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87)
신들의 구독자 87화
87화. 산왕이 지키고 있던 것
“팔 한쪽이 잘리고도 그딴 농담을 할 수 있는지 보자.”
일단 베어 놓고 생각하겠다는 듯, 달의 추종자가 검을 휘둘렀다.
아카데미의 기본 검술로 뤼비네이드 검술이 있는 것처럼, 달의 추종자 내에도 회에 속한 이들에게 내리는 검술이 있었다.
베인 자조차 베였다는 걸 일곱 걸음을 걷고 깨닫는다는 세이드 검술이 그 기본 검술이었다.
물론 배우기 쉽게 개량한 걸 배포했지만, 이 달의 추종자가 배우고 있는 건 원본에 가까운 세이드 검술이었다.
순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검이 날았다.
정확히 에단의 어깨를 노린 일격이었다. 죽일 생각이 없었기에 의도적으로 목이 아닌 어깨를 노렸다.
‘잡았다!’
달의 추종자는 공격이 성공했음을 확신했다.
이미 가속이 붙었고, 여기서 피하려면 이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게다가 아까 습격을 할 때 에단의 속도를 확인했다.
쐐애애애액-!
그리고 그 확신은 들어맞았다. 에단이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추종자의 검에 맞았으니까.
“아니!”
그러나 그저 맞은 것뿐, 어깻죽지를 관통해야 했을 그의 검은 에단의 어깨에 그대로 막혔다.
“이게 무슨…….”
당황한 달의 추종자를 앞에 두고 에단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파고들었다.
“만인지적.”
-피해를 흡수합니다!
-피해가 쌓였습니다.
-쌓인 피해 [56%]
에단이 흡수한 피해를 그대로 검에 둘렀다. 그리곤 몸을 낮추며 자세를 잡았다.
그의 몸에는 활기가 돌고 있었다. 돌진하기 직전 오행침법을 통해 몸을 강화한 상태였다.
“문포스.”
샤아아아아아악-.
사선으로 검을 베는 것과 동시에 냉기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설마하니 여기서 죽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지, 달의 추종자가 경악한 표정 그대로 얼어붙었다.
“후우우.”
에단이 새하얀 숨을 내뱉었다.
맨 처음 문포스를 사용했을 땐 이 한 번의 일격으로 정신을 잃었었다.
하지만 지금의 에단은 다르다.
“한 번 정도는 쓸 만한데.”
물론 오행침법에 이어 만인지적의 힘까지 더해지긴 했다.
“아마 내가 누군지 궁금했겠지. 그러니 세이드 검술로 어중간하게 어깨를 노렸을 거고.”
만약 목을 노렸으면 만인지적을 사용하지 않고 서리검으로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어깨를 노렸다.
“나는 너희들에 대해서 다 알고 있으니까.”
그냥 베어 낼 수 있다.
에단이 천천히 서리검을 검집에 넣었다.
엄청난 한기를 내뿜던 서리검이 검집에 들어가자 검명을 멈추었다.
“만인지적이 확실히 대단해.”
달의 추종자가 자신을 죽이려 들지 않았다고 한들 세이드 검술의 강력한 일격은 확실히 위협적이었다.
그러나 만인지적은 그 대미지를 모두 흡수하고 방출해냈다.
“최강의 방어는 공격이라.”
에단은 항우의 구독 후기의 방향성을 대충 잡은 채로 고통스러워하는 산왕에게 다가갔다.
“크르르르, 크르르륵-!”
“진정해, 그대로 가다간 그냥 호랑이가 되어 버릴걸? 산왕이라는 이름은 사라지게 될 거야.”
“비, 빌어먹을 인간…….”
“같은 인간이긴 한데, 아까 못 들었어? 난 동물 애호가라고.”
백호는 힘을 다 잃어 가면서도 에단을 위협했지만 말 그대로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했다.
그래서 에단은 신경 쓰지 않고 그 자리에서 탕약 하나를 만들어 냈다.
백호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탕약이었다.
“살려 주마. 대신 나랑 거래 하나 하자.”
“거, 거래……?”
“그래, 거래. 내가 널 살려 줄 테니, 내 명령에 따르도록.”
“헛소리 마라! 크르르릉-! 네놈도 똑같은 인간에 불과하다! 나는 네놈들과 같은 족속들은 절대 믿지 않는다!”
백호가 단칼에 거절했다.
에단은 그런 백호를 잠시 지켜보다가 탕약 하나를 더 만들었다.
그리곤 그대로 백호를 향해 뿌렸다.
“크르릉-!”
갑자기 뿌려진 무언가에 격하게 반응하던 백호가 순간 움직임을 멈췄다.
그는 놀라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상처가…….”
