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88)
신들의 구독자 88화
88화. 학부모 참관 수업 (1)
예리카는 론드 후작령에서 이름난 대장장이의 도움을 받아 흑단목 골렘을 만들었다.
기념비적인 첫 골렘이었다.
말끔하고 새카만 몸체.
타원형의 머리.
팔과 다리는 마치 인형과 같은 모양새라 손가락도 발가락도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사람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대장장이는 예리카가 처음 만든 것 치고는 골렘을 굉장히 잘 만들었다며 칭찬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최초의 골렘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 온 예리카는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골렘의 몸체를 만들고, 이 골렘에 마법을 부여하면 헤카테의 특수 골렘 완성이었다.
“이젠 예리카의 특수 골렘이 되는 거야.”
그렇게 골렘에 마법진을 새겨 특수 골렘을 완성함과 동시에 에단이 집으로 돌아왔다.
“딱 맞춰서 오셨군요.”
“오, 완성했구만.”
에단은 예리카가 만든 최초의 특수 골렘을 보았다.
“어때요? 생각하신 그대로 나왔죠?”
만들어진 골렘은 에단이 알고 있던 골렘과 비슷했다. 물론 이쪽은 프로토 타입이라 어색한 부분이 많았지만, 외견적인 모습으로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잘했어, 예리카.”
“금제를 풀어 주신 덕분이죠.”
에단이 2단계 금제를 풀어 준 덕분이기에 예리카는 퍽 만족스러웠다.
“이제 이건 어떻게 쓰실 건가요?”
“학부모 참관 수업 이후엔 이 흑단목 골렘을 이용해서 수업을 할 생각이야.”
“그럼 가장 중요한 건 움직임이겠네요? 실전 수업을 하려면 이 골렘이 실전을 방불케 하는 움직임을 취해야 할 테니까요.”
“그래서 내 움직임을 그대로 기억시킬 생각이야. 휘커스 검술을 바탕으로 뤼비네이드 검술과 여러 검술을 섞어서.”
그걸 메인 베이스로 삼고 각각의 학생들의 검술을 일격 혹은 삼격 이내에 파훼할 수 있는 움직임까지 넣을 생각이었다.
에단은 이미 학생들이 사용하는 검술들의 공통점을 알고 있었고, 그 검술이 가지는 약점들도 머릿속에 있었다.
‘완벽히 파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해.’
깨질 거라면 철저히 깨져야 한다.
바닥을 쳐야 더 높게 올라올 수 있다.
‘다들 그렇게 깨져 본 적이 거의 없을 테니까.’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대부분 귀족가의 자제들.
항상 승리해 오진 못했겠지만, 바닥을 맛볼 정도로 철저하게 패배한 적은 없을 테니까.
“예리카, 움직임은 기억시킬 수 있지?”
“아니요.”
그렇게 말하고는 예리카가 은근한 표정을 지었다.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 표정을 읽은 에단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 장단에 맞춰 주었다.
“불가능한 일이지. 골렘이 어떻게 그런 어렵고 복잡한 움직임을 어떻게 취하겠어? 하지만.”
슬쩍 에단이 웃었다.
“오로지 헤카테 님이 남겨 주신 특수한 골렘 마법만이 가능하지. 그걸 그대로 이은 예리카, 너만 가능한 일이야.”
예리카는 입을 앙다물며 뿌듯하게 미소 지었다.
사실 이런 게 참 신기하긴 했다. 지방의 귀족가라고는 하지만 에단 또한 귀족은 귀족이다.
그런데도 그에게선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이 전혀 없다.
만약 지금 자신과 똑같은 말을 다른 귀족에게 했다면, 과연 지금 에단처럼 받아들여 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지 않았다.
이건 에단이 예리카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봐 주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예리카는 그게 좋았다.
동시에 그때 그가 내민 손을 잡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생존 확률이 상승합니다!
“음?”
생존 확률이 올라갔다는 메시지에 에단이 순간 당황했다.
물론 표정으로 티를 내진 않았다.
‘뭐지? 칭찬만 했는데.’
혹시 칭찬만으로도 생존 확률이 올라가는 이스터에그라도 있는 것인가.
“최고의 마법, 최고의 마법사!”
“감사해요, 하하하.”
