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90)
신들의 구독자 90화
90화. 학부모 참관 수업 (3)
“가르시아 백작님.”
“오, 스펜스 백작님 아니시오? 이번엔 시간이 나셨나 봅니다?”
“앞선 참관 수업에 연속으로 참석을 못했으니까요. 억지로 시간을 냈습니다.”
“하하하하, 타이밍 참 좋게 오셨군요.”
수많은 귀족들의 시선이 에단에게 쏠리고 있었다. 그건 스펜스 백작 또한 마찬가지였다.
“듣자 하니 저 교사가 이번 신입 교사 중에 수석을 차지했다고 하던데. 그 시론 램스데일을 꺾고 수석을 차지했다지요? 제가 봤을 땐 그건 실력으로 받은 게 아니라고 봅니다.”
“음? 그렇다면 왜 수석을 받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교장 선생님이 검성을 견제한 것 아니겠습니까. 아니지, 견제라기보다는 자존심 싸움이라고 봐도 되겠지요. 한창 시절에 두 분은 라이벌 아니었습니까? 그런 검성의 손자에게 수석을 준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죠. 저는 그가 운이 좋아서 수석을 받았다고 봅니다.”
“흐으음, 듣자 하니 파케타 님의 손녀도 있던데? 대마법사의 손녀라면 수석을 줄 만도 하지 않겠소? 그쪽은 사이도 그리 나쁘지 않을 테고, 실력도 출중했으니.”
“교장 선생님의 이명이 뭡니까? 유령검 아닙니까? 마법사보다 검사에게 마음이 끌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아무튼 교장이 밀어주는 교사니 실력은 있겠습니다만, 그게 대단할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가르시아 백작이 스펜스 백작을 쳐다보았다.
사실 이건 당장 스펜스 백작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여기에 모인 귀족들 중에서 아카데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신입 교사가 75명의 학생을 학기 끝까지 이끌고 간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 이어 에단은 신입인데 다른 수업까지 맡았다고 한다.
수업 하나를 이끌어 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교사가 된 지 얼마 안 돼 두 개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니.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밀어주는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학부모들이 에단을 보고 있었지만 집중하는 것 같진 않았다.
이전에 있었던 참관 수업처럼 별 기대가 없었다.
물론 몇몇 학부모는 얼마나 잘하나 에단을 보고 있기도 했다.
“수업 내용도 대충 뭉뚱그려서만 전해지니, 그게 잘하고 있는 건지 못하고 있는 건지도 알 수 없죠.”
“그럼 스펜스 백작께서는 에단 휘커스 선생이 별 볼 일 없는 교사라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별 볼 일 없다는 것까지는 아니고, 능력은 있을 겁니다. 그게 과장됐다는 것이지요. 진짜 천재 교사라고 한다면 당연히 클라우디 하이드 선생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펜스 백작이 어깨를 으쓱 올리며 말했다.
가르시아 백작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가 본 에단은 절대 그런 정도가 아니었으니까.
“일리가 있군요. 하지만 저는 저 에단 휘커스 선생이 뭔가 보여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 그러면…….”
스펜스 백작이 쓱 웃었다.
“내기라도 할까요, 백작님?”
“내기요?”
“예, 내기. 제가 이기면…… 그래, 백작께서 아끼는 검 하나를 제게 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가르시아 백작의 검은 유명한 대장장이가 만든 명검이었다.
이런 내기의 상품으로 걸기엔 가치가 높으니 상당히 과한 내기였지만, 가르시아 백작은 오히려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큰 내기군요. 그럼 제가 이길 경우엔 스펜스 백작께서 애용하시는 그 단검을 주시는 건 어떻습니까?”
스펜스 백작의 단검은 마도제국에서만 난다고 하는 귀한 보석이 손잡이에 박혀 있는 초고가의 단검이었다.
의식용 단검이라 실전성은 없었지만, 굉장히 아름다웠다.
스펜스 백작은 자신이 무조건 이길 내기라 생각했는지 거침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기대가 되는군요! 흠!”
그러고는 팔짱을 끼고 콧김을 내뿜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가르시아 백작의 멋들어진 검이 있는 듯했다. 그 검을 가지고 여러 귀족들의 영지를 다니며 자랑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가르시아 백작도 스펜스 백작처럼 기분이 좋기는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다른 뜻을 품는 와중에 에단의 입이 열렸다.
학생들 몇몇은 이 상황에 숨이 턱 막혔다.
그냥 귀족도 아닌 신성제국의 고위 귀족들이 주목하는 강의라니.
자신이 저 자리에 서 있었다면 아마 기절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학생들이 에단의 입에 집중했다.
“이번 수업은 대련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학생들은 짧게나마 제게 배운 수업 내용과 단련을 이번 수업에서 보여 줄 예정입니다.”
에단이 아티팩트를 활성화시키자 학부모석을 제외한 모든 장애물이 사라졌다.
그에 맞춰 학생들이 앞으로 나왔다.
