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0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00화
전투는 잠도 자지 않고 계속되었다.
도시 전체를 부수고, 흑색 나무를 지키며, 또 다른 자신의 몸을 확보하려는 아락무라드.
생존자들을 지키고, 흑색 나무를 불태우며, 마지막 하나의 아락무라드가 남을 때까지 싸우는 7군단.
“끈질기다, 끈질겨. 이 아저씨, 인정할게.”
아락무라드 중 하나가 흑색 나무로 가는 길목을 막고 서 있었다.
그를 돌파하려던 무수한 7군단의 언데드들이 파괴되어 살점처럼 널브러진 가운데, 여전히 기세 좋게 달려드는 자들이 있었다.
[브루트! 군단장이 명령했다!] [브루트! 본체 쟁탈전의 종목이 변경되었다! 구원자를 잡아 죽이는 브루트를 군단장이 인정해 주기로 했다!]시몬이 이번에 불러낸 ‘조커’는 5군단에서 넘어온 에이션트 언데드, 브루트였다.
아락무라드가 사방에서 녹색 수정을 쏟아내며 저지했지만 브루트들은 죽는 족족 또 다른 개체로 분해되어 대응했다.
하암—
늘어지게 하품을 한 아락무라드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끊임없는 분리와 결합이라, 세상에 별 신기한 언데드도 다 있네. 그래봐야 이 아저씨의 하위 호환인 것 같지만.”
브루트가 아무리 늘어나도, 제자리에 쪼그려 앉아 수정의 눈보라를 쏟아내는 아락무라드를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말이야. 한 명 한 명 다 똑같지만 가끔 희한하게 강한 녀석도 튀어나오거든.”
그렇게 중얼거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사슬에 행성을 매단 채 직접 7군단장과 대적하는 외팔의 아락무라드가 보인다.
“그런데 너희들은 취향이나 취미가 잡다할 뿐, 특출난 녀석은 없네. 음, 뭐. 사실 이건 세상의 시스템 문제에 가깝지. 정확한 지침을 정해줘야 우민들도 따라가는데 말이야.”
그 순간.
수정의 눈보라를 뚫고 한 브루트가 뒤뚱거리며 돌파했다.
[브루트! 단거리 육상에 능한 브루트다!]“오, 저 많은 것들 중에 딱 하나 있네.”
아락무라드가 팔을 뻗어 브루트를 겨누었다.
“그래도 조금 빠른 정도로는-”
퍼어어어어억!
뭔가가 짓이겨지는 소리와 함께 아락무라드의 상체가 흔적도 없이 찢어발겨졌다.
옷자락과 핏물이 바닥에 툭툭 떨어지고, 하반신만 남은 아락무라드가 툭 하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펄럭!
그리고 망토를 두른 한 브루트가 싸늘한 눈으로 죽은 아락무라드를 내려보고 있었다.
[브루트! 브루트는 안다!]유일하게 그 모습을 목격한 육상선수 브루트가 그를 가리켰다.
[대군주 브루트! 과거에 나라를 함락시켰다! 본체 쟁탈전에도, 7군단 전쟁에도 안 나왔다! 그런데 지금 나왔다!] […….]대군주 브루트는 침묵을 지켰다. 육상선수 브루트가 흥분해서 말했다.
[인정한다! 브루트는 네가 본체가 되도록……!]탓!
그때 대군주 브루트가 잔상을 일으키며 돌진하더니 육상선수 브루트의 몸에 빨려 들어갔다.
자신이 그를 죽인 뒤 몸을 차지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다른 브루트의 몸에 빨려 들어가 ‘본체’가 되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브루트가 눈을 깜빡였다.
[설마 브루트를 응원하는 것이냐! 대군주 브루트가 나를 인정했다! 본체가 되도록 힘내겠다!]브루트가 하하하! 소리를 내며 뒤뚱거리며 달려갔다.
