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0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09화
샤헤드 왕국.
메크리아 초원.
“캬하하! 드디어 오늘이네!”
맹독학 교수, 별야가 기지개를 쭈욱 켜며 유쾌하게 말했다. 그 옆으로 나란히 걷던 마투학 교수 홍펭이 인상을 썼다.
“……술 냄새. 개학이 코앞인데 언니는 술을 퍼마시고 싶어?”
“내 삶의 낙이 이것뿐인데. 어쩌냐.”
꺄하하하!
그렇게 웃으며 어깨를 들썩이던 별야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홍펭이 손에 든 편지.
정상회의 전에 시몬이 보낸 편지였다.
“지금 가면 그 연합 정상회담이란 것도 끝났겠지? 우리 귀염둥이는 무사하려나.”
홍펭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시몬이라면 무사할 거야. 네프티스 님께 연락해서 확답도 받았고.”
“그사이를 못 참고 그 괴물한테 연락까지 한 거냐? 너도 참 집착이 보통이 아니다.”
처억.
척.
두 사람이 텔레포트 마법진 앞으로 다가가니 하수인들이 정중하게 자세를 낮추며 예를 취했다. 두 교수도 그들에게 인사하며 텔레포트 마법진 위로 올라탔다.
“자, 가볼까?”
쾅!
별야가 삐쭉삐쭉한 삼각 이빨을 드러내며 두 주먹을 맞부딪혔다.
“시몬 쟁탈전! 치열한 전장으로!”
“전장이 아니라 학교야.”
* * *
째액. 짹. 짹.
어두운 방.
창 밖에서 새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스읍. 큽.
소파에서 자고 있던 한 여성이 입가에 흐르는 침을 삼키고는 몸을 일으켰다.
저주학 수석조교 체헤클.
그녀는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멍하니 있다가, 커튼을 슬쩍 열어보았다. 눈부신 햇살이 쏟아졌다.
“어느새 아침…….”
거의 두 달 넘게 새벽까지 철야였다. 그녀가 눈을 비비적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바힐 교수님, 괜찮으신…… 아!”
따악. 딱- 따닥. 따악. 딱.
충혈된 눈의 바힐은 여전히 벽면 한쪽을 차지한 칠판에 수식을 써나가고 있었다. 강철 체력이라는 말로도 부족했다. 눈이 조금 붉어졌을 뿐이지 지친 기색이 없었다.
그가 손가락을 까닥하자, 테이블 위의 마법진과 실험 기구가 통통거리며 반응하거나 펼쳐졌다.
마침내.
싸아아아아아아아아!
최종 결과물인 마법진 위로 검은 연기가 흩뿌려졌다.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바힐이 후우 길게 한숨을 토해내고는 허리를 펴고 칠판을 바라보았다.
“군단장을 위한 광범위 저주의 이론과 설계.”
체헤클은 미친놈이란 소리가 절로 튀어나오려는 걸 참았다.
기본적으로 군단장은 소환술사다. 유령왕녀라는 특수한 케이스는 있지만 기본이 그렇다.
그런데 바힐은 방학 동안 한자리에서 저주를 끄적거리더니 완전히 새로운 학문을 창조해 냈다.
“대체 언제쯤 포기하실 건가요?”
체헤클이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말을 이었다.
“시몬 학생은 군단장이었고, 소환학을 전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어요. 군단학은 이제 진 아르스칼트 교수님이 가르치실 거고, 전공은 아론 교수님이 맡죠. 저주학이 비집고 갈 틈은…….”
“군단장이 쓸 수 있는 저주.”
타악.
바힐이 손에 쥔 분필로 칠판에 방점을 찍었다.
“더 나아가 군단장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저주라면 어떻습니까. 그 저주가 너무나 강력한 나머지, 지금까지 군단장이 머릿수와 병력으로 싸우던 기본 전제를 부정할 정도라면 어떤가요?”
그러고는 팔을 늘어뜨리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저주학을 전공해야 합니다. 반드시.”
