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1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16화
“오랜만입니다! 에이젤 선배님!”
“자, 잘 지냈어?”
리버론에서 본 이후 첫 대면. 시몬과 에이젤은 살갑게 웃으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시몬 네가 배신의 군단장이란 소릴 듣고 깜짝 놀랐어. 나중에 판타서스 선배님이 알려줬을 때는 장난치시는 줄 알았다니까.”
“말씀드리는 게 늦어서 죄송합니다. 기밀이어서…….”
“아하하! 아냐, 아냐. 조금 놀랐을 뿐이야.”
에이젤이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배신의 군단장은 엄청 무서운 이미지였는데…… 완벽한 연기였어.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면 나는 절대 못 알아차렸을 거야.”
시몬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연기는 선배님도 대단하셨잖아요.”
“윽! 놀리지 마.”
“아하하.”
완벽한 엘리트 학생을 연기하느라, 에이젤은 마법으로 키도 높이고 머리스타일도 바꾸고 안경을 쓰고 다녔었다. 물론 그 때문에 오해를 사거나 여러 문제가 생기기도 했지만.
“키젠에 돌아오는 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어. 개학식 당일에도 걱정 많이 했거든.”
그가 머리끝을 만지작거렸다.
“다들 ‘에이젤 브링어’를 완벽한 엘리트로 알고 있었을 테니까. 이런 볼품없는 모습으로 와서 실망하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그 걱정과는 달랐죠?”
“응.”
고개를 든 에이젤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남들의 시선보다, 나 자신이 만들어낸 공포를 깨는 게 더 어려웠어.”
크흠!
그렇게 말한 그가 민망한 듯 헛기침을 하고는 시몬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어쨌든 피차 비밀을 밝힌 사람들끼리, 더 열심히 하자!”
“네! 잘 부탁드립니다!”
* * *
시몬은 에이젤과 이야기를 마치고 대강당 안으로 들어왔다.
학기 초에는 적응 기간에만 진행하는 ‘통합 수업’이 시작되는데, 3학년 전교생 281명 모두가 참여한다.
거기에 제인을 위시한 7과목 교수들이 모두 이 수업을 로테이션처럼 돌아가면서 가르친다.
시작부터 전 3학년 대상에, 전 교수 통합 교육이라니.
앞으로 어떤 스케일의 사건들이 펼쳐질까. 모두가 잔뜩 긴장하며 수업이 열리는 대형 강의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지만.
“우리가 이걸 왜 해야 하는데!”
메이린의 비명 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3학년 전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옆에 앉은 카미바레즈의 눈이 빙빙 돌아가고 있었다.
“……지, 집합 금지 요청서와, 지역 제한 요청서의 차이를 잘 모르겠어요!”
“피청구인, 내구연한, 실효확보수단, 이게 다 무슨 말인데! 대륙어 맞아?”
메이린과 카미바레즈가 유난을 떠는 게 아니었다.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도 낑낑대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악명 높다는 3학년 수업을 들으러 왔는데, 갑자기 행정 공부를 하고 있으니 다들 혼란에 빠진 모습이었다.
제인이 또각또각 구둣발 소리를 내며 주위를 돌아다녔다.
“여러분은 곧 대륙 전역으로 흩어져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겁니다. 할 일이 ‘전투’가 다가 아니겠죠. 여러분의 군사적 행동이 그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심각한 위협이나 재산 피해 등을 초래하고, 복잡한 이해관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제인이 팔짱을 꼈다.
“그동안은 키젠에서 기본적인 행정 지원을 해주었지만, 임무지와 작전 내용이 속속 바뀌는 3학년에는 여러분이 직접 본인의 권한으로 서류상에 문제없도록 조치해야 합니다. 나중에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아……!”
“전투는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지원군이나 각종 보급 등을 요청하는 데도 필요하니, 대륙의 행정을 아는 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정말로 본격적인 느낌. 곳곳에서 힘겨운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시몬 또한 열심히 깃펜을 굴리고 있었다.
어려운 행정 및 법률 용어에 아예 감도 잡지 못하는 일반학생들에 비하면, 키젠 학생회장 경험으로 서류작성 능력이 있는 시몬은 미리 예습을 한 셈이라 그런지 적응이 빨랐다.
시몬이 서류 작성을 마치고 손을 번쩍 들었다.
“교수님! 다 했습니다.”
제인이 ‘흠’ 하고 다가와 시몬의 서류를 훑었다.
“군사 지원 요청서의 양식이 잘못되었습니다. 여기, 연습 문제에서는 드레스덴 왕국에 병력을 요청하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네?”
“시몬 학생이 작성한 건 볼드윈 양식입니다. 드레스덴 양식으로 바꿔 쓰도록 하세요.”
그 말을 훔쳐 듣고 있던 학생들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랬다. 암흑연합은 4개 왕국이 연합하여 만들어졌다. 같은 행정명령이라도 각 국가마다 사용하는 용어, 기호, 법률적 해석이 달랐기에 전부 구분해야 했다.
