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4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43화
알리타는 약속대로 마을 원주민들에게 일일이 찾아가서 수상한 외부인들을 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제보 자체는 많았지만, 폭풍우 때문에 섬 근처에 잠시 머물렀다 떠난 어선 정도의 이야기뿐. 결사의 일원이라고 의심되는 사람은 없었다.
무엇보다 시몬은 그 이야기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알리타, 너.”
시몬이 떨리는 손끝으로 그녀의 몸을 가리켰다. 온갖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녀의 몸에 새겨져 있었다.
“그 무늬는 비브론의…….”
“눈치챘나 보네.”
그녀가 머리끝을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
“나 ‘공물’이 됐어.”
“!”
“미리 말해두지만 널 데려온 일과는 무관해. 장로들과 족장님이 작년부터 정해두셨대.”
시몬이 눈에 힘을 주고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그 공물이란 게 뭔데?”
“신들이 오실 때, 그분들을 맞이하기 위해 정해진 인간제물.”
알리타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지금까지 신이 가져다준 고기를 먹었으니까 이번엔 내가 고기가 되는 것뿐이야. 그게 ‘순환’이니까.”
시몬은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기분을 느꼈다.
초승섬의 원주민들에게 특이한 신앙과 풍습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들은 신이 날짐승이나 동물로 변해서 자신들에게 고기를 가져준다고 믿었다.
하지만.
-우리도 고기가 되어 신께 먹힐 각오를 해야겠지.
비로소 여러 퍼즐 조각들이 맞춰진 기분이다.
젊은이들이 마을의 주축이 된 이유. 노인은 한 명도 없는 이유. 나이 많은 사람들이 존경은커녕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는 이유.
왜 그런지는 뻔하다. 신이 가져다준 고기를 먹는 만큼 자신도 고기가 되는 게 순환이라면, 오래 살아남은 사람은 그 의무를 행하지 않았기에 비겁자이자 겁쟁이 취급 받는 것이다.
어째서 이런 끔찍한 문화가 만들어졌을까. 그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었다.
베히모스에 대한 공포.
이 섬에는 정기적으로 베히모스들이 들이닥쳐서 주변을 초토화시킨다. 많은 마을 사람들이 죽거나 잡아먹혔으리라. 섬의 생태계가 훌륭하고 주변에 먹을 것도 많지만 인구가 그토록 적은 이유가 있다.
거기에 이들은 폐쇄적이라 섬 밖으로 나가려 하질 않는다.
사람을 잡아먹는 베히모스가 매해 찾아오는 이 섬에서 계속 살아가려면, 자신들의 이런 불행을 당연하고 정당한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런 노력이 결국 지금의 관습과 풍습의 형태로 내려왔으리라. 그들은 베히모스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려고 하기보다는, 공포에 순종하기로 했다. 몬스터에 불과한 베히모스를 신으로 숭배하고 그들에게 먹히는 행위를 ‘순환’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면서.
시몬은 화가 치밀었다.
“그딴 풍습은 따를 필요 없어, 알리타!”
“……나름 열린 사고를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너도 이번엔 반감을 가지는구나.”
“당연하지!”
시몬이 덥석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공물이란 건 결국 너보고 죽으란 소리잖아!”
“우리에겐 당연한 일이야.”
그녀가 고개를 숙였다.
“엄마랑 아빠도 수년 전에 공물로 돌아가셨어. 많은 사람들이 신에게 희생된 덕분에 마을이 유지됐고, 이번엔 내 차례일 뿐이야.”
답답하고 괴로운 마음에 목소리를 높이려던 시몬이 이내 끌어내리듯 고개를 떨구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상식이 다르다.
이쪽의 상식을 강요하듯 이야기해 봐야 알리타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하지만 이유를 고찰할 필요는 있다. 시몬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공물이란 제도는 누가 만들었어? 그 비브론이란 녀석이야?”
“말했잖아. 족장님이랑은 관계없다고.”
결코 관계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끔찍한 일을 끝내려면, 주민들이 이 섬에서 떠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외부와 단절된 채 계속 이 섬에 남아야 하는 이유. 단순히 폐쇄적인 성향이라서 그럴까? 아니다, 그렇게 되도록 유도한 존재가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내가 머무는 별장에 가자. 내 동료들이 널 보호해 줄 거야.”
