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3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35화
“흐암, 무슨 일이야?”
비공정 안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학생들이 하나둘 갑판 밖으로 걸어 나왔다. 늘어지게 하품하면서 눈을 비비던 그들이,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쿠르르릉!
콰르릉!
전면의 하늘 전체가 온통 시커먼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학생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와, 이거…….”
“바다는 날씨를 종잡을 수 없다더니, 진짜구나.”
아론이 돌아다니며 입을 열었다.
“서둘러 움직여라. 각자의 위치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비하도록.”
“네!”
학생들이 비공정의 갑판 위를 바쁘게 뛰어다녔다. 시몬도 걸어 나와 비공정의 전면을 보고 있었다.
“돌파합니다! 충격에 대비하세요!”
수석조교의 외침과 함께, 순식간에 비공정이 먹구름 안으로 들어갔고.
콰콰콰콰콰콰콰콰!
모든 게 뒤바뀌었다. 주위가 일순 어두워지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우와악!”
“꺄아아!”
쿠르르르릉!
콰릉!
먹구름 사이로 뭔가가 번쩍번쩍했다. 저게 다 번개였다. 대기 중의 마나를 머금었는지 그 크기가 무척이나 거대했다.
번쩍!
주위가 흑백사진처럼 온통 한 차례 하얗게 탈색됐다가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난간을 붙잡고 주저앉은 에슈가 훌쩍거리는 소리를 냈다.
“설마 배가 침몰하진 않겠지? 그렇지?”
잔뜩 겁에 질린 토토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을 받았다.
“이곳은 육지에서 크게 떨어진 중립지대 해역이다. 비공정이 가라앉을 시의 충격과 육지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봤을 때 생환 확률은 5% 미만으로 추정돼.”
“지금 필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희망이거든! 피츠!”
그 와중에 태연하게 비를 맞으며 서 있는 건 두 사람 정도였다. 배가 아무리 흔들려도 시몬은 그냥 그런 표정으로 갑판에 두 다리를 붙이고 있었고, 헥토르는 벽에 기댄 채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시선은 한쪽으로 향해 있었다.
‘몬스터.’
먹구름 속에서 비와 번개, 돌풍을 자유자재로 휘젓고 다니는 몬스터가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도 몬스터는 존재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쿠르르르르르릉!
콰르르릉!
“와이 씨, 깜짝이야!”
지금까지 맞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로 주위에 번개가 치고 있었다.
바로 그때.
“얘들아!”
한 학생이 갑판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선체 밑에 불이 붙었어! 벼락에 살짝 맞았나 봐!”
“뭐?”
사방에서 온갖 소란과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괜찮아, 내가 가볼게.”
시몬이 성큼성큼 다가가서 상황을 확인했다. 이내 별것 아니라는 듯 태연히 입을 열었다.
“알라제, 내 말 들리지? 배의 손상을 찾아서 복구해 줘.”
꾸르르륵!
꾸르르르륵!
에이션트 언데드 알라제가 움직였다.
몸을 공처럼 둥글게 만 뒤에 통통 뛰어서 선체 아래로 내려간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불이 붙은 지점에 도착했다.
[뮤르의 언데드 전함을 개조한 지식을 살려서 복구 시작.]알라제의 몸이 이번에는 꾸물거리는 문어 같은 살점의 형태로 변했다.
이내 선체 한쪽을 언데드 살점으로 채우고, 불이 붙은 부분은 떼어내 밖으로 버렸다.
배 아래를 내려다보던 학생이 ‘오!’ 하고 소리쳤다. 불에 타던 선체 일부가 눈 깜짝할 사이 두꺼운 살점으로 뒤덮인 것이다.
“됐다! 회장이 깔끔하게 막았어!”
“나이스!”
동기들이 감탄하며 시몬을 바라보았다.
