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2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27화
딕은 바로 다음 날, 로체스트에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하나같이 상단주나 상단주 대리 같은 거물들이었다. 딕이 빌린 작은 식당 2층에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동부와 서부를 잇는 생명줄! 값비싼 향신료와 옷감이 오가는 교역 통상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가 테이블에 손바닥을 탕탕 두들겼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어떤가요? 험준한 산맥에 가로막히고, 사막 초입부를 통과해야 하는 이 위험천만한 동서 교역로! 산적들이 거미줄처럼 진을 치고 있고, 위험한 몬스터들이 바글거리는 곳입니다! 교역에 번 돈을 막대한 물류비로 날리다 보면 손에 들어오는 건 얼마 없죠! 하지만 소모될 여러분의 시간과 돈을 파격적으로 줄일 혜안이 있습니다!”
촤르륵!
딕이 대륙의 지도를 테이블에 펼쳐놓고 손가락 끝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산맥과 사막을 통하지 않고, 비명의 정글을 가로질러 가는 루트입니다! 배에 물건을 싣고 강줄기를 따라 서부에서 동부로 건너간다면 시간은 무려 세 달 이상 절약! 물류비나 경호비 같은 부수비용 절감은 두말하면 입 아프죠?”
“…….”
딕이 흥분해서 침을 튀기며 말하는 것과 달리, 설명을 들은 상인들의 표정은 어딘가 애매했다.
“……이보시오, 딕 헤이워드 사업주.”
한 상인이 한숨을 푹 쉬었다.
“상단들이 지금껏 그걸 몰라서 비명의 정글을 빙 둘러 가고 있었겠소? 수많은 베테랑 모험가들도 그곳을 개척하려다가 몬스터에게 목숨을 잃었는데, 우리가 어떻게…….”
“바로 그 점을!”
딕이 시몬을 향해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키젠의 제7군단장님께서 해결해 주실 겁니다!”
“?”
상인들의 시선이 시몬에게 모여들었다. 시몬은 사전에 들은 대로 웃고만 있었고, 딕이 청산유수처럼 말을 내뱉었다.
“자, 특급 정보! 어디 가서 유출하시면 곤란합니다! 벨하이츠 사태로 그 힘을 증명한 7군단이 비명의 정글을 자신들의 영역으로 삼으려 하고 있습니다!”
상인들이 자기들끼리 바라보았다.
“비명의 정글이…….”
“7군단의 영역이 된다고?”
“바로 그렇죠! 현역 군단이 교역로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어떻습니까!”
그제야 상인들의 얼굴이 한결 펴졌다.
“우, 우리야 군단이 직접 나서준다는 든든하긴 한데…….”
“현실적으로 비명의 정글 개척이 가능하겠습니까?”
“제가 높으신 분들 모셔놓고 괜한 말을 드리는 게 아닙니다! 성과도 있어요!”
딕이 시몬으로부터 들은 스컬윙 체계를 살짝 과장을 얹어서 이야기해 주었다. 상인들은 네크로맨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몬스터를 내쫓는 방법이 그럴듯하게 들렸는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승기를 잡은 딕이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완벽한 거래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컬윙의 특성상 강줄기에 서식하는 몬스터들까지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건 산맥과 사막 초입에 출몰하는 몬스터들에게 습격당해 물품과 인명을 잃는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죠! 그리고 7군단의 영역이니 감히 도적 떼들이 어슬렁거리지도 못할 거구요!”
딕이 제 코를 가리키며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돈 냄새가 솔솔 맡아지시죠? 비명의 정글을 횡단한다는 비상식의 거부감만 깰 수 있다면 이번 일은 대륙 물류의 대혁신입니다!”
“물론 저희야 새로운 교역 루트가 생긴다면 대환영입니다만…….”
한 상인이 딕과 시몬의 눈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군단장께서는 정글의 통행세를 얼마 정도 생각하고 계신지…….”
“아.”
딕이 과장되게 눈썹을 내려뜨리며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 얄미운 표정, 시몬은 저 표정이 상대를 벗겨 먹으려 할 때의 표정이라는 걸 알았다. 잠시 후 딕은 거들먹거리며 상인들이 쓰는 나무 주판을 꺼내 탁탁 튕기기 시작했다.
“글쎄요. 군단장님이 비명의 정글을 개척하겠다는 의무감으로 얼마나 많은 손실을 보고 계시는지 아신다면 다들 놀라겠지요. 으음-”
학교 수업 들으면서 하던 일이, 인류를 위한 대업으로 둔갑되는 순간이었다.
“진짜 마진 없이 깎아서 이 정도 봅니다.”
주판의 내용을 본 상인들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이, 이건……!”
