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83)
신들의 구독자 83화
83화. 골렘
“그래서 어떤 골렘을 만드시고 싶으신 거예요?”
4서클이 된 예리카는 우선 헤카테가 남긴 마법인 특수골렘 제작법을 하루 동안 연습을 했다.
그사이 에단은 재료를 준비했다. 특수 골렘을 만들려면 일단 마법도 마법이었지만 재료도 중요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건 이 나무로 만든 골렘이야.”
“네? 왜 그런 걸로…… 아 물론, 나무로 못 만든다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강한 힘을 내거나 충격을 버티게 하려면 단단한 재질이 좋아요. 나무로 만들어 봤자 쉽게 부서질 거예요.”
헤카테의 특수 골렘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일반 골렘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꼽을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반 골렘들은 그 이름처럼 단순한 움직임만 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특수 골렘은 정말 사람처럼 부드러운 움직임이 가능했다.
그랬기에 재료가 중요했다.
제대로 된 재료를 쓰지 않으면 힘을 버티지 못하고 박살이 났다.
“부서질 걸 상정하고 만드는 거니까. 이건 교육 용도로 쓸 거거든.”
“교육 용도로 쓰신다구요?”
에단의 말에 에리카가 순간 아, 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른 골렘과 달리 고차원적인 움직임을 취할 수 있다는 건 실전 수업에 도움이 된다는 소리였다.
“실전 수업에 쓰신다는 거군요?”
“바로 그거야. 실전 수업을 하겠다고 몬스터를 잡으러 갈 순 없으니까 말이야.”
“약한 몬스터는 약한 대로, 강한 몬스터는 강한 대로 문제가 있을 테니까요. 세상에. 이런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하신 건가요?”
‘처음부터 했지.’
단순히 호위만을 위해서였다면 예리카가 아니라 다른 인물을 택했을 것이다.
처음 얻을 때 난이도가 무척이나 어려우니까.
그럼에도 예리카를 얻은 이유다.
“시야를 넓게 보면 돼.”
“맞는 말이긴 한데. 음. 그러면 나무로 만드시려는 거죠?”
“일반 나무를 쓰진 않을 거야. 교육 용도라고는 하지만 너무 잘 부서지면 의미가 없으니까.”
에단은 흑단목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흑단목이요? 그거 엄청 비싼 거 아니에요? 웬만한 금속보다 비싸다고 들었는데요.”
예리카는 놀라서 되물었다.
단순히 교육용으로 만들기엔 너무 비싼 재료였다.
“교육 용도로 쓴다고 했지만. 단순히 교육 용도로만 또 쓸 건 아니라서.”
“네?”
“이걸 팔 거거든.”
“판다고요? 제 골렘을요?”
경량화 마법이야 본래 일반 마법이기 때문에 예리카가 그 노하우를 다비드 상단에 판매해도 상관없었다.
하지만 이 골렘 제작법은 다르다.
이 특수한 골렘을 만드는 건 헤카테의 시그니쳐 마법이었다.
그 시그니쳐 마법은 팔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니. 그 특수한 골렘을 만드는 마법을 절대 팔면 안 되지. 예리카, 그건 오로지 너만 사용할 수 있는 거야.”
“그렇다면요?”
“마법을 다운그레이드시키는 거지.”
“다운그레이드요?”
“본래의 골렘 마법에 그 특수 골렘 만드는 방법을 일부 섞는 거야. 특수 골렘이 가지는 특유의 움직임은 살릴 수 있게.”
그럼 일반 골렘보다는 단단하지만 예리카의 특수 골렘보다는 튼튼하지 않은 골렘이 탄생한다.
“이 골렘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일반 골렘보다 부드러운 움직임이 가능해 지지.”
“대신 쉽게 깨지겠군요. 아. 그렇게 되면…….”
“자주 사겠지. 이걸.”
에단이 씩 웃었다.
물건을 만들 때 중요한 건 너무 튼튼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너무 튼튼한 물건을 만들게 되면, 다시는 그 물건을 사러 오지 않을 테니까.
‘그러니 주기적으로 찾아오게 하려면 고성능이면서 적당히 내구도가 약해야 해.’
적당히 내구도를 약하게 만드는 대신, 성능을 끌어 올린다. 그럼 그 성능의 맛을 본 사람들은 다시 살 수밖에 없다.