시선이 모인 이때, 시몬이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별거 아냐. 우리가 지금까지 쌓은 경험과 역량이면 어떤 상황이든 대처할 수 있어. 아론 교수님 말씀대로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역할에 집중하자.”
“오케이!”
“응!”
시몬이 보여준 침착함.
그리고 이 정신 나간 벼락도 많이 보다 보니 익숙해졌다. 굳어진 몸이 풀어지고, 학생들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나와라, 세이렌.”
피츠제럴드가 아공간을 열었다. 세이렌 키메라가 여섯 개의 팔을 휘저으며 허공 곳곳에 전격 마법진을 펼쳐냈다. 그것은 떨어지는 벼락을 선체 밖으로 유도했다.
“여기 돛에 불이 붙었어!”
“새걸로 교체할게!”
한 학생이 식물형 언데드로 인공 작물을 짜내고, 에슈가 저주인형들을 이용해 그것을 올려 보내서 안전하게 돛을 교체했다.
“썬더렉스다!”
“쏴 쏴! 못 오게만 막아!”
먹구름에 사는 비행형 몬스터들은 헥토르와 다른 학생들이 견제했다.
“내가 탄 배가 떨어지지 않게 잘 좀 해봐요, 차암.”
이 와중에도 세르네는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본인만 결계에 들어가서 홍차를 홀짝이다가도, 가끔은 깃털을 날려서 절묘한 위치에 방패막을 펼쳐주기도 했다.
꾸르르르륵!
그때 학생들이 발사하는 흑마법에 쫓기던 썬더렉스들이 고공으로 솟구치더니, 이내 하늘 위에서 동시에 여러 줄기의 번개를 쏴댔다.
“한 번에 온다!”
학생들이 다급히 방어마법을 준비하려는 그때.
타앗!
그동안 지켜보기만 하던 새하얀 머리카락의 소년이 갑판을 딛고 날아올랐다. 이내 두 팔을 세워 몸을 감싸는 하얀 원을 만들어냈다.
쿠르르르르-!
쏟아진 번개들이 마치 피뢰침처럼 화이트의 몸에 빨려 들어갔다.
“나이스!”
“잘했어 화이트!”
학생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갑판에 사뿐하게 착지한 화이트가 꺼억 하고 배가 부른 듯 트림을 하더니, 이내 하늘 한쪽을 응시하고 팔을 세워 들었다.
꽈르르릉!
화이트의 손바닥에서 이번엔 검게 물든 칠흑 전격계가 쏘아져 나갔다. 저 멀리 도망치던 썬더 렉스가 맞았는지 ‘끼기기!’ 하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켜보던 학생들이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역시 새는 화이트 전문이지!”
“첫인상은 좀 그랬는데, 뭐 1년 동안 보니 싫은 녀석은 아니더라.”
시몬도 감탄한 얼굴로 화이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구원자 킬로바니안의 능력.’
화이트의 이능은 흡수에 치중되어 있었지만, 이제 반사도 수준급.
왜 결사에서 그를 ‘왕자’라고 부르며 아꼈는지 알 것 같았다.
“얘들아!”
에슈가 외쳤다.
“이제 다 빠져나왔어! 밖이야!”
그제야 학생들이 칠흑을 거두고 갑판 앞으로 뛰어나갔다. 어두운 먹구름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향해 나아가던 비공정이 마침내 먹구름을 빠져나왔다.
일순 시야가 탁 트이며 주위의 아름다운 경관이 드러났다.
“와!”
다시 한번 주변의 분위기가 바뀌어 있었다.
바다의 색이 에메랄드빛으로 변했고 곳곳에 산호나 산호섬들이 가득했다. 날씨도 한층 더 따뜻해진 것 같았다.
시몬은 전면을 보고 있었다. 앞에 거대한 암벽이 보인다. 이대로는 충돌할 것 같았다.
비공정을 조종하는 기장도 그 사실을 알았는지 확성 수정구로 알렸다.
쿠구구!