“고작 행정 따위로 앓는 소리를 내는 겁니까.”
제인이 죽어나는 제자들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은 키젠 학생입니다. 4대 왕국 행정법 정도는 일주일 안에 숙달하길 바랍니다.”
“일주일…….”
모두의 눈에 다크서클이 조금 더 늘었다.
차차차차착!
그때 유난히 깃펜이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했더니 딕 헤이워드였다. 평소답지 않게 상당히 집중한 표정의 그가 이내 손을 번쩍 들었다.
“제인 교수님! 다 했습니다!”
“군사 명령서가 끝났으면 옆의 지원 양식 기록도 작성하세요. 딕 헤이워드 학생.”
“넵! 그것까지 다 했습니다!”
제인이 의심스러운 얼굴로 다가왔고, 딕은 어깨를 으쓱으쓱하며 당당히 두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이내 딕이 작성한 서류들을 확인한 제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군요. 쉬어도 좋습니다.”
“!”
가히 꼴지의 반란. 3학년들 모두가 콩 나는 밭에 팥 나는 것이라도 본 것처럼 수군거렸다. 딕이 큰 소리로 웃으며 두 팔을 펼쳤다.
“하하하! 봤냐? 봤지? 이게 바로 상인 출신의 저력이라고! 2학년 꼴지였던 내가 3학년에는 최고 천재?”
“……부끄러우니까 제발 입 다물고 앉아.”
메이린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반면 시몬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도와줘, 딕!”
“고럼 고럼! 키젠 수석이 공부에서 내 도움을 바라는 건가? 입장이 바뀐 것 같지만 진귀한 경험인데!”
그렇게 오전 수업은 딕의 활약이 계속되었다. 학생회 멤버들은 딕의 도움으로 그나마 어려운 행정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어지는 오후 일정은 야외수업이었다. 이번엔 홍펭이 ‘통합 수업’을 진행했다.
-학쟁 여러분은 어떤 때에, 어디저 어떻게 투입될지 몰라요. 그러니 투입 지에 모든 지형지물을 가정하고 경험을 쌓아야 해요.
장소는 로크섬 내 두 절벽이 마주보고 있는 일명 ‘쌍둥이 절벽’.
바다가 철썩거리며 파도치고, 높은 절벽에는 몇 개의 로프만 걸려 있었다.
바로 이곳의 하늘에서 텔레포트 마법진이 펼쳐지고 학생들은 자유낙하하게 된다.
물론 학생들은 이 모든 상황과 지형에 대한 정보를 모른다. 텔레포트 직후 대처 능력을 키우는 게 핵심. 홍펭은 학생들에게 ‘빨간색 지점’이 목표지역이다라는 것만 이야기해 주었다.
“다음 학생! 시작하겠습니다!”
여러 학생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탈락한 가운데, 이제는 시몬의 차례.
시몬 또한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자마자 하늘에서 떨어지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공중 텔레포트야 충분히 예상했지!’
현장에 긴급하게 진입할 시 지상 텔레포트보다 공중 텔레포트가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시몬은 기다렸다는 듯 키젠 교복을 툭툭 두들겼다.
촤르륵!
촤르르르륵!
교복의 바지와 재킷의 주머니 속에서 뼈들이 속속 튀어나오더니 공중에서 자기들끼리 발 빠르게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하피 언데드, ‘스컬윙’ 형태가 되었다.
차악!
소환학과의 학생답게 스컬윙의 다리를 잡고 여유롭게 활강하던 시몬이 이내 절벽에 걸려 있는 로프를 발견했다. 바로 그쪽으로 떨어져서 로프를 붙잡았다.
‘이걸 타고 이동하는 거라고 하셨지.’
절벽 아래는 까마득한 광경이었지만, 줄을 잡고 내려가는 건 어렵지 않다. 망설임 없이 쭉쭉 아래로 내려가던 시몬의 눈이 커졌다.
‘……감지 마법!’
절벽 곳곳에 감지 마법이 펼쳐져 있었다. 눈썰미나 주의력이 부족하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장치들. 이대로 한 발이라도 더 내려갔다면 감지 마법에 걸렸을 것이다.
시몬이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니 반대편 절벽에 로프가 보인다. 망설임 없이 다리에 칠흑을 모은 채 점프해서 반대편 로프를 붙잡고, 그것을 타고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찾았다! 빨간 지점!’
그렇게 이동하다 보니 반대편 절벽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동굴이 보였다. 그곳에 붉은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는데, 홍펭이 말한 ‘목표 지점’이었다.
‘조금 더 내려가서 한 번에 뛰어넘자.’
시몬이 로프를 타고 쭉 내려가며 목표 지점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그때.
쿠쿠쿠쿠쿵!
