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2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22화
이제 막 키젠에 입학한 베오트론, 그리고 치엘라에게 눈앞의 광경은 너무나 낯선 것이었다.
‘공주 마마께서.’
‘남작가 자제에게…….’
왕실 권위의 실추라고 해석될지 모르니 입에 담기도 어려운, 그런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조금 완곡한 표현을 쓰자면 또래 소녀 같은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시몬을 보는 공주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호, 혹시 이번 정상회담에서 아바마마가 이상한 말을 한 건 아니겠죠? 아, 그. 혹시 저도 7군단에 대해 이상한 말을 했던 건 아니겠죠? 그랬다면 정말 죄송해요!”
“아냐. 괜찮아, 몰리.”
학생회장도 공주 마마를 그냥 ‘몰리’라고 부르고 있다.
괜찮은 건가? 처형대에 올라가지 않는 건가?
“저, 그동안 7군단에 대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어요!”
머뭇거리던 몰리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7군단의 행적을 돌이켜 보면서 요나가 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했는지, 그의 행동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공부했어요. 왜 우리 국민들은 7군단에 뿌리 깊고 맹목적인 증오만 가지고 있었던 걸까요? 깨달음이, 계몽과 교육이 부족해요! 국민들도 선입견에서 벗어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그래. 고마워.”
“언젠가 학생회장 선배님께 꼭 들려 드리고 싶은 말이었는데, 이렇게 먼저 불러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샥.
그녀가 고이 접은 편지 한 장을 내밀었다. 시몬이 고개를 갸웃하며 그것을 받았다.
“이게 뭐야?”
“왕궁의 검열을 받지 않고, 제 방으로 직접 전달되는 우편 주소예요.”
그녀가 수줍은 표정으로 자그맣게 말했다.
“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다면 사샤를 통하지 않고, 제게 직접 이야기해 주세요.”
사샤를 발음할 때 서운한 감정이 묻어났다. 사실 그녀는 시몬이 군단장이란 이야기를 사샤의 입을 통해 들었던 것이 꽤 분했었다.
“응, 알았어.”
시몬이 편지를 품속에 보관했고, 뒤늦게 몰리 공주가 ‘아차!’ 하고 놀라며 옆에 팔짱을 끼고 있던 엘리사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늦게 발견해서 죄송해요! 엘리사 총학과대표 선배님!”
지켜보던 치엘라와 베오트론은 다시 한번 놀랐고.
“아니야, 공주님. 그럴 수 있지.”
심지어 그 인사를 또 태연히 받고 있는 엘리사였다.
“여기 빵 좀 먹을래? 기껏 사 왔는데 다 식겠네.”
“꺄아! 여기 로체트스에서 유명한 빵 맛집 아니에요? 잘 먹겠습니다!”
세 사람이 간식을 먹으며 왁자지껄하게 수다를 떨었고, 1학년들은 저들과의 간격이 우주와 우주의 거리처럼 느껴졌다.
그때 뒤늦게 빵을 입에 물고 머리카락을 정리하던 몰리 공주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누구죠?”
엘리사가 무관심한 표정으로 제 어깨를 두들겼다.
“1학년인가 보지 뭐. 3학년이 되니까 이젠 누가 키젠에 오든 별 관심이 없어서.”
시몬이 입을 열었다.
“맞아, 올해 신입생들이야.”
드디어 무수한 거리가 벌어졌던 두 개의 우주가 봉합되었다. 치엘라와 베오트론이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
“1학년 치엘라입니다!”
“1학년 베오트론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선배들에게 밝히고는 스스로 놀랐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
자신을 소개하는 데 가문의 명성을 앞세우지 못했다.
“쟤 저거 수갑은 뭐야? 뭔 잘못했냐?”
엘리사가 으적으적 빵을 씹으며 물었다. 베오트론의 뒷목에 식은땀이 흘러나왔다.
