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1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15화
풀숲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용의 머리.
시몬은 소름 끼치는 감각에 사로잡혔다.
‘뭐지?’
형언하기 힘들 만큼 불길한 기운. 새까만 그것이 천천히 지면에 손을 짚으며 돌진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시몬이 얼른 물러서려 했지만.
[―――――――!]거대한 외침과 함께 시몬의 발이 덜컥 멈췄다.
몸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이 기술은!’
뭘 생각하기도 전에, 검은 형체가 희끄무레한 칠흑을 휘장처럼 휘날리며 쇄도해 온다. 피할 수 없던 시몬이 다급히 두 팔을 앞세웠다.
투콰악!
날카로운 발톱이 시몬의 턱 밑에서 멈췄다. 밀려나는 힘을 견디지 못해 바닥을 디딘 두 다리가 긴 고랑을 그리며 주르륵 미끄러졌다.
‘무슨 힘이!’
식은땀을 흘린 시몬이 습격자를 쳐다보았다. 새까만 형체 외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나 어딘가 익숙했다.
정체가 궁금했지만 일단은 당장의 공세에 대처해야 했다.
‘체내 칠흑 분화!’
시몬의 두 다리에서 칠흑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고, 지면을 밀어 찬 그의 몸이 공중에 팟 하고 치솟았다.
이내 발톱을 붙잡았던 손에서 힘을 빼고 몸을 빙글 회전시켰다. 이어지는 발차기가 검은 형체의 안면을 가격했으나.
꾸우우우우웅!
충격이 먹힌 소리와 함께 발끝에서 통증이 치밀었다. 그 형체는 안면이 발에 차여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짧은 신음을 흘리며 바닥에 착지한 시몬이 얼른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리려는 순간.
“!!”
코앞으로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마치 다른 광경으로 전환된 것처럼, 검은색과 주홍색 뒤섞인 화염이 시야 전체를 덮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몬은 즉시 몸을 던져 종이 한 장 차이로 화염을 피해내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온몸에 진흙칠을 하게 된 시몬이 퍼뜩 고개를 들자, 화염은 지나가고 지면에 거대한 구덩이가 생겨나 있었다.
우지끈!
꽈드드드득!
화염은 지면에 긴 흉터를 남기며 한참을 계속 진행했다. 화염이 지나가는 곳마다 나무들이 불타거나 뿌리째로 뽑혀 흙바닥을 나뒹굴었다.
가히 압도적인 화력.
“허억. 헉.”
시몬이 입가를 쓱 닦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 광경.
이 상황.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어디서 본 적이 있다.
-왜 본 드래곤을 안 꺼냈는지, 이제 알 거라고 믿어.
처음으로 완성한 본 드래곤 미르미즈를 꺼내고, 헥토르가 격분했었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 미르미즈가 직접 브레스를 쐈었고, 헥토르는 그 브레스가 남긴 자국과 위력을 똑똑히 눈으로 보았었다.
그리고 지금 보인 저 화력과 범위는 미르미즈의 브레스와 비교했을 때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설마!’
콰콱!
검은 형체가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달려들었다. 시몬은 침착하게 물러나며 아공간을 열었다.
상대의 힘은 어느 정도 짐작했다. 군단의 힘을 쓰지 않으면 이기기 힘든 상대다.
“나와! 프린스!”
아공간에서 좀비가 뛰어나오자마자 시몬이 손바닥으로 등을 짚었다. 즉시 검은 벼락이 좀비에게 떨어지며 프린스로 변했다.
[응? 가, 갑자기 뭐야!]프린스는 소환되자마자 검은 형체의 돌진을 두 팔 뻗어 막아냈다. 전투 기술이 투박할 뿐, 힘과 내구력만으로는 군단에서도 손꼽히는 강자인 프린스조차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이게!]프린스가 한쪽 팔에 칠흑을 휘감아 내질렀다. 그 순간 검은 형체의 몸이 액체처럼 흩어지더니, 주먹이 지나가고 난 자리에 다시 뭉쳤다.
[이 자식 몸이……! 커헉!]프린스가 허리를 가격당한 채 날아갔다.
“라미아! 최대 출력이야!”
-삐유웅!
다음으로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어린 라미아가 주특기인 물벼락을 쏟아냈다.
콰르르르르릉!
쿠르르르릉!
사방에 물벼락이 쏟아지며 주위가 수증기로 가득 차올랐다. 시몬은 눈에 힘을 주고 전면을 응시했다.
펄럭!
펄럭!
뿌연 수증기 속에서 그 습격자는 멀쩡한 모습이었다. 몸체보다 더 비대한 한 쌍의 날개로 몸을 가리고 있었다.