중앙에 에단이 서고, 그런 에단을 포위하듯 학생들이 섰다.
꽤 긴장하고 있었지만, 눈빛들이 살아 있었다.
“검.”
척-!
75명의 학생이 동시에 검을 들었다. 정확한 타이밍이었다. 그 그럴듯한 자세와 소리에 학부모들이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
“타이밍이 잘 맞는 걸 보니 잘 가르쳤나 봅니다.”
“그런데 저런 게 중요합니까? 겉멋만 드는 게 아닌가 모르겠군요.”
“제국군에 들어간다면 저런 제식이 중요하긴 합니다만. 흐으음.”
“저 정도면 그래도 수석을 달 정도는 되나 보군.”
“크크크, 하지만 조금 웃기는군요. 고작 학생들인데 말입니다. 마치 기사단 같지 않습니까?”
학부모 몇몇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래도 뭐, 이베카의 교사라면 당연히 이 정도는 해 줘야지. 달리 특별해 보이진 않지만.”
옐로우드 공작 옆에서 칼슨 옐로우드가 중얼거렸다. 확실히 방금 그 통제는 이베카의 교사다운 모습이었다.
거기에 따르는 학생들은 정확히 검을 들어 에단을 겨누고 있었다.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실속이었다.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은 칼슨은 팔짱을 꼈다.
이제부터 에단이 어떤 방식으로 대련을 진행할지 궁금했다.
“한심한 놈, 75명의 학생 사이에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다니. 일반 학생처럼 조용히 있잖아.”
문득 학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메이슨을 보는 순간 절로 험한 말이 나왔다.
메이슨은 옐로우드 공작가의 혈통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얌전하게 학생 무리에 껴 있었다.
무릇 공작가의 혈통이라면 저 75명의 학생들 중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야 한다.
“심지어 맥스 주로드도 없는 거 같은데?”
“아마 클라우디 선생의 수업을 듣고 있겠지. 본래라면 이 신입 교사의 수업을 들을 이유가 없지 않나?”
두 아들이 어이없다는 듯 말하는 걸 듣는 옐로우드 공작 또한 눈앞의 상황이 달갑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대충 보고 끝낼 생각이었다.
중간에 나갈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다른 학부모들을 위해 그러진 않기로 했다.
“음.”
“더 볼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
“저 에단 선생이 어떤 식으로 수업하는지 조금만 더 보고 나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다른 학부모들 또한 옐로우드 공작과 마찬가지로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웃는 이들도 있었다. 신입 교사라 그런지 첫 번째 학부모 참관 수업에 꽤 힘을 줬다고 말이다.
“왜 저렇게 초라하게 있지?”
“잘못 가르친 거 아닌가? 대련을 한다면서 왜 학생들의 기를 다 죽이는 건지 모르겠군.”
일부는 심기가 불편한 얼굴들이었다. 어이가 없어서 웃는 이들도 있었다.
각자의 자식들이 마치 특색 없는 학생처럼 기를 죽이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에단은 그렇게 지켜보고 있는 학부모들을 슬쩍 보았다.
‘실컷 웃도록.’
이제부턴 그 누구도 웃지 못할 테니까.
쿵, 하고 작게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렸고, 론 베어즈가 에단에게 달려들었다.
꽈앙-!
목검과 목검의 격돌인데 흡사 폭발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헛!”
그 첫 번째 격돌과 함께 학부모들의 잡음이 사라졌다. 론 베어즈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가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방금까지 학생들에게선 아무런 기세가 느껴지지 않았건만.
론을 시작으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쾅-! 쾅-!
론 베어즈는 특유의 강렬한 검술을 뽐냈다.
에단은 그런 론에게 맞춰 그와 비슷할 정도로 강력한 힘으로 맞부딪쳤다.
콰앙-! 콰앙-!
주변으로 파동이 퍼질 정도로 강렬한 일격이 서로 간의 목검에서 펼쳐졌다.
저 힘을 버티는 목검이 대단해 보일 정도로 에단과 론의 힘은 비등해 보였다.
“힘이 엄청난데?”
“투박하지만 그 단점을 덮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군.”
론 베어즈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돋보이는 대련이었다.
검 몇 번 부딪친 것만으로 순식간에 대련에 몰입하게 된 학부모들은 론에 이어 뛰쳐나오듯 나서는 학생에게 집중했다.
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일격이었다.
통쾌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빠른 쾌검.
일격에 모든 걸 담은 듯한 쾌검이 에단에게 쏟아졌다.
깡-! 깡-! 깡-!
아까는 힘으로 버티던 에단의 검이 어느새 빨라져 있었다.
“!”
이번엔 속도였다.
쐐액-! 쐐애액-!
학생의 검술에 맞춰 묵직했던 에단의 검이 점점 더 속도를 높여 갔다. 가볍고 빠르게. 분명 소리는 여러 번 나는데, 눈에 보이는 건 두 번뿐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두는 상당히 수준이 높은 이들. 에단과 학생이 상당한 속도의 공방을 벌이는 걸 확실히 보고 있었다.