[브루트들! 봤나? 내가 구원자를 잡아 죽였……!]쩌저저적!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락무라드가 쌓아 올렸던 수정 덩어리가 하늘에서 떨어져 브루트를 깔아뭉갰다. 그 브루트의 몸이 납작하게 변한 채 박살 났고, 지나가던 낚싯대를 든 브루트가 그를 흡수하고 마저 지나갔다.
***
7군단이 벌이고 있는, 아락무라드의 약점을 파고드는 전술은 집요했다.
[불태워! 이 나무들을 불태우는 게 핵심이야!]군단의 모두가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시몬의 명령을 따랐다. 흩어진 아락무라드들을 상대하며 나무에 불을 붙여서 제거했고.
[인간들을 보호해! 왕과 왕비는 잘 있지?]생존자들을 철저히 아락무라드로부터 지켜내고 있었다.
인간들의 호위를 맡은 에르제베트가 거미줄을 건드리며 말했다.
[군단장님? 회색벽 밖에서 통로를 뚫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나 봐요! 곧 나갈 수 있을 것 같사와요!]잠시 후, 거미줄로부터 헐떡이는 시몬의 목소리가 들렸다.
-허억! 헉! 우리도 사람들을 보낼 준비를 해. 근방에 지하 은거지를 마련하고 사람들을 숨겨놨다가 통로가 완성되면 바로 내보내는 거야. 아락무라드에게 들키지 말고.
[알겠사와요!]꺄아아아아악!
허억!
그런데 저 옆으로 사람들의 어지러운 비명소리가 들렸다. 에르제베트가 확인해 보니 아락무라드 하나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생존자들이 여기 다 모여 있었네.”
아락무라드가 빠르게 가속하며 두 팔을 교차했다.
“이 아저씨가 못 찾을 거라고 생각했…….”
서겅!
그의 말은 채 이어지지 않았다. 가속하며 날아오던 그의 상체와 하체에 실선이 그어지더니, 그대로 갈라져 허무하게 바닥에 추락했다.
숨어 있던 에르제베트가 ‘럭키!’를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튕겼다.
[이번 전투의 MVP는 소녀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와요? 프린스.] [흥! 그냥 상성이 유독 너한테 유리할 뿐이잖아!]프린스의 입술이 댓발 튀어나왔다.
[계속 도망치면서 거미줄만 펼친 주제에!] [목숨 얼마 안 남았다고 몸을 사리는 당신보단, 거미줄이라도 까는 소녀가 낫지 않아요?] [시, 시끄러워! 아직 5군단과의 전쟁에서 닳았던 목숨이 다 회복되지 않아서 그런 거거든!] [후후! 그렇다고 쳐줄게요.]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하늘에서 싸우는 시몬의 모습이 보였다.
[여전히 남은 아락무라드는 많아요. 그래도 저쪽이 이겨준다면, 상황이 유리하게 기울 것 같은데요.]쿠쿠쿠쿠쿠쿵!
콰콰콰쾅!
시몬과 외팔 아락무라드.
두 남자의 전투는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여러 저택들이 종잇장처럼 일그러지고, 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아락무라드가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는 몸에 연결된 사슬에 가스 행성을 매달아 휘두르고 있었다.
“젊은 친구가 잠도 안 자고 대단한걸.”
이제는 살짝 악에 받친 듯한 외팔 아락무라드가 눈에 힘을 주었다.
“이 아저씨에게도 너 같은 시절이 있었지. 더 나은 가치를 위해 나 자신을 갈아 넣으면, 결국은 모두의 인정을 받으리라 믿었던 나날들이 말야!”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사슬에 걸린 여섯 개의 행성이 동시에 움직이며 시몬을 향해 사방에서 다가왔다. 완벽하게 도주로를 차단한 뒤, 전 방향에서의 공세였다.
“전부 쓸모없었어! 무가치했지! 그래, 애초에 시작점이 문제였어! 시작점이 일그러진 조건에서는 그 어떤 노력과 분투도 무의미하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달았던 거야!”
