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0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08화
“결판은 났네.”
네프티스가 활짝 웃으며 손뼉을 쳤다.
정상회담 참석자 중의 과반수가 시몬의 편을 들어주었다.
시몬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 직간접적으로 시몬의 활약이 도움이 된 사람들, 높은 직위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 결사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보충패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결과적으로는 시몬과 7군단의 활동에 동의했다.
“다들 이의 없지? 앞으로 시몬과 7군단을 배제하자는 이야기는 없는 걸로 알게!”
“결과에 서명하시겠습니다.”
제인이 서류 뭉치를 품에 껴안고 앞으로 나왔다.
“정상회담에 참석한 모든 사람의 이름으로, 시몬 폴렌티아 군단장과 7군단은 합법적인 선제 전술 활동이 가능하며, 다른 정식 군단장들과 같은 권리를 누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수인들이 서류를 각 수장들에게 넘겼다.
결과에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회담의 결과다. 끝까지 서명을 하지 않고 버티는 영주들도 있었지만 과반수의 서명으로 충분했다.
“뭐어.”
네프티스가 시몬의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축하해, 이제 숨어 다닐 필요가 없어졌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앞으로의 각오라든가?”
시몬이 확성 수정구를 들어 올렸다.
“크게 할 말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성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곳곳에서 열렬한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시몬이 청중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물러나려는데.
“시, 실례합니다!”
귀족 복장 차림의 젊은 청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손에 든 짐가방을 낑낑거리며 들어 올렸다.
제인이 그 모습을 보았다.
“누구십니까.”
“제, 제레토 영지의 영주입니다! 이번 결과를 들은 저희 주인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제레토 영지.
제1군단의 소속 지역 중 하나였다.
그 말을 들은 회의장의 사람들은 일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제인은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자리는 정상회담에 참여한 분들만 발언할 수 있습니다. 다른 군단장들은 네프티스 님께서 따로 시간을 내었을 터, 두 회의 모두 참석하지 않은 1군단장은 발언할 수 없으십니다.”
“그, 그게! 우와악!”
꽈득!
난데없이 짐가방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더니 수정구 하나가 떨어져 데구르르 바닥에 내려왔다.
시몬이 저게 뭔가 싶어서 눈을 깜박이는 순간.
싸아아아아아아악!
갑자기 회의장의 중앙이 시꺼먼 우주처럼 뒤덮였다. 비명과 경악성이 튀어나오고, 사람들의 모습이 대부분 가려지게 되었다.
이내 그 어둠 속에서 금이 그어지더니 그것이 서서히 벌어지며 거대한 눈동자 하나의 형상으로 변했다.
[배신의 군단.]머리가 들끓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눈동자가 시몬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저 사람이.’
최강의 제1군단.
가장 강력한 힘과 병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군단을 넘어서 진정한 ‘언데드 왕’에 가장 가까운 인물.
키젠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거물 중의 거물이었다.
[이야기는 들었다.]적대감이 물씬 느껴지는 음성이었다.
[배신의 죄를 뒤집어쓴 7군단에게 손을 빌릴 만큼 형편없어졌나. 네프티스. 그리고 연합의 정상들이여.]“…….”
[심지어 넌 요나와의 관계성을 부정하지 않기까지 했다지. 그렇다면 나는-]살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너를 찾아 죽일 것이다.]싸아아아아아아아아!
목소리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번쩍이며 주위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압도적인 위압감.
그 앞에서 버티고 선 시몬이 피어의 투구를 내려 썼다.
화아아아아아악!
이번엔 시몬 쪽에서 방대한 칠흑이 일어나며 1군단장의 힘과 팽팽하게 줄다리기하기 시작했다. 두 힘이 서로 맞대며 으르렁댔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숨어 있지 말고 나와서 해. 그리고.]시몬이 한 발짝 앞으로 걸어 나왔다.
[나는 순순히 죽어줄 생각은 없어.] [재미있구나. 어디 한번 시험해 볼까.]“자, 그만 그만.”
그때 네프티스가 둘 사이에 끼어들어 손뼉을 쳤다.
쩌어어엉!
검은 배경이 금이 간 것처럼 깨져 나가고 시계 모양의 금빛 마법진들이 째깍 째깍 소리를 내며 펼쳐졌다.
네프티스가 생긋 웃었다.
“내 학생에게 손대지 마. 헤일.”
[나를 그딴 이름으로 부르지 마라, 마녀.]1군단장의 눈동자에 분노가 실렸다.
