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3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34화
소환학과 기숙사.
시몬의 트리하우스.
‘드디어 오늘이구나!’
창밖으로 올빼미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숲의 새벽, 시몬은 여행 가방을 챙기며 들뜬 기분에 빠져 있었다.
드디어 오늘, 3학년 커리큘럼의 ‘적응기간’이 모두 끝났다. 이제 키젠의 일원으로서의 최상급 정규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일단 대부분의 학생들은 로크섬에 남아 수업을 들으며 신중하게 나설 임무를 고르는 추세였다. DMAT 대비도 해야 하고, 3학년 커리어의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꿰고 싶을 테니 임무를 신중히 선택해서 나쁠 게 없었다.
하지만 파란의 소환학과.
이들은 학과생 전원이 오늘 바로 ‘단체 임무’에 나선다.
“너도 기대되지? 라미아.”
-삐융!
라미아가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시몬의 머리 위로 폴짝 올라왔다. 이내 한 바퀴 빙 돌며 가방 안에 쏙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했다.
시몬은 든든하게 챙긴 짐을 아공간에 넣은 뒤 트리하우스를 나섰다. 아직 어두운 새벽이지만 드문드문 마력 조명이 매달려 있었다.
촤아악!
이제는 이 장소가 익숙해졌다. 나무의 경사면을 따라 두 발을 붙이고 이동하다가 낭떠러지 구간이 나오면 가뿐히 점프했고, 지름길인 넝쿨을 붙잡고 내려오기도 했다.
그렇게 기숙사 옥상에 도착하여 건물 내부에 들어왔다.
“안녕 회장!”
“안녕!”
인사해 주는 동기들에게 마찬가지로 반갑게 인사한 시몬이 기숙사 계단을 끝까지 내려와 로비에 도착했다.
이번에는 2학년들이 반겨주었다.
“학생회장 선배님!”
“첫 임무 잘 다녀오세요!”
왁자지껄한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이 늦은 새벽에 잠옷 바람의 2학년들 몇몇이 로비에 나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시몬이 쓰게 웃었다.
“설마 너희들, 응원하려고 아직도 안 자는 거야?”
“네! 이거 받아주세요!”
2학년 학생이 다가와 예쁘게 포장된 다과 세트를 내밀며 배시시 웃었다.
“330기들이 돈을 모아서 선물을 준비해 봤어요!”
“무사히 돌아오세요!”
시몬은 살짝 뭉클한 감정을 느끼며 그것을 받아들였다.
‘우리는 2학년 때 이런 거 선배들한테 안 해줬는데.’
어쩔 수 없긴 했다. 당시 2학년이었던 329기는 3학년들에 대한 반감이 어마어마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2학년들은 다르다. 아마도 악명 높은 ‘신고식’이 생략되고, 3학년과 2학년의 정서적 거리감이 가까워진 덕분에 생긴 일이리라.
좋은 영향력은 좋은 일들을 도미노처럼 파생시킨다. 앞으로도 이렇게 좋은 일들만 가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시몬은 후배들이 챙겨준 간식을 품에 넣고는 웃었다.
“고마워, 다녀올게.”
“잘 다녀오십쇼!”
“꺄아아악! 회장 선배님 웃으셨어! 웃으신 거 맞지?”
시몬은 한결 가벼워진 걸음걸이로 기숙사 밖에 나왔다.
옹기종기 서 있는 3학년 동기들이 들뜬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피츠제럴드는 벌써 초코바 하나를 까먹고 있었다.
“늦다, 시몬 폴렌티아.”
그리고 옆 가고일 동상에 앉아 팔짱을 끼고 있는 학과총대표, 헥토르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또한 옷을 껴입은 채 가방을 여러 개 챙겨둔 모습, 준비를 철저히 한 모양이다. 시몬이 빙글빙글 웃었다.
“헥토르.”
“?”
“이번 임무, 잘해보자.”
헥토르는 피곤한 듯 눈가를 비비며 손목을 휘휘 내저었다. 시몬은 웃는 얼굴로 지나쳐 갔고, 오른팔인 피에르 버클러가 헥토르 대신 시몬의 이름을 체크했다.
“시몬!”
“어서 와! 조장!”
에슈와 토토가 시몬을 발견하자마자 웃는 얼굴로 반겨주었다.
뭔가 신경전을 나누는 것 같던 로레인과 세르네도 멈칫하더니 긴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왔다.
“어서 와. 시몬.”
“좋은 아침이에요~ 시몬.”
시몬은 두 사람에게도 손을 들어 인사하고는 일행에게 합류했다. 그러다 저 옆에 혼자 멍하니 있는, 이질적으로 머리카락이 하얀 소년이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이 소리 내어 말했다.
“안녕! 화이트!”
그러자 화이트가 천천히 시선을 움직여 시몬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한 차례 끄덕였다.
화이트는 여전했다.
다행히 몸도 건강해 보인다.
“5분 지각이다, 너희들.”
