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89)
신들의 구독자 89화
89화. 학부모 참관 수업 (2)
같은 시각 이베카 아카데미 대광장.
대광장에 수많은 마차들이 모여 있었다. 학부모 참관 수업 시기엔 사람이 굉장히 몰리기 때문에 마차를 둘 곳이 항상 모자랐다.
그 때문에 임시로 대광장이 마차를 세워 두는 곳이 되었다.
“크흠.”
“흠.”
척 봐도 고위 귀족이라는 걸 알 수 있을 법한 복장에 화려한 마차.
내린 귀족들은 주변을 살피며 누가 왔는지부터 확인했다.
“스탕달 후작님 아니십니까?”
“허허허. 롤랑 백작, 오랜만이오. 예전보다 훨씬 더 젊어 보이는데? 뭐 좋은 거라도 먹나? 그런 게 있으면 함께 나눠 먹지!”
“하하핫-! 요즘 영지에 좋은 일이 많아서 그렇게 보이나 봅니다!”
안면이 있는 귀족들이 인사하고, 안면이 없더라도 이번 기회를 틈타 대화의 포문을 여는 이들이 꽤 많았다.
부모들끼리의 사교 자리처럼 보였지만 사교의 시간은 길게 가지 못할 것이다.
수업에 참관해 각자 자식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들 테니 말이다.
“학부모님들은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이쪽에서 오늘 있을 참관 수업에 대한 정보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그 말에 각 학부모들이 데리고 온 수행원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가르시아 백작님, 첸 공자님의 이번 수업은 날개관 A동 3005호에서 진행됩니다.”
“흐음, 걱정이군.”
“이미 한 번 크게 혼나셨으니 이번 수업에서는 열심히 하실 겁니다.”
첸 가르시아의 아버지인 가르시아 백작은 바로 얼마 전에 있던 일을 떠올렸다. 그가 생각하기에 둘째인 첸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처럼 보였다.
“뭐, 선생이 제대로 됐으니 말이야. 에단 선생님의 수업이 너무나 궁금하군!”
아주 짧았지만 에단의 교육이 어떤 건지 맛을 본 가르시아 백작은 에단 휘커스의 공개 수업을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다.
“듣자 하니 학생들이 한 명도 나가지 않고 계속 수업을 듣고 있다지?”
“예, 신입 교사는 절반 정도만 끝까지 수업을 들어도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하긴 내 때도 그랬었지.”
가르시아 백작이 아카데미에 다닐 무렵, 신입 교사는 열정은 많지만 제대로 뭔가를 가르치지는 못하는 사람밖에 없었다.
밖에서 이름을 날리고 들어온 교사들도 처음엔 모두 헤매기 마련이었다.
“백작님이 그렇게 칭찬하시던 그 에단 선생님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저도 정말 기대가 됩니다.”
“놀랄걸? 나도 진짜 놀랐으니까 말이야. 곧바로 휘커스 가문을 알아보니 동생이 있더군. 나단 휘커스라고.”
“어, 나단 휘커스라면…….”
“작년에 봤지? 그 프레이야 아카데미에서 봤던 유망한 마법사.”
가르시아 백작이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에야 유명하지 않을지 몰라도, 아마 둘에 의해서 휘커스 가문은 크게 성장할 거야. 그때가 되면 우리 첸도 그 덕을 보겠지.”
아무리 망나니 같은 아들이라지만 그래도 아들은 아들이었다.
“마음 같아선 첫째 놈을 데려와서 다시 아카데미에 넣고 싶은 마음이다만.”
“너무 기대하게 만드시는 거 아닙니까?”
“가서 보자고. 내 말이 과장인지 아닌지.”
가르시아 백작이 호쾌하게 웃었다.
그보다 조금 앞에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대귀족이 있었다.
“옐로우드 공작님.”
“그 옆은 공자들인가?”
“마나가 제약되어 있는데 말이야. 그런데도 풍기는 오라가 따끔거리는걸?”
왕족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수를 찾아보기 어려운 대귀족가, 신성제국의 가장 날카로운 검.
옐로우드 가문의 옐로우드 공작과 그 아들 둘 또한 이번 참관 수업에 참여했다.
대륙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열두 가문인 십이성 중에서도 세 손가락에 꼽히는 옐로우드 공작가는 신성제국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가문이었다.
“가주님께서 찾아오신 보람이 있도록 막내가 잘 해야 될 텐데 말입니다.”
“벌써 3학년이니까요. 작년은 정말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선대 가주로부터 작위를 물려받고 십이성의 자리를 공고히 만든 게 바로 지금의 옐로우드 공작이었다.
그 옆에는 공작의 아들 둘이 있었다.
두 사람은 후계자로서 꽤나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옐로우드 공작가의 주력이라고 볼 수 있는 기사단과 마법병단을 이어받아 운용하고 있었고, 제국 내에서도 핵심 자리를 꿰찬 상태였다.