시몬이 제안했고, 알리타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난 마을로 돌아가야 해. 널 만난 건 ‘포용의 맹약자’로서 마지막 의무를 다하기 위함이야. 결사에 대한 소식도 알려줬으니 앞으로 널 볼 의무는…….”
“한 가지만 더 물을게.”
시몬이 눈에 힘을 주었다.
“정말로 이렇게 몬스터에게 잡아 먹혀 생을 끝내도 아무런 후회도 남지 않겠어?”
“내 감정 따윈 상관없어. 이건 순환이고, 해야만 하는 의무야.”
“상관없지 않아.”
시몬이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스스로의 생사를 결정하는 문제에, 자신의 감정보다 우선시해야 할 건 아무것도 없어. 네가 살고 싶다면 살면 되는 거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살고 싶어 하는 욕심은 잘못된 게 아니야, 알리타.”
그녀가 말문이 막힌 듯 말을 멈췄다. 시몬은 진지한 얼굴로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네크로맨서는 생(生)을 경시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건 잘못된 선입견이다. 죽음을 연구하고 공부하기에 오히려 더 생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생존은 그 무엇보다 강렬하고 숭고한 욕망이야. 태어난 이유는 죽기 위함이 아니잖아. 너는 조금 더 떳떳하게 삶을 요구해도 돼.”
대답은 필요 없었다.
금방이라도 울 듯한 그녀의 표정을 보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녀는 더 살고 싶어 했다.
“나는 베히모스는 물론, 네 마을에 어둠을 드리운 자들도 찾아내서 쓰러뜨릴 거야. 조금만 기다려 줘.”
척.
시몬이 아공간을 열었다.
“나와, 프린스.”
이어서 좀비를 꺼내 프린스를 불렀다. 검은 벼락이 떨어지고 좀비가 왕관을 쓴 꼬마로 변신했다.
[이제야 불렀네! 내 차례지?]가볍게 프린스와 핸드 셰이크를 마친 시몬이 재빨리 말했다.
“알리타를 데리고 키젠이 머물고 있는 별장으로 돌아가 줘. 이 지도를 보고 찾아가면 될 거야.”
[알았어! 넌 어쩔 건데?]프린스가 가볍게 알리타를 업으며 물었다.
뒤이어 피어를 꺼내 본 아머를 입은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어깨에 짊어지며 말했다.
“비브론을 찾아낼 거야. 대화가 안 통한다면 이번에야말로 결판을 내야겠지.”
“안 돼! 시몬!”
알리타가 외쳤다.
“족장님은 살아 있는 ‘인신(人神)’이야! 넌 그가 휘두르는 신의 힘을 몰라! 그 누구도 이길 수 없어!”
“그가 불가해의 능력을 가진 건 잘 알겠어. 하지만 자기 주민 하나 못 지켜서 공물로 바치는 어설픈 족장 따위.”
시몬의 무릎을 굽히며 쏘아져 나갔다.
“나를 이길 수는 없어.”
* * *
시몬은 즉시 원주민들의 마을 안으로 진입했다.
마을은 조용했고, 집 밖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전부 사냥을 하러 나간 것은 아닐 터, 시몬은 발소리를 없앤 채 조용히 걸었다.
-집에 아무도 없네? 큰누나는 어디 갔어?
마침 집 안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시몬은 걸음을 멈추고 문에 귀를 기울였다.
-신계에 돌아가는 족장님을 배웅하러 갔지. 다들 거기 있을걸.
그 말을 들은 시몬의 눈이 번쩍 뜨였다.
신계.
저 말을 처음 들은 건 아니었다. 재차 가슴이 철렁한 시몬이 즉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실례합니다!”
그들은 처음엔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알리타가 데려온 ‘포용의 맹약자’라며 알아봐 주었다. 시몬은 마을 사람들이 족장을 마중하러 간 장소가 어딘지 물었고, 주민들은 큰 의심 없이 답해주었다.
목적지를 들은 시몬이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리 멀지 않은 장소였다. 마을을 쭉 가로질러 나무줄기가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갔고.
웅성 웅성 웅성!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그곳에는 엎드린 주민들, 고개 숙인 주민들 등등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바로 이곳에서 시몬은 목도했다.
‘이건!’
시몬의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주민들이 말하는 신계의 입구.
그건 다름 아닌.
‘결사의 포탈!’
