었다.
“확신은 못하겠지만, 아마 2단계 금제가 풀려서 서클을 더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충분히 그 특별한 골렘을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예리카가 자신감 있는 눈빛으로 말했다.
하나씩 하나씩 할아버지만의 시그니쳐였던 마법들을 쓸 수 있게 된다. 그게 그녀의 자신감을 올려 주었다.
“그럼 됐군. 바로 시작해 보자고.”
에단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재료들을 꺼냈다. 이미 그의 아공간 주머니에는 수많은 재료들이 즐비했다.
에단이 꺼낸 건 그중에서도 요정의 숲에서 얻었던 귀한 약초들이었다.
1단계 금제를 풀 때 썼던 은잔화처럼 잘 쓰면 독초로도 쓸 수 있는 것들이었다.
‘물론 은잔화보다 훨씬 더 귀해.’
게다가 다루는 것도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못 쓰게 되는 귀한 약초들이라 에단 또한 꽤 긴장했다.
기껏 힘겹게 얻어 온 걸 실수로 못 쓰게 된다면 다시 요정의 숲으로 가서 얻어 와야 하니까.
‘시간 낭비가 심해져.’
에단은 천천히 재료들을 꺼낸 후 약초들을 다듬기 시작했다.
-허류탕약술을 시전합니다!
그러곤 손질한 약초들을 가지고 탕약을 만들기 시작했다.
중심이 되는 약초는 바로 이 새하얀 색의 허브였다.
예리카는 얌전히 서서 에단이 만드는 탕약을 기다렸다.
“혹시 저번처럼 좀 막 아프고 그런가요?”
“그때도 말했지만.”
“몸에 좋은 건 쓰다구요?”
“그래. 이번 건 더 쓸 걸. 그리고 좀 더 아플 거야.”
에단의 말에 예리카가 살짝 인상을 썼다. 하지만 이걸로 2단계 금제가 풀린다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감사해요.”
“감사할 것까지야.”
예리카는 에단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에단이 아니었다면, 지금 자신은 살아 있을 수도 없을 테니까.
“이 빚은 언제건 잊지 않고 갚을게요.”
띠링-.
에단에게 알림창이 떴다.
-생존확률이 상승했습니다.
깊은 신뢰.
처음 손을 내밀었을 때보다 훨씬 더 예리카는 에단을 신뢰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마법사가 될 이의 신뢰란 무거운 것이라 그런지 생존확률이 상승했다.
‘이번엔 많이 올랐나 본데.’
에단이 씩 웃으며 탕약 제조를 마무리했다.
-화이트 허브 마나 가속탕약을 만들었습니다!
-등급 판정 중……
-화이트 허브 마나 가속탕약 [A+]
만들어진 탕약의 등급은 A+.
일전에 만들었던 레카드 탕약보다 등급은 낮았으나 그땐 200년 묵은 레카드 진액 덕분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뿐.
현재 에단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높은 등급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허류탕약술의 숙련도가 오릅니다!
“예리카.”
“네.”
탕약을 받아 든 예리카가 단숨에 탕약을 마셨다.
꿀꺽.
순간 그녀의 몸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으으으.”
예리카가 눈을 감았다.
순간 그녀의 이마를 중심으로 핏줄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에단은 신중하게 예리카의 몸 상태를 살폈다.
‘마나를 가속화시켜서 마나로드를 넓힌다. 지금 예리카의 마나로드는 초인력으로 인한 금제로 좁혀져 있는 상태야.’
2단계 금제를 푼다는 건 이 마나로드를 조금 더 넓힌다는 것이었다.
“후우!”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리카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러곤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몸 상태를 확인한 예리카가 천천히 미소 지었다.
“성공했어요.”
“당연하지.”
예리카는 그 자리에서 눈을 감고 마나 순환을 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느낄 수 없었던 거대한 마나가 온 몸을 돌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후우.”