“올해가 마지막이다. 내년은 굳이 찾을 필요 없겠지.”
옐로우드 공작이 그렇게 말하자 두 아들들의 표정이 은근히 밝아졌다.
이걸로 후계 구도는 둘로 좁혀진 거나 다름없었다.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도 참관 수업에 왔었으나 막내 동생인 메이슨은 옐로우드의 이름에 걸맞은 성적을 보여 주지 못했다.
기회는 이걸로 끝이다.
어차피 오늘도 똑같을 터.
“칼슨, 메이슨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에 대해서는 알아봤느냐?”
“아, 예, 서쪽 지방 휘커스 가문에서 한때 병약 공자라 이름났던 검사라고 합니다. 그 외엔 특별한 게 없고, 검술 천재라고 불렸다 하지만 그것도 지방에서의 일이었을 뿐입니다. 증명된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이슨.”
공작이 이어 둘째를 부르자 둘째 제이슨 옐로우드가 에단에 대한 설명을 읊었다.
“예, 최근에 다비드 상단과의 협업을 통해 공방을 운영하고 있더군요. 경량화를 주력으로 한 공방인데, 이 덕분에 휘커스 영지가 서부에서 가장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모든 걸 이 에단 휘커스가 주도했다 하니 상재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검술로는 아무것도 증명된 게 없습니다. 유일한 성과는 이 이베카 아카데미 교사직뿐입니다.”
“너희들이 보기엔 어떠냐? 한 자리 내줘도 좋은 인재로 보이느냐?”
“능력은 괜찮아 보입니다만, 배경이 문제입니다. 타고난 성정이 있으니까요. 만약 영입한다면 상재를 살려 저희 상단에 자리를 만들어 주면 괜찮을 듯합니다.”
칼슨에 이어 제이슨이 말했다.
“저는 반대입니다. 장기적인 성과도 없을뿐더러 지금 당장 보이는 상재 또한 다비드 상단의 도움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너는 네 형이 괜찮다고 하니 그 반대의 의견을 내놓은 것뿐이냐, 제이슨?”
“아닙니다!
“그럼 말해 보아라. 다비드 상단이 그냥 자선 사업을 하는 상단이더냐?”
“…….”
“그럼 그렇지. 한심한 놈들.”
옐로우드 공작은 혀를 찼다.
각자 후계자라고 자칭하는 놈들이 옐로우드의 기본조차 모르고 있으니.
둘 다 검술이나 마법 능력은 괜찮았지만, 가문을 다스리는 가주로서의 능력이 아쉬웠다.
“재능이 있으면 쓴다. 타고난 성정 따위 알 게 무어냐? 옐로우드가 품으면 그자는 옐로우드의 검이 되고 방패가 되는 것이다. 지방의 검술 천재든 뛰어난 상재든 간에 재능이 있으면 담을 줄 알아야 하는 거다. 무릇 옐로우드를 이끌어 나갈 거라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지.”
지금 옐로우드 공작가에서 일하는 이들 중 절반은 배경이 그리 대단치 않다.
능력 하나로 그 자리를 꿰찼고, 앞으로도 계속 옐로우드 가문을 위해 일할 이들이었다.
“죄송합니다, 가주님.”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하지? 너흰 내가 아니라 너희들 스스로에게 죄송할 줄 알아야 한다. 내 핏줄을 타고났으면서 그따위 판단밖에 못하는 그 머리가 몸에게 죄송해해야지!”
심한 말이었으나 두 아들들은 무어라 변명을 하지 못했다.
“가자, 이제 마지막 실망을 하러 가야지.”
어차피 아들 셋 중에 기대가 되는 놈이라고는 한 명도 없다.
* * *
75명이 모인 강의실.
학생들은 수업 전에 일찍부터 이곳에 모여 있었다.
학생들은 떨고 있었다.
특히 신입생은 더 그랬다. 입학해 처음 학부모 참관 수업이니, 아닌 척하지만 눈동자가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그건 재학생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이들 중에 학부모 참관 수업을 몇 번이나 진행한 학생들이 많았으나, 그들도 손에 가득한 땀을 계속해서 바지에 닦고 있었다.
‘과하게들 긴장하고 있군.’
적당한 긴장은 좋다.
몸에 어느 정도 긴장이 있어야 자연스럽게 검술을 펼쳐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과하게 긴장하다 보면 머리가 하얘지고, 그런 경직된 상태는 곧 사고로 이어진다.
“잠시 집중해라.”
에단이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말했다.
“오늘 수업을 망쳐도 상관없다. 오늘 수업에서 중요한 건 너희들이 아카데미에서 뭘 배웠는지 보여 주는 거다. 너희들의 장점도 단점도 전부 다. 생각해 보아라. 너희들은 학생이고, 너흴 보러 오신 부모님들은 이미 실력이 출중한 분들이지. 다들 이미 눈이 높아. 너희들이 아무리 완벽하게 해낸다고 한들 그분들의 눈에는 차지 않을 거다.”
