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0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03화
군단장 집결령.
내부 회의장.
회의장에 차와 다과를 준비한 하수인들이 쑥덕거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방음 결계 때문에 회의장에 어떤 이야기가 오가는지 들리지는 않지만, 힐긋힐긋 눈으로 내부를 보는 정도는 가능했다.
회의장의 커다란 원탁을 둘러싸고 세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살다 보니 저 세 분을 한자리에서 보는 날이 오네.”
“그러게 말야.”
유령왕녀, 남부제독, 북부대공까지.
그들에게 얽힌 몇몇 일화는 전설로 내려오기도 할 정도로 거대한 영향력과 명성을 가진 현역 군단장들이었다.
회의를 준비하는 하수인들은 들뜰 수밖에 없었다.
“저 정도 되는 거물들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글쎄, 국제 정세? 아님 결사의 처우에 대해 토론하고 있지 않을까?”
그러나 회의장 내부.
하수인들이 예상한 것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랭거스틴에서 먹은 크림 머핀! 완전 맛있었어!”
꺄아아아아!
4군단장, 유령왕녀 테네리페가 제 뺨을 감싼 채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치즈 스크램블! 아, 그리고 딸기를 얹은 케이크도! 내내 유령궁에만 있다가 오랜만에 대도시 구경하니 너무 좋은 거 있지이! 행복해! 너무 행복하다구!”
홀로 요란스럽게 수다를 떨던 테네리페가 이내 부러움 가득한 눈으로 진을 보았다.
“대공은 부럽다! 요즘 키젠에서 교수 일 하고 있다며? 디저트 같은 거 실컷 먹을 수 있겠다!”
“관심 없느니라.”
착.
진이 우아하게 찻잔을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가끔 로체스트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로 충분하다.”
“로체스트! 나 거기 가보고 싶어!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신상 디저트들이 잔뜩 있겠지? 그렇지?
“회의가 끝나면 가게 몇 곳을 추천하지.”
“꺄아아악! 너무 좋아!”
세계 정세를 논하는 대화가 아니라 맛집 디저트 정보 공유 정도의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가볍게 차로 목을 축인 진이 옆에 앉은 남자를 응시했다.
“바다는 요즘 어떤가? 제독.”
“평소대로.”
제독, ‘라즌’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했다. 수다스럽고 시끄러운 왕녀 쪽과는 달리 그는 무게감이 있었다. 그가 챙이 긴 모자를 손끝으로 올리자, 의안(義眼)으로부터 시커먼 안광이 뿜어져 나왔다.
“북부는 한가해졌다지. 자네가 현장을 두고 이런 한가로운 후방에서 교수 노릇을 할 정도라니, 놀랍군.”
“한가해진 게 아니라 평화를 쟁취한 것이니라.”
진은 손을 뻗어 바구니에 담긴 다과를 하나 집었다.
“반면 바다는 점점 더 어지러워지고 있더군. 최근에 그대의 영역에 속해 있던 몇몇 항구들이 독립을 선언했다지.”
파삭!
그녀가 입에 문 과자가 반으로 갈라졌다.
“제독은 우리를 보호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라던가.”
“…….”
회의장에 싸늘한 정적이 내려앉으며, 두 군단장 사이에 살벌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중간에 낀 왕녀가 두 사람을 휙휙 번갈아 보았다.
“뭐야? 뭐야? 둘이 싸우는 거야? 신난다! 예-이!”
왕녀는 말리긴커녕 어깨를 들썩이며 좋아했다.
“군단장 집결은 이런 맛이지! 오랜만에 너희들 보니 너무 좋-아아아아아악!”
갑자기 그녀의 음성이 찢어질 듯한 초고음의 소프라노로 바뀌며 주위의 유리창이 와장창 깨졌다. 찻잔이나 벽면에 쩍쩍 금이 갔고, 진과 제독은 인상을 찡그렸다.
“시, 실례합니다!”
하수인들이 잽싸게 달려와 새 찻잔으로 바꾸어주었다. 여전히 군단장 두 사람이 인상을 팍 쓰고 있자, 왕녀가 눈을 깜빡였다.
“뭐야, 왜? 더 안 싸워?”
“……입 다물거라. 왕녀.”
가볍게 한숨을 쉰 진이 새로 바뀐 찻잔을 들었다.
“우리 사이에 안부 인사 같은 건 됐느니라. 그대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짐작이 간다. 그대들이 지배하는 영역에서 결사의 소행으로 보이는 문제가 다수 일어났다지. 그 문제에 대해 키젠의 조력을 얻기 위함이 아닌가.”
“유령궁은-”
짝.
테네리페가 두 손을 맞잡았다.
“아무 문제 없어. 응응.”
그러나 그런 말과는 달리, 왕녀의 얼굴은 일순 귀신처럼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바다는 빈말로도 문제가 없다고는 못 말하겠군.”
