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3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36화
1년에 한 번.
대륙의 해양 위 상공을 떠돌아다니는 베히모스들이 떼 지어 육지로 내려올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몰리는 장소가 바로 중립지대의 초승섬이다.
그 이유는 산란으로 알려져 있다. 베히모스와 생물학적으로 흡사한 구성을 가진 개체들 모두 대륙을 떠돌아다니다가 일정한 장소에 새끼나 알을 낳는 특성이 있었다.
물론 초승섬에 도착한 때가 알을 낳는 시기인 만큼, 베히모스들은 극도로 예민하고 난폭해져서 주위를 무차별적으로 부수고 파괴한다.
베히모스에게는 단순한 몸부림일지 몰라도, 그곳에 사는 인간이나 동식물에게는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산이 무너져 내리고, 지진이 발생하고, 지형이 뒤바뀌는 자연재해가 일어난다. 수많은 인명피해와 자연 손실이 동반되는 건 당연하다.
간혹 동족들이 바글거리는 초승섬을 피해 주변으로 우회하는 베히모스도 있는데, 이들이 연안에 자리 잡은 중립지대의 항구도시들을 파괴하는 주범이다.
몇 마리 새어 나간 정도로 인류에 커다란 피해를 발생시키는데, 그나마 인적 없는 초승섬에서 알을 낳는 게 다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베히모스는 약 일주일 정도를 초승섬에서 머물다 돌아가며 알이나 새끼를 본 사람은 없다. 초승섬에 남아 그 모습을 지켜보려는 정신나간 사람이 없을뿐더러, 알을 입속의 빈 공간에 안전히 보관했다가 새끼가 태어나면 그때 밖으로 내보낸다는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지상낙원과 지옥, 두 얼굴의 섬이라고 불리는 겁니다!”
관리원이 열띤 목소리로 말했다. 설명을 듣고 있던 학생들이 긴장한 얼굴로 침을 삼켰다.
“이 섬에 몬스터가 거의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지요! 산란기의 베히모스는 알을 낳기 위해 많은 영양분이 필요합니다. 뭐든지 부수고 집어삼키죠! 공격성이 있는 몬스터들은 모조리 베히모스의 입으로 삼켜집니다. 극도의 방어성과 폐쇄적인 성향을 가진 동물들! 혹은 일주일 넘게 아무것도 먹지 않고 풀만 뜯어도 버티는 초식동물들만이 이 섬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겁니다!”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은 수첩에 필기를 하기도 했다.
“……바로 그 가장 위험한 때에 우리가 이 섬에 남는 거네.”
한 학생의 중얼거림을 들은 관리원이 웃는 얼굴로 말을 받았다.
“행운을 빕니다! 저는 이틀 뒤에 먼저 이 섬에서 도망칠 겁니다!”
“부럽다!”
그때 에슈가 옆을 가리켰다.
“그럼 관리원 아저씨, 저 예쁜 별장은요?”
관리원이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아깝긴 하지만 대부분 파괴되겠죠. 그래도 베히모스가 떠난 뒤에 다시 와서 새 별장을 지으면 됩니다! 집은 부서져도 다시 지으면 되지만, 목숨은 그게 아니니까요!”
쪼그려 앉은 토토가 팔을 파르르 떨었다.
“위험도 9급 몬스터의 산란기…… 이번에야말로 죽을지도 몰라.”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초대형 재해가 예고된 섬에 갇히는 셈인가. 폭포가 이렇게 제각각인 것도 이유가 있었군.”
“절벽에 베히모스가 머리를 박은 흔적도 봤어.”
“살벌하네.”
차악.
별장 관리원이 두 손을 맞잡았다.
“베히모스가 이곳으로 오는 건 5일 뒤! 그래도 그 전까지는 대륙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양지일 겁니다! 편히 쉬시기를 바랍니다!”
학생들에겐 그다지 위안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시몬은 주위를 쓱 돌아보았다. 이렇게 자연과 폭포가 아름다운 곳이 잠시 후에는 베히모스가 들이닥쳐 파괴된다니, 쉽게 상상이 되지 않았다.
“설명 수고했습니다.”
그때 아론이 걸어 나왔다. 관리원은 정중히 아론과 악수한 뒤 조교들의 안내를 받아 결계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야기는 잘 들었나?”
“네!”