이 자리는 가능성을 보는 자리다.
완벽이 아니라 학생이 품고 있는 잠재력을 보는 자리기에, 누구도 완벽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단점보다는 장점을 중점적으로 본다.
단점은 언제든 보완할 수 있지만 없던 장점이 생겨나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아무리 완벽해도 그분들 눈엔 부족해 보일 테지. 그러니 단점을 가리겠다는 생각은 버려라. 오로지 장점만을 극대화시켜라.”
차가웠던 에단이 위로의 말을 건네자 더더욱 그 진심이 느껴졌다. 거기에 에단이 씩 웃어 주며 학생들과 한 번씩 눈을 마주쳤다.
“물론 어리숙하게 하는 놈들은 다음 수업부턴 받지 않을 거지만 말이다.”
“네!?”
“시, 실패해도 좋다고 하셨잖아요!”
“농담이다.”
“아, 아니, 그런 살벌한 농담을…….”
“이제 긴장이 좀 풀렸나?”
“아니요…….”
학생들은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린 것을 느꼈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 *
“드디어 듣게 되는구만.”
강의실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교사들이었다.
교사는 기본적으로 서로 간의 수업을 들을 수 없어, 이런 기회가 아니면 다른 교사의 수업을 구경조차 할 수가 없다.
그랬기에 에단의 수업 방식을 굉장히 궁금해했다.
어떤 식으로 강의를 하기에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인가?
“신입 교사가 75명 정원을 꽉 채워서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나? 에단 선생님이 처음 아니야? 도대체 학생들을 만족시키는 비법이 뭔데?”
“너무 궁금해.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하시는 거야? 웬만한 걸론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학생들인데. 허, 참, 이건 안 볼 수가 없지.”
그 같은 생각을 한 여러 교사들이 에단의 강의실을 찾았다. 특히 검술과 선생들이 굉장히 많았다.
에단과 같은 시간에 수업을 하는 교사들은 안타깝게도 참석할 수 없었지만 그러지 않은 교사들은 다 모였다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물론 에단의 수업이 궁금한 건 교사뿐만이 아니었다.
뒤이어 에단 휘커스 선생의 수업이 궁금한 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와,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참관 수업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온 건 또 처음인데.”
“도대체 몇 명이나 보러 온 거야?”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굉장히 많이 보였다.
“아직 부모님들이 안 오셨는데도 이 숫자라고?”
“와, 이런 건 처음 봐.”
“작년 클라우디 선생님 참관 수업 때보다 더 많은 거 아니야?”
“아, 생각해 보니까 지금 클라우디 선생님 수업 시간 이잖아.”
아이러니하게도 에단과 클라우디는 같은 시간에 학부모 참관 수업을 진행했다.
물론 클라우디가 현재 맡고 있는 네 개의 수업 전부 다 학부모 참관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그는 이번이 세 번째 수업이었다.
“바로 옆 강의실이네?”
“클라우디 선생님 수업도 인원이 상당하니까 말이야. 사람들도 많이 보러 오겠지. 학부모들도 많을 테고.”
그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학부모들이 도착했다. 교사와 학생들이야 본래 이 이베카 아카데미의 일원들이기에 특별할 건 없었지만 학부모들은 달랐다.
중앙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들이 한곳에 모이는 건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후작님이다.”
“어엇, 리브레 백작님이시잖아.”
“썬더버드!”
각 귀족들이 가진 별명을 부르며 학생들이 선망의 눈빛을 보냈다. 이름난 귀족들은 그 별명처럼 압도적인 오라를 내뿜고 있었다.
그들은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보더니 학부모석에 앉았다.
몇몇 귀족들, 그래도 학부모인 그들은 제일 먼저 자신의 자식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확인했다.
그러고는 곧 익숙한 뒤통수를 확인한 후 곧장 자리에 앉았다.
“정말 학생들이 많구만. 처음 들었을 땐 신입 교사라고 해서 별 기대를 안 했는데 말이야.”
“보아하니 학부모인 우리들을 제외하고 다른 교사들과 학생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만큼 다들 기대하는 수업이라는 거겠지?”
“정말 기대가 되네요.”
“나도 그렇다네, 부인.”
곧이어 마지막 귀족까지 들어왔다.
“공작님이다.”
“옐로우드 공작님이다.”
학생들의 학부모들까지 착석하자, 그 거대했던 강의실도 가득찼다.
그 타이밍에 맞춰 강의실 뒤편에서 대기하고 있던 에단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모두의 시선이 에단에게 쏠렸다.
아마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의 기대감과 부담감이 에단에게 꽂히고 있을 터.
그러나 에단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단상에 섰다.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