계단에 앉아 있던 헥토르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3학년 세 명이 추가로 내려왔다. 인원 파악을 끝낸 피에르가 헥토르에게 말했고, 헥토르는 피곤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그가 직접 소환학과 수석조교에게 보고했다.
“3학년 소환학과 총원 40명, 전원 모였습니다.”
“수고했어요.”
헥토르의 보고를 들은 수석조교가 종종걸음으로 기숙사 건물 뒤쪽으로 뛰어갔다. 이내 소곤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교수님, 학생들 다 모였습니다.”
타악.
탁.
건물 너머로 시가 불을 끄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사브작 하고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리더니, 정적인 발소리와 함께 아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말끔한 모습이다. 면도도 하고, 성의 없는 반팔 셔츠와 반바지 대신 여행용 검은 로브를 두른 모습.
에슈를 필두로 한 여학생들이 손바닥을 맞부딪히며 좋아하는 반응을 보였다.
“제발 평소에도 저렇게 꾸미고 다니셨으면……!”
“내 말이.”
“주목.”
아론이 입을 열었다.
얼굴에서 장난기를 지운 학생들이 동작을 바르게 하고 아론을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우리 소환학과는 베히모스 확보 및 조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동한다.”
입김이 살짝 흘러나오는 어두운 새벽.
아론 특유의 나른한 목소리가 오늘따라 운치 있게 들렸다.
“목적지는 대륙의 지상낙원이라고 불리는 곳이자 어떤 때에는 지옥의 섬이라고도 불리는 두 얼굴을 가진 장소. 베히모스의 출몰지, 중립지대의 ‘초승섬’이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베히모스를 보러 간다는 사실에 곳곳에서 긴장감이 퍼져 나갔다.
바로 오늘을 위해 많은 것들을 준비했다.
“여러 이해관계로 중립지대에서도 상당히 민감한 지역인 만큼,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소요 시간은 20시간을 예상하고 있다. 초승섬에 진입한 뒤에도 중립지대라는 걸 자각하고 긴장을 늦추지 마라.”
“네!”
학생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쭉 훑어보던 아론이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출발한다.”
* * *
평소처럼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짠’ 하고 눈을 뜨면 목적지에 도착해 있으면 좋겠지만, 이번에는 중립지대 임무다.
중립지대는 연합의 영토가 아니며, 신성연방과의 여러 협약을 맺은 장소이기 때문에 이동 수단을 타고 움직일 예정이었다.
우선 학생들이 로크섬에서 대형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도착한 곳은, 거대한 산봉우리가 우뚝우뚝 솟아 있는 드높은 바위산이었다.
이쪽은 서서히 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우와, 신기해!”
폴짝거리며 뛰어다니던 에슈가 낭떠러지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높은 곳은 살면서 처음 와봐!”
“조심해, 에슈.”
옆에 있던 로레인이 주의를 주었다. 시몬도 팔짱을 낀 채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여기 한번 와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시몬이 눈동자를 굴려서 위를 보았다.
“그렇지 라미아?”
-삐융!
시몬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라미아가 대답했다. 일순 주위 학생들의 시선이 바로 그 작은 언데드에게로 향했다.
“와, 귀여워!”
에슈가 라미아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고 들어 올려 빙글빙글 돌렸다.
“조장! 조장! 이 애는 누구야?”
“조심해, 에슈. 보기엔 그래도 7군단의 대장급 언데드니까.”
헉.
에슈가 흠칫하더니 다시 봤다는 눈으로 라미아를 바라보았다.
라미아가 ‘삐융?’ 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도 귀여워!”
그때 마침 조교들이 두 팔을 흔들며 말했다.
“조심하세요 학생 여러분, 곧 도착합니다.”
“?”
콰아아아아아아아아!
도착한다는 그것의 정체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갑자기 광풍이 불어닥치더니, 바위산에 펼쳐진 구름바다를 뚫고 거대한 선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 비공정이다!”
“와! 우리 이거 타고 가는 거야?”
시몬이 ‘역시’ 하고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몬은 드래곤들과의 이슈가 있었던 ‘리버론’에 가던 때, 텔레포트 마법진이 과부화되는 바람에 비공정을 타고 이동했던 적이 있었다.
“초승섬에 가기 위해 비공정을 한 척을 빌렸다.”
아론이 태연히 말했다.
“뛰지 말고 탑승하도록.”
“최고예요!”
“우리가 전세 낸 거지? 대박!”
신이 난 학생 두 명이 재빨리 뛰어갔다. 조교들이 ‘뛰지 마세요!’ 하고 뒤쫓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우리도 갈까?”
폴짝!
에슈의 품에서 뛰어내린 라미아가 바닥에 엎드린 채 울음소리를 냈다.
-뺭! 뺭!
에슈가 쓴웃음을 흘리며 시몬을 보았다.
“얘는 왜 갑자기 강아지 흉내를 내는 거야? 조장.”
“아, 그럴 일이 좀 있었어.”
그때는 에이션트 언데드를 강아지 흉내를 내도록 해서 비공정에 데리고 탔었다.
새삼 이제는 그렇게 정체를 숨길 필요가 없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비공정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은 눈부셨다.
