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scriber of the Gods RAW novel - Chapter (94)
신들의 구독자 94화
94화. 후처리
‘완벽하군.’
완벽하게 계획이 진행됐다. 이번 일을 주도하던 달의 추종자를 처리했다. 뢴트겐 후작을 지켰으며 모든 시선을 마르틴스 라네에게 돌렸다.
전부 다 에단이 원하던 대로였다.
조금 빠듯했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백호가 도망친다!”
“빌어먹을, 저 백호 놈이!”
“저 백호 놈을 잡아야 합니다!”
“저놈이 두 명을 죽이고 도망쳤습니다!”
빠득-!
귀족들은 이를 갈며 분노했다. 마나가 제약되고 자식이 있어 움직이지 못했다.
익숙하지 않은 무력감에 이들은 분노가 치솟았다.
귀족들이 소리침과 동시에 저 멀리서 아카데미 내의 기사단과 마법병단이 모습을 보였다.
빠르게 도착한 기사단과 마법병단이 상황을 수습하려 들었다.
“괜찮으십니까!”
“몬스터는 어디에!”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아카데미 수호 기사단이 빠르게 각 귀족 사이로 들어 가 귀족들을 지킬 진형을 구축했다.
아카데미 마법병단 또한 빠르게 마법을 펼쳤다.
“이미 상황은 다 끝났소. 몬스터는 저쪽으로 도망갔단 말이오!”
귀족의 말에 기사단과 마법병단이 추격자가 가리킨 곳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백호는 저 멀리 도망간 상태였다.
그때 에단이 소리쳤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여기 마르틴스 라네 선생님께서!”
추격하려던 기사단이 그대로 에단을 보았다. 에단의 품에는 마르틴스 라네가 안겨 있었다.
피를 흘리는 마르틴스 라네는 누가 봐도 빠른 처치가 필요해 보였다.
“빨리!”
마법사들이 에단과 마르틴스 라네에게 다가왔다.
‘마르틴스는 이번 몬스터 습격 사건의 영웅이 될 거야. 모든 시선이 마르틴스에게 쏠리게 될 거고, 달의 추종자들은 이번 일이 성공도 실패도 아니라고 생각하겠지. 그저 조금의 사고가 있었을 거라고만 생각할 거야.’
그게 에단이 노리는 바였다.
이 이베카 아카데미에 달의 추종자 세력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하게 힘을 싣는 것.
그래서 학기 후반기에 있을 몰락 사건 전까지 다른 변수가 생기지 않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그 몰락 사건의 결과를 완벽하게 바꿀 수 있으니 말이다.
‘이걸로 나보다는 마르틴스가 확실히 시선을 끌었어. 그쪽에서도 의도적으로 이번 일을 망친 건지, 누가 개입 된 건지 몰라 혼란스러울 거야.’
또한 달의 추종자 쪽에서 에단을 의심할 리도 없었다.
에단은 쓰러진 마르틴스를 보며 표정 연기를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마르틴스는 죽어서 원하던 걸 얻게 되었다.
‘이런 것도 과분한 놈이지. 놈에게 죽은 사람들이 이걸 봤다면 얼마나 통쾌해했을지.’
마법병단이 마르틴스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사망하셨습니다.”
“후우, 결국 이렇게…….”
에단은 눈을 감고 슬픈 듯 어깨를 들썩였다.
* * *
교장실 안에 에단과 교장, 그리고 부교장이 있었다. 교장은 이번 일의 목격자인 에단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휴식을 위해서 제2광장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제2광장에 도착하자마자 백호를 만났고, 그 백호를 마르틴스 라네가 처리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크게 다칠 뻔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마르틴스 선생님이 백호를 막았습니다. 마르틴스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더 큰 피해가 생겼을 겁니다. 마르틴스 선생님이 광장에 있던 수많은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을 구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허어!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이번 일로 학부모들에게 우리 이베카의 안전에 대한 의심이 생길 겁니다.”
이번 사태는 아카데미에 있어 상당한 타격이었다.
이 이베카 아카데미는 마나 제약을 통해 귀족가의 자제들이자 이베카의 학생들을 지킨다는 걸 모토로 삼고 있었다.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아카데미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었거늘.
하필 학부모 참관 수업 당일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교장과 부교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번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 것인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학부모님들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교장과 부교장은 혀를 찼다.
아직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정하지도 못한 마당에 학부모들이 찾아왔으니.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그 옆에 있던 에단은 조용히 상황을 관망했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제2광장에 있던 학부모들 몇몇이 들어왔다.