“우리는 5일 뒤에 베히모스 사냥을 시작한다. 너희들은 키젠이고, 배운 대로만 한다면 두려워할 건 없다.”
그가 학생들의 얼굴을 쭉 훑어본 뒤 말했다.
“그전까지는 베히모스와 결사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조사해라. 이번 조사 임무는 나와 조교진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임무의 성공은 임무 주체자인 너희들의 손에 달렸다. 결사의 흉계로 의심되는 것들은 무엇인지, 결사의 흉계가 없다면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무엇인지, 모든 것들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네! 교수님!”
학생들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이것은 1급 임무다. 너희가 작성한 조사 보고서가 미흡하거나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본부에서 베히모스 사냥을 중지시키고 로크섬에 복귀시킬 수도 있으니 쉽게 보지는 말도록.”
그때 수석조교가 다가와 아론의 귀에 조그맣게 이야기를 속닥거렸고, 아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교 몇 명이 흩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그럼 일정에 대해 설명하겠다.”
5일이라는 시간 동안, 소환학과는 수업과 임무를 병행한다.
오전에는 베히모스 제작 및 사냥에 대한 소환학 수업을, 그밖의 시간은 모두 조사 임무에 투자한다. 조사 때문에 수업을 듣지 못하는 학생은 다른 시간에 와도 얼마든지 보충수업을 해준다는 모양이었다.
조사에 한계는 없다. 섬 밖으로 넘어가거나 다른 도시에 가는 것도 허용하지만 중립지대인 만큼 토착 무장 세력이나 결사의 일원, 특히 ‘프리스트’들과의 교전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했다.
“본격적인 일정은 내일부터 시작하겠다.”
착.
아론이 손목시계를 보며 말을 이었다.
“몇 시간 뒤면 날이 저물겠군. 오늘은 이동의 피로가 있고 시차 적응 문제도 있을 테니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내일부터 수업과 조사를 병행한다.”
그때 기다렸다는 듯 에슈가 손을 착 들어 올려 귀 옆에 팔을 붙였다.
아론이 찜찜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에슈가 벌떡 일어났다.
“에슈 아르젤입니다!”
“뭐지?”
“그럼 남은 시간 동안!”
그녀가 앞을 가리켰다.
“놀아도 되죠?”
학생들이 시선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향했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
눈부신 자연경관과 그림처럼 쏟아지는 폭포들, 무엇보다 별장 앞에는 폭포물이 고이도록 해서 자연 수영장을 만들어놓았고, 곳곳에 부자들이 쓰던 것으로 보이는 선배드들도 가득했다.
아론이 한숨을 쉬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 했을 텐데.”
“휴식이 곧 휴양이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지금 잠들면 시차 더 꼬이는데요!”
아론이 쓱 고개를 돌렸고, 조교들은 머쓱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내 아론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오늘 하루만이다.”
격렬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 * *
장거리 이동으로 지친 줄 알았는데, 다들 놀 준비 만반이었다.
“가자!”
남학생들은 상의를 벗어 던지고 바지만 입은 채 폭포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온 사방으로 물방울이 튀어 올랐다.
지나가던 여학생들이 깜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갑자기 뭔 짓이야? 다 젖었잖아!”
“어우우, 무식해.”
물론 그들은 전혀 듣고 있지 않았다. 벌써 첨벙첨벙 물장구를 치고 헤엄치느라 바빴다.
“와! 진짜 차가워!”
“크으, 이런 게 인생이지.”
에슈도 물에 뛰어가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다가 고개를 돌렸다.
“로레인 님! 저희도 들어가죠!”
로레인이 쓴웃음을 지으며 검은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이대로 뛰어드는 건 좀 그렇지 않니? 나 수영복 안 가져왔는데.”
“걱정 마십시오!”
브리핑이 끝나고 다시 결계 안으로 돌아온 별장 관리원이 환하게 웃으며 앞을 가리켰다.
“이 별장에 머물렀던 부자분들이 사둔 새 수영복들이 가득할 겁니다! 마음껏 가져가셔도 됩니다!”
“진짜요? 고마워요!”
에슈가 로레인의 손을 잡고 끌고 갔고, 다른 여학생들도 소문을 들었는지 수영복을 고르러 안으로 뛰어갔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피츠제럴드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경을 치켜올렸다.
