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0화
해변에서는 해적들이 마을에서 약탈해온 제물들을 쌓아놓고 있었다. 벌써 제물을 담은 나무 상자들이 커다란 언덕이나 벽을 형성할 정도였다.
“좋아! 아주 좋아!”
해적 선장 가일이 상자 안의 보석들을 들어 올리며 껄껄 웃어댔다.
“역시 부자 영지는 제물의 때깔부터 다르군! 으하하하하!”
“서, 선장!”
가일이 고개를 돌렸다. 뭐에 얻어맞았는지 눈에 퍼렇게 멍든 해적이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었다.
“지원 병력이 필요합니다! 도시에서 대대적인 반격이……!”
“뭐?”
가일이 인상을 구겼다. 분명히 해군 전력은 무력화됐을 텐데.
“블루하버의 해군 잔당이냐?”
“아, 아뇨.”
해적이 땀을 뻘뻘 흘렸다.
“그냥 주민입니다! 꽃집 주인, 관광객, 요리사…….”
“……네놈, 정신이 돌아버리기라도 한 것이냐?”
그때 쩡! 하는 소리와 함께 보고하던 해적의 눈이 돌아가며 풀썩 쓰러졌다. 그의 뒤에는 정말로 요리사 복장을 한 남자가 웃는 얼굴로 프라이팬을 들고 있었다.
“으아악!”
“커헉!”
벽처럼 쌓아진 나무 상자 뒤편으로 해적들이 휙휙 날아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가일이 벌떡 일어났다.
“무슨 일이야!”
와르르르르!
쌓여 있는 나무 상자들이 날아온 해적들의 몸에 부딪혀 무너져 내리고, 그 너머로 마을 사람들이 위풍당당하게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정말로 꽃집 주인, 요리사, 관광객 등이었다.
‘믿기 힘들군. 그 보고가 진짜라고?’
한 해적의 멱살을 붙잡아 들어 올린 수영복 차림의 여자가 싸대기를 날리는 모습이 보였다.
짝! 짝! 소리와 함께 해적의 입에서 이빨이 산탄처럼 흩뿌려지고 있었다.
‘그렇군.’
가일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이 사람들 모두 뼈 갑옷 같은 것을 두르고 있었다.
네크로맨서의 짓이다. 블루하버에서 제대로 된 네크로맨서는 핀치뿐일 터, 그렇다면.
“네놈이군. 검은 교복의 소년.”
평범한 주민들 뒤로 검은 옷을 입은 소년이 땀을 뚝뚝 떨어뜨리며 서 있었다. 가일이 혀를 차며 긴 콧수염을 만지작거렸다.
“키젠은 그쪽에서 처리하기로 해놓고선 이렇게 덤터기라니. 역시 그 족속들과 손을 잡는 게 아니었어!”
“방금 그 말씀은.”
시몬이 삐딱하게 웃었다.
“내통자가 있었나 보네요?”
“흐흐흐! 마음대로 생각해라!”
어느새 주민들이 가일을 포위했다.
모두가 시몬의 본 아머로 인생 파워를 얻은 만큼 자신감이 최고로 차오른 상황.
그럼에도 가일은 태연하게 자리에 서서 콧수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한꺼번에 쳐!”
본 아머를 입은 주민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그 순간 가일의 눈의 번뜩이며 근육이 부풀어 올랐다.
시몬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잠……!”
콰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달려들던 마을 사람 열 명이 한꺼번에 날아갔다. 정면에서 타격을 받은 몇 명은 그대로 본 아머가 벗겨지며 기절하기도 했다.
“후읍!”
요리사가 기민하게 뒤로 들어와 가일의 뒤통수에 후라이팬을 내려쳤지만, 가일은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팔을 세워 막아냈다.
빡! 소리와 함께 맨손에 후라이팬이 박살 났다.
“괴, 괴물……!”
“비켜요 아저씨!”
수영복 아가씨가 가일의 측면으로 파고들어 손바닥을 촥 펼쳤다.
짜아아아악!
제대로 얻어맞은 가일의 고개가 크게 돌아갔다. 요란한 타격음과 함께 바람이 퍼져 나가며 주위의 모래들이 휘날렸다.
그녀의 싸대기는 한 방 한 방에 해적들의 이빨을 우수수 뽑아내던 위력이었으나.
“귀엽구만.”
뺨에 손자국만 남은 가일이 히죽 웃으며 그녀의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런 게 요즘 말하는 업계 포상이란 건가?”
“아……!”
그녀가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다.
허리춤의 검 손잡이를 붙잡은 가일이 마나를 폭발시키며 검을 뽑아냈다. 그녀가 눈을 질끈 감으며 두 팔로 머리를 가렸다.
터어어어엉!
엄청난 풍압에 모래사장 곳곳에 회오리가 일어났다. 자리에 쪼그려 앉은 그녀가 달달 떨며 눈을 떴다.
“아!”
