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3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33화
“뭐가 문제인지 알겠구나.”
시몬의 이야기를 들은 진이 싱긋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명령 방식의 문제이니라. 평소 군단장으로서의 네 지휘를 생각해 보거라.”
“네?”
시몬이 잠시 팔을 내리고 생각에 잠겼다.
-[돌격하라.]
-[전진!]
피어의 본 아머를 입고, 파멸의 대검을 앞세우며 내리던 명령들이 머릿속에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 명령에 해일처럼 뭉쳐서 적진을 향해 쏟아지는 군단의 언데드들까지.
“……뭔가.”
시몬이 땀을 삐질 흘렸다.
“무작정 돌격 명령만 시킨 느낌이네요.”
“그래. 군단학 수업에서도 느꼈지만, 네가 일순 쏟아내는 명령의 절대력은 언데드에게 있어 파괴적인 수준이니라.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내팽개치고 오로지 그 명령을 따르기 위해 몸을 불사르지.”
진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게 네 강점이자 7군단의 저력이라는 점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병력의 힘만으로는 꺾을 수 없는 상대도 나타날 것이다. 디테일한 명령을 내리는 것도 익숙해져야 하느니라.”
‘병력의 힘만으로 꺾을 수 없는 상대.’
느꼈다.
벨하이츠에서 만났던 결사의 구원자, 아락무라드의 전투에서.
-하지만 가만히 지켜보니 기세가 좋을 뿐, 힘과 병력에 심취해 머리를 쓰려는 자가 없었습니다.
좀비집사도 분명 그렇게 말했었다.
결국 그 전투 자체는 5군단 출신의 좀비집사와 알라제가 지략과 기술을 쥐어짜 내 흑색 나무에 불을 붙일 방법을 알아내고, 생존자들을 포섭해서 도시 전체의 나무에 불을 붙이고, 톨이라는 제보자의 도움으로 아락무라드의 생성 기지를 파괴한 덕분에 이겼다.
순수한 힘으로 이긴 전투는 아니었다. 언데드들을 뭉쳐서 돌격시키면 아락무라드의 광범위 공격에 죄다 갈려 나갔으니까.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던 시몬이 머리를 긁적였다.
‘군단의 힘만 쓰면 머리가 뜨거워져서 문제라니까.’
평소 키젠에서 결투평가를 비롯한 각종 시험 때 시몬이 보여준 모습은 스마트하고 디테일했다. 하지만 피어만 입고 군단만 거느렸다 하면 힘과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었다. 모조리 쓸어버리고 싶어서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그런 게 있었다.
하지만 통제력을 갖춰야 한다. 자제심 또한 갖춰야 했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그리고 결사나 1군단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이런저런 생각이 든 모양이군.”
진이 픽 웃으며 시몬의 머리를 쓰다듬듯 헝클어뜨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니라. 공격과 전진이 다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느냐?”
“네!”
시몬이 앞으로 나왔다.
그러곤 쪼그려 앉은 뒤 군단화된 무리아귀에게 명령했다.
‘지금 이 자리가 네 영역이야.’
군단학 수업에서 배웠던 것을 응용한다.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고 저 적을 공격해.’
잠시 혼란에 빠진 무리아귀가 몸을 비틀비틀 흔들었다.
당장 불가능해 보이는 명령.
하지만 시몬은 명령의 세기를 조절했다. ‘영역에 벗어나지 않는다’는 강한 명령으로, ‘저 적을 공격하라’는 약한 명령으로 부여했다.
즉, 무리아귀가 판단할 여지를 주었고.
쩌억.
그렇게 되면 언데드는 자신의 습성을 활용하게 된다.
무리아귀가 입을 벌려 작은 개체들을 보내 목표물인 모형체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몬이 손뼉을 쳤다.
“됐다!”
시몬이 진을 홱 돌아보았다.
“됐어요 대공! 아, 아니! 진 교수님!”
훗.
진이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아귀를 만지작거리며 즐거워하는 시몬의 모습에서 일순 요나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윽.’
그녀가 잡생각을 털어내듯 붕붕 고개를 휘저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게 이리도 간사하다니.’
그렇게 진의 지도를 받은 시몬이 성공한 사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
헥토르도 여전히 군단형 무리아귀를 컨트롤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군단장으로서 명령이 너무 강한 시몬과는 다른 문제였다.
군단화가 된 언데드가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
‘반쪽짜리의 명령은 거부한다, 이건가.’
이를 빠득빠득 갈던 헥토르가 진정하듯 눈을 한 차례 감았다. 한번 섭정의 휘하였던 6군단 휘하의 언데드나 협곡의 언데드는 문제없지만, 그 밖의 다른 언데드는 가끔 군단화를 하면 이런 식이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론이 입을 열었다.
“너무 무리하지 마라, 헥토르 무어. 쉬었다 하도록.”
“조금.”
헥토르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눈을 떴다.
“근본적인 의문이 생겼습니다.”