다른 골렘과는 다르니 말이다.
“그리고. 복수는 단순히 누명을 씌운 놈을 죽이는 걸로 완성되는 게 아니지 않나?”
에단의 말에 예리카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에단이 말하는 복수는 건 무력을 사용한 복수가 아니었다.
“할아버지의 마법으로 만든 골렘을 수많은 사람한테 판다…….”
“누명을 씌우고 마녀 사냥을 했던 사람들이 그걸 구매하겠지. 대부분은 귀족들이 살 거야.”
적극적으로 나서 대마법사 헤카테를 잡으려고 했던 것이 바로 고위 귀족들이었다.
그 고위 귀족들에게 헤카테의 마법으로 만든 골렘을 판매한다.
스며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걸 생각하자 예리카는 순간 찌릿, 하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에단의 말처럼 무력으로 하는 복수만 할 필요가 없었다. 이런 복수가 더 짜릿할 수 있다.
그런 생각에 예리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단 님을 적으로 돌리면 정말 안 되겠네요. 여기까지 생각하시다니.”
“사실은 그냥 네 마법으로 돈을 좀 벌고자 하는 이유도 있어.”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어요, 에단 님. 그 망할 귀족들이 할아버지를 그렇게 무시해 놓고 결국 할아버지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골렘을 사려고 안달을 낼 거 아니에요. 그리고 그렇게 말해 주시면서 제 부담을 덜어 주시려는 거잖아요.”
“…….”
예리카는 곱씹을수록 에단의 방법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걸 주기적으로 살 수밖에 없게 된다니. 결국 할아버지가 만들어낸 마법의 승리 아닌가.
예리카가 에단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운그레이드. 한번 해 볼게요. 다운그레이드한 마법이야 얼마든지 팔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마법. 누구에게 팔려는 건가요? 이전처럼 다비드 상단과 거래를 하실 건가요?”
“다비드 상단의 상인에게 맡길 테지만. 이번 일은 전적으로 우리 마법사를 이용할 거야.”
“우리 마법사요?”
“마탑에서 데리고 왔던 마법사들. 이젠 더 큰 판에서 놀게 해 줘야지.”
* * *
예리카는 아마 죽은 할아버지가 지금 이 상황을 본다면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
설마하니 자신이 고안해 낸 시그니쳐 마법을 교육과 장사에 사용할 거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그래도 뭐.’
고고한 마법이라고 평가받으며 영영 사라지는 것보다 이런 식으로 마법이 이어지는 게 훨씬 더 낫다고 예리카는 생각했다.
“흑단목? 몇 개나?”
후작령의 시장.
비싼 재료인 흑단목은 이 후작령에서도 두 군데서 밖에 취급하지 않고 있었다.
예리카는 상인의 말에 품에서 묵직한 주머니를 꺼내 건넸다.
“이걸로 살 수 있는 만큼 다요.”
주머니를 열어 본 상인이 크게 눈을 떴다. 주머니가 터질 정도로 골드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렇게나 많이 흑단목이 필요하다니. 도대체 무슨 일로 사 가시는 겁니까?”
상인이 굉장히 당황했다.
이 정도면 자신이 보유한 흑단목 재고를 다 가져와도 돈이 남을 정도였다.
“만들 게 좀 있어서요.”
에단에게 만들어 줄 건 최상품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4서클에 올라 지금까지 사용해 본 적 없던 할아버지의 마법을 사용하는 거다.
‘엄청난 걸 만들어 드려야겠어.’
2단계 금제가 잘 풀렸다는 것을 어필하면서 동시에 에단의 감탄하는 모습을 볼 생각이었다.
* * *
예리카가 흑단목을 사러 간 사이.
에단은 풍운을 사용해서 부트라 자유도시를 찾았다.
이 부트라 자유도시는 론드 후작령으로 오는 길에 있던 도시로 다비드 상단의 에트닝 헌트가 경량화 공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슬슬 시간이 됐지.’
에트닝이 경량화 공방을 런칭하고 이제 자리 잡고 있을 시기다.
에단은 곧장 시장 안쪽으로 향했다.
“이거 지방의 영지에서 유행하는 거라던데.”
“나도 그 소문 들었어. 경량화를 기깔나게 잘 한다고 하더라고. 그게 분점을 냈다나 봐.”
