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2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21화
“!”
치엘라의 얼굴이 놀라움과 당혹감으로 붉게 물들었다.
그리고 베오트론은 눈에 불을 켜고 치엘라를 노려보았다.
“……이 X새끼, 선배를 불러와?”
전혀 부른 적 없었다.
치엘라는 부정하고 싶은 마음 한가득이었지만 시몬이 먼저 선수를 쳤다.
“속여서 미안해, 치엘라. 사실 네게 준 통신 수정구 말야.”
시몬이 주머니에서 통신 수정구를 들어 올렸다.
“전원이 꺼져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지 사실은 작동되고 있었어.”
그 말을 들은 그녀가 급히 교복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정말이었다. 불빛이 들어와 있지 않았지만, 목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리는 게 전원이 켜져 있었다.
“총무인 딕이 살짝 손을 봐줬거든.”
빨간 불이 점등되지 않아도 작동되는 통신 수정구. 치엘라는 몰랐겠지만 그쪽의 모든 상황이 시몬의 귀에 들어가고 있었다.
원래 이 물건은 딕이 반7군단 파벌과 대화할 상황이 있으면 쓰라며 특별히 개조해 준 거였다.
‘여기서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딸칵.
시몬이 자신이 든 통신 수정구의 전원을 끄고는 치엘라를 지나 베오트론의 앞으로 걸어왔다.
“그럼 상황도 다 들은 것 같고, 1학년 베오트론 그림웨인.”
시몬이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더 할 말 있어?”
“…….”
그가 피식하고 비웃음을 흘리고는 고개를 들었다.
“학생회가 번갈아 가면서 사람을 바보 만드네.”
그가 치엘라 쪽을 다시 한번 노려보고는 시몬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
“당신이 내게 손댈 수 있겠어요? 배신의 군단장, 아니, 시골 남작가의 후계자. 최근에 여러 일들로 이름이 알려졌다지만 그래봐야 근본은 변하지 않아요. 거기에 최근에 공식 군단장이 된 거라면 우리 아버지를 조심하셔야 할 텐데요.”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제가 ‘제독’의 아들인 걸 모르시진 않을 테고.”
“아, 그랬지 참.”
시몬이 수첩을 펼쳐 들고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언젠가 제독의 선단에 방문하면 잘 말씀드릴게. 당신의 수많은 아들 중 하나가 당신의 명성을 등에 업고 이런저런 괴롭힘을 저질러서 손 좀 봐드렸다고.”
베오트론의 표정이 굳었다.
이 인간, 두려워하긴커녕 주춤하는 기색도 없다.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요? 폴렌티아 가문 같은 대체 뭐 하는 가문인지도 모르는 곳을 박살 내는 정도는……!”
베오트론은 계속 말했다.
우리 가문이 얼마나 위대한지.
내 부모가 이 대륙에 끼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위대하며, 내가 마음을 먹으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하지만 시몬은 너무나 태연하다.
목숨줄을 쥐고 흔드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태연하다 못해 따분한 표정이었다.
그냥 상대를 도발하려고 하는 행동이 아니라, 정말로 지루하다는 인상이 몸에 배어 나오고 있었다.
“이야기 다 끝났어?”
어느 순간부터 시몬은 수첩을 꺼내 읽고 있었다. 베오트론이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사람이 말하는데 뭘 보고 있는 겁니까? 당신을 구해줄 귀족들의 연락처를 골라봐야……!”
“아, 이거? 행정법 수업 필기한 거야.”
시몬이 수첩을 보였다.
“내일이 쪽지시험이라서. 1분도 낭비할 시간이 없거든.”
“!!”
베오트론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시몬이 다시 수첩으로 눈을 돌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리고 네 가문과 배경을 늘어놓는 게 아니면, 너 자신이 누군지 설명할 수 없나 봐.”
뚝 하고.
베오트론은 자신이 가진 인내심의 선이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 X새끼가!”
베오트론이 팔을 홱 거칠게 뻗으며 저주를 쏘아보냈다. 모두가 기겁하며 입을 벌렸다. 치엘라가 ‘피해요!’라고 외치기도 전에.
터업.
시몬은 수첩을 든 반대쪽 손을 뻗어 날아온 저주를 그냥 움켜쥐었다.
“!!”
모두가 입을 벌렸다.
“저, 저주를……!”
“맨손으로?”
그의 손에 쥐인 애벌레 모양의 저주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 저주, 약하네.”