“지금부터 네 이명을 정해 보자. 대마법사는 뛰어넘을 테니까 최대마법사, 뭐, 이런 걸로.”
“최악이지만, 감사해요.”
에단은 계속해서 칭찬을 반복했다. 하지만 더 이상 생존 확률은 오르지 않았다.
올라간 건 예리카의 어깨뿐이었다.
* * *
아카데미에서 가장 큰 강의실에 75명의 학생이 모였다.
검로의 이해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이었다.
“나는 안 하는 줄 알았다고.”
“설마 연습도 없이 바로 학부모 참관 수업에 들어가는 건가 싶어서 놀랐다니까.”
다른 수업이야 맞추는 게 사실 하나밖에 없었다.
“근데 선생님들끼리 짠 건가?”
“다들 맞춰서 미리 발표할 사람을 다 정한다던데.”
“클라우디 선생님 수업은 작년이랑 똑같더라. 재능 있는 애들만 밀어준다 하더라고.”
다들 학부모 참관 수업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긴장하는 가운데 에단이 강의실로 들어왔다.
평소 쓰던 강의실과 달리, 학부모 참관 수업을 위해 빌린 강의실은 200명 이상 수용이 가능한 곳이었다.
서로 간의 거리가 꽤 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에단이 뭔가 더 커 보인다고 느꼈다.
걷는 것뿐인데도 그 존재감이 어마어마했다.
“다 왔군.”
에단이 강의실을 쓱 살피더니 단상에 놓여 있는 아티팩트를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책상과 의자가 그대로 구우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다들 준비는 됐나?
“네!”
학생들은 각양각색의 표정으로 대답했다.
호기심, 걱정, 기대 등등.
대부분은 에단을 믿으면서도 그의 이번 선언은 믿지 못했다.
에단이라고 한들 75명과 대련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수업 시간은 두 시간이다. 거기에 인원은 75명. 각각 갈고닦아 온 실력을 보여 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소리다.”
에단은 학생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걱정 말도록. 시간이 조금 넘어가도 학부모님들은 넘어가 주실 거야. 두 시간, 아주 짧게들 느껴지실 테니.”
그렇게 말하고는 목검을 꺼내 들었다.
“장비 착용.”
에단이 말하자 학생들이 동시에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순서를 정해 주겠다. 순서에 따라 너희들이 쓸 수 있는 시간은 딱 정해져 있다.”
경청하는 학생들을 향해 에단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너흰 시간을 신경 쓸 필요 없다. 그저 앞 사람의 순서만을 기억해라. 그 순서에 맞춰 흐름을 타라. 흐름을 타서 내가 수정해 주었던 너희의 검술을 펼쳐 내면 된다.”
꿀꺽.
누군가가 침을 삼켰다.
“자, 그럼 첫 번째는.”
론 베어즈가 앞으로 나왔다.
“검술을 펼쳐라. 보여 주고 싶은 게 있다면 전부 다. 끊는 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구우웅-.
론의 몸에서 기세가 올랐다.
에단에게 제대로 된 수업을 받은 이후로 론 베어즈는 쉬지 않고 몸을 단련했다.
그러면서 마나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몸을 중심으로 마나가 보조하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려 왔다.
그러던 중, 어느 순간 에단이 했던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이 육체를 두고 허튼 곳에 힘을 쓰고 있었다는 걸.
육체에 집중하니 그의 검술은 한층 맹렬해졌고, 단순한 검술이었지만 힘을 살려 그만의 검술을 사용할 수 있었다.
론은 그걸 떠올렸다.
에단은 이 검로의 이해 수업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 개개인의 검술을 살려 주겠다고 했다.
‘다른 건 생각할 필요가 없어. 오로지 나만의 검술을 펼치면 돼.’
자세를 잡은 론이 그대로 목검을 휘둘렀다.
맨 처음을 론으로 결정한 이유는 임팩트를 주기 위함이었다.
쐐애애액-!
론의 검술은 뤼비네이드 검술에 자신만의 검술을 섞은 패도적인 검술이었다.
대체로 공격을 중시한다.
에단이 고쳐 준 자세를 그대로 흡수해 온 론의 매서운 공격이 이어졌다.
탁-!
에단이 검을 쳐올렸다. 그게 신호였다.