‘에이션트 언데드의 협공을 받고도 멀쩡하다고?’
검은 형체가 손을 펼치더니 ‘돌격명령’처럼 팔을 휘둘렀다.
즉시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뼈에 칠흑이 휘감긴 드레이크와 흡사한 형태의 언데드가 수풀에서 튀어나왔다.
이건 상대의 소환수다.
“흡!”
시몬이 허리를 기울여 휘둘러지는 소환수의 손톱을 피한 다음, 팔꿈치로 찍어 눌러 두개골을 박살 냈다.
프린스와 라미아도 흩어지며 각자 소환수들의 공격에 대처했다.
샤샥!
소환물에 시선이 팔린 사이, 습격자는 다시 한번 시몬을 노리고 있다. 숲의 장애물을 이용해 빙빙 돌던 그것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지면 아래!’
시몬이 급히 고개를 내렸다. 일순 발밑이 폭발하며 거대한 검은 용의 아가리가 시몬을 향해 짓쳐 들었다.
콰콱!
시몬이 다급히 두 팔로 그것을 붙들고, 다리 한쪽으로 아가리가 더 벌어지지 못하도록 버텨냈다.
‘이런! 못 버티겠……!’
마침 반가운 피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 멀리 숲속에서 뼈들이 슉슉 날아오고 있었다.
‘피어!’
시몬이 급히 그 방향으로 오른팔을 뻗었다. 그 즉시 뼈 파츠들이 다가와 오른팔에 착착 들러붙더니, 마지막으로 파멸의 대검이 손안에 들어왔다. 시몬이 대검의 손잡이를 잡는 동시에 휘둘렀다.
쩌어어어어억!
어두운 형체가 몸을 줄이며 피하려 했지만 시몬이 조금 더 빨랐다. 어깨에 긴 검상이 생긴 그것이 뒤로 척 물러났다.
[크하하하! 이 기운은 오랜만이군!]피어의 투구가 시몬의 머리 위로 내려오며 말했다. 시몬이 그것을 붙잡으며 말했다.
“피어! 저자가 누군지 알고 있어요?”
[알다마다! 6군단의 관리자, 젤러시다!]6군단!
그 말을 듣는 순간 시몬도 상대의 정체를 완전히 확신할 수 있었다.
스스스스스-
이내 어두운 형체의 얼굴을 덮고 있던 칠흑이 사라지더니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빛바랜 금발, 사나운 눈매, 들끓는 분노가 담긴 눈동자.
시몬의 입이 벌어졌다.
“헥토르!”
“그래, 소문이 사실이었군,”
헥토르가 차가운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걸었다.
“가문의 적인 배신의 군단장의 정체가 시몬 폴렌티아, 네놈이라.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시몬도 잔뜩 경계하는 눈으로 마주 보고 천천히 걸었다.
저벅 저벅.
늦은 밤, 흙바닥과 풀밭이 밟히는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진다.
여러 나무들 사이로 두 소년이 거리를 벌린 채 걷고 있었다.
헥토르가 6군단장이 됐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직접 보니 이건 상상 이상이었다.
“너, 몸 상태가…….”
딱 봐도 정상적인 ‘군단장’이라고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헥토르의 신체 일부가 인간이 아닌 언데드의 살점으로 대체되어 있었다.
아마도 6군단 관리자의 육체.
심지어 칠흑 코어가 있는 가슴 부근까지 언데드의 살점이 닿아 있었다.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온갖 흑마법진이나 시술형 저주들이 헥토르의 몸에 빼곡이 박혀 있었다.
[크흐흐! 저건 군단장이 아니라, 젤러시의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모습이군!]‘네.’
관리자를 비롯한 군단은 군단장의 의지여야 한다.
그것이 정상적인 군단의 형태이다.
시몬은 군단장과 군단의 관계가 일그러졌을 때의 최후를 잘 알고 있었다.
-애버리스. 아까 50으로는 부족했지? 100이야.
5군단장, 매그너스와의 전투에서 일어났던 일.
-100이면 네 전부를 바치는 거잖아? 매그너스. 네 전부를 가져가도록 할게.
5군단장 매그너스조차도, 자신의 모든 것을 넘기는 순간 관리자 본인에게 살해당했다.
시몬은 굳은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헥토르, 본론부터 말할게. 넌 정상적인 군단장의 상태가 아니야.”
저벅. 저벅.
맞은편에서 걷고 있던 헥토르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늘 발밑에 있다고 여기던 자가 같은 군단장이 되어 나타나니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겠지.”
“헥토르!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
저벅 저벅.