상처가 치료되고 있었다.
탕약을 뿌려서 치료 효과가 강하진 않았지만, 나아지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죽이려고 했다면 진작 죽였을 거고. 길들이려고 했으면 진작 길들였겠지.”
에단의 말에 백호가 에단을 빤히 쳐다보았다.
“도대체 뭘 원하느냐. 인간.”
“명령이라는 말이 조금 듣기 싫다면 다시 말하마. 널 살려 줄 테니. 내 부탁 하나를 들어다오.”
에단이 씩 웃으며 백호를 보았다.
“너, 범인 해라.”
* * *
호루스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미쳤군. 이건 미쳤다. 아무리 내 능력이 대단하다고 한들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호루스의 구독자 수와 좋아요 수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호루스는 [신세계]에서 영상보다는 굿즈 판매로 구독과 좋아요를 모으는 신이다. 그 말인즉슨 사실상 영상은 굿즈를 위한 영상이라는 뜻이다.
굿즈의 가격은 무려 좋아요 열다섯 개.
비싼 가격이었지만 가치에 비해 비싸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 아니…….”
하지만 이렇게까지 팔릴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에단의 구독 후기가 대단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고, 구독 후기가 올라오면 분명 이전보다 더 나은 순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일 줄이야.
-호루스의 눈, 비싸긴 하지만 확실히 가성비가 좋네요.
-사면 바로 쓸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방식도 많아서 너무 좋습니다.
-눈이 조금 아프긴 하지만 쓸 만합니다!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 님 구독 후기 보고 구독합니다. 확실히 그분이 구독할 만하네요.
호평으로 가득한 구독 후기들이 즐비했다.
또한 에단이 올린 구독 후기에도 좋아요가 잔뜩 찍혀 있었다.
“무서울 지경이군. 이 수많은 구독자들이 구독 후기 하나로 이렇게 흔들릴 수 있다는 건가?”
호루스는 에단이 작성해 준 구독 후기를 보았다. 글과 영상으로 이루어진 구독 후기는 확실히 호루스를 구독하면 얻을 수 있는 능력에 대해서 상세히 정리되어 있었다.
“이거군.”
에단의 구독 후기를 반복해서 본 호루스는 이 구독 후기가 어째서 인기가 있는 건지 이해했다.
“우리와 같은 신을 구독했을 때 얻는 능력들을 가슴 뛰게 영상으로 만들어 놨어.”
거기다 그 능력을 활용하는 방법까지 제시해 주고, 어떤 상황일 때 구독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까지 써 놓았으니.
사실상 이 [제대로 된 신만 구독함]의 구독 후기는 이정표라 할 수 있었다.
“구독자들은 효율을 생각하니까.”
이를테면 이건 공략인 셈이다. [신세계]의 공략법.
“크흐흐흠.”
거기까지 생각한 호루스는 새어 나오는 미소를 주체하지 못했다.
“내가 그 공략법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니.”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
“굿즈 하나로 끝낼 수 있겠어? 안 되겠군. 나의 새로운 프리미엄 구독자를 위해선 이대로 있을 수 없겠어!”
호루스는 유일한 프리미엄 구독자를 위한 새로운 굿즈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 * *
“크륵, 크르륵.”
백호는 자신의 앞발을 부르르르 털었다.
방금까지 있던 고통과 어지러움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상태였다.
회복한 백호는 저 옆에서 자신을 죽이려 했던 인간의 품을 뒤지고 있는 다른 인간을 보았다.
“오, 쓸 만한 게 많군. 이걸로 몬스터를 길들이는 건가? 이건 아까 백호에게 던져 신성력을 없애려던 거고.”
“덕분에 회복했다.”
물건을 챙기던 에단에게 백호가 크르릉 우는 소리와 함께 말을 걸었다.
“아까 했던 말,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맞아, 살려 줬으니 확실하게 이행해야겠지? 아까 내가 말한 그대로야. 그걸로 거래는 완료되는 거고.”
에단이 그렇게 말하고는 달의 추종자에게서 얻은 황금색 목줄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왜 그렇게 하려는 거지? 방금 그 인간을 죽였다는 건 그 인간이 하려던 걸 막으려던 게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이베카에서 날뛸 이유가 없을 텐데.”
“이번 계획은 그대로 진행이 되어야 하거든. 물론 죽어야 할 사람은 그대로 죽고, 죽지 않아야 할 사람도 죽는 방향으로 말이야.”
백호는 순간 에단의 말뜻을 깨달았다.
“숨겨야 할 게 있나?”
“그래.”
“그렇다면 알겠다. 목숨을 살려 줬으니. 하지만 난 지켜야 할 게 있다. 그래서 함부로 여길 벗어나지 못해.”