“긴장감이 없군. 우리는 키젠 3학년이다. 휴식 또한 임무의 일환. 임무의 중요함을 자각하…….”
“헤이!”
대뜸 뒤에서 나타난 남학생이 피츠제럴드의 등을 이단 옆차기로 걷어찼다. 그의 몸이 대포알처럼 날아가 물에 빠졌고, 사방에서 유쾌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속이 다 시원하네! 잉겔스 자식, 학기 초부터 왜 이렇게 잘난 척이야?”
그를 걷어찬 동기가 그렇게 말하며 배를 잡고 웃어대는데, 갑자기 그의 몸에 딸칵 딸칵 하고 스켈레톤의 뼈들이 연결되었다.
“응? 이거 뭐…….”
쏴아아아!
물에 빠진 피츠제럴드가 그대로 팔을 휘두르자 그가 홱! 하고 날아가 물에 빠졌다. 다시 한번 ‘와!’ 하고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삐융!
그 옆에는 어린 라미아가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다. 시몬은 물가에 앉아 다리를 담근 채 책을 읽고 있었다.
도서관에서 빌린 베히모스에 관한 책이었다. 팔랑 팔랑 책장을 넘기고 있던 시몬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아락무라드.’
-지금 우리가 하는 일들은 조금 더 큰 그림을 위해서야. 일종의 준비 단계지. 너희도 이쯤 되면 눈치챘잖아? 우리가 이 세상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걸.
아락무라드의 말에 따르면, 결사는 더 많은 혼란을 원한다. 베히모스를 이용해 대륙의 정세에 피해를 입힐 계획이 있을지도 모른다.
시몬이 고민하며 생각에 잠겨 있는 그때.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로레인 님!”
‘?’
시몬의 고개가 돌아갔다.
저기 별장에서 에슈가 수영복 차림의 로레인의 등을 밀며 걸어오고 있었다.
“역시 이런 건 좀…….”
로레인이 붉어진 얼굴로 제 상의를 가린 채, 제 몸에 걸친 검은색 수영복을 내려다보았다.
“내 생각엔 역시 처음에 고른 분홍색 프릴 수영복이 가장 나은데.”
“절대 아니에요! 자!”
에슈가 뭔가를 꺼냈다.
“대신 이거 드릴게요!”
알고 보니 점박이 무늬가 있는 핑크색 물놀이 튜브였다. 로레인은 튜브를 애착인형처럼 꼭 끌어안은 뒤에야 평정심을 되찾았다.
“어머나, 고마워라.”
저 옆에서는 벌써 흰색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세르네가 벤치에 앉아, 남학생이 서빙해 주는 주스잔을 당연한 듯이 받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로레인이 발끈하며 뛰어갔다.
“세르네. 동기들을 깃털로 조종하지 말라고 했지?”
“어머나, 자기들이 스스로 갖다 바친 건데 또 무슨 오해를?”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사이, 헤엄 경주를 하던 두 남학생이 동작을 멈추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먼 미래에 나한테 아들이 생기면 딱 말해줄 거야.”
“또 뭔 병신 같은 헛소릴 하려고.”
남학생이 물에 젖은 앞머리를 넘기며 입을 열었다.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로레인 아크볼드와 세르네 아인다르크의 10대 시절의 수영복을 실물로 본 거 아니냐.”
옆의 친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들이 안 믿어줄 것 같은데. 그때쯤이면 저 둘은 우리가 말도 못 붙일 만큼 높은 위치에 있을걸.”
“그러니까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인 거지.”
어휴.
옆에서 물놀이를 하던 여학생이 그 말을 듣고는 인상을 썼다.
“드러워 진짜.”
“아, 말도 못 하냐?”
곳곳에서 시끌벅적한 이야기가 오갔다.
내일부터는 무척이나 바쁠 것이다. 시몬도 물에 다리를 담근 채 쉬고 있는데.
“여기 있었네.”
부학과대표이자, 헥토르의 오른팔인 피에르 버클러가 천천히 다가왔다.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아, 피에르.”
“놀 사람은 놀게 하고.”
그가 턱짓했다.
“생각 있는 사람들끼리 작전 회의하자고, 과대가 말하더라고.”
저 멀리 헥토르와 피츠제럴드, 기네비어, 첸드라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시몬이 몸을 일으켰다.
“바로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