“맞아, 1학년들이 흔히 하는 잘못.”
시몬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고,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또 가문 믿고 애들 줘팼나 보네.”
“엘리사 너도 1학년 때 그러지 않았어?”
“야이! 뭔 개소……! 아니, 무슨 이상한 소문을 들은 거니? 오호호! 난 정치파벌을 만들었을 뿐이지 나쁜 짓은 안 했거든!”
그렇게 횡설수설 대답한 엘리사가 저벅저벅 베오트론에게 다가왔다.
“야.”
“네, 넵! 선배님!”
한때는 기세 좋게 시몬에게 덤벼들기까지 했던 베오트론의 얼굴이 병든 닭처럼 창백해졌다. 엘리사와 비교하면 체격 차이는 월등했지만, 그 모습은 가히 고양이 앞에 선 쥐나 다름없었다.
“그림웨인 가문이니?”
“예!”
“누나가 경험으로 충고하는데, 바깥의 배경 믿고 까불지 마라. 여기선 진짜 큰코다친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힘차게 대답한 그의 고개가 푸욱 내려갔다. 시몬이 장난 삼아 말했다.
“만약 나중에 베오트론이 요청한다면 노블레스 동아리에 받아줄 거야?”
“미친.”
엘리사가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분빨 믿고 나대는 놈들은 무조건 사양이요~”
쿠르릉.
베오트론의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그럼 다음은 제 차례네요.”
이번에는 몰리 공주가 다가왔다. 베오트론이 그녀를 보자마자 바짝 그녀의 발밑에 엎드렸다.
“위대한 드레스덴 왕국의 공주마마를 뵙습……!”
“하지 마.”
몰리가 웃는 얼굴로 살벌하게 말했다.
놀란 베오트론이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얼른 뒤에 있는 시몬의 눈치를 살핀 그녀가 읏흠! 하고 귀엽게 헛기침을 했다.
“자, 우리 왕국의 귀족이 벌인 일이에요. 무슨 일을 벌였는지, 차근차근 들어보도록 하죠.”
* * *
뒤는 몰리에게 맡기기로 했다.
아마도 베오트론에게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가 열렸을 것이다.
퇴학을 언급하긴 했지만 학생 보호기간의 1학년을 퇴학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다만 그는 키젠 생존에 중대한 지장을 줄 만한 리스크를 받게 될 테고, 교실에 처박혀서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다가 결국은 성적 미달로 키젠을 떠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몬과 치엘라는 함께 로체스트에서 올라와 키젠 캠퍼스를 걷고 있었다.
날은 저물어가고 있었고, 어느새 목적지인 1학년 여자 기숙사가 앞에 보인다.
“오늘 하루 수고했어, 치엘라.”
“네, 선배님도요.”
시몬이 빙긋 웃었다.
“많은 일이 있었지?”
그 정도가 아니었다.
치엘라에겐 자신이 생각하던 세상과 가치관이 통째로 뒤흔들리는 하루였다. 세상은 너무나 넓었고, 자신의 편협한 사고로는 이곳에서 살아남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그녀가 용기 내어 입을 열었다.
“전에 제가 말씀드린…….”
“네가 말한 그 ‘궤적론’ 말야.”
시몬이 먼저 말했다. 궤적론이라는 말에 그녀의 얼굴이 민망함으로 화끈 달아올랐다.
“그때도 한번 말했다시피 나는 네 말을 전부 부정하진 않아. 세기가 넘도록 대대손손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뛰어난 인물을 배출하는 가문이 얼마나 대단해?”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하지만 키젠에서 생활하다 보면, 배경보다는 나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 밖에서는 내가 잘한 일이 있어도, ‘역시 어디어디 가문의 영애다’면서 가문을 칭찬받는 일이 많잖아. 여기서는 내가 내 스스로의 가치로 평가받아. 결국 나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는 게 궁극적으로는 내 가문을 빛내는 일이 아닐까?”
