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3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31화
“이 가방을 열면 비밀 엄수 지침에 동의하게 되네. 빠질 기회는 지금뿐일세.”
알레이스터의 그 말에, 소환학과의 학생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붉은 서류 가방에서 임무서를 꺼내 들었다.
알레이스터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자신도 문서를 펼쳤다.
“브리핑을 시작하기 앞서 정보의 출처부터 말해야겠군. 최근 대륙을 발칵 뒤집었던 벨하이츠 사태의 주범이자, 스스로를 ‘구원자’라는 이름으로 자칭하는 결사의 간부.”
고요하지만 날 선 목소리가 강의실에 울려 퍼졌다.
“아락무라드로부터 얻어낸 정보일세.”
“!!”
모든 학생의 눈길이 일순 시몬에게로 향했다. 에슈가 ‘오~’ 하고 입 모양으로 감탄하며 팔꿈치로 장난스럽게 툭툭 쳤다가 아론의 시선을 받고는 자세를 고쳤다.
‘그러고 보니.’
시몬은 로레인이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아락무라드는 우리가 로크섬으로 데려가려 할 즈음에 머리에서 펑 소리가 나면서 백치가 되어버렸어.
-그래도 뇌사로 모든 부분이 마비되는 것까진 막아냈다고 하니까. 본부 직원분들이 어떻게든 추가 정보를 끄집어내고 있어.
온갖 고생을 하며 붙잡은 아락무라드에게서 나온 황금과도 같은 정보.
시몬은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다음 브리핑을 기다렸다.
“아락무라드는 결사가 계획하고 있는 다섯 가지 흉계(凶計)를 털어놓았네. 키젠 본부에서는 그중 하나를 소환학과 3학년 학생들에게 맡길 생각일세. 뇌사가 진행되는 도중이라 올바른 문장과 낱말을 구사하진 못했지만 그가 말한 핵심 단어는 두 가지.”
알레이스터가 입을 열었다.
“하늘로 올라간 짐승의 왕, 그리고 중동(中東).”
모호한 단어의 나열에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알레이스터가 다시 문서를 읽었다.
“하늘로 올라간 짐승의 왕이라 함은, 고문과 역사서에 기록된 9급 위험도의 몬스터 ‘베히모스’를 뜻하는 말이 거의 확실하다고 하더군. 그리고 ‘중동’은 중립지대의 옛 지명일세. 즉, 아락무라드가 내뱉은 말들의 연관성을 고려하면 결사는 중립지대에서 베히모스와 관련된 어떤 사태를 계획하고 있다. 정도로 해석해 볼 수 있겠지.”
학생들이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현장에게 나가 있는 키젠의 협력자들이 조사를 시작했네. 다음 장을 봐주겠나?”
촤라락.
촤락.
학생들이 서류 넘기는 소리가 강의실 주위를 가득 메웠다.
“인류가 알아낸 베히모스의 이동 경로를 표시해 보았다네. 더 큰 그림으로 보여주지.”
알레이스터가 손짓하자, 테이블에 있던 지도가 날아올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칠판에 달라붙었다.
검은색으로 표시된 암흑연합의 영토와, 흰색으로 표시된 신성연방의 영토, 그 중간의 접경 지역인 붉은 영토, 중립지대가 보인다.
“베히모스의 주요 활동 장소는 하늘일세. 대륙의 해역 위 상공을 빙빙 떠돌아다닌다고 하지.”
알레이스터가 지휘봉으로 대륙 밖의 바다를 가리켰다.
“다만 1년에 1~2회 정도 대륙의 육지로 향하는데. 가장 빈번하게 접촉하는 곳이 바로 대륙의 중립지대일세.”
분필이 베히모스의 이동 경로를 지도에 표시했다. 가장 많이 겹치는 구간이 바로 이 붉은 영토, 중립지대에 집중되어 있었다.
“베히모스가 중립지대를 방문하는 이유는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산란’을 위해서라는군. 알을 낳으려 육지로 들어올 때 베히모스가 발생시키는 사망자는 매해 수백 명에 이르고, 막대한 재산 피해도 일어난다네. 한때는 도시 하나를 지도에서 지워 버린 적도 있는 흉악한 생체병기일세.”
알레이스터가 천천히 팔을 늘어뜨리며 말을 이었다.
“결사가 이 몬스터에게 접근했다는 건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지.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들어. 자네들이 이번 일을 조사해 주게.”
예!
