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5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50화
시간이 지났다.
시몬이 성큼성큼 걸어오자 비브론을 둘러싸고 있던 언데드들이 썰물처럼 물러섰다.
그 중앙에 기절한 채 덩그러니 남은 비브론이 보인다.
[네 말대로 딱 숨통만 트여놨어. 그 능력을 사용해도 이젠 못 움직일걸?]그 옆에 쪼그려 앉은 좀비부대의 대장, 프린스가 비브론의 뺨을 콕콕 찌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왜 죽이지 말라고 한 거야? 죽어도 싼 놈이잖아!]“정보를 얻어내야 하니까.”
시몬이 긴 숨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이 녀석은 아락무라드로부터 이어지는 중요한 단서야. 심문은 키젠 본부에 맡기자. 알라제!”
[알라제. 변이.]통통 뛰어온 알라제의 몸뚱이가 꿀렁거리더니, 이내 커다란 직사각형의 생체 관으로 변했다.
[변이체 보관 생체 감옥. 한번 가두면 약물의 지속 투여로 깨어나지 못함.]“수고했어, 잠깐만.”
시몬은 비브론에게 다가가 그가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를 회수했다.
목걸이 중간에 시뻘건 광석이 박혀 있었는데, 이게 바로 환옥.
결사의 기술로 외형을 일시적으로 소형화한 것 같았다.
“이제 됐어. 가둬놔.”
[지시 이행.]생체 관이 스스로 움직이더니 비브론을 삼킨 채 단단히 봉쇄했다.
‘이게 이번 일의 근원이구나.’
시몬이 손안에 들어온 환옥을 돌려보고 있는 사이, 주머니 속에 있던 통신 수정구에서 힘겨운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한계야! 아래쪽도 뚫렸어!
-시몬! 아직 멀었어?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해안요새 위에서는 여전히 동기들이 베히모스와 싸우고 있었다. 베히모스들은 이 환옥이 있는 한 어디로든 올 것이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군단장님.]거미부대의 대장, 에르제베트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 물건은 아공간에 보관도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바다에 버리거나 하면 결사가 다시 와서 회수할 것 같사와요.]“응, 힘들게 손에 넣었으니 그런 우려를 확실히 제거하려고. 그 전에-”
시몬이 환옥을 꾹 쥐고는 아공간을 열었다.
“나와, 스컬윙.”
-끼이이이이!
이번에 아공간으로부터 소환한 건 스컬윙이었다. 등장하자마자 공중에서 빙빙 선회한 스컬윙이 시몬의 옆으로 멋들어지게 안착했다.
시몬이 주먹 쥔 손을 손바닥에 내려치는 시늉을 했다.
쿠릉!
하늘에 펼쳐진 마법진에서 에메랄드빛 칠흑이 떨어져 스컬윙을 강화했다. 번쩍번쩍 청록빛으로 번쩍이는 스컬윙이 뽐내듯 날개를 펼쳤고, 그 위에 올라탄 시몬이 말했다.
“그 전에 동기들부터 구해야겠어. 가자! 스컬윙!”
스컬윙이 한 차례 몸을 웅크리더니 포탄이 쏘아지듯 공중으로 치솟았다.
“바다로!”
-끼이이이이!
스컬윙이 점점 가속하며 오르자바의 도시 경관이 쌩쌩 지나갔다.
이내 바다가 가까워지고, 해안요새에서 싸우는 동기들의 모습이 보였다.
드래곤으로 변한 채 데스 와이번들을 통솔하며 활보하는 헥토르, 가장 높은 고공에서 이능 소환수와 함께 난전을 벌이는 로레인, 그리고 요새의 붕괴를 막는 다른 모든 소환학과 학과생들의 모습까지.
이내 스컬윙을 탄 시몬이 요새 가까이 다가오자, 학생들을 공격하던 베히모스들이 상대하던 학생들은 무시한 채 일제히 고개를 돌려서 시몬을 뒤쫓기 시작했다.
위기에 빠져 쓰러져 있던 학생들이 얼떨떨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시몬이 베히모스들을 끌고 가고 있었다.
“내가 왔어!”
시몬이 통신 수정구를 들고 모두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걸까, 요새 곳곳에서 떠들썩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시몬이 이어서 통신구를 입에 대고 말했다.
“비브론은 쓰러뜨렸고, 그가 가진 아티팩트를 탈취했어! 전부 교전을 중지하고 물러나! 베히모스도 더 자극하지 않으면 굳이 싸우려고 하지 않을 거야!”
-알았어!
-오케이!
학생들이 빠르게 물러나거나 전장에서 이탈했다. 환옥은 베히모스를 끌어들인다. 멀리 있는 베히모스들도 고개를 돌려 환옥이 있는 시몬 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온다!’
-스어어어어어어어!
베히모스들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어 따라붙기 시작한다. 시몬은 베히모스들을 이끌고 무너진 해안요새를 따라 날았다.
화악!
베히모스가 휘두르는 꼬리 지느러미를 간신히 피해낸 시몬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어디 있지? 어디에…… 아!’
여러 키젠들 학생들 중에서도 특히나 눈에 띄는 힘.
베히모스 두 기를 깃털로 뒤덮은 채 조종하는 세르네의 모습이 보였다.
“세르네!”
시몬이 순식간에 스컬윙의 고도를 낮추고 그쪽으로 날아갔다. 세르네도 시몬이 날아오는 모습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몬?”