뢴트겐 후작을 포함한 학부모들은 별로 표정이 좋지 않았다.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교장이 고개를 숙이려 하자 그들의 대표 격인 뢴트겐 후작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아니요, 항의하러 온 게 아닙니다.”
“예?”
뢴트겐 후작이 에단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지방 귀족가의 자제이자 신입 교사에게 후작이 고개를 숙이다니. 순간 교장까지 당황할 정도였다.
하지만 에단은 침착했다.
“에단 휘커스 선생님,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갑작스런 학부모들의 행동에 교장은 굉장히 당황했다.
방금 에단에게 이야기를 듣기론 사망한 마르틴스 라네 교사가 이번 일을 처리했다 들었다.
그 과정에서 에단은 뒤늦게 상황을 목격한 목격자로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단은 자기가 뭘 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에단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고고한 뢴트겐 후작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고 있었으니, 교장의 입장에서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체 이게…….”
뢴트겐 가문은 꽤 오랜 기간 중앙 남부 쪽을 꽉 잡고 있는 가문이었다. 그런 가문을 이끄는 후작의 말에는 강한 힘이 있었다.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제가 한 건 별로 없습니다. 마르틴스 라네 선생님께서 나서 주시지 않았다면 백호를 이기지 못했을 겁니다. 저는 목숨을 걸고 백호와 싸우신 마르틴스 선생님께 이 공을 돌리려고 합니다.
뢴트겐 후작과 다른 학부모들은 그런 에단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나 겸손할 줄이야.
에단이 먼저 나서지 않았으면 마르틴스가 백호를 상대할 타이밍도 없었을 것이다.
거기다 뢴트겐 후작을 직접적으로 구했으니, 무언가 답례나 보상을 바라도 됐다.
후작 또한 자신과 딸의 목숨을 구함받은 셈이니 그 어떤 보상이라도 할 생각이었으니까.
“에단 선생님의 참관 수업을 못 봤지만, 선생님이 어떤 선생님이신지 잘 알 것 같습니다. 제 딸을 잘 부탁드립니다.”
“제 아들놈을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 일,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꼭 찾아와 주십시오.”
학부모들이 에단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뢴트겐 후작이 품에서 뭔가를 꺼내 에단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건…….”
옆에서 지켜보던 교장이 놀란 눈으로 뢴트겐 후작이 건넨 물건을 보았다.
후작가의 문양이 새겨진 일종의 감사패였다.
값비싼 광물인 오리할콘으로 만들어진 물건으로, 이것을 받은 후작가의 은인이 감사패를 내밀면 후작가가 해 줄 수 있는 건 뭐든지 들어준다는 물건이었다.
에단은 잠시 뢴트겐 후작의 눈을 보고는 순순히 감사패를 받아들였다.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겠군요.”
“과한 겸손은 독이지요, 선생님.”
뢴트겐 후작이 미소 지었다.
그 모습에 교장이 슬쩍 끼어들었다.
“그럼 이번 일은…….”
“듣자 하니 그랜드혼 쪽에 문제가 생긴 것 같더군요, 교장 선생님. 까딱하면 정말 대참사가 날 수도 있었지만 우선은 에단 선생님을 봐서 넘어가겠습니다. 하지만 아예 없던 일로는 안 될 겁니다.”
“저희의 실책입니다. 확실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상당히 굳은 표정이었던 교장의 표정이 다시 좋아졌다.
설마하니 이 정도로 이번 일을 넘길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뢴트겐 후작의 말처럼, 이번 일은 정말 대참사가 날 수도 있던 일이었다. 학부모들 쪽에서 무슨 요구를 해 오더라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신뢰라는 것은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지는 건 아주 쉬웠으니까.
그럼에도 좋게 넘어갈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에단 휘커스 선생 덕분이었다.
교장이 에단에게 잘했다는 듯이 엄지를 몰래 들어 보였다.
이걸로 사태가 생각보다 더 좋게 흘러갈 듯했다.
“이번 일은 확실하게 처리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한 번 더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장이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 * *
이번 참관 수업은 여러모로 충격적으로 마무리가 됐다.
첫 번째 충격은 당연하게도 참관 수업을 했던 교사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진짜 깜짝 놀랐어. 그런 식으로 수업을 할 수 있다니. 신입 교사가 할 수 있는 강의 퀄리티가 아니야.”
“75명이야, 75명. 대충 1분 좀 넘는 시간 동안 75명이 전부 다 대련을 했어. 그냥 검술 수련하듯 대련을 한 것도 아니야. 격렬하게, 검술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도록 했지.”