저런 게 바로 바힐의 무서운 점이었다. 머릿속에 포기라는 개념이 없는 인간, 모든 실패는 일련의 과정에 불과하다고 여기며 자신의 생각대로 착착 밀고 나간다.
5년. 10년이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결국은 무엇이든 자신의 의도대로 만들었다. 그렇게 결과를 만들어낸 걸 옆에서 한두 번 본 게 아니니 체헤클은 마냥 웃을 수 없었다.
“이야기는 됐고 이제 로크섬으로 가시죠, 교수님.”
그녀가 시계를 보았다.
“지금쯤 신입생 입학식이 시작했을 거예요.”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군요.”
차악.
바힐이 하얀 재킷을 입은 뒤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아론 선배도 시몬의 편지를 받았을 텐데, 반응이 궁금합니다.”
“……조금 많이 놀라셨을 것 같네요.”
“화이트 건이 해결되기 전이라면 더 정신적으로 흔들렸을 텐데 아쉽군요. 그래도 아마.”
그가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생각이 많을 겁니다.”
* * *
절그렁.
툭.
떡진 머리의 남자가 눈을 치켜떴다.
낡고 오래된 방.
곳곳에는 와인병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눈을 뜬 남자가 다리를 뻗자 병들이 뒤로 밀려났다.
“후우우.”
아론 데이아.
숙취에 인상을 한 차례 찌푸린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대충 툭 걸터앉았다.
“…….”
그의 앞에는 시몬이 보낸 편지가 놓여 있었다.
‘군단장일지 모른다는 짐작은 했다.’
명색이 소환학과 교수인 자신이 모를 리 없었다.
물론 시몬은 소환학 시간 내내 군단의 힘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가 보여준 탁월한 창의성과 천재성은 틀림없이 배신의 군단장의 것이 아니라 시몬 폴렌티아라는 학생 개인의 것이었다.
그러나 가끔 보이기는 했다.
군단장으로서의 습관, 행동양식, 판단력이 묻어났다. 특히 대규모 언데드를 다루게 하거나, 언데드 컨트롤 부분에서 나오는 습성은 틀림없는 군단장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아론은 부정했다.
그의 정신에는 병이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자신이 실패한 첫 제자, ‘매그너스’에 대한 것으로 차 있었고, 어떤 것을 보든 매그너스에 빗대어 보는 습성이 있었다.
매그너스는 군단장이었고.
매그너스와 시몬은 닮은 부분이 있었다.
시몬의 행동에 군단장의 편린을 느꼈을 때, 아론은 또 시작이구나 생각했고, 또 정신병이 도졌다고 여기며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시몬은 배신의 군단장이 맞았다. 스스로 그 사실을 밝히고, 지금까지 비밀로 한 이유도 말하며 용서를 구했다.
사실 용서를 구할 것도 없다. 시몬 폴렌티아는 늘 군단장 이전에 일반 학생으로서 자신의 수업에 온전히 충실했으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군단장이라면 배울 필요가 없는 지식이나 기술도 시몬은 열심히 습득했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태도는 대단했다.
“과거의 잡념에 빠지는 것도 여기까지.”
그가 새벽에 먹고 남아 있는 잔의 와인을 가볍게 입에 털어 넣은 뒤 몸을 일으켰다.
“준비해야겠지.”
그가 저벅 저벅 거실을 지나쳐 집 밖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무수한 스켈레톤 뼈 전함의 설계도와 특수한 수식들이 펼쳐져 있었다.
* * *
로크섬에 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새로운 봄이 찾아왔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고, 새로운 신입생들이 들어왔다.
시몬은 올해도 무사히 드레스덴 왕국에서 신입생들을 인솔했고, 현재는 대강당에서 입학식 행사가 준비 중이다.
그리고 이틀 뒤, 이제는 키젠의 최고학년이 된 329기 학생들도 새로운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군단장이라는 정체를 드러낸 뒤 듣는 첫 수업, 친구들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할지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지금 고민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 웃차.’
입학식 준비로 꽤 지쳐 있던 시몬은 바위에 걸터앉아 신입생들을 지켜보았다.