“마법사들은 까다롭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장사를 하는 마법사는 처음 보는 거 같아.”
“다른 상단도 아니고, 다비드 상단이 직접 분점을 맡고 있으니 이건 궁금해서라도 갈 수밖에 없겠는데?”
“못 갈 걸? 지금 거기 사람이 엄청 몰려 있다고.”
“벌써?”
들어가자마자 에단은 경량화 공방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시장의 사람들 중 꽤 많은 숫자가 에단이 찾는 경량화 공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역시.”
에단은 눈앞에 펼쳐진 모습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길게 줄 선 행렬.
휘커스 영지의 풍경과 비슷했다.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고, 나온 사람들이 주변 상점에 들르는 모습.
“차례대로 줄 서 주세요!”
“작업은 금방 끝납니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차례대로 줄 서시면 바로바로 처리 해 드립니다!”
“미리 경량화할 물품과 골드를 꺼내 주세요!”
‘확실히 감각이 있어.’
에단은 경량화 공방을 초반에 운영하면서 손님들을 컨트롤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아무리 경량화 공방의 서비스가 좋더라도 그 서비스를 받는 과정이 불편하면 사람들은 잘 찾지 않는다.
게다가 수익도 극대화시킬 수가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회전율을 높이는 것뿐이었다.
‘이렇게 관리를 하면 회전율이 높을 수밖에 없지.’
역시 에트닝에게 팔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지켜보던 에단은 저 멀리서 걸어오는 에트닝 헌트를 발견했다.
“……!”
에트닝 또한 에단을 발견했는지 반가운 얼굴로 다가왔다.
“말도 없이 오시다니. 미리 말씀을 해 주셨으면 마중을 나왔을 텐데요! 오랜만입니다. 들려오는 소문은 잘 들었습니다. 설마하니 그 이베카의 수석을 하시다니. 그것도 검술과의 교사로요.”
그녀는 바빠 보였지만 표정은 밝았다.
“여기까지 소문이 돌 줄이야. 축하 감사합니다.”
에단이 슬쩍 경량화 공방을 보고는 미소 지었다.
“성공적으로 런칭을 하셨군요.”
“이건 실패할 수가 없는 아이템이니까요. 이런 아이템을 쥐고 성공시키지 못하면 상인 실격입니다.”
에트닝이 웃으며 말했다.
“런칭이 잘 됐는지 확인하러 오신 건가요? 걱정하셨을 텐데. 그래도 제가 맡은 사업은 곧잘 하거든요.”
에트닝의 말에 에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에트닝은 당연히 에단이 자신의 아이템이라고 볼 수 있는 경량화 공방을 잘 운영하나 확인하러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에단이 고개를 저으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왜 온 것인가?
“그러시면 어떤 이유로?”
“말씀하신 대로 실패할 수가 없는 아이템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에트닝에게 맡긴 겁니다.”
그 눈빛에 에트닝은 역시 자신의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에단을 찾은 게 아니다. 에단이 자신을 찾아서 맡긴 것이다.
“실패하지 않을 사람에게 맡기신 거군요.”
“제가 아는 상인 분들 중 손가락에 꼽히시는 분이니까요.”
“그렇게 들으니 궁금해지네요. 그 손가락에 꼽히는 다른 상인들이요.”
에단은 어깨를 으쓱이며 화제를 돌렸다.
“아무튼 찾아온 이유는 다른 일이 있어서입니다. 그나저나 이 경량화 공방 사업, 더 이상 에트닝이 신경 쓸 일은 없죠?”
경량화 공방을 먼저 운영해 본 에단이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이 공방은 사업 파트너인 마법사들의 사이클만 잘 돌아가면 손을 댈 게 없다.
공방의 확장이라든지 아니면 여러 사업적 이야기만 처리하면 된다.
그럼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대개 상인들은 그 여유 시간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네. 시간이 남죠. 이제 제가 없어도 알아서 잘 돌아가도록 이야기를 해 두었으니까요. 제가 믿는 부하들이 많습니다.”
에단이 그렇게 말하자 에트닝이 알아들었다는 듯이 씩 웃었다. 남는 시간을 물어본다는 건 하나의 이유밖에 없다.
“꽤 괜찮은 아이템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때도 그랬지만 에단의 확신에 찬 말에 에트닝은 다시금 가슴이 뛰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