행성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하늘에 떠 있는 시몬은 애초에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은 채 중얼거리고 있었다.
“배신의 군단장, 그 킬로바니안을 만났다지? 이 아저씨는 그 남자의 ‘선택적 구원’을 부정한다! 내 ‘평등한 구원’만이……!”
[이제 됐어.]시몬이 일축하고 천천히 눈을 떴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갑자기 시몬을 향해 휘둘렀던 모든 행성들이 시몬의 앞에 펼쳐진 일그러진 시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
[이 전쟁에서도 나와 당신의 시작점은 달랐어. 당신은 ‘절대 패배할 수 없는 무대’를 만들어놓고, 시종일관 유리한 조건 속에서 군단을 유린했지. 하지만 나는 시작점을 탓하지 않아. 불리하다고 포기하지도 않아.]시몬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아직도 내 노력이 무의미하게 보여?]시몬이 일으킨 소용돌이의 효과가 역변한다.
주름잡힌 채 일그러졌던 시공간이 한순간에 뻣뻣하게 펼쳐지고, 그 안에 빨려 들어가 있던 여섯 개의 행성들이 튀어나오더니 주인인 아락무라드를 향해 역으로 휘둘러졌다.
“무슨!”
퍼어어어어어억!
단말마의 의문과 함께, 행성에 부딪힌 아락무라드의 몸이 핏덩이가 되어 사라졌다. 시몬은 어깨를 펴고 당당히 그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패배감이 몸에 밴 자의 설교는 듣지 않아, 아락무라드.]***
시몬이 회색벽 안으로 들어간 지 이틀째.
회색벽 밖에서도 벽을 부수기 위한 처절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시몬 외에 누구도 벽을 통과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왕자들의 방해와 통제가 있었다지만, 이 벽은 상상을 초월하는 복구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 작은 구멍을 뚫고 옵저버를 보낸 건 정말로 초행의 행운이었을 뿐, 사람이 통과하는 통로를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처럼 보였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로레인은 암흑연합 지휘권자로서의 자신의 권한을 총동원했다. 필요한 기술이 있다면 펜타모니엄에 연락해 연구를 진행시키고, 이 분야의 전문가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러들였다.
로레인 본인이 떡하니 벨하이츠에 있으니, 키젠 측에서도 전술병기를 사용하지는 못하게 되었다. 조금 쉬엄쉬엄해도 되지 않나는 부하들의 말이 있었지만 로레인은 단호했다.
-오늘 안에 성공시키겠어요. 어떻게든!
벨하이츠 내부에는 마땅한 식량도 의무 시설도 없다. 시몬이라면 이길 거라는 낙관론을 펼치기 이전에, 상대가 구원자라면 승패와는 상관없이 시몬도 멀쩡하지 못할 터, 회색벽을 철거하지 못하면 시몬의 목숨이 위험하다.
그리고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회색벽의 철거. 놀랍게도 그 열쇠는 로레인 본인이었다.
“시작할게요!”
그녀의 이능은 회색벽과 상극이었다. 그녀의 이능을 쏟아부을 때마다 회색벽은 격렬하게 반응하다가 결속력과 회복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 그녀는 결계 전체에 계속해서 붉은 이능을 퍼부었다.
“BG 아티팩트 10종 투입합니다!”
”공간 확장 시작합니다!“
네크로맨서들과 펜타모니엄 학자들이 힘을 합쳐 회색벽에 통로를 열었고.
마침내.
“보인다! 회색벽 너머가 보인다!”
“로레인 님이 힘겹게 버티고 있소! 어서 요원들을 투입하시오!”
통로가 열리고, 키젠 본부의 요원들이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데.
“벨하이츠 내부에서도 온다!”
“세상에! 사람들이 건너오고 있소!”