“너무한 거 아닙니까!”
딕이 실실 웃었다.
“계속 산맥과 사막을 통과하느라 귀한 인명 잃고 돈 잃고 시간 낭비하는 것보단 훨씬 낫죠?”
“사, 상도란 게 있지 않소!”
“어허, 군단장님은 상인이 아니십니다! 저는 그 대리일 뿐이구요!”
딕이 특별히 인심 썼다는 듯 주판알 몇 개를 옆으로 뺐다.
“에라, 모르겠다! 지금 확정하신다면 이 가격으로 모십니다!”
“크흠……!”
“제가 가장 신뢰하는 분들이라 이곳에 모신 겁니다. 거절하실 분은 그대로 나가주시면 되겠습니다.”
타악!
딕이 손끝으로 주판을 튕겨서 알들을 흩뜨렸다.
“물론 앞으로 비명의 정글을 교역 루트로 쓰시게 될 일은 없을 겁니다. 시대에 쭈-욱 뒤처지시겠죠.”
상인들이 자극을 받는 포인트가 어딘지 잘 아는 딕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딕은 상인들을 잔뜩 벗겨 먹고 거래를 끝마쳤다.
딕은 투자금을 유치해서 미리 돈을 받으려 했지만, 시몬은 그것만큼은 안 된다며 제지했다.
이내 상인들과의 거래를 마치고 함께 학교로 돌아오며 딕이 말했다.
“아깐 왜 말렸어? 시몬. 돈 받을 거 미리 받으면 좋잖아.”
“아직 그런 거금을 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
시몬이 고개를 내저었다.
“당장 내가 비명의 정글을 정복한 것도 아니잖아.”
“하하! 여전히 조심스럽다니까. 넌 세상에 여섯뿐인 군단장이야! 프로스트 필드랑 데스랜드도 먹었으면서 그런 정글 정도는 껌 아니냐?”
‘음.’
시몬은 생각이 복잡한 얼굴로 눈을 감았다.
군단을 운용하기 위해 자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프로스트 필드에서 발굴되는 마정석에 더해, 통행세라는 거의 영구적인 수입까지 들어온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일이 잘 풀린다. 수월하게 흘러가고만 있다.
그래서 뭔가 경계하게 된다.
‘이대로 순조롭게 끝나면 좋겠는데.’
* * *
시몬은 계속해서 비명의 정글의 영역 확장에 집중했다.
물론 수업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아직 적응기간이 다 끝나진 않았지만, 다음 주부터는 전공과목의 수업이 진행된다는 소식에 시몬도 기대했다. 아론은 과연 어떤 수업을 해줄지 무척 궁금했다.
그렇게 오늘 오후에는 통합수업을 듣고 있는 가운데.
[소년!]피어의 분신이 사념으로 다급하게 말했다.
[알라제의 보고다! 비명의 정글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다!]보고를 들은 시몬의 심장이 철렁했다. 뭔가 터질 게 터졌다는 느낌. 그는 수업을 진행하던 수석조교에게 양해를 구하고 달려갔다.
즉각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비명의 정글로 넘어온 순간.
화르르르르륵!
화르르르륵!
불타는 정글의 모습이 보인다.
“큭!”
후끈한 열기, 그리고 매캐한 연기에 시몬이 인상을 찡그리며 기침했다. 불에 탄 나무가 시몬의 발밑에 떨어지며 잿더미가 튀어 올랐다. 시몬이 얼굴을 가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갑자기 화재?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주위를 휙휙 살폈다. 저 멀리 스컬윙의 둥지가 타들어 가는 모습이 선명히 보인다.
시몬이 불길을 헤치며 그쪽으로 다가가려는 그때.
[배신의 군단.]문득 음산한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는다.
시몬이 즉시 걸음을 멈추고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거구의 누군가가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마디로 존재를 규정하기 힘들 만큼 특이한 외형이었다. 어깨가 옆으로 길쭉하게 벌어진 거구, 그리고 긴 금속 섬유 같은 것을 뒤집어쓰고 있는 괴물.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에 얼굴이 없다. 대신 가슴에 달린 가면이 있었으며, 그곳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시몬은 그것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섬뜩한 칠흑을 감지했다.
‘에이션트 언데드!’
[조심해라 소년!]즉시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피어가 시몬의 몸에 착착 입혀졌다. 파멸의 대검을 치켜든 시몬이 전투태세를 취했다.
[나는 레큘라.]그때 가면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위대한 정점께서 선언하셨습니다.]‘정점?’
크흐흐!
피어의 음침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내 에이션트 언데드가 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비명의 정글은 1군단의 영역입니다.]“!”
척!