파직!
시몬이 주먹을 움켜쥐자 저주가 흩어져 사라졌다.
“등 뒤에 마법진을 그리며 뭘 준비하나 했더니, 가속에 집중하느라 저주의 위력이 약해. 그딴 싸구려 저주를 칠흑이 기억하기 전에,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가르쳐 주는 기술을 익히는 게 좋을 거야.”
크읍!
얼굴이 더더욱 시뻘게진 베오트론이 이번에는 아공간을 열었다. 안에서 거대한 저주계 언데드들이 튀어나왔으나.
촤르르르륵!
촤르르르르르륵!
그보다 더 빠르게 시몬의 발밑에서 솟구친 금속 촉수가 허공에 무수한 칼자국을 그어냈다.
갈라지고 찢어진 언데드의 살점이 바닥에 후두두둑 떨어졌다.
“소환 쪽은 말하는 것도 아까워.”
“개자식이!”
베오트론이 두 손을 착 맞부딪쳤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바닥에 떨어진 언데드의 살점이 공중으로 두둥실 떠오르더니 베오트론의 몸에 철썩 철썩 달라붙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하나의 저주 덩어리가 된 그가 바닥을 박차고 달렸다.
슈콰아악!
슈콱!
언데드가 보유한 칠흑을 모조리 속도로 전환하는 가문의 비기. 베오트론이 시몬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나는 공작가의 장손이자! 제독의 아들!”
빙빙 돌던 그가, 빈틈을 캐치하고 수첩을 보고 있는 시몬의 뒤통수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베오트……!”
일순.
시간이 멈춘 것처럼 인지의 속도가 느려졌다.
분명 상대의 뒤통수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는데.
상대의 주먹이 더 빨리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환상인가. 물리법칙이 일그러진 건가.
스륵!
시몬의 허리가 돌아가며 그의 주먹이 베오트론의 안면에 꽂혔다. 그러고는.
꾸우우우우우우웅!
그대로 스트레이트.
베오트론의 몸뚱이가 바닥을 파고들며 굉음을 터뜨렸다.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나며 지면이 모조리 갈라졌다. 그가 입고 있던 언데드들이 모조리 분자 단위로 분해되어 터져 나갔다.
치엘라와 지켜보던 1학년들 모두가 입을 벌렸다.
펄럭!
한껏 치솟은 시몬의 검은 코트 자락이 서서히 내려왔다. 이내 수첩을 쥔 손으로 어깨를 잡아 코트가 날아가지 않도록 한 그가 수첩을 접어서 안주머니에 넣고는 빙긋 웃었다.
“조사임무 수고했어, 치엘라. 참, 힘은 키젠 교복의 배리어가 버틸 만큼 조절했어.”
“……아.”
“너희들도.”
시몬이 고개를 돌려 다른 1학년들을 보았다.
“힘들게 키젠에 들어왔는데, 이런 일로 학업에 방해를 받아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면 후회하지 않을까?”
1학년들이 감격한 눈으로 덜덜 떨었다.
이제 아무도.
“네!”
베오트론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 * *
“…….”
정신을 잃었던 베오트론이 눈을 떴다.
뿌연 연기처럼 흐릿했던 광경이 선명해지며 도시의 광경이 보인다.
동시에 그 학생회장에게 당했던 기억이 퍼뜩 떠오른다.
“아!”
그가 악몽을 뿌리치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신이 들어?”
악몽에서 나올 것 같은 목소리에 그의 시선이 홱 돌아간다. 시몬이 웃는 얼굴로 공원 벤치에 태연히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그 옆에는 치엘라도 다소곳하게 앉아 있다.
“이 망할 자식이!”
베오트론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덜그럭!
두 팔이 칠흑 수갑에 묶여 있었다. 급하게 일어나려던 그가 다시 바닥에 쓰러지고 말했다.
“학생회 직속 하수인들이 데리러 올 거야. 그때까지 얌전히 있어.”
시몬이 아이스크림을 할짝거리며 말했다.
-푸훕! 뭐야?
-1학년 같은데? 말썽 부렸나 봐.
베오트론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이곳은 로체스트의 광장, 칠흑 수갑을 찬 채 학생회장에게 붙잡힌 그의 모습을 본 학생들이 비웃음을 흘리거나 키득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대부분 2학년들이었지만, 그들 중에는 1학년들도 있었다. 공작 가문의 추태에 조심스럽게 힐긋거리거나, 입을 막고 소곤거리기도 했다.