꽤 수준 높은 대련에 눈이 즐거워졌다.
그러던 도중 콱-! 하고 에단이 학생의 검을 올려 쳤다.
그와 동시에 학생이 미끄러지듯 뒤로 물러났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학생이 나타나 에단을 덮쳤다.
세 번째로 나선 건 유나 가넷이었다.
에단은 이 대련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초반 세 학생을 통해서 나타내려고 했다.
세 번째 대련 상대인 유나 가넷은 이 검술과에 몇 없는 변화무쌍한 검술을 사용했다.
유나 가넷이 자세를 잡고는 이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마치 유나의 손이 여러 개라도 된 것처럼, 동시에 다섯 자루의 검이 에단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중 진짜는 단 하나뿐.
하지만 전부 다 진짜 같은 게 구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학생 수준에서 펼칠 수 있는 검술이 아니었다. 저 정도로 진짜 같은 다섯 자루의 검을 만들려면 적어도 20년은 환영검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
뛰어난 재능.
다섯 개의 환영에 맞서 에단의 검에서도 다섯 개의 환영이 펼쳐졌다.
까앙-!
그리고 이내 진짜와 진짜가 격돌했다.
이어 펼쳐 낸 유나의 검술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화려함에 환영을 감추고 환영에 화려함을 감추는 유나의 검술은 보는 학부모들에게도 큰 인상을 주었다.
유나 가넷이 마지막 환영검과 함께 그대로 뒤로 쓰러지듯 퇴장했다. 이어 학생들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서며 자신들의 검술을 뽐냈다.
처음엔 학생들의 검술에 집중했던 학부모들은 뒤로 가면 갈수록 다른 부분에 놀라 입을 벌렸다.
“저게 가능한가?”
“지금 벌써 열다섯 명째라고.”
“모든 학생들의 검술을 같은 검술로 받아치고 있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그렇지, 저 정도까지 버티려면 몸이 두 개 있어도 모자랄 텐데.”
어지간한 검사라도 열다섯 명의 학생들과 연달아 대련을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그와 동시에 학생들의 검술을 돋보이게 해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도 안 돼.”
다른 귀족들처럼 옐로우드 쪽에서도 말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고고한 자세로 에단 휘커스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할지 지켜보고 있었다.
론 베어즈를 시작으로 힘, 속도, 변화의 3단계를 거칠 때쯤엔 이미 대련에 흠뻑 빠져 있었다.
학생들은 이 순간에 죽어도 좋다는 듯이 모든 힘을 쏟아 내고 있었다. 검을 더 이상 휘두르지 못할 때까지 휘두르며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열정을 보였다.
학생들과 나이가 비슷한 제이슨은 그 모습을 보며 어깨와 다리를 계속해서 떨었다. 있는 힘껏 검을 휘두르는 그 모습에 자신도 저기서 검을 휘두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켜보는 학생들 또한 눈을 떼지 못한 채로 다리를 덜덜 떨며 흥분을 가라앉히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만큼 몰입도가 상당했다.
하지만 제이슨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여기에 놀러 온 게 아니다.
에단을 확인하고 막내의 한심한 모습을 보러 온 것이다. 이걸로 후계자 싸움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갈 메이슨을 확인하고 형과의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재밌군, 재밌어.”
그때 공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항상 냉정한 표정을 짓는 옐로우드 공작이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
“!”
두 아들은 그 모습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상이 넓기는 넓군. 고작 지방의 귀족가에 저런 인재가 숨어 있을 줄이야. 병약함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던 건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할 재능을 몰래 키우기 위해서?”
공작은 에단의 모든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학생에 맞춰 계속해서 변화하는 에단은 일견 쉬워 보이지만 굉장히 난이도 높은 움직임을 취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에단의 경지가 높기 때문에, 학생을 상대하는 데 있어 조금이라도 힘을 준다면 학생이 아니라 에단에게 포커스가 돌아가게 된다.
그는 그 점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보는 사람의 시선을 철저하게 학생에게 돌리는구나.”
“네…….”
“정말 그렇습니다.”
이제야 그걸 알아챈 두 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에게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선 완벽한 힘 조절과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검술을 펼쳐야 했다.
그래야 학생의 검술이 더욱 돋보일 테니.
달리 말하자면 에단은 학생이 쓰는 모든 검술을 기억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학생이 검을 휘두른 다음 대처하면 그 첫 수에 에단이 순간적으로 돋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저 발걸음, 무엇 하나 빼놓은 게 없어.”
에단은 학생의 등장과 함께 그가 이 대련의 주인공이 될 수 있게 만들었다.
순간 옐로우드 공작의 표정이 확 변화했다.
“칼슨.”
“예, 가주님.”
“잘 봐 두어라. 내가 네 검술을 보며 항상 하던 소리가 있지 않느냐.”
옐로우드 공작이 에단의 내려 베기를 보며 말했다.
“저게 바로 네게 바라던 내려 베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