학생들이 결연한 목소리로 외쳤다.
알레이스터가 눈을 감았다.
“베히모스 중에서도 강한 개체는 무려 위험도 9급의 몬스터. 제대로 사냥하려면 긴 시간과 자금,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감수해야 하네만-”
그가 게슴츠레 눈을 떠서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아론을 바라보았다.
“굳이 소환학과에서 베히모스를 잡아서 언데드로 만들겠다고 하니…… 겸사겸사 그대들에게 이번 일을 맡기는 걸세.”
아론은 팔짱을 낀 채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브리핑은 이상일세. 더 자세한 사항은 해당 문서를 참고해 주게.”
“고생하셨습니다!”
알레이스터의 브리핑이 끝났다. 이내 그가 아론을 보며 복도 밖으로 손짓하자, 아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학생들에게 말했다.
“다음 쉬는 시간까지 조용히 자습하고 있도록.”
이내 아론과 알레이스터, 두 사람이 강의실 밖으로 나왔다. 알레이스터가 피곤한 눈으로 말했다.
“……매번 살얼음판 위를 걷는 방식을 선호하는군, 아론 교수.”
아론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학창 시절에도 자네는 그런 성격이었지. 불안하지만 실적은 내고 있으니 본부의 입장에선 할 말이 없네. 이번 2학년들의 학과 선정식에서도 소환학과의 정원이 가장 먼저 찼다지?”
“운이 좋았습니다.”
알레이스터가 눈을 감았다.
“그 성과에 만족할 줄 알았지만 한술 더 뜨는군. 명심하게, 일이 잘못되면 자네가 지금까지 이루었던 모든 업적들이 부정당할 걸세. 자네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원로들이 주시하고 있어.”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아론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단독으로 군단장을 둘이나 보유하고 있는 학과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도록 하겠습니다.”
* * *
다음 날 새벽.
“후욱! 후욱!”
“하아!”
최근에 빈도가 다소 줄어들었던 비상 신호가 터졌다. 학생들은 이제는 익숙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행히 오늘은 3학년 전교생의 집결 시간만 체크하고 시뮬레이션 임무는 생략하기로 했다. 키젠에서도 나름대로 학생들의 컨디션을 신경 써주는 모습이었다.
대신 일반적인 체력훈련으로 넘어갔는데, 학생들은 학과끼리 모여서 새벽 구보를 시작했다.
“피곤해애.”
사령학과 무리, 체육복 차림의 신디 비바체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들을 인솔해서 달리고 있던 유령함대의 엘리사가 힐긋 고개를 돌렸다.
“……신디, 너. 다리 아래 혼령화 건 거 다 보이거든.”
“아, 들켰네.”
허공에 둥둥 떠서 달리고 있던 신디가 하는 수 없이 혼령화를 풀고 제 다리로 달렸다.
“그건 그렇고.”
신디가 고개를 들어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학생들의 등을 바라보았다. 다른 코스로 달리는 마투학과를 제외하고, 함께 달리는 6개 학과 중에서 압도적인 선두로 달리고 있는 학과.
“쟤네 뭐 잘못 먹었나? 왜 저렇게 힘이 빡 들어갔대?”
바로 소환학과였다.
그들은 늦은 새벽부터 있는 힘껏 달리고 있었다. 오버페이스라서 금방 나가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한 명도 뒤처지지 않았다.
다른 사령학과의 동기들도 한마디씩 이야기했다.
“뭐 동기부여 할 거리라도 생겼나 봐!”
“학과 선정식 대박 터져서 그런 거 아냐? 쟤들이 좋은 2학년들 싹 쓸어 갔잖아.”
“그건 아닐걸. 내가 소환학과에 친구 있어서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는데, 엄청 으스대면서 ‘기밀’이라고 하더라구.”
아론이 이끄는 소환학과의 기행이야 워낙 유명했기에, 소문만 무성하게 돌았다. 심지어 국경을 넘고 신성연방까지 넘어가서 팔라딘의 시체를 가져와 데스나이트를 만든 건 거의 키젠의 새로운 전설 취급이었다.
그렇게 여러 학과 학생들이 뜬구름 잡는 소문만 이야기하고 있을 때, 소환학과 학생들은 달리면서도 뭔가를 꺼내 읽고 있었다.
“이게 글자야 지렁이야?”
“대륙어랑 너무 달라서 모르겠어.”
브린어 공부.