다들 키젠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들떠서 대강당 밖으로 뛰쳐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새 교복에 푹 빠진 모습. 한창 저 교복이 대단하게 보일 때다.
새로운 1학년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삐약 삐약 삐약 끊임없이 떠들어대며 새로운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섬에 흐드러지게 핀 꽃잎들이 휘날리며 1학년들이 뛰노는 모습과 뒤섞여 그림 같은 광경을 연출했다.
시몬은 가만히 지켜보며 후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았다.
“넌 어느 학과 지망이야? 저칠소 사혈맹투 중에서.”
“칠흑역학이랑 소환학 둘 중 하나 고민 중.”
“소환학은 좀 그렇지 않니?”
“아냐. 요즘은 소환학이 다시 뜬대. 학생회장도 소환학과고, 작년 특례 1번도 소환학에 지원한다고 하던데.”
시몬이 입학할 때와는 분위기가 바뀌긴 했다.
이제 소환학과는 더 이상 기피 학과가 아니다.
황금세대에 대거 소환학과로 유입된 인재들, 그리고 현 학생회장이 소환학과라는 점도 있다.
그리고 평화의 시대가 아니라 결사에 의한 혼란의 시대이기 때문에, 소환학과가 각광받는 부분도 있었다.
“거기!”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시몬이 고개를 돌리자 카미바레즈가 보였다.
“학생이 그런 거 피우면 안 돼! 대강당으로 돌아가!”
그녀가 등 뒤의 박쥐 날개를 바짝 세우고 까치발을 든 채 위협적으로 말했다. 덩치 큰 1학년이 손가락에 시가를 낀 채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아, 피우던 것만 마저 피웁시다 좀.”
그러자, 카미바레즈의 눈동자에 붉은 광택이 번뜩였다.
“돌아가. 그건 압수야.”
흠칫.
불량한 1학년들이 어깨를 떨더니 이내 투덜투덜 돌아갔다. 카미바레즈는 무사히 불량한 물건을 압수했다.
몰래 숨어서 지켜보던 시몬은 속으로 환호했다.
‘성장했구나 카미!’
처음에 낯선 사람과 눈도 못 마주치던 그녀가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쓴소리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뒤에서 시몬이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아, 내가 그때 결사를 딱 일망타진해서!”
전혀 성장하지 못한 사람도 한 명 있었다.
저 멀리 딕이 의자에 앉아 자신의 모험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주위에는 1학년 여학생 네 명이 모여들어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내가 딱 정화의 성녀한테도 맞서고! 어? 혈천교와도 맞서고, 2학년 말에는 결사까지! 마지막에 결사로 밝혀졌던 발락을 내가 쓰러뜨리니까, 극악무도한 구원자 킬로바니안이 쫄아서 도망치는 거야! 그 모습을 본 내 최고 절친이자 소울메이트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이 딱 다가와서 내 어깨에 손을 얹고 이렇게 말했지.”
딕이 제 턱을 쓸며 느끼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건 너뿐이다, 딕.”
꺄아아아아악!
1학년 소녀들은 제자리에서 콩콩 뛰고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시몬은 벌게진 얼굴로 이마를 짚었다.
‘왜 부끄러움은 내 몫일까.’
딕의 영웅담이 끝나자마자 곧장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선배님 선배님! 선배님 성함이 ‘딕 헤이워드’라고 하셨죠? 저희 동기 중에 빌, 알 헤이워드라는 애들 있는데 혹시 아세요?”
“어? 뭐라고? 아, 잘 모르겠네. 2학년 때만 해도 진짜 후배들 프로필 정보까지 싹 다 외우고 다녔는데, 요새는 누가 들어왔는지도 잘 모르겠다.”
“걔들 완전 나대서 짜증 나요! 미천한 평민 주제에!”
“어허! 펴엉민? 너 키젠에서 딱 반 학기만 굴러봐. 그 말이 얼마나 흑역사인지 깨달을 거다.”
“선배님! 선배님!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님은 어떻게 뵐 수 있어요?”