아론이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닥했다.
“지금 우리가 배우고 있는 건 ‘군집체’입니다. 군집체는 하나의 개체를 사념으로 조종하는 것으로 다수의 개체를 조종하는 데 그 효용이 있습니다.”
“그렇다.”
“일반 네크로맨서들에게 군집체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군단장의 입장에서, 군집체 언데드를 꼭 군단화시켜서 데리고 다녀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아론이 밝힌 이유 중 하나는, 군단장과 군집체가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도 군집체가 움직여 병력을 실어나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헥토르의 6군단은 대부분 비행체인 경우가 많았기에, 반드시 실어나를 이동 수단이 필요하진 않았다.
아론이 눈썹 사이를 어루만졌다.
“포기하겠단 거냐? 헥토르 무어.”
“그건 아닙니다만, 의문이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제게는 조금 더 동기가 필요합니다.”
아론의 눈이 게슴츠레 떠지며 시몬 쪽을 응시했다.
시몬은 1학년 초부터 군단장이었다. 군단장이라면 배울 필요가 없어 보이고, 무의미해 보이는 모든 소환학 기술을 섭렵해 왔고, 끝내는 자신보다 한참 앞서 있던 매그너스의 5군단까지 쓰러뜨리고 흡수했다.
하지만 이제 6군단이 된 헥토르 무어.
벌써부터 이유를 찾는 것인가. 꾸짖을 생각은 없다. 사실 네크로맨서의 성향을 생각한다면 시몬이 비정상으로 건실한 거고 의문을 제기하는 헥토르가 보통이다. 둘의 마인드의 차이가 나는 건 그저 개인의 성향 차이다.
‘혹은.’
그의 시선이 헥토르의 교복 셔츠 너머로 검게 물든 살갗으로 향했다.
헥토르 무어는 초조해 보인다.
마치 시간이 얼마 없는 시한부처럼.
아론은 한 차례 더 눈을 감았다.
“동기가 부족하다면 진실을 말해줘야지 않겠느냐, 아론 교수.”
그때 진이 저벅 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그 옆에는 시몬도 있었다.
“그대가 무슨 생각으로 군단형 베히모스를 가르치고 있는지.”
“…….”
처억.
진이 손끝을 세워 들자, 그녀의 아공간에서 새하얀 거구의 스켈레톤이 튀어나왔다.
북부의 네임드 몬스터로 만든 거인 스켈레톤이었다. 그것은 양손으로 투박한 언월도를 쥐고 있었다.
가슴 부근에 칠흑 코어가 일렁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틀림없는 군단형 언데드였다.
스윽-
진이 손끝을 내리자, 사념으로 명령을 받은 스켈레톤이 앞으로 전진하며 마구잡이로 언월도를 휘둘러 댔다.
파괴력은 있었지만, 생전에 도구를 잘 다루는 몬스터가 아닌지 거인 스켈레톤의 동작은 어눌했다.
“군단장은 군단형 언데드가 기본이고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만, 군단장 직속. 즉, 자신과 함께 싸울 언데드들은 소환형으로 두는 경우가 많느니라. 그 이유를 알고 있느냐.”
헥토르가 답했다.
“군단형이 간접적으로 군단장과 연결된 느낌이라면, 소환형은 직접적으로 연결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념으로 디테일한 명령을 부여할 수 있으며 장송이나 복원기 등 까다로운 기술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정답이다.”
처억.
그때 진이 팔을 옆으로 쭉 뻗었다.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은 거인 스켈레톤이 있는 방향이었다.
“그럼 이건 어떠하느냐.”
처억!
그러자 거인 스켈레톤이 걸음을 한 차례 멈추더니 갑자기 자세가 바뀌었다. 다리를 적당히 넓히고 양손으로 틀어쥔 언월도에 힘을 조금 더 빼는 자세를 취하더니.
스릉! 스릉! 스응! 스릉!
부드럽게 검을 휘두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시몬과 헥토르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검술!’
틀림없는 북부에 전해 내려오는 검술이었다.
심지어.
살랑-
나무에 떨어지는 나뭇잎을 포착한 스켈레톤이 일순 자세를 수정하더니.
촤아아아아악!
부드럽게 휘둘렀다.
나뭇잎이 완벽하게 반으로 갈라졌다.
‘군단형 언데드가 직접 네크로맨서와 연결된 소환형 언데드, 그 이상의 움직임을 보였어.’
시몬의 시선이 언데드의 가슴 쪽으로 향했다.
코어의 흐름이 약하게 뛰고 있고, 칠흑은 두개골 쪽에서 느껴지고 있다. 두개골 내부에서 칠흑의 흐름이 강하게 요동치고 있다. 이건 즉.
“설마!”
“그래, 군단형 언데드에서 소환형 언데드로 전환한 것이니라. 군단장이 원할 때마다 자유자재로 전환이 가능하지.”