바위산을 떠나자마자 그림과도 같은 대륙의 경관이 내려다보인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난간에 서서 그 모습을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시몬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 탔던 귀족들의 비공정처럼 크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이번엔 같이 탄 사람들이 친한 동기들이었으니 더 즐거웠다.
알고 보니 비공정에는 투명화 마법까지 걸려 있었다. 중립지대에 가는 길에 다른 미지의 세력이나 결사, 프리스트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함이었다.
-다들 우리가 1급 임무 중이란 사실은 까맣게 잊은 것 같은데.
-하긴, 누가 임무 하러 가는데 비공정 같은 걸 태워주냐. 빠졌다, 빠졌어.
그렇게 거들먹거리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에슈가 아래를 가리키며 그럼 배 타고 오든가 하고 말하니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학생들이 아름다운 경관을 만끽하거나, 안에 들어가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있는 그때.
쨍!
두 유리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몬은 세르네와 함께 갑판 위의 테이블에 앉아 가볍게 칵테일을 마시고 있었다.
파라솔이 햇빛도 막아주고 바람도 기분 좋게 불었다.
세르네가 상앗빛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다리를 꼬았다.
“우후훗, 시몬이 이런 자리를 먼저 제안해 줄 줄은 몰랐네요?”
“…….”
시몬이 잔을 내려놓았다.
최근에 신성연방에서 들은 가휀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로, 세르네는 평소보다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본인의 생애에 대한 과거를 들어서 그런지 생각이 복잡한 것 같았다.
“괜찮아?”
시몬이 불쑥 물었다.
“뭐가요?”
“그냥, 모든 게.”
“…….”
세르네는 희미하게 웃더니 잔을 들고 빙글빙글 돌렸다.
“시몬이 해준 이야기는 재미있었어요. 나는 사실 신성연방에서 태어났고, 하늘섬을 장악할 거라는 계시 때문에 부모님은 나를 살리려 바구니에 담아 강에 띄웠다.”
차악.
그녀의 얇은 손 끝이 잔의 유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나는 중립지대에 당도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나를 거두어들인 건 당대 상아탑주이자 내 양아버지. 그런 이야기였죠.”
“……응.”
운명이 비틀려 버린 소녀.
하늘섬에 오를 운명이었던 그녀는 프리스트가 아닌 네크로맨서가 됐고, 지금은 상아탑을 다스리는 자리에 올랐다.
“개의치 않아요. 만약 내가 정말로 하늘섬에 오를 운명이었다면?”
그녀가 손끝을 들어 올렸다.
“애초에 그런 ‘계시’ 따위에 걸리지 않았겠죠. 나는 처음부터 하늘섬에 갈 운명이 아니었던 거예요.”
“…….”
“사실 나는 지금의 삶에 만족해요. 이쪽에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녀가 가슴에 손을 얹었다.
“덕분에 우리 메이린이랑 만나게 됐잖아요?”
“그러네.”
“그리고.”
그녀가 우훗 웃었다.
“당신과도 만나게 됐으니까.”
예상치 못한 한마디에 시몬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시선을 슬쩍 피하며 과일주를 홀짝이는 그의 모습에 세르네가 킥킥거렸다.
“아무리 하늘섬에 눌러앉아 떵떵거려도, 그곳에는 메이린과 시몬이 없잖아요. 나는 지금이 더 좋아요. 그러니-”
그녀가 고개를 쭉 기울이더니 두 손을 턱에 얹고 꽃받침을 만들었다.
“책임감을 느끼고, 앞으로도 쭉. 내가 여기 있길 잘했다는 보람이 되어주는 거예요?”
귀밑이 빨개진 시몬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여, 열심히 해볼게. 잘 모르겠지만.”
“호호호호! 보통은 ‘내가 왜?’ 하는 반응을 보여야 하지 않아요?”
시몬은 말을 피했다.
생애의 비밀을 알아버리고, 그것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이쪽이 괜히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는 못 말하겠다.
그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조그맣게 말했다.
“바로 그런 점이죠.”
“응? 뭐라고?”
“아니에요.”
그녀가 갑자기 옆의 의자에 얹어놓았던 겉옷을 챙기더니 자리를 비워두었다.
이내 옆자리를 톡톡 손바닥으로 두들겼다.
“이참에 상아탑주의 안주인이 되어준다면 더 좋겠지만~”
시몬이 쓰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나 군단장인 거 알면서 그래.”
“그 3군단의 제독이란 남자도 자기 씨를 마구 뿌려놨던데요? 아들은 모계성을 따르게 하면서 자신의 책임에서 벗어나고.”
“그 사람이 특이 케이스야.”
시몬과 세르네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투둑. 툭.
그때 시몬이 얼굴에 차가운 게 떨어진 걸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세르네도 마찬가지였다.
“어머, 비가 오려나 보네요?”
“그러네.”
어느새 날씨가 조금 어두워져 있었다.
바로 그때 아론과 조교들이 빠른 걸음으로 갑판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문제가 생겼다. 학생들 전원 집합시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