이 정도로 마나를 돌릴 수 있다면 이전까지 못했던 걸 할 수 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예리카의 몸에서 파란 오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에단은 그걸 보며 감탄했다.
역시 헤카테의 손녀다웠다. 지금 그녀는 서클을 추가하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이전까지는 제대로 형성하지 못했던 서클을 순식간에 세 개를 추가했다.
“4서클.”
예리카가 눈을 떴다.
“이제 완벽해요. 4서클이면 이제 웬만한 놈들은 에단 님한테 접근조차 못할 거예요!”
그녀가 굉장히 기뻐했다.
에단 또한 그런 그녀를 보면서 기뻤다.
“예리카.”
“네. 에단 님.”
“골렘 만들 수 있지?”
이제 예리카가 골렘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 * *
“이 브륄레를 이런 식으로 쓴다고?”
“마법식이 조금 달라요. 태우는 것. 태워서 포션을 만들 때 필요한 열을 만들어 내네요. 그러니 빨라지는 거예요.”
“이걸 식만 빼서 마법을 만들다니. 이건 특허를 내도 될 것 같은데요.”
“이걸 정말 에단 선생님이 고안해 내신 거야?”
에단이 가르친 브륄레는 학생들을 통해 교사에게까지 전해졌다.
포션 제조학을 듣는 연금과 학생 하나가 마법학부 교무실을 찾아 도움을 구했기 때문이었다.
브륄레에 대한 설명을 들은 교사들은 설명이 끝나자마자 감탄을 쏟아 냈다.
“이걸 이런 식으로 접합시킬 생각을 하다니.”
“생각이 이렇게 유연할 수가.”
“정말 에단 선생님한테 배운 거 맞니?”
“네. 맞아요. 그런데 정말 에단 선생님은 왜 마법과로 안 오신 걸까요. 지금도 너무 아쉬워요.”
“정말 대단한 거야, 이건. 단순히 마법식을 빼내서 붙여 놓은 게 아니라고. 유디안 선생님! 이것 좀 보세요. 이 브륄레를…….”
마법과의 선생님들이 연금과의 선생님인 유디안에게 브륄레를 통한 빠른 포션 제조에 대해서 설명했다.
설명을 다 들은 연금과의 유디안 선생이 눈을 크게 뜨며 박수를 쳤다.
“와. 근데 이게 진짜 같은 효과를 낸다구요?”
“선생님도 혹시 모르고 계셨던 거예요?”
“포션은 시간을 들여서 만드는 게 정론이긴 한데요. 저는 이렇게 브륄레를 활용해서 시간을 단축시키는 방법은 듣도 보도 못했어요.”
유디안의 한마디에 마법과 교사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진짜 이거, 에단 선생님이 독자적으로 고안해 낸 거네요?”
“브륄레의 활용으로 포션 제조를 빠르게 한 마법사는 지금까지 없었어요. 얼마 전에 학회에도 나갔지만…….”
유디안이 고개를 저었다.
“당장 에단 선생님에게 가 봐야겠어요. 이걸 진짜 독자적으로 고안한 거라면…… 혁명이라구요, 이건. 포션 제조를 빠르게 하면서도 그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니요. 지금까지 있었던 이론이 수정되어야 할 만큼 대단한 거예요.”
질문을 했던 학생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교사들을 보았다. 어느새 소외된 상태였지만 이야기를 들으면서 점점 더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이 이 포션 제조학 수업에서 배우는 건 마법학부의 선생님들조차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다.
그런 걸 최초로 자신이 배우고 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설마하니 이런 대단한 걸 배우게 될 줄은 몰랐다.
“감사합니다. 선생님들!”
학생은 뛸 듯이 기쁜 마음으로 교무실을 나섰다. 이 꿀수업, 절대로 다른 학생들에게 좋다고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경쟁자를 최대한 줄여야 돼!’
검술과 학생들과 아주 똑같은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