갑자기 빨간 지점이 있는 절벽 위로 거대한 바위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시몬은 망설임 없이 손에서 로프를 놓았다.
‘체내 칠흑 분화!’
화아아아아아아악!
시몬의 몸이 칠흑으로 휘감겼다. 로프를 잡지도 않고 두 다리로만 일직선으로 절벽을 타고 달렸다.
‘클라우드!’
이내 손끝으로 연녹색 줄을 펼쳐서 절벽의 튀어나온 부분이나 나무를 휘감고 빠르게 빠르게 공중에서 이동했다.
마침내.
“후욱!”
시몬이 도착지인 빨간 지점에 들어왔고, 그가 들어오기 무섭게 암벽들이 콰르르르르 쏟아지는 모습이 보인다.
도착지에서 기다리고 있던 홍펭이 짝짝짝 손뼉을 쳤다.
“너무너무 잘했어요 지몬!”
“홍펭 교수님!”
“다른 학쟁들은 바위가 전부 떨어진 뒤에 들어갔지만, 촉박한 지간을 고려해 망절임 없는 진입!”
그녀가 손에 든 타이머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최고 기록이에요!”
“감사합니다!”
행정 수업도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시몬은 몸을 움직이는 게 좋았다.
실전 연습을 무사히 끝내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동굴을 따라 걸으니 얼마 안 가 지상이 나왔다. 밖에서 성공한 학생들이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헤이, 시몬!”
먼저 온 딕이 손을 흔들었다. 시몬이 웃는 얼굴로 다가갔다.
“딕! 어떻게 됐어?”
“합격은 합격이지.”
그가 민망한 듯 옆머리를 긁적였다.
“엄청 질질 끌었지만 말야. 한 20분 걸린 것 같네.”
가장 빠르게 도착지에 들어올 수 있는 타이밍은, 낙석들이 떨어지는 시점에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려 들어가는 것이다. 머뭇거리면 머뭇거릴수록 온갖 장치나 방해물들이 작용하고, 절벽의 몬스터들까지 튀어나오게 된다.
용기와 결단력이 중요한 테스트.
시몬은 상당히 쉽게 들어온 편이었다.
-빠르네.
-또 군단의 힘을 쓴 거 아냐?
시몬과 딕의 고개가 돌아갔다.
조금 높은 절벽에 자리 잡은 한 무리의 학생들이 시몬을 힐긋거리며 킥킥거리고 있었다. 이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소수의 인원들이었고 매번 똑같은 얼굴이었다.
“저거 저거, 요새 심상치 않네.”
“왜?”
“배신의 군단 사태의 피해자 가문을 중심으로 파벌이 형성되는 것 같아서. 아 뭐, 물론 우리 입장에선 차라리 저렇게 되는 게 좋지만.”
딕이 재킷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대놓고 반7군단 분위기를 조장하는 극단적인 집단이야. 자기들끼리 뭉쳐주면 오히려 구별이 쉽고 반격도 용이해. 티 안 내고 관중 뒤에 숨어서 중상모략하는 세력이 더 뿌리 뽑기 힘들지. 우리가 대처하기엔 훨씬 낫다고 봐.”
시몬도 딕의 말에 동의했다.
정상회담의 결과로 합법적인 암흑연합의 군단장이 됐지만, 배신의 군단에 여전히 적대적인 성향의 귀족 가문들은 아직 있다. 뿌리 깊은 악연이 그리 쉽게 풀릴 리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다수의 학생들이 아니라 저런 특정 인원들이 문제인 거라면 시몬도 심적으로 받아들이기 편했다.
“어떻게 할래? 시몬.”
“일단은 조금 더 지켜보자.”
시몬이 그렇게 말하며 걸어갔다.
“당장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니까.”
딕은 흠- 하는 소리를 내며 저 위에서 쑥덕거리는 학생들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래도 몰래 살짝 손은 써두는 게 낫겠지?”
* * *
오전 수업을 마치고, 드디어 오후.
메인 행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3학년 학생들은 각 학과를 상징하는 마크가 새겨진 깃발이 붙은 커다란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테이블 앞에는 온갖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가득했고, 연단 위에는 2학년 담당 교수진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특례 1번 사샤가 어디로 올지 기대되네!”
“공주님은 사령학과겠지?”
학생들은 유망주 2학년들의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3학년이 된 329기와, 2학년이 된 330기의 한 해 첫 대면.
학과 선정식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덜컹!
그때 마침 홀의 정문이 열리고.
특례 2번에 이어 Top2, 차석에 등극한 용병왕 아서 블레만이 2학년들을 인솔해서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2학년들은 긴장한 얼굴로 눈을 굴리고 있었다.
“얘들아 어서와!”
“기다렸다!”
시몬을 비롯한 3학년들이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드디어 2학년들이 학과를 선택할 차례.
쓰윽.
쓱.
그리고 2학년들의 시선은 유난히 한 테이블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바로 시몬이 있는 소환학과의 방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