진이 팔을 내렸다. 그러자 다시 스켈레톤의 동작에 날카로움이 없어지고 투박하게 검을 휘두르며 걸어갔다.
“간단해 보이지만 가슴의 군단형 코어, 두개골에 소환 마법진, 완전히 성향이 다른 두 가지 명령 체계를 동시에 적용하는 언데드의 개발.”
그렇게 말한 그녀가 아론을 응시했다.
“이걸 너희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대공인 나를 실험 도구로 얼마나 부려먹었는지 너희들은 모를 것이니라.”
“……그 점은 미안하게 됐습니다.”
아론이 조용히 말했다. 시몬은 다시 보는 눈으로 아론을 바라보았다.
‘아론 교수님……!’
아론의 커리어는 늘 후배인 바힐에게 밀리는 처지였다.
재능의 크기도 바힐이 더 거대했다. 바힐은 군단 언데드의 칠흑을 이용해 사용하는 ‘군단 저주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만들어낼 정도였으니까.
이 저주를 쓰게 되면 언데드는 그저 탄환이고, 군단은 대형 저주를 사용하는 집단이 된다. 군단의 기본을 부정하는 학문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아론도 지지 않았다. 군단의 단점, 일반 네크로맨서로서 보이는 그것을 보완할 방법과 더 강화할 방법까지.
시몬은 살짝 감격에 몸을 떨었다.
“실례했습니다.”
스으.
헥토르도 더 군말 없이 자리에 걸터앉아 무리아귀를 다루는 모습이다. 진과 아론이 시선을 교환하고는 희미하게 미소 짓는 모습이 보인다. 시몬도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더 열심히 해야지. 교수님들의 열정에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시몬이 천천히 손바닥을 주먹 쥐었다.
이상적인 관계의 학생과 교육자는 서로를 성장시킨다.
* * *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전교생 통합 훈련은 거의 마무리되어 갔고, 관련 행정이나 워게임 등 학생들은 전술적인 부분도 보강했다.
이제 곧 적응기간도 끝난다. 소환학과 전체가 베히모스를 잡기 위해, 그리고 결사의 다음 계획을 조사하기 위해 중립지대에 들어가게 된다.
시몬도 바쁜 하루하루를 보냈다. 세르네와 만나 가휀의 말을 이야기해 주었고, 그가 맡긴 아티팩트도 건네주었다.
신성방어학 교수 파라한과도 만남을 가지고 신성연방에서 있던 이야기를 해주는 등 주변의 사람들도 챙겼다.
열정 넘치는 소환학과 학생들은 아론이 말한 다섯 단계를 힘겹게 따라갔다.
그리고.
“토토 아모리 학생, 합격입니다!”
마지막 주자인 토토를 기점으로 전원 합격.
40명 모두 베히모스를 손에 넣을 준비를 마쳤다.
-내일 새벽에 출발하겠다.
드디어 새로운 임무이자, 수업.
베히모스 사냥이 시작된다.
* * *
소환학과 기숙사.
세르네가 책상에 앉아 턱을 괴고 있었다.
그녀의 책상 위에는 시몬에게 건네받은 가족들의 사진, 그리고 가휀의 아티팩트가 하나 놓여 있었다.
달칵.
그녀가 손에 마나를 실어 아티팩트를 작동시켰다.
그러자 굳게 달린 몸체가 열리더니 흐릿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내 소중한 딸아, 네가 태어난 날에 나와 네 아빠는 세상을 얻었단다.
세르네를 낳은 생모(生母)가 들려주는 이야기.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물기가 가득했다. 아무래도 헤어지기 직전에 기록한 것 같았다.
세르네는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잘 지내렴, 우리 아가. 네가 큰 모습을 보지 못해서 아쉽지만, 어디에 가든 어떤 사람이 되든 엄마 아빠는 늘 응원할게.
-사랑한다. 엄마가.
딸칵.
이야기가 끝나고 아티팩트는 임무를 완수했다는 듯 완전히 분해되었다.
그녀는 분해된 아티팩트의 바닥에 들어 있는 작은 녹색의 보석 하나를 꺼냈다.
가만히 그것을 들여다보던 그녀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과연, 그런 거네.”
스르르르.
스르르.
그녀의 감정에 반응하듯 주위의 대기가 파르르 떨렸다.
“엄마, 정말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되든-”
그녀의 얼굴에 살짝 그늘이 졌다.
“끝까지 응원해 줄 거야?”
세르네가 서서히 몸을 일으키려는 그때.
사락.
그녀의 주머니에서 작은 쪽지 하나가 떨어졌다. 시몬의 필체였다.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 이야기해줘.]그녀는 잠시 우두커니 있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 쪽지를 들어서 책상에 얹었다.
“하늘섬에 오를 운명.”
그녀가 후. 하고 바람을 불었다. 앞머리가 가볍게 휘날렸다.
“그리고 시몬과 함께할 운명인가.”
베히모스 임무 전날.
세르네는 여운에 젖은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