“어허, 시몬은 아무나 안 만나줘. 내 절친이니까 내가 부탁하면 되긴 하겠다만…….”
“니들 뭐 하냐?”
갑자기 싸늘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그들의 고개가 옆으로 샥 돌아갔다. 딕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고 1학년들의 얼굴은 더더욱 굳어졌다.
세 여학생이 걸어오고 있었다.
같은 교복이었지만, 이 로크섬에서 편안한 걸음걸이와 여유 넘치는 동작을 보인다는 점에서 어떤 거대한 벽이 느껴진다.
제일 처음 말한 만두 머리의 소녀가 낄낄대며 교복 위에 입은 후드티에 손을 찔러 넣었다.
“우리 신입생들, 첫날부터 미쳤네?”
A반 출신, 사령학과 전공의 신디 비바체였다.
그 뒤에는 여전히 ‘반장’이라고 불리는 제이미 빅토리아, 그리고 그 옆에는 ‘별야 보이콧 사태’로 유명한 클라우디아까지 있었다.
3학년 여학생 세 명의 등장에 1학년들의 얼굴이 겁에 질렸다. 도와달라는 듯 같은 3학년의 딕을 돌아보았지만, 어느새 그는 바람처럼 사라진 뒤였다.
이내 신디가 버럭 소리 질렀다.
“빠져 가지고! 빨리 대강당으로 안 돌아가?”
“죄, 죄죄, 죄송합니다!”
1학년들이 허둥지둥 교복 자락을 휘날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신디가 쫓아갈 듯 앞으로 뛰어나가며 와악 소리 질렀다.
“어쭈? 걸어? 걸어어? 니들 진짜 뒤졌다! 잡히면 머리끄덩이 뜯기는 거야!”
꺄아아아아악!
1학년 소녀들이 울먹이며 속도를 높였다. 그중에 한 명이 풀밭에 철푸덕 엎어졌다가 ‘같이 가아!’ 하고 따라잡는 모습이 보였다.
신디가 깔깔대며 웃었고, 클라우디아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신디를 노려보았다.
“……못됐다, 진짜. 최고학년 된 지 얼마나 됐다고 꼬장이니?”
“장난이야, 장난. 저것들 빨리 안 가면 학생회만 욕먹는다고. 그리고 꼬우면 빨리 입학하든가.”
신디가 팔을 뒤로 보내 뒷머리를 받쳤다.
“그러고 보니 이제 우리 위에 아무도 없지? 자유다 자유! 우리가 키젠 3학년이다! 우릴 막을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어!”
“다들 반가워.”
그때 시몬이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동기들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세 사람의 눈이 커졌다.
“시몬!”
“와아, 소식 들었어! 너 출세했더라!”
신디가 눈을 게슴츠레 뜨며 웃었다.
“배신의 군.단.장.님?”
“……하하하.”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반장 제이미가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고생했어. 성녀 사태도, 혈천교 사태도 늘 우리를 위해 뒤에서 애써줬구나.”
시몬이 손사래를 쳤다.
“아냐 아냐.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야. 반장.”
“조심해 시몬.”
클라우디아도 한 걸음 다가왔다.
“우리 A반 출신들이야 끝까지 네 편이겠지만, 학교에서 널 안 좋게 보는 사람들이 있어.”
“어쩔 수 없지. 내가 더 열심히 할게.”
“시몬다운 답변이네.”
문득 시몬이 클라우디아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얼굴이 살짝 탔네. 방학 동안 뭐 했어?”
클라우디아가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결사 피해자 연대 참여, 이종족 차별 금지 협회 참여, 바다거북 보호연대 참여 등등.”
뭔가 클라우디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거북 보호연대가 어딘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참.”
시몬이 세 동기들을 번갈아 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너희들에게 꼭 상담하고 싶은 게 있는데.”
신디가 고개를 갸웃했다.
“학생회장이 우리 같은 보통 학생들에게 무슨 상담?”
“그게…… 메이린에 관해서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세 소녀들은 동시에 입을 틀어막으며 웃음을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