대단한 가문이기에 내가 인정받는가.
내가 대단하기에 역시 그 가문의 일원이라고 인정받는가.
둘은 엄연히 다르다.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던 시몬이 민망하게 웃었다.
“그냥 내 생각일 뿐이야.”
“아뇨, 그 관점은 충분히 제 마음에도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1학년 여자 기숙사의 정문 앞.
치엘라가 몸을 빙글 돌렸다.
“이번 조력은-”
그녀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잊지 않겠습니다.”
시몬이 작게 웃음지었다.
“살짝 레퍼토리가 바뀌었네?”
“……반성하고 있으니까 제발 그만 놀려주세요.”
“하하하!”
이렇게.
현재의 특례 1번과 과거의 특례 1번 간의 첫 학생회 활동은 무사히 성공적으로 끝났다.
* * *
시몬은 안락한 기숙사로 방으로 돌아왔다.
기숙사 중앙의 나무 위에 설치된 나만의 공간, 들어가면 라미아가 ‘삐융’ 하면서 반겨주고, 숲새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곳.
워낙 만족감이 좋아서일까 빨리 집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웨에에에에에에엥!
삐이이이이이! 삐이이이이이이이!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오늘도 하는 거야?’
벌떡!
늦은 새벽, 기숙사 전체에 울려 퍼지는 경보음에 시몬이 반사적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직 잠이 덜 깨서 정신이 몽롱하고, 눈에는 눈곱이 껴서 제대로 눈이 떠지지도 않았지만, 몸은 알아서 움직인다. 빛의 속도로 벽에 걸린 셔츠를 입고 교복 재킷을 걸친 다음 허둥지둥 밖으로 나오며 양말을 신었다.
이미 나무 위의 다른 3학년들도 ‘으어어’ 소리를 내며 좀비가 된 얼굴로 나무를 내려가고 있었다.
“늦었어!”
“뭐 해! 뭐 해? 서둘러!”
“그냥 대충 입어! 맨발로 가!”
우르르르르르!
나무에서 내려와 기숙사 건물로 들어와 보니 난리가 나 있었다. 한 번에 많은 인원이 자기가 먼저 빠져나가려고 하니 엉망진창이었다. 온통 뒤엉키고 허우적거리며 계단을 내려왔다.
그 와중에 소환학과 2학년들이 머무는 2층만큼은 방음결계가 펼쳐진 듯 조용해서 이질감이 들었다. 그렇게 2층을 지나 로비로 내려오는 순간 다시 경보음이 웨에엥 소리를 내며 울려 퍼졌다.
“느려 터졌다. 서둘러라.”
이미 로비에 나와 있는 총학과대표 헥토르가 눈에 불을 켜고 으르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내 모든 3학년들이 허겁지겁 밖으로 나왔고, 헥토르가 보고했다.
“소환학과 3학년 정원 40명 모두 집결했습니다.”
“하하하! 느리군 느려!”
이번에 학생 통제를 맡은 소환학과 교수, 그레리온이 이를 드러내며 시간을 체크했다.
“학과에서 6등이다! 간신히 꼴찌는 면했지만 더 분발하도록!”
“네!”
“시작해라!”
조교들이 3학년들에게 임무서와 전용 통신 수정구를 전달했다. 이미 너무 늦었다. 학생들은 일단 발에 칠흑을 일으킨 채 달리면서 임무 내용과 조원을 확인했다.
시몬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통합 임무 내용은 네 가지.’
간단히 요약하자면 보스전, 중간보스전, 소재 확보, 방어전까지. 이 네 가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복합적인 임무였다.
지직!
그때 통신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비센테 보로메오 온.
-조지프 바르가 온.
-세베릭 우라티스 온.
-기네비어 벤너스 온.
한 조에 다섯 명 구성. 나무를 딛고 날아오른 시몬이 통신 수정구를 입에 대고 말했다.