“다음이라는 말을 하지 않을 거다. 신호를 읽어라, 자연스럽게. 우리는 뻔한 대련 같은 걸 하는 게 아니다. 이건 일종의 연극이라고 봐도 좋다. 나를 이용해서 너희들은 주인공이 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은 100명이 넘는 이들이 너를 보고 있을 것이다.”
학생들은 그 말에 소름이 돋으면서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와라.”
* * *
학부모 참관 수업의 날.
본래 일정보다 이르게 진행되었음에도 후작령은 아카데미의 행사에 확실하게 대응했다.
“마차가 들어온다!”
“맞이해라!”
론드 후작령에 이베카 아카데미의 학부모들이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이 학부모 참관 수업은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론드 후작령에 있어서도 크나큰 행사였다.
“확실히 통제해라!”
“그쪽! 길을 뚫어 놔라!”
“백작님께 거기 마차를 두시면 안 된다고 빨리 말씀드려라!”
후작령을 찾는 학부모들은 전 대륙에서 모이는 수많은 귀족들이다.
남작부터 시작해서 같은 백작이어도 가진 권력과 무력이 다른 귀족들도 많이 찾아왔고, 후작이나 공작까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이들도 찾아왔다.
론드 후작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귀족들이 아니었기에, 후작으로서도 꽤 신중을 기울여야 했다.
몇 해 전에는 실제로 귀족들끼리 싸움이 나서 후작이 진땀을 뺐던 일도 있었다.
일단 싸움이 나게 되면 그 중재는 고스란히 론드 후작이 맡아야 한다. 후작령에서 일어난 일이니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 때문에 후작은 절대 그런 귀찮고 위험한 일이 생기지 않게끔 많은 인원을 배치하고 상당히 신경을 썼다.
그렇게 후작령의 기사들이 귀족들을 맞이했다.
“오랜만입니다, 후작님.”
“어서 오시오. 작년보다 훨씬 더 표정이 좋아졌구려! 듣기로는 공자가 아카데미에서 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던데, 그 때문인가?”
“하하하핫-! 제 아들놈이 저를 닮아 좀 실력이 있긴 하지요!”
통제의 중심엔 론드 후작이 있었다.
항상 같은 귀족들만이 찾는 게 아니었기에, 새로운 귀족들과 안면을 터놓는 것이 후작에겐 소소한 이득이자 재미였다.
또한 론드 후작이 전면에 나서서 인사를 건네거나 통제를 하면 서로 감정이 상할 귀족들조차 일단은 한 차례 참곤 했다.
도착하는 학부모들을 보며 론드 후작이 한숨을 내쉬었다.
후작령을 찾으면 그만큼 후작령이 활성화되어 좋긴 하지만 항상 무슨 일이 생길까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굉장히 많이들 왔군. 자식 사랑들이 대단해.”
후작이 학부모들을 보며 말했다.
“후작님께서도 저러셨었습니다.”
그 말에 옆에 있던 보좌관이 은은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난 저렇게 황금빛 마차를 끌고 오진 않았다고.”
학부모들 중 꽤 많은 숫자가 무척이나 화려한 마차를 끌고 온 이들이었다.
황금 나비 모양이나 물결치는 파도 모양이 새겨진 마차가 있는가 하면, 후작이 본 것처럼 바퀴까지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는 마차도 있었다.
“아카데미로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 전쟁 아닙니까. 보는 눈이 많으니까요. 여기서 무시당하면 아카데미에서도 무시를 당하게 되니, 자식들 기죽지 말라고 일부러 더 화려하게 만든 거 아니겠습니까.”
“너무 화려하면 역으로 독이 될 것 같다만.”
“그래도 초라하거나 평범한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거야 그렇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만, 나라면 좀 싫을 것 같긴 하군.”
론드 후작은 뒤돌아 다른 쪽 입구로 움직였다.
후작령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입구가 네 개나 있으니, 후작이 계속 돌아다니며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 했다.
“이번에 엄청난 교사가 하나 왔다지?”
“아, 예. 에단 휘커스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맞습니다. 지금 아카데미 내부에서 에단 선생에 대한 이야기가 대단하다고 합니다.”
“흐으음, 궁금하군. 시간이 나면 꼭 한 번 가 봐야겠어. 아, 물론 클라우디 선생 수업부터 차근차근 보고 말이야. 작년보다 얼마나 성장했을지 기대가 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