시몬이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아직 늦지 않았어. 네프티스 님께 찾아가면 분리할 방법이…….”
“이미 네놈이 염려하는 관리자의 문제는 내 손으로 해결했다.”
헥토르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리고 당대 최강이던 7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들을 온전히 물려받은 네놈과, 전멸한 것이나 다름없는 6군단의 껍데기를 손에 쥔 나. 대등하지 않겠지. 네놈과 대적하려면 정상적인 방법은 통하지 않을 터. 이 몸을 얻기 위해 나는 많은 것을 희생했다.”
그 말을 들은 시몬의 동공이 흔들렸다.
“헥토르. 만약 나 때문에 그런 길을 선택한 거라면……!”
[집어치워라.]그 순간.
헥토르의 눈이 번쩍 뜨이며 살벌한 기운이 퍼져 나갔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드래곤 피어.
아니, 그 이상의 힘이었다. 시몬은 전신에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같잖은 동정이나 죄책감은 필요 없다. 모든 건 내가 원하고 내 의지로 선택한 길이다. 이제 난, 다시 널 상대할 수 있다.]“…….”
시몬이 일자로 입을 다물었고 헥토르가 다시 본인의 입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충분히 이 힘을 가진 것에 보람을 느낀다. 아까의 짧은 교전에서 네놈이 보여준 다급한 표정.”
그가 희끄무레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건 예전의 내가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이제는 조금씩 네놈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느껴져.”
“……헥토르.”
차아아악.
헥토르가 걸음을 멈추었다.
아까 시몬의 파멸의 대검으로 낸 상처.
그 단면을 보니 사람의 뼈나 근육이 아니라, 마치 기계를 벤 것처럼 검은 금속과 파이프 같은 것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철컥! 철커덩!
갈라진 어깨 부분의 단면에 마치 칠흑으로 이루어진 금속 덩어리 같은 게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서로 뒤엉키더니 기계가 수복하듯 상처가 깔끔히 사라졌다.
이내 겉면에 칠흑이 덮이며 본래의 형상으로 돌아왔다. 무슨 기술인지 짐작할 수도 없었다.
“이 군단의 힘으로 네놈의 어떤 표정까지 끌어낼 수 있을지.”
촤아아악!
헥토르의 몸이 순식간에 용의 형상으로 변한다.
거대한 흑룡의 모습.
기존에 헥토르가 썼던 무어 가문의 비늘과, 날개뼈 등으로 뒤덮인 채 용으로 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힘과 완성도가 느껴진다.
[시험해 보겠다.]“…….”
시몬의 피어의 투구를 눌러쓰며 파멸의 대검을 맞잡았다.
그 순간.
삐익!
삐이이이익!
대치하던 두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사방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방금 헥토르가 발사한 브레스의 굉음을 듣고 키젠의 숲을 관리하는 파수꾼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시몬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헥토르! 아무래도……!”
[흥이 오른 참이다만.]헥토르가 파수꾼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뜨거운 숨결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저들에게 브레스를 쏘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다. 시몬이 이를 악물고 막을 준비를 했으나.
[그래.]후욱!
숨결이 일순 끊겼다. 그가 두 날개를 펼쳐 올렸다.
[아직 이 몸으로도 시간은 있으니까. 결착을 위해 다음으로 미뤄두마. 시몬 폴렌티아.]촤아아아아아아!
헥토르가 하늘로 날아올라 사라졌다.
시몬은 물끄러미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가, 이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대검을 내려놓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아직 육체의 주도권은 헥토르에게 있단 건가.’
[크흐흐! 그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지만 말이다!]피어가 한마디 했다.
[헥토르의 말대로 젤러시를 억제한 것 같다만, 그 존재는 확연히 느껴진다! 젤러시가 헥토르의 감정을 유발해 몸을 빼앗으면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군!]뒤이어 시몬의 다른 에이션트 언데드들이 다가왔다. 프린스가 화를 냈다.
[저 6군단 자식 뭐야! 우리가 더 선배 아냐?]-삐유웅! 삐융!
시몬이 손짓했다.
“다들 유적으로 돌아가 줘. 내가 이야기할게.”
안 그래도 사방에서 시끄러운 호루라기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내 에이션트 언데드들이 모두 사라지고, 파수꾼들이 들이닥쳤다.
“손 들어라!”
“누구냐!”
파수꾼들이 석궁을 겨누었고, 시몬은 손을 들어 올리며 학생증을 내밀었다.
“키젠 학생회장,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아, 학생회장님!”
“실례했습니다!”