[나는 결사 따위의 멍청한 놈들과는 다르다. 나를 적으로 돌릴 바보짓을 할 만큼 배신의 군단장이 소중했나.]“당연하지! 그야 넌 전력의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닌 단순한 방관자잖아?”
네프티스가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
“혹은 불타는 화약고? 터지기 직전의 시한폭탄? 무슨 아집에 사로잡혀 너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 그녀를 잃은 뒤로는 계속 이상해.”
[시간의 저주에 걸린 독선적 괴물에게 들을 말은 아니다만.]어둠 속 눈동자가 일그러졌다.
[무엇보다 군단과 군단 간의 전쟁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것이 룰이다.]“하지만 시몬은 내 학생이고, 7군단은 결사 공략의 가장 중요한 열쇠야.”
[그를 감싸고 도는구나. 과연 그 선택이 옳을지.]스스스스스스-
눈동자가 서서히 감기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마녀.]이내 어둠이 걷히고 다시 회의장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숨을 헐떡이거나 멍한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제대로 모르는 모양.
네프티스가 시몬을 보며 활짝 웃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시몬.”
시몬도 피어의 투구를 머리 위로 올리며 답했다.
“네. 물론이죠.”
그때 네프티스를 향해 본부직원 한 명이 뛰어와 귓속말로 속닥거렸다. ‘웅, 웅’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듣던 그녀의 눈초리가 일순 심각하게 변했다.
“제인! 나 급히 가봐야 할 것 같은데, 회의 마무리까지 다 해줄 수 있지?”
“예. 다녀오십시오.”
“그럼 난 이만! 슝!”
네프티스가 떠나고, 시몬도 하수인들의 안내를 받아 연단에서 퇴장했다.
“하아아.”
이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연단 뒤로 내려오자마자 온몸에 진이 쭉 빠지는 기분이다.
[크흐흐! 괜찮나 소년!]“네.”
시몬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런저런 일은 있었지만, 이제 한 발짝 더 진전했네요. 아버지.’
* * *
드레스덴 왕국의 수도.
랭거스틴.
“모든 신문이 며칠 내내 배신의 군단장 기사로 도배되는군.”
“그럴 만하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샤헤드의 국왕 부부를 구했으니까요.”
“오늘 연합 정상회의가 열린다는데, 배신의 군단장이 합법적인 권한을 받을 것 같다더라고.”
넓은 광장에 앉아 있는 여러 사람의 화제는 대부분 배신의 군단장에 대해, 그리고 오늘 정상회담에 대해서였다.
다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무슨 일이지? 가볼게.”
일행 중 한 명이 뛰어 들어가 인파들 사이를 헤치고 나아갔다. 잠시 후 그가 신문을 들고 손을 휘저었다.
“새로운 소식! 정상회담에 대한 소식이야!”
“오, 그래?”
“우리도 가지러 가자!”
타악.
테이블의 일행 몇 명이 읽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그 신문의 1면에는 피어를 입은 시몬이 결사의 구원자를 붙잡은 모습, 함께 빠져나온 사람들이 환호하는 사진이 보였다.
그리고.
“신문입니다! 신문! 새로운 소식이요!”
“아, 거기 한 장 놔두시오.”
“예, 예.”
타악.
새로운 신문이 시몬의 신문 옆에 놓였다.
피 칠갑을 한 남자가, 홀로 떡하니 서서 번들거리는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사진.
두 신문이 테이블 위에서 서로 교차된 채 놓여 있었다.
* * *
정상회의가 모두 끝나고 이제는 다시 학생들의 시간이었다.
키젠 신입생 입학식 하루 전, 시몬을 비롯한 딕, 카미바레즈, 메이린으로 이어지는 학생회 멤버들은 일찍 학생회실에 모였다.
“웃차.”
시몬은 잘 다려진 학생회장 코트를 입었다.
오랜만에 입어보니 옷의 촉감이나 무게감이 좋았다. 가볍게 거울을 보고 정돈을 마친 시몬이 뒤를 돌아보았다.
“다들 준비됐어?”
“그러엄!”
새학기를 시작하며, 딕은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몇 가지 서류를 챙겨서 가방에 넣은 그가 ‘음흐흐!’ 웃으며 시몬의 어깨를 연달아 내려쳤다.
“드디어 우리들의 최고 전성기! 키젠 3학년 과정 시작이구만! 올해도 잘 부탁한다! 군단장!”
“그, 그래.”