그 말을 들은 기자들이나 구경꾼들은 물론, 벨하이츠에 있는 가족이 있는 주민들이 아우성쳤다. 펼쳐둔 차단망과 펜스를 뛰어넘고 애타게 가족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렇게 잠시 후, 벨하이츠의 통로에서 제일 먼저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국왕 폐하!”
“왕비님도 무사하시다!”
샤헤드의 국왕 부부였다.
국민들은 물론, 주위를 지키던 병사들까지 ‘샤헤드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다. 기자들의 마력 촬영구 장치가 연신 작동했다.
“아바마마! 어마마마!”
호위기사들 틈에 숨어 있던 1왕자와 2왕자가 헐레벌떡 달려와 국왕 부부 앞에 엎드려 울먹였다.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무사하셔서 다행이옵니다!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저희도 밤새도록 눈물로…….”
그 말을 들은 쇠약해진 국왕이 저벅 저벅 다가오더니.
짜악! 짜아아악!
냅다 제 아들들의 뺨을 연달아 후려갈겼다. 적나라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못난 것들! 너희는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다!”
전성기 시절의 완력이 어디 간 게 아닌지, 솥뚜껑만 한 손바닥으로 몇 번 후려치니 왕자들의 코에서 피가 펑펑 터져 나왔다. 기겁한 대신들이 달려와 뜯어말렸다.
“고, 고정하시옵소서!”
“네놈들도 전부 똑같…… 쿨럭! 쿨럭 쿨럭!”
그가 휘청거리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대신들이 지탱했다.
이내 국왕이 고개를 돌리자, 왕비와 셋째 아들이 포옹한 채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국왕이 긴 한숨을 내뱉었다.
하나둘 생존자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며 주위는 더더욱 난리가 났다. 생존자들이 벽 밖의 사람들과 재회하며 부둥켜안았다.
‘시몬? 시몬은?’
로레인은 계속해서 회색벽에 힘을 쏟아부으며 아래만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해서 생존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지만 시몬의 모습만큼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펜타모니엄의 학자가 손을 들며 말했다.
“통로가 스스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사령관님! 이제 내려오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로레인이 힘을 거두어들이고 통로 쪽으로 내려왔다.
정말이었다.
한쪽에 억지로 균열을 만드니 회색벽 전체가 쇠약해지며 결속이 무너지고 있었다. 키젠의 네크로맨서들은 흑마법으로 점점 더 통로를 넓혀갔다.
‘시몬의 모습만 안 보여!’
로레인은 정신없이 생존자 무리를 헤치며 나아갔다. 불안감에 가슴이 타들어 갈 것 같았다.
‘안 돼, 안 돼!’
“사령관님!”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본부 직원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힘을 너무 많이 쓰셨습니다. 그리고 아직 벨하이츠 내부는 너무 위험합니다.”
“가야 해요!”
그녀가 직원을 밀치며 직접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쿵!
커다란 발소리가 들렸다.
쿵! 쿵!
재회와 생존의 기쁨을 만끽하던 사람들이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모든 생존자들이 빠져나온 뒤, 넓어진 통로로 새까만 뭔가가 빠져나오고 있었다.
쿵! 쿵! 쿵! 쿵!
크고 작은 소리.
소란스러운 괴성.
펄럭!
휘이이이잉!
그리고 7군단을 상징하는 검은 깃발이 보인다. 어둠 너머로 무수한 눈동자들이 번뜩이며 검푸른 안광을 일으키고 있었다.
가히 악의 집단 같은 등장.
그 종류도 가지각색이었다. 흔한 좀비나 스켈레톤은 물론, 거대한 거미 언데드에서부터 살덩어리 언데드, 흰 털로 뒤덮인 언데드, 작은 소년을 연상케 하는 언데드, 거의 인간처럼 보이는 여성형 언데드까지.
멀리서부터 밀려드는 모습에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키거나, 긴장한 눈으로 그 광경을 응시했다. 병사들은 손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아!”