톡톡.
제독이 검지로 테이블을 두들겼다.
“대륙의 바다는 넓고 이를 담당하는 군단장은 한 명이다. 이쪽은 일손이 부족하니 평화로운 북부에서 에이션트 언데드라도 하나 넘겨주는 게 어떤가? 대공.”
“대꾸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는 넘기겠다.”
대공이 차갑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우리가 이 자리에 모인 이유는 결사 문제에 대해 논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 이유를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말하는군.”
“그래.”
그녀의 눈이 게슴츠레 변했다.
“우리가 모인 건 7군단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이니라.”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왕녀가 두 주먹을 꽉 쥐더니 두 팔을 위아래로 붕붕 휘둘렀다.
“결사 킬러! 벨하이츠를 해방한 그 사람이지? 만나고 싶어! 만나고 싶어! 만나고 싶어! 만나고 싶어!”
“……배신의 군단이라.”
제독이 턱을 쓸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켜보고 있었다. 요나 시절에는 최강이었다만, 지금은 애송이가 이끌고 있던데.”
그가 손끝을 움직일 때마다 바닥의 물이 찰랑찰랑 움직였다.
“가진 ‘의무’도 없고 ‘영역’도 없어. 그런 그가 대륙을 돌아다니다가 사람 몇 명 구해낸 것 정도로 여론이 과하게 들썩이더군. 배신의 군단이 사람을 구하는데 다른 군단은 뭘 하고 있느냐는 비판 여론. 썩 탐탁지는 않다.”
왕녀가 팔을 척 뻗었다.
“한마디로 너무 나댄다! 라는 거지?”
“언행이 저급하다, 왕녀.”
“너무해!”
그때 회의실 안으로 본부 직원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구, 군단장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네프티스 님께서 입장하십니다!”
군단장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방 안으로 짧은 팔을 흔들며, 은빛 머리를 휘날리는 소녀의 모습을 한 여성이 등장했다.
“다들 안뇽 안뇽! 와, 생각보다 많이 와줬네?”
“네프티스 니임! 오랜만이에요!”
꺄르르륵!
왕녀가 깡충 뛰며 좋아했다. 제독은 가볍게 모자를 벗는 것으로 예를 취했고, 진도 칼로스의 예법에 맞춰 인사했다.
네프티스가 빈자리를 보고 물었다.
“그럼 다른 두 명은?”
“1군단은 불참, 6군단은 참전한 펌킨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거 아직도 안 끝났어? 의외로 오래 걸리네.”
펌킨 사태. 드레스덴 왕국 ‘로베스크’라는 도시에서 터진 대규모 던전 이상현상 사태다.
펌킨 사태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곳의 주민들이 지역 행사인 ‘호박 축제’를 벌이는 중이었기 때문인데, 결사와의 연관성은 크게 보이지 않지만 축제를 즐기던 사람들의 머리통이 터져 나가는 끔찍한 이상현상이 일어나고, 심지어 전염성까지 보고된 사태다.
이상현상의 원인은 도시 지하에 생겨난 ‘던전’.
무엇보다 빠르게 해결해야 했기에 즉각 실력 있는 네크로맨서들 20명이 던전에 들어갔으나, 전원 소식이 끊겼다.
후속으로 들어간 2차 원정대도 소식이 끊겼다. 이에 500명이 넘는 네크로맨서들이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3차 원정대를 꾸렸다. 총사령관은 그 유명한 ‘섭정’, 6군단장이다.
“그래도 섭정이 직접 갔으니 어떻게든 해결해 줄 거라 믿어! 그럼-”
네프티스가 폴짝 의자 위로 올라왔다.
“우리끼리라도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그런데 원탁에 네프티스가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몸집이 너무 작은 탓에 원탁에 가려져 정수리만 보이고 있었다. 본부 직원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다가왔다.
“네프티스 님, 의자를 높이셔야 합니다.”
“웅? 어떻게 해?”
“제,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레버를 잡아당기자 의자가 쑥 올라왔다. 네프티스가 꺄륵거리며 손뼉을 쳤다.
“신기해! 요즘 세상 좋아졌다!”
그렇게 본부 직원이 떠나고, 이제 회의실에는 네프티스와 세 군단장이 남았다.
“이 신기한 의자 멋지지? 드워프들이 선물로 준 거야!”
왕녀가 눈을 빛냈다.
“들었어요! 들었어요! 키젠이랑 그랜드포지가 협력하기로 했다면서요? 드워프들은 엄청 고집불통이라고 들었는데, 무슨 마법을 부린 거예요?”
“아, 그거?”
네프티스가 슬쩍 웃었다.
“우리 배신의 군단장이 힘써줬다고나 할까.”
왕녀와 제독이 표정이 살짝 흐려졌다. 그러다 왕녀가 금방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
“어머, 대단해! 우리 후배는 안 끼는 곳이 없네요?”