신계로 가는 문이 저 포탈이었다. 시몬이 칠흑을 밟고 뛰어오르며 외쳤다.
“비브론!”
그러나.
시몬의 눈앞에서 포탈이 닫혀 버리고 시몬은 빈 허공을 통과해 바닥에 내려왔다. 촤아악 지면에 붙인 두 다리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감속한 시몬이 이를 빠득 갈았다.
‘한발 늦었나!’
주민들이 시몬의 모습을 보고는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전에 한번 비브론과 싸웠기에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시몬은 그들의 시선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분노로 머리가 가득했다.
‘역시 비브론은 결사였어. 모종의 목적을 위해 자신의 권력으로 원주민들을 움직인 거야.’
베히모스가 오고 있다.
이제 곧 아락무라드가 예언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무슨 일이죠? 포용의 맹약자. 신계는 족장님 같은 신 외에는 갈 수가 없습니다.”
한 여자가 대륙어를 하며 걸어 나왔다. 시몬이 그녀를 보고 말했다.
“마을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족장님 다음으로 높은 분이 누구죠?”
“족장님 다음이라면 마을 주민들 모두 평등합니다만…….”
여자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지금은 알리타 님이겠네요 ‘공물’이 된 주민이 마을의 가장 큰 어른대접을 받습니다. 그 날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지요.”
‘아!’
공물로 선정된 사람은 베히모스에게 먹히기 전에 좋은 대접을 해주는 모양이다.
그럼 바로 이 규율을 이용해야 했다.
시몬은 알리타의 명령으로 사람들을 이곳에서 나오게 한 뒤 키젠의 결계가 있는 비교적 안전한 별장으로 보낼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여러 생각을 하던 시몬이 문득 뭔가를 발견하고는 옆을 가리켰다.
“저기 빈 공간은 뭔가요?”
꺾이지 않는 나무의 본체가 여기 있었다. 그 나무의 밑동이 둥근 모양으로 텅 비어져 있었다. 여성이 말했다.
“마을의 보물이 있던 자리입니다.”
“보물요?”
“네.”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어제 족장님께서 신계로 가지고 가셨죠.”
* * *
“…….”
포탈을 타고 들어온 비브론은 새로운 장소에 들어와 바닥에 걸터앉아 있었다.
곰팡이 냄새가 나는 어둡고 습한 지하 장소.
비브론은 방금 일어난 상황을 떠올리고 있었다.
-비브론!
포탈을 타고 들어오자마자, 마을로 들이닥치며 자신의 이름을 외치던 남자의 모습을.
“결사의 천적, 제7군단장 시몬 폴렌티아.”
그가 만족스럽게 턱을 쓸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을 거다.”
그의 옆,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건 거대한 붉은 구슬이었다. 그것이 어두운 기운을 사방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그때 바닥에 놓인 통신 수정구에서 소리가 들렸다. 비브론이 그것을 들어 작동시키자,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물건은?
대뜸 묻는 질문.
하지만 비브론은 미소 지으며 답했다.
“회수했다. 지금은 오르자바 옆의 위성 도시 올케라에 있다. 올케라에서부터 멸망을 시작하겠다.”
잠시 뒤 수정구에서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대가 보여준 역량에 어르신 또한 기뻐하셨다. 다시 말하지만 아락무라드의 자리는 비어 있다.
“나는 그놈이 바라던 ‘평등한 구원’ 따위는 아무런 흥미 없어.”
그가 툭 내뱉듯 말했다.
“내가 원하는 건 멸망으로 인한 구원이다.”
-……이번 일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어르신께 고하여 아락무라드의 대리가 아닌 새 구원의 좌를 만들겠다.
“당연히 그래야지.”
-하지만 조심해라.
“?”
무거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키젠이 하위 조직을 붙잡아 심문했다. 정보가 새어 나갔다.
콰아앙!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하의 바로 위에서 문이 박살 나는 소리가 들렸다.
“키젠이다!”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순순히 나와!”
왁자지껄한 목소리와 함께 소환수들의 발소리가 머리 위에서 우르르 들렸다.
“쓰레기 같은 일 처리로군. 네놈들은 늘 그랬지.”
그렇게 내뱉은 비브론이 통신 수정구를 쥐어 으깨고는 몸을 일으켰다.
“손님이 왔으니 맞이하러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