그녀의 앞으로, 시몬이 다리를 일자로 뻗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검을 쥔 가일의 팔을 발차기로 밀어 올린 것이다.
그의 다리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어쩐지 칠흑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더니.”
시몬이 땀을 뚝뚝 떨어뜨리며 미소 지었다. 그의 시선은 가일의 검에 일렁이는 마력을 향해 있었다.
“오러 사용자는 처음 보네요.”
“하하하! 진작에 네가 직접 나왔어야지!”
발을 회수한 시몬이 뒤로 빠져나오며 말했다.
“다들 물러나요. 코어 없이는 상대할 수 없는 강적이에요.”
“잠깐만! 난 아직 싸울 수 있는……!”
시몬이 팔을 휘둘러 시민들에게 입힌 모든 본 아머를 해체해 버렸다.
화들짝 놀란 그들은 그제야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난 말이야.”
가일이 스트레칭을 하듯 목을 돌렸다.
“네크로맨서가 정말 싫어.”
“…….”
“사실 이번 일이 끝나면 놈도 죽여 버릴 생각이었거든.”
아무래도 내통자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내통자도 네크로맨서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충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확실한 정보를 끌어내고 싶다는 생각에 시몬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요즘 시대에 오러를 쓰는 사람이 있다니, 별나네요.”
“별나다?”
가일이 검을 빙그르르 돌리며 말했다.
“너희 네크로맨서들은 그게 문제야. 아무런 증명 없이 주류와 비주류를 나눠놓고. 자기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오러나 순수마법을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깎아내리지.”
“저는 깎아내린 적 없는데요.”
“글쎄. 내 오러를 봤을 때, 동물원에서 신기한 원숭이를 보는 듯한 그 눈부터가 거슬려.”
가일이 검을 고쳐 잡더니 가슴 위에 절도있게 세우는 시늉을 했다. 그러곤 오른 다리로 강하게 모랫바닥을 내려 앉히며 돌진해 왔다.
‘건틀릿 모드!’
시몬이 급히 오른팔을 뒤로 뺐다. 뼈들이 차차작 시몬의 오른팔을 덮자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투콰아아아아아앙!
모래사장의 모래들이 시몬과 가일을 중심으로 분수처럼 솟구쳐올랐다.
카가각!
칠흑으로 무장한 시몬의 건틀릿과 오러가 들린 검이 스파크를 튀기며 힘겨루기를 했다.
“크으으! 역시……!”
시몬이 힘겹게 검을 밀어내며 말했다.
“그 가슴에 검을 올리는 동작! 볼드윈 왕국 기사단의 검례 자세인 걸로 아는데요!”
“오호! 알아보는군!”
쩡!
가일이 강하게 힘을 실어 시몬의 건틀릿을 튕겨냈다.
하지만 바로 달려들진 않았다. 그는 시몬의 눈썰미에 제법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뭘 숨기겠느냐! 내가 태어난 집안은 대대로 기사 가문이었다!”
‘……해적이?’
네크로맨서가 득세한 세상에서 기사 가문은 끝없이 쇠락해 갔다.
그것이 시대의 흐름이었지만, 젊은 시절의 가일은 포기하지 않았다.
가문에서 전해 내려오는 검과 오러를 갈고닦았고, 마침내 시험에 합격하여 대영지의 기사단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사단 정원 200명 중 198명이 코어를 개방한 네크로맨서들이었지.”
그렇게 말하는 가일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정통파인 가일이 기사단 내에서 구닥다리라며 따돌림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에게는 온당히 실력을 발휘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대규모 행사 사열에도 검을 검게 물들이지 못한다는 이유로 빠지기도 했다.
기사도도, 굳건한 육체도, 아무것도 없는 양아치들이 실용이니 뭐니 헛소리를 지껄이는 꼴을 눈 뜨고 보기 힘들었다.
회의감에 찌든 가일은 결국 기사단에서 나와 바다로 향했고, 그렇게 세 척의 대형 해적선을 이끄는 선장이 됐다.
‘시, 실업 범죄…….’
이야기를 들은 시몬은 복잡미묘한 기분을 느꼈다.
“네크로맨서의 정점인 키젠의 학생이라.”
가일이 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검신에 푸르스름한 마나가 파장처럼 일렁였다.
“잡아 죽이는 재미가 있겠는데!”
그리고 검을 크게 일직선으로 휘둘렀다.
콰콰콰콰!
참격이 모래사장을 양단하며 뻗어 나갔다. 시몬이 뒤로 스탭을 밟아 피해내고 주위의 사람들도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지금껏 해적 토벌이랍시고 덤빈 네크로맨서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내 검에 목이 날아갔지!”
가일이 큰 소리로 웃어댔다.
“네놈도 그렇게 될 거다! 키젠!”
가일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오러가 피어난 검을 휘둘렀다. 검이 지나가는 방향마다 폭포 같은 모래더미들이 연신 솟구쳐 올랐다.