일순 선체가 올라갔다. 구름을 뚫고 올라가던 비공정이 이내 점점 더 높아졌다.
“여기가 그 초승섬인가? 그냥 암벽만 보이는데?”
“나도. 지상낙원인 것까지는 잘 모르겠네.”
쿠구구구구구!
비공정이 점점 고도를 높여가다가 마침내 암벽의 꼭대기를 넘어서 섬 전체를 내려다보게 된 그 순간.
“와……!”
학생들은 눈앞의 경관에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높은 산맥 너머로 놀랍고도 환상적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크고 작은 호수와 물웅덩이가 가득한 곳이었는데, 풍성한 꽃으로 뒤덮인 평원에는 동물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있었고 그 중심에 흐르는 맑은 물줄기가 풍경을 완성시켰다.
이국적이며 아름다웠다.
비명의 정글에서는 자연도 지나치면 혼잡하고 징그럽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었지만, 이곳은 그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었다. 아름다운 곳, 이 이상으로 살기 좋아 보이는 곳. 시몬은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지나고 있는 사이, 물방울이 튀는 게 느껴졌다.
“저기!”
토토가 큰 소리로 외쳤다.
“폭포야!”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가슴 뻥 뚫리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 경치의 하이라이트. 초승달 모양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섬 중앙 부분이 전부 폭포로 이루어져 있었다.
여기저기 다른 방향으로 쏟아지는 폭포들은 믿기 힘든 미적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중간에 폭포끼리 만나거나 나뉘면서 크기가 바뀌는 구간도 있었고, 혹은 웅덩이에 물이 고여 호수를 이룬 뒤 위에서 물이 공급될 때마다 주위로 분수대처럼 흘러내리는 구간까지.
이 모든 것이 아우러져 자연의 웅장함을 만들어냈다.
학생들은 저항 없이 탄성을 터뜨렸다.
“미쳤다.”
“내가 태어나서 본 풍경 중에 제일 예뻐.”
다들 섬의 아름다움에 눈을 떼지 못했다. 감정이 풍부한 몇몇은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리고 시몬은.
‘음.’
다른 학생들의 눈에 보이는 것 그 너머를 보고 있었다.
‘피어, 보여요? 저거…….’
시몬이 암벽을 가리켰다.
‘이빨 자국이죠?’
[크흐흐! 확실히 그렇군!]암벽이 멀쩡하게 깎여 있거나 자연 퇴화된 부분이 없었다. 울퉁불퉁하거나 삐쭉삐쭉하다. 금세 자라난 수풀로 뒤덮여서 아름답고 이국적으로 보이지만 틀림없는 이빨 자국이다.
그 흔적은 다른 곳에도 보인다.
폭포 위의 지면은 모두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채 물 위에 섬처럼 둥둥 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호수 또한 자연히 형성된 게 아니라 파인 구덩이에 물이 차오른 것뿐이다.
폭포 또한 퇴적작용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뭔가가 깎고, 찢고, 부수고, 그 위에 떨어지는 폭포들이다.
상처투성이의 섬.
섬의 모든 것이 깎이고 부서진 가운데, 그 틈을 자연의 생명이 메꾸었다. 갈라지거나 깎인 부분이 풀과 물로 꽉꽉 채워져 이 묘한 아름다움이 펼쳐진 것이다.
‘여기가 바로.’
베히모스의 비밀이 담겨져 있는 곳.
초승섬이다.
“시몬.”
로레인이 다가와 바람에 휘날리는 검은 머리를 붙잡으며 말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지?”
시몬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뒤로 평평한 암벽을 커다란 이빨이 긁어낸 자국이 보였지만, 시몬은 빙긋 웃으며 답했다.
“그러네.”
이내 함선이 서서히 고도를 낮추었다.
아론이 지시를 내렸다.
“베이스 캠프 밖에 펼쳐진 결계를 통과해서 진입한다. 사전에 내어준 장비를 작동시키도록.”
