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2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28화
황제.
암흑연합에서 그 말은 금기나 다름 없다.
황제의 제국에 대항하던 왕국들이 네크로맨서들과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운 체계가 바로 지금의 암흑연합이기 때문이다.
대륙에 절대권력의 황제는 두 번 다시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암흑연합의 중요한 의의 중 하나다.
그런데.
‘몇백 년 전에 사라진 황제?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다른 누구도 아닌 언데드가 말했어?’
-Ⳗⴠⴀ!!
-Ⳗⴠⴀ!!
황제를 위하여.
황제를 위하여.
과거의 기사를 재현한 듯한 빈틈없는 갑주를 입은 언데드들이, 빛을 극한으로 응축한 창을 질서정연하게 늘어뜨리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동작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힘과 정밀함은 아무리 봐도 언데드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시몬도 마찬가지로 파멸의 대검을 움켜쥐었다.
‘세상 모든 일에 손을 떼고 방관만 하는 것으로 알려진 1군단장. 자신의 영역에서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촤아아악!
시몬의 왼 다리가 크게 앞으로 나왔다. 어깨와 허리, 팔이 자연스럽게 따라 나온다.
‘막는다!’
쩌어어어어어어엉!
저들의 정체가 인간이 아니라 언데드라는 사실이 알려졌으니 거칠 것 없다.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강하게 휘둘러 참격을 날려 보냈다.
참격의 풍압으로 그들의 진형이 크게 무너지고, 시몬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우웅!
웅!
빛이 응축된 화살이 즉각 광풍을 뚫고 날아온다. 시몬은 자유자재로 몸을 틀어 피하며 ‘데스나이트 마법진’을 준비했다.
‘생각보다 진형을 수습하는 게 빨라!’
지금까지 피어의 참격을 날린 방향은 늘 초토화되는 광경만 봐왔는데, 1군단은 달라도 뭔가가 달랐다. 선두의 병사들이 방패를 펼쳐 들고 있었다.
저들의 무구인 빛을 응축한 무기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넓고 투명한 빛의 방패들.
처억! 척!
방패를 든 자들이 앞으로 나와 흐트러진 진형을 갖추고.
철컥!
그 위로 창이 빈틈없이 내세워지며.
우웅!
웅!
빛이 응축된 화살들이 쏟아진다. 그 너머로 1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 레큘라가 비명의 정글의 본진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여기서 발목 잡힐 순 없어! 대장부터 잡는다!’
시몬이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손끝을 세웠다.
쿠르르르!
바닥 옆에 마법진이 펼쳐지더니, 그 옆으로 커다란 비석이 튀어나왔다. 비석에서 흘러나온 안개가 태풍처럼 휘몰아친다.
동시에 품에서 꺼낸 커다란 마정석 덩어리를 공중으로 던진 시몬이 힘껏 외쳤다.
“나와라, 미르미즈!”
이내 안개 속에서 거대한 본 드래곤 머리의 머리가 튀어나와 마정석 덩어리를 덥석 물었다.
꿀꺽 하고 마정석이 목을 타고 흘러가는 동시에 입이 쩌어어억 벌어진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일명 최강의 방구석 드래곤, 미르미즈가 입에서 푸른 화염을 화산처럼 퍼부어댔다. 근처의 병사들이 잿더미가 되어 사라지자, 시몬이 앞을 가리켰다.
“저쪽도 한 발 부탁해! 저기 덩치 큰 녀석!”
[흥, 마정석 하나에 하나의 부탁이거늘. 욕심이 많구나.]그렇게 말하면서도 미르미즈가 목구멍을 뒤로 당기더니 응축된 화염 덩어리를 쏘아냈다. 등을 돌려 걸어가던 레큘라가 그 모습을 보았다.
레큘라가 다시 한번 제자리에서 가볍게 뒤로 물러나듯 뛰었고.
꽈아아아아아아앙!
화염이 그곳에 떨어지며 주위를 폭연으로 뒤덮었다.
시몬이 숨을 고르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그때.
“!”
갑자기 눈 옆으로 눈부신 창끝이 쇄도했다. 시몬이 슬쩍 고개를 꺾자 허공을 가르며 눈 위로 은빛 창의 창대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Ⳗⴠⴀ!!
-Ⳗⴠⴀ!!
사방팔방에서 창끝이 다가온다. 시몬이 부드럽게 몸을 틀어 피하면서 파멸의 대검을 휘둘러 쳐냈다.
‘개문!’
촤르르르륵!
촤르르르르르륵!
두 개의 기다란 촉수 칼날, 오버로드가 일어나 1군단 병사들의 공격을 받아냈다.