그가 버럭 소리 질렀다.
“뭘 봐 X발! 죽고 싶……!”
“조용히.”
시몬이 뒤에서 한마디 하자, 베오트론이 흠칫하며 자신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내, 내가 이 남작가 놈의 말을 들었어?’
뭔가 저주에 걸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건 없었다.
단지 공포가 몸에 각인됐을 뿐이다. 지나가던 3학년들이 깔깔깔 웃어댔다.
“1학년 애기 겁먹었나 봐, 귀여워!”
“살살 해! 회장~”
여선배들이 웃으며 지나가자 베오트론의 얼굴이 굴욕감과 치욕으로 벌게졌다.
그가 시몬과 치엘라를 돌아보았다.
“빌어처먹을! 이 굴욕은 잊지 않겠습니다!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치엘라의 얼굴이 민망함으로 붉어졌다.
시몬은 웃으며 말을 받았다.
“안 넘어갈 거면 어떻게 할 건데?”
“가문의……!”
거기까지 말한 베오트론은 갑자기 온몸의 수치심이 두드러기처럼 밀려드는 걸 느꼈다. 이 인간에게 배경 같은 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각인되듯 떠올랐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그가 말했다.
“어차피 보호기간 중의 학생은 퇴학당하지 않죠! 최대가 징계입니다!”
“오.”
“징계 후에 복귀해서 보란 듯이 재개해 주겠습니다! 동아리 시즌에 노블레스에 들어가기만 한다면 나도 드디어 이 학교에서 당신을 상대할 권력을……!”
“시모오온!”
바로 그때.
어깨에 제복을 걸친 한 여학생이 양 갈래 머리카락을 흔들며 후다닥 뛰어오고 있었다. 품에는 갈색 봉투를 안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본 베오트론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저 사람은!’
베오트론의 우상 중의 우상.
노블레스의 회장이자 3학년 Top10, 재상 가문의 후계자인 유령함대의 엘리사였다.
‘같은 고위 귀족이라서 나를 도와주러 온 건가? 그래! 아무리 학생회장이라도 재상 가문의 앞이라면!’
그러나.
엘리사 셀린은 베오트론 쪽은 눈길도 주지 않았다. 시몬의 앞에 다가와 헉헉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곤 봉투를 내밀었다.
“빠, 빵 사 왔어!”
“?”
“아직 저녁 안 먹었지?”
시몬이 무안하게 웃으며 손사래 쳤다.
“마음은 고마운데 그런 거 사 오지 말라니까.”
“아! 우리 사이에 빵 좀 사 올 수도 있지! 너 단거 별로 안 좋아하지? 이건 어때? 설탕 코팅이 겉에만 살짝 들어간 건데……!”
베오트론의 세계가.
와장창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재상의 딸을 빵셔틀로 쓴다고?’
그의 고개가 홱 시몬 쪽으로 향했다.
세상이 잘못된 게 틀림없다.
저 엘리사 셀린을 무슨 수로…….
“우리 아빠가 셀린가에서 너 꼭 한번 보고 싶대! 응응? 만나줄 거지?”
“미안해, 그런 자리는 조금 부담스러워서.”
“야! 나 너랑 친하다고 방학 내내 자랑했다고! 내 체면 좀 세워줘!”
빵셔틀을 자처하며 본인이 사 온 빵을 시몬에게 먹이려 애교를 부리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멍해 있던 치엘라가 퍼뜩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에, 엘리사 선배님! 뵙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저는 치엘라……!”
“어.”
엘리사가 귀찮음 가득한 목소리로 답하며 대충 휙휙 손짓한 뒤, 다시 시몬에게 꿀 떨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셀린 가문까지 가는 게 힘들면 아버지께 로체스트에 오라고 할까?”
“……아니. 차라리 내가 나중에 연락해서 인사드릴게.”
“좋아! 좋아! 연락하겠다고 약속한 거다!”
베오트론이나 치엘라는 완전히 뒷전.
그러나 그들의 가치관이 깨지는 건 바로 뒤의 상황이었다.
“시몬 학생회장 선배니임~”
저 멀리서 헐레벌떡 달려오는 또 한 명의 여학생이 보인다.
“부르셨어요!”
두 1학년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다름 아닌 드레스덴 왕국의 왕족.
몰리 공주가 시몬의 부름을 받고 뛰어오고 있었다.
‘고, 공주 마마!’
세상이 미쳐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