“대공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제독이 긴 모자챙을 붙잡으며 말을 이었다.
“배신의 군단에 대해 논의하러 우리를 소집했다고요.”
“응응! 별건 아니고-”
네프티스가 은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활짝 웃었다.
“니들, 배신의 군단을 건들면 죽여 버린다. 라는 경고를 쫌 하고 싶어서?”
그 순간.
웃고 있던 왕녀의 얼굴이 괴이하게 일그러지고, 제독의 의안이 시커멓게 일렁였다.
잠깐의 정적 후.
“아하하!”
왕녀의 얼굴이 팟! 하고 금방 원래의 웃는 얼굴로 돌아왔다.
“연합은 군단 간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룰 아닌가요?”
“군단에 의무는 많고, 에이션트 언데드는 적습니다. 반면 7군단은 너무 많은 에이션트 언데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망나니 매그너스의 5군단까지 흡수했다고 들었는데.”
제독의 몸에서 스산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뱀공주 라미아 정도를 넘겨받는다면 생각해 보죠.”
“최근에 너희 일이 많아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네프티스는 눈 한번 꿈쩍하지 않고 이야기했다.
“너희 영역을 건드리는 결사 때문이지? 결사를 제거하면 어느 정도 해결되겠네!”
“7군단이 돌아다니며 결사 몇 명 줄이는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우리 키젠에서 결사의 ‘본거지’를 알아냈어.”
그 말에 두 군단장이 입을 다물었다.
“이게 근데 다른 차원에 있거든! 가는 방법이 쫌 복잡해서 10명 정도가 선제적으로 넘어갈 것 같아! 그 고정 멤버 중에 우리 배신의 군단장이 있어!”
네프티스가 헤헤 웃었다.
“지금은 힘을 합쳐 대륙에 영향력을 끼치려는 결사를 배제해야 할 때야. 결사 공략의 핵심 전력을 내전으로 손상시키는 꼴을 절대 눈 뜨고 볼 수 없는 총수로서의 마음! 이해하지?”
제독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렇게 엮는 건가. 머리 굴리는 건 여전하군, 마녀.’
네프티스와 암흑연합은 현재 핵심 공략 대상을 결사로 설정해 둔 상황.
그리고 결사 본거지 공략대의 일원이 배신의 군단장이라면 다른 세력이 배신의 군단을 건드리기 애매해진다.
다름 아닌 네프티스의 계획을 망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짝!
“그럼 협조해 주는 걸로 알게!”
네프티스가 손뼉을 쳤다.
“그리고 앞으로 1주 정도? 조금 뒤에 배신의 군단장의 정체를 세계에 공개할 거야! 군단장인 너희들한테는 미리 말해두려고.”
“어머! 곧 정체가 밝혀지겠네요! 누군가요?”
“우리 학교 학생이야.”
네프티스가 수립한 계획의 핵심이자, 네프티스가 보호해야 하는 현역 키젠 학생.
이미 그녀는 철저하게 배신의 군단을 보호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제독의 시선이 향했다.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차만 마시고 있는 북부대공, 진.
‘북부가 평정되자 키젠 교수가 됐다고 했지. 본인이 직접 배신의 군단장을 가르칠 생각이겠군.’
그때 네프티스가 과자를 냠냠 먹으며 말했다.
“나중의 일이지만 군단장 커리큘럼 시작되면 말야! 우리 학생인 7군단장, 너희들 유령궁이랑 선단에도 경험 쌓게 하려 보낼 생각이야.”
“네?”
“그때 너희들이 책임지고 잘 가르쳐 줘! 알았지?”
7군단에 대한 적대 행위를 원천 차단하는 걸 떠나, 이제는 애 돌보기까지 시키려 한다.
제독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폐가 되지 않도록, 기초는 내가 잘 가르쳐서 보내겠느니라.”
그렇게 말한 대공 진이 슬쩍 웃음을 참는 모습이 보였다.
이번엔 유령왕녀가 입을 열었다.
“우리야 그렇다 쳐도~ 1군단장은 네프티스 님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아시잖아요.”
“웅웅, 알지.”
현재 최강의 전력과 가장 많은 에이션트 언데드와 군단 병력을 보유하고 있는 1군단장.
그는 배신의 군단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자였다. 1군단의 잠적도 그 사태와 관련이 있으니까.
왕녀가 생긋 웃었다.
“그가 누군지 밝히면 1군단장은 7군단장을 죽이려 할지도 몰라요. 설령 네프티스 님과 키젠을 적으로 돌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럼 어쩔 수 없지.”
네프티스도 생긋 웃는 얼굴로 맞받아쳤다.
“7군단이 1군단까지 먹게 해야 하나? 헤헤.”
제독과 왕녀는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대륙에 새로운 격변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