시몬은 이어서 아공간을 열고 좀비나 스켈레톤을 보냈지만,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일반 언데드로는 1군단의 병사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같은 병졸이라도 격의 차이가 이렇게나……! 이게 최강의 1군단인가?’
[흥미롭구나.]미르미즈가 팔을 꺼내 마치 사람처럼 턱을 괴었다.
[네크로맨서들이 말하는 망자는 결국 생자를 위한 것일 텐데, 이들은 그것을 다르게 해석하는구나.]“그게 무슨 말이야? 미르미즈?”
[아무래도 좋다. 그보다 오늘의 계약은 여기까지.]스르르-
미르미즈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내 ‘레어’에 볼 책이 떨어졌느니라. 다음에는 마정석도 좋지만 더 많은 유희거리를 가져오거라.]“아니, 잠깐!”
까아아앙!
뭐라고 외치려던 시몬이 다급히 파멸의 대검으로 내려오는 창을 막아냈다. 그사이 미르미즈는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참 강한 건 말도 안 되게 강한데, 너무 돈 많이 들고 통제가 안 되는…… 아!’
두두두두두두두두!
바닥에 진동이 느껴진다.
고개를 돌려보니 이글거리는 불길을 뚫고 코뿔소 형상의 언데드가 돌진해 오고 있었다.
배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갈비뼈를 드러냈지만, 병사들이 입은 것과 비슷한 형태인 갑옷으로 덮여 있었다. 위에는 병사가 타고 있었다.
시몬은 역사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과거 제국에서 주력으로 쓰였던 ‘전차 부대’의 바로 그 몬스터였다.
“후욱!”
시몬이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라 이들의 돌진을 공중으로 피한 뒤.
손끝을 뻗어 코뿔소에 타고 있는 병사 하나를 저주를 쏴서 떨어뜨렸다. 동시에 파멸의 대검을 붙잡고 코뿔소 언데드의 옆구리를 향해 휘둘렀지만.
까아앙!
옆구리를 보호하는 갑주에 불똥이 튀었다. 언데드의 몸통에 깊은 검상을 남기기는 했지만 통으로 베어내진 못했다.
‘금속의 강도가 무슨!’
시몬이 바닥으로 내려온 사이, 더 많은 무장한 코뿔소 언데드들이 시몬을 향해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주위의 병사들도 빛의 화살을 겨누고 있었다.
황제를 위해. 황제를 위해.
망자의 흉악함과 분노가 느껴지지 않는다. 걸음걸이에는 힘과 패기, 동작에는 질서와 품격이 느껴진다. 모든 움직임이 잘 짜여 있다.
몇 번을 생각해도 저건 언데드라기보다는 과거, 무력을 숭상하던 귀족에 가까운 모습이다.
시몬이 숨을 고르고 생각에 잠겨 있는 그때.
캬아아아아아아악!
찢어질 듯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 거의 동시에 하늘에 그늘이 지더니 검은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헥토르!’
악룡으로 변한 헥토르가 하늘에서 주홍색 화염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강력한 화염 폭격에 1군단의 병사들이 휩쓸려 나갔다.
펄럭!
이내 용이 내려오더니 형체가 순식간에 줄어들며 헥토르의 모습으로 변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헥토르가 내지른 주먹에 코뿔소 언데드가 큰 충격을 받으며 휘청거렸다. 다시 용으로 변한 헥토르가 다른 한 코뿔소를 튼튼한 두 다리로 붙잡은 뒤 돌진하는 코뿔소에게 던져 버렸다.
굉음과 함께 코뿔소끼리 부딪히며 둘이 동시에 쓰러졌다.
촤아아아아아아아!
악룡이 한쪽 다리를 지면에 대고 미끄러지듯 다가오더니 순식간에 크기가 줄어들며 헥토르의 형상으로 변했다.
그도 한바탕 싸우고 온 듯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고 있었다.
“역시 반만 남은 인간의 몸뚱이가 허약해 빠진 게 문제군.”
“헥토르!”
시몬이 그를 지나치며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헥토르를 노리고 창을 뻗던 병사 둘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헥토르는 그 모습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6군단의 와이번 주둔지가 파괴되었다. 네놈의 짓이라 생각해서 보복하려고 왔다만-”
처억.
척.
척.
쓰러졌던 코뿔소 언데드들이 다시금 일어서고, 1군단의 병사들이 빠르게 포위망을 갖춰왔다.
“최강의 1군단, 이들의 소행이었나.”
꾸드득.
그의 한쪽 다리가 6군단의 칠흑으로 뒤덮이더니 거대한 용의 발로 변했다. 그것으로 바닥을 움켜쥐듯 강하게 딛고는 몸을 낮췄다.