텐션이 너무 높아서 따라잡기 힘들었다. 저 멀리 책들을 가지고 온 카미바레즈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말했다.
“시몬! 이건 어디에 두면 될까요?”
“테이블 앞에 놔줘. 도와줄까?”
“아뇨! 제가 할 수 있어요!”
카미바레즈가 웃차 하고 책들을 내려놓고는 말을 이었다.
“정상회담, 정말 걱정했어요!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고…….”
“걱정해 줘서 고마워. 다행히 별일 없었네.”
딕이 눈썹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시몬의 옆으로 왔다.
“이야, 진짜 지금까지 정체를 어떻게 숨겼나 몰라! 응? 나라면 입이 근질거려서 못 참았다.”
“안전과 관련된 일이니까. 참, 그런데 딕. 너는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그 물음을 들은 딕이 음- 하고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지 않을까 하고 감을 잡은 건 1학년 때 데스랜드에 처음 갔을 시점이었지. 확신은 2학년 이후였고. 근데 막상 편지로 사실을 직접 확인하니 놀라긴 했어.”
“저는 진 아르스칼트 교수님이 계시는 ‘칼로스 북부’에 갔었을 때 확신했어요!”
카미바레즈가 두 주먹을 꼬옥 쥐며 말했다.
“하, 하지만 시몬이 계속 정체를 숨기는 게 좋다고 판단한 것 같았으니까. 저도 더 말하지는 않았어요.”
“이제 와서 이야기하게 되어 미안해.”
“아니에요! 아, 그보다 올해 1학년들도 기대되네요!”
1학년 이야기가 나오자 시몬과 카미바레즈의 시선이 딕에게로 향했다.
“딕, 네 쌍둥이 동생들 특례 입학생이 됐다며?”
“아- 말도 마라. 말도 마. 호들갑이 얼마나 심한지 상단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 되어버렸어.”
딕이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학생회 세 사람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인 가운데.
차박 차박.
메이린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이야기를 나누던 시몬이 환하게 웃었다.
“안녕 메이린! 좋은 아침이야.”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메이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으로 답한 뒤 서류를 쓱 내밀었다.
“……이거 서명 좀. 내일 신입생 올 때 사용할 항구 시설 대여에 관한 문서야.”
“아, 응.”
시몬이 서류를 빠르게 검토하고 서명한 뒤 메이린에게 내밀었다. 메이린은 서류를 챙겨 들더니 뚜벅 뚜벅 빠른 걸음으로 학생회실 문 앞으로 걸어갔다.
이내 삐걱거리는 동작으로 문을 열며 말했다.
“그, 그, 그럼 난 직속 하수인분들한테 가볼게. 대강당도 관리해야 해서.”
“아, 부탁해.”
타악.
메이린이 문을 닫고 나갔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시몬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메이린.’
새학기가 시작되고, 1학년 때부터 친했던 메이린과의 사이가 어색해졌다.
시몬은 죄책감이 몰려오는 걸 느꼈다.
-키젠에서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게 흔들릴지도 모르지.
‘이런 거구나.’
시몬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메이린에게는 정말로 미안했다. 피온이 누군지 정말로 알고 싶었을 텐데, 끝까지 정체를 숨겼다. 그녀가 자신에게 화를 내도 입 한번 뻥긋할 수 없었다.
“괘, 괜찮을 거예요! 시몬!”
카미바레즈가 팔을 휘저으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메이린도 조금 놀랐을 뿐이에요! 금방 다시 평소처럼 돌아올 거예요!”
“……응.”
그렇게 시몬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스으.
닫힌 학생회관 문 뒤에 등을 붙이고 서 있던 메이린이 스르륵 내려와 쪼그려 앉았다.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두근! 두근!
얼굴은 벌겋다 못해 뜨거웠다.
심장은 계속해서 뛰고 숨이 가빠졌다.
-나쁜 남자에 끌리는 그런 거? 정확히는 그 난폭한 사람이 나한테만 상냥한 거? 그게 좀 로망인 것 같기도 하고.
-아 뭐, 솔직히 말하면 얼굴이 잘생겨서 어지간하면 커버되긴 해.
-좋은 정도가 아니었거든! 눈을 뜨니까 피온 님이 날 안고 계셨거든!
그 이야기를.
시몬이 듣는 앞에서 해버렸다.
한계치까지 얼굴이 벌게진 메이린이 숨죽여 울부짖었다.
‘부끄러워서 시몬이랑 눈도 못 마주치겠어어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