아침 새벽 가릴 것 없는 살인적인 스케줄에 다른 학과는 아직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소환학과 학생들은 다들 벌써 시작하고 있었다.
그때 에슈와 토토가 중얼거리던 소리를 들은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나는 브린어 중급 정도의 수준은 된다.”
“진짜? 역시 잉겔스 가문이네!”
“우리한테도 알려줘! 피츠! 같이 스터디 만들어도 돼?”
피츠제럴드를 중심으로 한 스터디도 형성되었다. 당연히 시몬도 참가하기로 했다.
그렇게 새벽 트레이닝이 끝나고, 학생들이 하나둘 비틀거리며 쪽잠이라도 자려고 기숙사로 돌아갔지만, 시몬은 도서관부터 들렀다.
도서관 옆의 빈 회의실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가, 아침이 되어 도서관 문이 열자마자 안으로 들어갔다.
“이거 전부 대여할게요.”
전부 베히모스에 관한 책들이었다. 다른 학생들을 위해 전권을 빌린 건 아니었고, 딱 필요한 것 위주로 선택했다.
도서관 사서가 웃음을 흘렸다.
“아침 일찍 부지런하시네요. 학생회장님.”
“조금 더 많이 알고 싶어서요!”
시몬이 눈을 반짝였다.
“아, 기밀과 관련된 사안일 수 있으니 대출 기록은 비공개로 부탁드립니다.”
“물론 협조해 드려야죠.”
그렇게 시몬은 도서관에 갔다가 기숙사 트리하우스에 돌아왔다. 지금 자봐야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기에 시몬은 바로 책을 펼쳐서 읽었다.
-삐융!
어린 라미아가 시몬의 머리 위로 폴짝 올라와 책을 훑어보았다.
그러다 책 내부에 거대한 ‘베히모스’의 삽화를 보고는 깜짝 놀랐는지 ‘삐뷰븅!’ 하면서 시몬의 어깨 뒤로 샥 숨었다.
“아하하! 놀랐어? 곧 이거 잡으러 갈 거야.”
-뺘유웅!
“도와주겠다고? 고마워.”
시몬은 가볍게 라미아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눈을 빛냈다.
황천고래의 기반이 되는 ‘데이모스’와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비행 거체 몬스터, 베히모스.
시몬은 삽화에 나오는 베히모스에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
* * *
3학년 적응기간 중반부터는 오전 수업에 ‘전교생 통합수업’을, 오후에는 전공수업을 진행하는 형식으로 변경되었다.
중대한 임무가 있는 소환학과는 어느 때보다 바빴다.
“군집체 마법의 핵심 룬어는 이쪽이다.”
아론은 둘째 날 수업부터 칠판에 ‘브린어’를 사용하며 강의했다. 사실 학생들은 내심 첫날부터 브린어를 공부한 자신이 대견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론은 그게 당연한 거라는 듯 브린어로 수업을 시작한 것이다. 학생들의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타악.
분필로 방점을 찍은 아론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뭘 그런 눈으로 보고 있지? 이 정도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준비 부족이다.”
학생들은 그제야 조금 더 정신을 차리고 수업을 들었다.
아론이 말한 베히모스 사냥을 위한 전제인 다섯 가지.
남은 적응 기간 동안 그 전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임무에 참가하지도 못하고 베히모스를 손에 넣을 수도 없다.
그리고 이건 1급 기밀인 빨간색 문서의 임무이므로, 기밀 유지 의무가 있다.
참가하지 못한 학생은 임무 지역에 가지 못하고 다른 임무도 수행하지 못한 채 학교에 갇히듯 남아서 키젠 본부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베히모스를 만들지 못하는 것도 큰 리스크다.
즉 3학년 학기 시작부터 완전히 꼬이게 되는 셈, 그리고 아론은 모든 것을 알고 일을 벌였다.
“방학 동안 머리에 녹이 슬었다면 반성해라. 데스나이트 제작을 위해 신성연방과 그랜드포지에서 생고생하던 걸 잊었나?”
쓰윽.
아론이 분필을 세웠다.
“그때 이상일 거다. 죽을 각오로 따라오도록.”
채찍이 있다지만 당근도 있다.
그리고 그 당근의 크기는 어마어마하다.
학과생들이 입을 모아 외쳤다.
“네!”
1급 임무와 베히모스 사냥까지, 이제 불과 2주도 남지 않았다.
시몬도 눈을 빛내며 깃펜을 들어올렸다.
‘나만의 베히모스,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