“시몬 폴렌티아 온.”
곧바로 들썩거리는 환호성이 들렸다.
-오케이! 회장이 우리 조다!
-여기는 기네비어, 회장이 리더를 하면 되겠네. 지시를 내려줘.
워낙 급박한 상황이고, 새벽에 잠깐 임시 조가 되는 것뿐이었다. 네가 리더니 내가 리더니 다툴 틈이 없다.
순순히 리더 직을 받아들인 시몬이 임무서 뒤편의 지도를 훑어보았다.
지도에 각 임무 포인트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번 임무는 3학년 281명이 기숙사에서 출발하는 전교생 단체 임무야. 동기들을 믿고, 다른 학과에서 우리에게 기대할 만한 역할 위주로 수행하자.”
-오케이!
시몬이 지도 한쪽을 살폈다.
네 개의 임무 중에 가장 중요한 ‘알파 포인트’는 여기서 멀리 떨어진 산 근처다. 가장 가까운 거리의 기숙사는 사령학과고, 가장 거리가 먼 기숙사가 소환학과다.
하지만 ‘브라보 포인트’.
이쪽은 금지된 숲 근방이다. 다른 학과에서는 소환학과가 나서서 브라보 포인트의 돌연변이 몬스터를 잡아주길 기대할 것이다.
“우리는 브라보 포인트 먼저 공략할게. 이후에는 교내 방어에 전념하자.”
-양호.
-수신 양호.
281명 전교생이 동시에 새벽에 일어나 로크섬을 배경으로 수행하는 임무.
시몬은 살짝 숨을 돌리고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
달밤 아래로 곳곳에서 나무 위를 뛰어다니는 동기들이 보인다. 묘한 기분이다.
바로 그때.
-다들 들려?
새로운 목소리가 들린다. 시몬이 걸음을 멈추고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보았다.
나무 곳곳에 연결된 교내 전체 방송용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여기는 방송실의 메이린 빌렌느! 학생회와 칠흑역학과가 마법진 해킹으로 방송실을 장악했어! 우리가 본부로서 지시를 내릴게!
“오! 나이스!”
“일 잘하는데?”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번 일은 정보의 수집과 전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휘를 저쪽에서 맡아줄 모양이었다.
-지금 알파 포인트랑 브라보 포인트에 정신이 팔려 있으면 곤란해! 감지 마법으로 살펴보니까 섬 전역에서 몬스터들이 학교로 몰려오고 있어! 학교 결계에 손상이 생기고 몬스터가 들어오면 바로 임무 실패인 거 알지?
메이린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울려 퍼졌다.
-우선 교내 방어부터 확실히 하자! 몬스터들이 오고 있는 방향을 말해줄게! 먼저……!
메이린의 입을 통해 여러 지점의 몬스터 진군 루트가 학생들에게 전달되었다. 이야기를 들은 시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브라보 포인트로 가서 돌연변이 몬스터부터 잡으려 했는데, 하필이면 가장 많은 양의 몬스터들이 금지된 숲을 지나 학교로 몰려오고 있었다.
교내 몬스터의 침입을 허용하게 되어 임무 전체를 실패하게 된다. 금지된 숲에서 가장 많은 몬스터가 온다면, 무조건 소환학과에서 막아내야 했다.
-소환학과는 최대한 버텨줘! 그쪽이 가장 힘들 것 같으니까, 그나마 가장 가까운 마투학과 쪽에서 3개 조 지원 부탁해!
메이린도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본부의 지시를 들은 시몬은 바로 조원 통신용 수정구를 들었다.
“다들 들었지? 다들 기숙사 근처로 흩어져서 학교의 결계를 공격하는 몬스터를 막아줘!”
-수신 양호!
-여기는 기네비어, 그럼 브라보 포인트의 돌연변이는?
시몬이 가볍게 팔을 스트레칭하고는 몸을 굽혔다.
“나 혼자로도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