척! 척! 척!
시뻘건 불길 속에서 한 무리의 군세가 들이닥치고 있었다. 곳곳에서 스컬윙들이 날아들어 대응했지만 모조리 은색 창끝에 찔리며 쓰러졌다. 비명소리가 어지럽게 울려 퍼진다.
‘1군단이…….’
시몬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레큘라! 1군단의 전설 중 하나로군. 우선 침착해라 소년!]피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진다.
[아직 둥지의 본진이 함락당한 건 아니다! 지금 여기서 1군단의 선발대를 꺾으면 정글을 지킬 수 있다!]그 말을 들은 시몬은 비로소 머리가 냉랭하게 식었다. 대검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다리에 칠흑이 모이며 근육이 팽창한다.
‘간다.’
터엉!
시몬의 몸이 검은 꼬리를 남기며 쏘아져 나갔다. 단숨에 레큘라의 코앞까지 도달한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휘두른 순간.
거구의 레큘라가 뒤로 물러서듯 가볍게 뛰었다.
그녀의 몸이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없던 것처럼 연기처럼 사라지고, 훨씬 거리가 벌어진 후방에 착 내려왔다.
‘안 놓쳐!’
시몬이 재차 따라잡기 위해 다리에 힘을 주려는 순간.
화아아아아악!
갑자기 전면에 불길이 치솟으며 그곳에서 은빛의 창들이 쇄도했다.
“!”
시몬이 급히 허리를 젖혔다. 빛이 응축된 듯한 창끝이 시몬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자르며 앞으로 내뻗어졌다.
‘1군단의 영지병들!’
시몬이 물러나 자신을 공격한 병사들을 살폈다.
불 속에서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그들은 황금빛의 갑주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얼굴은 투구로 보호했고, 눈이 보여야 할 부분은 투명한 유리 같은 것으로 가려져 있었다.
투구 위에는 은색 갈기가 휘날리고 있었다. 하나같이 1군단의 표식이 새겨진 깃발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모습.
열을 세우고 무기를 붙잡은 모습에는 품격과 질서가 느껴졌다. 마치 과거에나 존재하던 고위 귀족의 기사들을 연상케 했다.
‘……군단의 영지전에 일반인들을 끌어들여선 안 될 텐데. 적당히 제압해야 하나?
슈슝!
슝!
이번엔 하늘을 수놓은 빛의 화살이 날아온다.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휘둘러 빛의 화살을 쳐내자, 전면의 창병들이 섬광처럼 일자로 돌진했다.
‘날카로워! 잘 훈련됐다!’
시몬이 인상을 찡그리며 파멸의 대검을 붙잡았다. 이내 강한 힘을 실어 옆으로 휘두르자.
화아아아아아악!
돌풍이 몰아치며 그들을 감싸고 있던 불길이 일순 뒤로 젖혀졌다.
그러나 광풍을 뚫고 한 기사가 시몬의 앞으로 왔다.
‘이 이질적인 기운!’
캉!
시몬이 파멸의 대검으로 그의 창대를 아래로 강제로 내리게 한 다음, 반대쪽 손을 불끈 주먹 쥐었다.
와장창창!
이내 주먹을 휘둘러 쓰고 있던 투구를 박살 냈다. 이내 그를 힘으로 덥석 붙잡고 오른쪽 눈으로 투구 너머의 광경을 응시했다.
“!”
시몬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꿰에에에에에에에엑!
투구 너머의 보이는 얼굴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문드러진 살점, 부패한 냄새, 길고 말라붙은 혓바닥. 그것을 본 시몬은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좀비! 사람이 아니었어?’
갑주를 입은 좀비가 손에서 창을 놓더니, 허리춤의 검을 뽑아내 휘둘렀다. 창과 마찬가지로 빛으로 이루어진 검이었다.
터업!
시몬이 손등을 붙잡아 받아내며 인상을 굳혔다.
‘말도 안 돼! 좀비가 어떻게 이 정도로 사람 같은 움직임을……?’
-Ⳗⴠⴀ!!!
심지어 말까지 한다. 그것이 알아듣지 못할 언어를 외치며 계속 검을 휘둘러 댔다. 어깨의 움직임만으로 피하던 시몬이 뒤로 쭉 물러났다.
오싹한 가정에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이게 고작 좀비 하나의 힘이라면……!’
[소년.]그때 피어가 말했다.
[방금 저 좀비가 내뱉은 말은 멸망한 탈헤른 제국의 탈헤른어다.]‘네? 알아들을 수 있어요?’
[그래! 그리고 방금 한 말은 다음과 같다.]잠시 침묵하던 피어의 말이 이어졌다.
[황제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