반면 생존자들이 저 깃발 든 언데드 무리를 보는 눈은 조금 달랐다. 그들은 이들의 진군을 어떤 영웅의 등장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쿵! 쿵! 쿵!
이내 언데드 군세가 걸음을 멈추었다. 휘날리던 깃발도 내려앉는다.
그리고 언데드 무리가 서서히 좌우로 갈라지며 한 명의 인간이 걸어 나온다.
저벅 저벅 저벅.
침 삼키는 소리조차 들리는 듯한 정적 속.
로브 위에 본 아머를 걸친 남자가 걸어오고 있다.
해골 투구 위의 눈구멍에서 검푸른 안광이 횃불처럼 타오르고 있었고, 무형의 망토가 휘날렸다.
‘저자가 바로……!’
‘배신의 군단장인가!’
스스스—
뭔가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린다. 배신의 군단장이 직접 뭔가를 손에 붙들고 흙바닥에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이내 통로를 빠져나와 바깥 공기를 마신 순간, 배신의 군단장은 끌고 온 그것을 앞으로 내동댕이쳤다.
“저건……!”
“설마!”
사방에서 경악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엉망이 된 해진 코트, 구멍 뚫린 바지, 눈에 흰자를 보인 채 입에는 거품을 물고 있는 중년 남자. 누군가가 다급히 외쳤다.
“겨, 결사의 구원자다!”
그 누구도 승리하지 못했고, 죽여도 죽여도 끊임없이 나타나던 아락무라드가 이번에는 사라지지 않고 본체의 모습으로 쓰러져 있었다.
죽지 않는 존재를 쓰러뜨린 가히 집념의 승리.
모두의 시선이 군단장에게로 향한 가운데.
[모두 들어라. 결사는 박멸했고, 벨하이츠는-]시몬의 입이 열렸다.
[우리 7군단이 해방했다.]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해일과도 같은 함성과 환호가 쏟아지며 대기를 울리고 산을 진동시켰다.
기적과도 같은 승리.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귀를 틀어막으면서도 와하하 웃어댔고, 7군단의 언데드들도 함성을 내질렀다. 생존자들은 군단장에게 인사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훌륭해!”
찰칵! 찰칵!
왕국 제일 기자 엔비스토가 전율에 몸을 떨고 눈물을 줄줄 쏟아내며 마력 촬영기 버튼을 눌러댔다. 결사의 구원자를 발아래에 둔 7군단장의 모습이 그의 촬영기에 끊임없이 담겼다.
“완벽해! 그야말로 시대의 아이콘! 다가올 난세에 가장 필요한 인물이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다시 한번 맹세하마! 나는 당신을 전설로 만들겠다! 제7군단장!”
군단장도 무척 지친 건지 비틀거리며 통로 옆으로 걸어 나갔다. 기자들이 그에게 뭐라고 한 마디라도 말을 붙이려 몰려들었지만 본부 직원들이 눈치껏 막아섰다.
“왔어?”
그리고 바로 옆에는 웃는 얼굴로 기다리고 있던 로레인이 보였다. 군단장이 그녀에게 다가가며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로레인을 보고는 안심했는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로레인이 얼른 그의 몸을 붙잡은 뒤, 천천히 자리에 앉아 꼭 껴안았다.
“수고했어.”
로레인이 따뜻하게 말했다. 의료진들이 빠르게 달려왔다.
“지, 지금 치료해도 되겠습니까?”
로레인이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는 곤란해요. 응급조치만 하고 키젠으로 건너간 뒤에 치료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곳은 시몬의 맨얼굴을 보려는 기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었으니까.
그녀가 본부 직원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7군단에 말이 통하는 언데드가 있을 거예요. 그들과 의논하여 7군단의 언데드들을 잘 유도해서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예!”
어느새 새근새근 잠든 시몬의 숨소리가 들렸다.
로레인은 투구 속으로 손을 넣어 그의 뺨을 만졌다.
‘……따뜻해.’
마찬가지로 두 뺨이 상기된 그녀가 생긋이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