“지켜야 할 것?”
잠시 에단을 바라보던 백호가 등을 돌렸다. 그러고는 따라오라는 듯이 앞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에단은 그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10분가량 따라가니 절벽이 나왔다. 그 절벽을 백호가 그대로 미끄러지듯 내려가니 이내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음.”
에단은 절벽 끝에 서서 밑을 보았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벽이었다. 에단은 아까 백호가 보인 것처럼 절벽을 타고 그대로 쭉 내려갔다.
그렇게 아래로 내려가던 도중, 백호가 그의 뒷덜미를 물고 그대로 내팽개치듯 뒤로 던졌다.
공중제비를 돌고 완벽하게 착지한 에단은 백호가 지키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건…….”
“내가 지키고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나는 그분의 은혜를 받고 그분의 사자가 되었다.”
“호랑이잖아.”
“…….”
백호가 경멸 어린 눈빛으로 에단을 보았다.
‘근데 이거…….’
에단은 아무렇지 않은 척 입구를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어디서 많이 본 입구였다.
마치 신전의 입구 같은…….
에단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천히 서리검-레아를 뽑아 들었다. 서리검에 문포스의 힘이 그대로 퍼지기 시작했다.
“헛!”
순간 산왕 백호가 자신도 모르게 입을 쩍 벌렸다.
“여, 여신의 후예였…… 아니, 후예셨습니까?”
산왕 백호가 지키고 있던 건 달의 여신 문포스의 신전이었다.
상황 파악이 순식간에 끝난 에단은 어느새 진중한 얼굴이 되어 백호를 돌아보고 있었다.
“여신께서 네 위험을 감지하셨노라. 그 후예인 내가 그랜드혼의 산왕을 지키러 왔다. 지금까지 여신님의 신전을 잘 지키고 있었군.”
“크르릉!”
백호가 눈을 감고 으르렁거렸다.
오랜 세월 이 신전을 지켜 왔다. 여신은 응답하지 않았으나 언젠가 입었던 그 은혜를 갚는다 생각하며 지내 왔다.
‘먹혔나.’
에단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곧장 문포스의 신전으로 들어갔다.
* * *
-문포스의 신전을 찾았습니다!
이쪽 문포스의 신전은 에단이 이전에 찾았던 두 신전보다 훨씬 더 깔끔하고 거대했다.
중앙의 동상도 그대로였고 제단도 깔끔했다.
무엇보다 이전의 신전에서 보기 힘들었던 기도를 위한 기다란 의자들까지 있었다.
“열심히 지켜 왔습니다. 여러 놈들이 이곳을 찾아 들어오려 했지만 여신님께서 주신 이 이빨과 발톱으로 물리쳤습니다.”
산왕이 뿌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하니 여신님의 후예셨다니, 그럼 앞에 했던 말들은…….”
“여신님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그러셨군요. 그래서 숨기시는 거였군요. 아까 그 못된 인간 놈의 마기에 당해 제대로 그 힘을 못 알아봤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야 다 이해했다는 듯, 산왕이 그르릉, 울음소리를 냈다.
“잘 알겠습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거라면 무엇이든 다 돕겠습니다, 후예님.”
이곳을 지켜야 하지만 중요한 건 신전이 아니라 여신이다. 여신의 임무를 받은 후예라면 모든 걸 다 제쳐 두고 도와야 했다.
산왕 백호가 여신의 동상 앞으로 가 그 자리에 엎드렸다.
이곳의 동상은 눈을 감은 문포스가 두 손을 펼치며 마치 안아 주는 듯한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
그 아래 백호가 기도했다.
에단 또한 천천히 동상 앞에 섰다.
-기도하시겠습니까?
에단은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했다.
‘어쩌다 보니 찾아왔습니다. 그래도 신전을 지키고 있던 백호를 구했으니, 여러모로 잘 부탁드립니다.’
샤아악-.
에단의 머리 위로 문포스의 축복이 내렸다.
-달의 여신이 당신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직업이 성장하였습니다.
이전처럼 신전의 위기를 직접적으로 구한 건 아니어서 그런지 드라마틱한 보상은 없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직업은 성장했다.
‘별 하나가 더 생겼군.’
이제 이걸로 모든 스탯이 +30이 되었다.
‘몸이 한층 더 가벼워.’
에단은 서리검-레아를 들고 그 자리에서 몇 번 휘둘러 보았다. 확실히 이전보다 들어가는 힘이 달라졌다.
산왕 또한 기도가 끝났는지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획을 설명하마. 이틀 뒤 학부모 참관 수업의 그날, 너는 내가 말한 대로 두 명을 죽이면 된다. 그리고 적당히 두 교사에게 당해라.”
“알겠습니다, 후예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