“상대가 누구든, 내 군단을 건드렸다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터어어어어어엉!
다리를 펴고 앞으로 뻗어나간 헥토르의 몸이 검은 포탄처럼 쏘아져 나갔다. 순식간에 저만치 걸어가고 있던 레큘라를 따라잡아 거대한 오른 팔을 휘둘렀다.
부웅!
레큘라가 뒤로 물러났고 오른팔은 허공을 갈랐다. 레큘라가 한참을 떨어진 곳에서 다시 나타났지만.
[!]시간차 공격.
어느새 헥토르가 발사한 브레스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번 본 기술을 내가 읽지 못할 것 같나.]퍼어어어어어엉!
브레스가 폭발을 일으켰다. 헥토르가 눈을 게슴츠레 뜨고 연기 속을 살폈다.
쿠구구구구!
그러나 레큘라는 멀쩡했다.
반투명한 빛의 방패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스륵.
레큘라가 커다란 로브를 흔들며 손을 들어 올리자, 이번에는 거대한 빛의 창이 그의 손안에 들어왔다.
[1군단장에게 전해라.]후웅!
고공비행으로 거리를 좁힌 헥토르가 혜성처럼 레큘라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며 말했다.
[남의 영역을 공격했다면, 공격당할 각오도 하라고.]까아아아앙!
헥토르의 발톱과 레큘라의 창이 부딪히며 대기가 깨져 나가듯 뒤흔들렸다. 두 힘이 중앙에서 격돌하는 그때 레큘라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네 몸에 있는 것이 보인다. 헥토르 무어.] [!]헥토르가 인상을 확 구겼다.
[이제 곧 뒤질 새끼가.]콰콰콰콰콰콰!
그가 등 뒤로 보낸 왼손에 칠흑이 빠르게 응축되었다.
[뭘 아는 척 지껄이나!]헥토르가 손에 뭉친 칠흑을 내리그어 폭발을 일으켰다. 이번에도 레큘라는 뒤로 물러나는 것으로 피했다.
그가 폭발 반경에서 한참을 떨어진 곳에 도착하기 무섭게.
[!]섬찟한 감각을 느낀 레큘라가 등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시몬이 그녀의 등 뒤에 착 붙듯 나타나 있었다.
‘짧은 거리라면!
시몬이 허리를 돌리며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구해야 할 대상이 없어도 가능해!’
쩌어어어어어어어어엉!
파멸의 대검이 직접 레큘라의 허리를 자르며 지나갔다.
[!!]레큘라가 쓰고 있던 탈이 흔들렸다.
하반신에서 떨어져 나와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 레큘라의 상반신이 바닥에 떨어져 뒹굴었다.
“코어는 일부러 피했어.”
처억.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어깨에 짊어진 채 말했다.
“허튼짓은 하지 않는 게 좋아. 1군단의 침공에 대한 이유를 들어볼까.”
[…….]가만히 엎어져 있던 레큘라의 두 눈에 일순 칠흑이 번뜩였다. 시몬의 머리 위에서 빛의 창이 형성되려는 순간.
푸우우욱!
등 뒤에서 나타난 검이 가슴의 코어를 꿰뚫었다.
은빛 갑주를 입은 언데드, 시몬의 데스나이트가 기다렸다가 검으로 꿰뚫은 것이다.
“허튼짓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냉랭하게 내뱉은 시몬이 손짓했다.
“베어버려, 데스나이트.”
콰아아아아악!
데스나이트가 그대로 코어째로 머리까지 베어냈다. 레큘라의 몸에서 장밋빛 꽃잎이 터져 나왔다.
칠흑 반응이 사라진 걸 확인한 시몬이 물었다.
“피어, 진짜 레큘라가 맞을까요?”
[크흐흐흐! 레큘라라면 1군단의 전설 중 하나다. 당연히 에이션트 언데드 특유의 분신이었던 것 같다만.]피어의 안광이 일자로 길쭉하게 번뜩였다.
[심상치 않군.]처억!
척!
처억! 척!
1군단의 병력이 주위를 점점 더 포위하고 있었다.
시몬과 데스나이트가 검을 붙잡고 앞으로 걸어갔고, 헥토르는 하늘에서 나타나 화염을 일으켰다.
“좋아요. 어디 누가 이기나.”
달칵.
시몬이 통신 수정구를 들어 올렸다.
“끝까지 한번 해보죠. 알라제?”
[본거지 피어의 유적과 비명의 정글 연동 완료.]알라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7군단 본대 도착까지 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