1학년 때에는 어떻게든 붙잡을 기세로 화살부터 날리던 파수꾼들이,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 바로 석궁을 내리는 모습이다.
“죄송해요. 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를 통제하는 중에 문제가 일어나서.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회장님께서 무슨 말씀을!”
“숲은 저희가 정리해 두겠습니다.”
그렇게 파수꾼들이 돌아가고, 시몬은 유적을 향해 걸었다.
[크흐흐! 6군단이라, 새로운 이슈가 발생했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만!]‘네, 피어. 일단 에이션트 언데드들을 모두 불러 모으죠. 참, 그리고.’
시몬이 옆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집사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 * *
후웅!
고공으로 치솟아 날아가던 헥토르는 파도치는 절벽 아래로 내려왔다.
천천히 암벽에 등을 기댄 그의 몸이 거부반응이 일어난 것처럼 파들파들 떨렸다.
‘역시 바로 현역과 싸우는 건 무리였나.’
그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언데드의 육체는 멀쩡했으나 반절 정도 남아 있는 인간의 육체가 문제였다. 핏줄이 불거지고 온갖 악성종양들이 생겨났다. 온몸이 고통을 부르짖고 있었다.
[그러게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헥토르 무어.]머릿속에서 희미하게나마 6군단의 관리자, 젤러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섭정의 몸을 흡수해야 했었다고. 그렇게 됐다면 네 목적을 이루는 날이 훨씬 앞당겨졌을 텐데.]“그렇게 됐다면 네게 내 몸을 빼앗겼겠지.”
그렇게 대꾸한 헥토르가 차갑게 일갈했다.
[사라져라.]그러자 젤러시의 목소리가 끊겼다.
길게 한숨을 쉰 그가 고개를 들어 달을 올려다 보았다.
이 힘을 얻기 위해 많은 걸 희생했다. 앞으로 고작 몇 년을 더 살 수 있을까. 이 남은 수명 안에.
‘결착을 낸다.’
* * *
벨 하이츠에서 시몬의 에이션트 언데드들은 모두 무사히 돌아왔다.
좀비집사는 도중까지만 합류하다가 나중에 몰래 빠져나갈 생각이었으나.
-어딜 가시와요? 우리 동료님.
에르제베트가 귀신같이 눈치채고 거미줄을 펼쳐둔 바람에 들키고 말았다. 이내 그녀를 포함한 에이션트 언데드들이 좀비집사를 붙잡아서 피어의 유적에 함께 데려왔다고.
에르제베트는 처음에 기회를 줬을 때 떠나질 않았으니 ‘자의’에 의한 행동이라고 주장했지만, 유적에 묶어둔 것만 봐도 좀비집사의 자의는 아닌 것 같았다.
‘……간신히 호감을 쌓았는데, 전부 까이게 생겼네.’
그래도 성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좀비집사가 어떤 언데드인지, 어떤 부분에서 군단장과 계약하여 결여된 감정을 채우려고 하는지 벨하이츠에서 알아냈다. 그리고 다 함께 힘을 합쳐 강대한 적과 함께 싸웠다는 점까지.
벨하이츠 사태의 신문 기사의 다 같이 찍힌 사진에서 좀비집사가 상당히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떠올라서 웃음이 나왔다.
어쨌거나 갑작스러운 헥토르의 난입으로 시간이 조금 늦었다. 피어의 유적으로 들어가 헥토르에 대한 정보를 대장들에게 공유했고, 이제 이 로크섬 안에 군단이 셋이나 있으니 괜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시켰다. 또한 저번에 알라제와 함께 발견한 뮤르의 언데드 병력 저장소에는 공격 지시를 내려두었다.
그렇게 일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와 잠들었다.
그렇게 다음 날.
드디어 설레는 3학년 커리큘럼 첫 시간이 시작되었다.
‘와……!’
이건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었다.
제인의 전교생 통합 수업.
281명의 학생 전원이 수업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이 인원이 다 같은 수업을 듣는단 말야?’
“시몬!”
“어서 와요!”
마침 대강의실 앞에 카미바레즈와 딕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메이린이 새침하게 손을 흔들다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이 웃으며 걸어가려는데.
툭.
등 뒤에서 뭔가 부딪혔다. 시몬이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앗, 앗. 미안해.”
소심하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앞머리를 내리고 후드를 깊게 눌러썼지만 시몬은 그가 누군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시몬이 방긋 웃었다.
“오랜만입니다! 에이젤 선배님!”
에이젤이 안경을 슬쩍 내리며 ‘아하하’ 머쓱하게 웃었다.
“자, 잘 지냈어?”
리버론에서 본 이후 첫 대면.
피차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