제3 격을 옆으로 피한 시몬이 허리를 젖히며 주먹을 뻗었다. 쩍 소리와 함께 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그는 맞으면서도 싱긋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큭!’
검이 시몬의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키젠의 교복이 지직 소리를 냈다. 내부의 방어마법이 발동한 것이다.
“또! 또 잡기술이냐!”
가일이 히죽 웃었다.
“순수하게 갈고닦은 육체만이 무인의 강함을 결정한다! 잡기술만으로는 승부에서 이길 수 없다!”
휘둘러지는 검을 자세를 바짝 낮춰 피한 시몬이 바닥을 짚고 오른 다리로 턱을 올려 찼다.
쩍! 소리와 함께 가일의 고개가 젖혀졌지만, 그가 휘두르는 검은 멈추지 않았다.
‘충격도 없는 거냐!’
시몬이 칠흑을 밟고 덤블링하며 멀리 떨어졌다. 가일이 입술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씩 웃었다.
“꺾이지 않는 육체와 강인한 의지! 무인에게 그 외의 다른 잔기술은 필요 없다!”
“아 뭐, 그쪽 사연은 딱하긴 한데요.”
길게 숨을 내쉰 시몬이 오른팔을 뻗었다.
“그런다고 당신이 저지른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쏴아아아아아!
시몬이 팔을 뻗은 방향 뒤로 모래더미가 거대한 괴물이 되어 올라왔다.
골렘의 핵을 몰래 모래사장에 심어놓고, 칠흑을 틈틈이 흘려보내 머드 골렘을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여기선 머드 골렘이라기보다는 샌드 골렘에 가까웠지만.
끼기긱!
골렘의 팔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모래더미가 들어 올려지더니 그대로 가일을 내리쳤다. 가일은 이번에도 피하지 않고 몸으로 공격을 받아냈다.
그러나 모래사장의 고운 모래는 다른 흙과는 달리 뭉쳐지지 않고 가일의 몸에 닿아 흩어졌다. 그의 눈과 코, 입에 모래가 들어갔다.
“퉷! 큭! 쓰잘데기없는!”
그리고 가일의 시야가 가려진 틈에, 섬광처럼 달려온 시몬이 본 아머 건틀릿으로 가일의 뒤통수를 붙잡고 뛰어올랐다.
‘저쪽!’
해적들이 탈취한 물건들 중, 무척이나 튼튼한 금고를 향해 가일의 머리를 내리꽂았다.
꽝!!!
굉음과 함께 금고가 확 일그러졌다. 일반인이라면 최소 머리가 깨지며 즉사였겠지만 시몬은 가일의 내구도를 알고 있었다.
‘아직이야!’
시몬이 아공간을 열며 물러났다.
아공간에서 맹독학 시간에 만든 포션들이 우르르 쏟아져 가일의 얼굴과 몸에 떨어졌고, 시몬은 곳곳에 널려 있는 뼈들을 날려 보냈다.
‘난장!’
뼈들이 움직여 가일의 몸에 달라붙어 있는 포션들을 깨뜨렸다. 그의 몸 전신이 마비포션과 중독포션 등으로 축 적셔졌다.
“기사는……!”
가일이 다리를 부르르 떨며 몸을 일으켰다.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네, 그렇게 보이네요.”
“네크로맨서 놈들! 구질구질하게 독 따위를 쓰다니! 수치를 알아라!”
가일이 고함과 함께 달려들었다.
부우우웅!
그의 검이 정면으로 휘둘러진다. 시몬은 가뿐히 허리를 젖히는 것만으로도 피해낸다.
부웅!
이번엔 대각선 베기. 고개를 꺾어 피한 시몬이 그의 안면에 쩍! 소리가 나게 카운터 펀치를 먹이며 물러났다.
“크으!”
부아아아아아아앙!
이어지는 횡 베기도 물러나며 피한 시몬이 가일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팔꿈치로 안면을 찍었다. 가일의 입에서 피와 함께 이빨 몇 개가 떨어진다.
“크윽! 컥!”
그가 비틀거리며 이마를 짚었다. 독 기운 때문에 시야가 빙빙 돌고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다.
“너 이 새끼! 내게 무슨 짓을!”
독에 취한 가일을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시몬은 가일이 억지로 휘두른 검을 피하며 몸을 회전시켰다. 허리가 비틀어지고, 뒤꿈치가 들린다.
쩌어어억!
그림과도 같은 회축이 가일의 안면에 작렬했다.
딱딱한 열매의 껍질이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사방으로 핏줄기가 튀었다.
“저도 당신의 생각에 동의해요.”
가일의 몸이 수 미터를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시몬이 저벅저벅 그에게 다가왔다.
“기사도, 오러도, 검술도, 결코 시대에 뒤떨어진 구닥다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가일을 보며, 시몬이 탁탁 손을 털었다.
“그냥 당신이 구닥다리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