에단의 강의는 학부모와 학생들뿐만 아니라 동료 교사들도 함께 들었다.
에단이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하는지 궁금해했던 교사들은 그 강의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이 신입 교사였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렇게 대련을 하면서 은근하게 자세를 교정해 주더라니까? 그게 말이 돼?”
교사들은 하나같이 에단의 강의에 감탄했다.
질투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강의였다.
동시에 클라우디 하이드의 참관 수업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작년엔 클라우디 선생님 수업에 사람이 제일 많이 몰렸었는데.”
“올해는 에단 선생님 수업에 더 많이 몰렸다던데?”
“검술과에 클라우디 선생님만큼 대단한 선생님이 한 분 더 생기다니.”
“검술과로 전과해야 하나?”
같은 기사학부의 다른 과 학생들은 검술과로의 전과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 누구도 에단의 수업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확실하게 증명했으니, 이제는 학생들도 교사들도 에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동기라는 게 자랑스럽군.”
이리스 파케타와 시론 램스데일은 이번 이야기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우리도 이번에 동기 덕을 꽤나 봤으니 말이야.”
둘을 포함해 이번 학부모 참관 수업을 진행했던 신입교사들은 에단이 준 팁을 십분 활용해서 수업을 했다.
덕분에 학부모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학생들 또한 골고루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어 꽤나 만족했다.
“따로 뒤풀이라도 하고 싶은 데 말입니다. 상황이 상황이니 나중에 해야겠어요.”
“설마 그런 일이 벌어졌을 줄은 몰랐는데요.”
제2광장 몬스터 습격 사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설마 이베카 아카데미 내에서 몬스터들이 습격해 오는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는 표정들을 지었다.
일단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은 교장과 부교장이 통제해 두었고, 사건이 다 정리됐다는 말에 학부모 참관 수업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 * *
아카데미 대회의실.
이번 학부모 참관 수업에 참여한 모든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다들 모였나?”
“예, 교장 선생님. 모든 교사들이 모였습니다.”
“그럼 우선 이번 안타까운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다들 들었겠지만 이번 습격 사건으로 두 명이 죽었다는 건 이야기가 더 퍼지지 않게 통제해 두었소. 내일 진행 될 추모식 때 발표를 할 생각이오. 오늘은 학부모 참관 수업을 잘 마무리해야 하니까.”
교장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교사들 또한 고개를 숙였다. 짧은 묵념 이후 교장이 박수를 짝 한 번 쳤다.
침울하게만 있을 수는 없었다.
“다들 이번 참관 수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느라 정말 고생들 많았소!”
교장이 말했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안타까운 결과가 나왔지만, 그래도 학부모 참관 수업을 잘 마친 건 여러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해 준 덕분이오.”
교장은 그렇게 말하며 교사들과 눈을 마주쳤다.
클라우디 하이드에 이르러서 꽤 오래 마주쳤고, 마찬가지로 에단과도 눈을 마주쳤다.
“이번에 들어 온 신입 교사들까지 다 수업을 잘 마쳐 주었으니, 올해 신입 교사들을 아주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드는군.”
교사들의 시선이 순간 에단에게로 향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클라우디에게 향하던 시선들이었다. 하지만 클라우디는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럼 이번에도 이야기를 해야겠지. 우리 이베카의 학부모 참관 수업에는 전통이 있다네. 수업을 잘 들었다는 의미와 자신의 자식을 잘 가르쳤다는 의미로 학부모들이 기부금을 내주는 전통이지.”
교장이 그렇게 말하며 학부장들에게 손짓했다.
학부장들이 뒤로 빠졌다.
“그리고 이 기부금은 각각 교사의 이름으로 들어오고.”
기부금을 확인한 두 학부장은 곧바로 기부금이 누구 앞으로 들어왔는지 발표했다.
“기부금의 액수에 따라 순위가 정해진다네. 어떻게 보면 이 기부금의 액수가 강의를 얼마나 잘했는지 알려 주는 지표가 될 수도 있지.”
물론 전통적인 행사의 마무리였기 때문에 진지함이 결여되어 있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부금을 많이 받는 교사는 대체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딱 1위만 알려 줄 걸세. 어차피 돈으로 순위를 매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니. 가장 많이 받은 게 누구인지만 알면 되니까 말이야.”
다들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학부모 참관 수업에서 가장 이야기가 많이 나온 교사 둘이 이곳에 있었다.
에단과 클라우디.
신입 교사와 검술과를 이끌어 나갈 베테랑 교사.
“1위는.”
모두가 교장의 입에 집중했다.
“1,500만 골드. 에단 휘커스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