학생들이 하나둘 품에서 장비를 꺼내 칠흑을 불어넣었다. 이 보안용 장치를 소지하지 않은 채 결계에 들어가면 경보음이 들리게 되어 있다.
그들의 몸에 마법진이 펼쳐지고, 이내 비공정이 서서히 아래로 안착했다.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잔잔한 폭포 앞의 평지였지만.
우웅!
뭔가에 부딪히는 저항감이 살짝 느껴졌다. 결계 내부로 들어온 것이다. 학생들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전혀 바뀐 게 없는데?”
“아니, 아래를 봐!”
수량이 쏟아지는 중심 지역 외에, 작게 물줄기가 흐르는 폭포 앞으로 예쁜 별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우리 저기서 자는 거야?”
“그랬으면 소원이 없겠다.”
“교수님! 저기가 베이스캠프 맞죠? 그쵸?”
에슈가 대표로 다급히 물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아니라고 하면 싸울 기세였다.
아론이 무심한 얼굴로 더벅머리를 쓸어내리며 말했다.
“베이스 캠프가 맞다. 이 섬에는 숙소라고 할 만한 곳이 이쪽밖에 없어서 키젠에서 임대했다.”
“교수님 최고!”
학생들이 너무나 좋아하며 방방 뛰었다. 이내 비공정이 자리에 안착했고, 학생들이 신이 나서 발판을 밟고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몇몇 성질 급한 학생들은 그냥 칠흑을 일으키고 선체에서 뛰어내렸다.
“뛰면 위험해요!”
“한 명 한 명 천천히!”
높아진 학생들의 텐션에 오늘도 조교들은 고생하는 중이었다.
이내 별장 앞으로 뛰어온 학생들의 앞으로 한 명의 남자가 두 팔을 벌리고 이를 드러내며 맞아주었다.
“초승섬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다소 톡톡 튀는 억양의 대륙어로 그렇게 말한 까무잡잡한 갈색 머리의 남자가 인사했다.
“저는 이 별장의 주인이자 관리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짝!
학생들이 손뼉을 쳤다.
“천국, 그리고 지옥이 공존하는 초승섬에 잘 오셨습니다! 이곳은 아름다운 경관은 물론, 몬스터 비율은 전체의 1% 미만! 대륙 평균에 아득히 떨어지는 지상낙원입니다. 중립지대의 그 어떤 장소보다 몬스터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 곳이지요!”
설명을 들은 시몬이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대륙은 어디든 몬스터들이 바글바글하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는 섬 같은 곳은 늘 몬스터들이 들끓게 마련. 그래서 선박들도 해안선을 따라 움직이지, 아무리 식량이 부족해도 알려지지 않은 섬에는 정박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섬이면서도 사람을 해치는 몬스터가 거의 없고, 일반 토착 짐승이나 동물들이 산다는 건 상당히 의외적이었다.
“따뜻하고 온화한 기후! 청명한 하늘!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 하지만 함부로 올 수 없는 곳입니다! 저는 숙소를 운영하고 있지만, 매년 손님은 1년에 세 팀 정도! 아주 돈 많은 부자들만이 올 수 있습니다!”
확실히 부자들을 위한 시설이란 게 느껴진다.
“아무튼 지상낙원과 지옥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관리원인 저는 여러분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 적극 협조…….”
“그 지상낙원 어쩌고 하는 거 말입니다.”
눈을 반짝이며 앞에 잔뜩 모여 있는 학생들 뒤로, 뒷목을 매만지며 걸어오는 학생들이 보인다.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머릿속에 임무를 해결할 생각이 가득한 학생 무리. 그들 중 피에르가 대표로 물었다.
“낙원인 건 알겠는데, 지옥은 뭡니까.”
“아, 여러분도 아시겠지요! 앞으로 5일 뒤.”
일순 그의 입가가 섬뜩하게 벌어졌다.
“베히모스가 오게 되면 알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