“잡아!”
시몬이 아래로 손을 내밀자, 세르네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팔을 뻗어 시몬의 손을 맞잡았다. 스컬윙이 다시 고도를 높였고, 그녀가 있던 자리로 베히모스들이 들이닥쳐 성벽을 무너뜨렸다.
후우!
시몬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세르네를 똑바로 스컬윙 위에 앉혔다. 그녀가 흩날리는 상앗빛 머리카락을 붙잡으며 여우 같은 눈웃음을 흘렸다.
“어머나, 박력. 오붓하게 데이트라도 할 생각이에요? 시몬.”
“비슷한 셈 칠게!”
시몬이 머리카락을 붙잡은 채 맞바람을 견디며 말했다. 하늘 곳곳에 거대한 마수들의 입이 벌어진 채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이번 일에는 상아탑의 책임도 일부 있는 거 알지?”
“훗, 부인하진 않을게요. 내가 어떻게 돕길 바라나요?”
“속도!”
시몬이 심플하게 외쳤다. 사방에서 환옥에 이끌린 베히모스들이 몰려드는 상황. 그녀가 우아하게 웃더니 두 팔을 들어 올리고 눈을 감았다.
촤라라라라!
그녀의 몸에서 천사의 깃털들이 흩어져 나와 공중으로 휘날렸다. 그것들이 일제히 스컬윙의 날개 뼈대에 들러붙자 풍성하고 화려한 백색의 날개로 변모했다.
“떨어지기 싫으면 꽉 잡아요.”
터어어어어어어엉!
스컬윙에 붙은 깃털이 일제히 칠흑을 뿜어내며 스컬윙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스컬윙은 하나의 빛줄기가 되어 몰려드는 베히모스의 틈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큭!’
눈을 똑바로 뜰 수 없을 정도의 고속.
갑자기 몸이 치켜올렸다가, 하강하고, 솟았다가 내려가길 반복했다.
얼굴 살이 출렁이고 입이 돌아갈 것만 같았다.
‘버텨!’
시몬은 스컬윙에 몸을 바짝 붙이고 엎드렸다. 세르네는 유쾌하게 웃는 소리를 내며 시몬의 허리를 붙잡았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베히모스의 포위에서 벗어났다. 어느새 눈앞은 뻥 뚫린 바다.
주위의 모든 베히모스들이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온다.
“빠져나오긴 했네요. 이제 어디로 갈까요?”
“허억! 헉! 잠깐만!”
눈앞을 가린 앞머리를 손끝으로 넘긴 시몬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가장 먼 섬! 육지와 떨어진 섬으로!”
“근해 섬 중의 하나로 가면 되겠네요.”
촤아아아아아아아!
요새를 지키던 동기들, 중립지대의 사람들, 섬에 사는 주민들이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스컬윙에 탄 시몬과 세르네가 하늘에 한 줄기 긴 빛의 꼬리를 남긴 채 날아가고, 그 뒤를 무수한 베히모스들이 흉악한 입을 벌린 채 쫓아가는 모습은 뭐라 설명하기 힘든 광경이었다.
“저쯤이면 될까요?”
이내 세르네가 16개 근해 섬 중에 가장 먼 곳을 가리켰다. 시몬이 말했다.
“응! 저기가 좋겠어!”
섬에 도착하니 스컬윙이 날개를 접고 감속했다. 힘이 다한 깃털들이 하나둘 떨어지고 시몬은 훌쩍 뛰어내려 바닥에 힘차게 착지했다.
“바로 준비할게!”
시몬이 그렇게 외치며 칠흑을 일으려는데, 아직 스컬윙에 올라탄 세르네가 눈을 깜빡이며 손등을 내밀고 있었다.
잠시 멍하니 있던 시몬이 ‘아’ 하고 웃으며 다가와 그녀의 손을 붙잡은 채 허리를 껴안고 내려주었다. 그녀가 우후훗 웃었다.
“고마워요.”
“별거 아냐.”
시몬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파멸의 대검을 붙잡았다.
세르네가 물었다.
“그럼 다음 계획은 뭐예요? 외딴 섬에서 베히모스에 둘러싸여 둘이서 오붓하게 죽기?”
“그럴 리가.”
콰악!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바닥에 찍고 길게 숨을 내뱉었다.
“그늘성으로 향하는 길을 열 거야.”
“아, 매그너스의 예전 본진인 그곳 말이죠?”
“맞아, 던전주의 힘을 흡수한 내가 그 성의 소유자거든.”
그늘성은 던전.
알라제의 말에 따르면, 그늘성 던전주의 힘을 보유한 자가 이상 현상을 인위적으로 일으키면 통로를 형성할 수 있다고 했다.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소환에 조건이 있어! 대기의 마나를 요동치게 해줘. 나머지 조건은 충분해!”
“알겠어요.”
세르네가 손끝으로 머릿결을 쳐서 찰랑이게 만들고는, 스커트를 붙잡고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쏟아져 나온 하얀 깃털이 이내 섬 주위를 가득 채우며 빛으로 일렁였다.
주위가 일렁이며 마치 하얀 깃털의 비가 내리는 것처럼 변했다.
‘완벽해!’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붙잡았다. 주위는 언덕 아래로 그늘이 져 있었고, 바로 옆에 물도 흐르고 있다. 칼날의 색이 일순 어둡게 물들었고, 그 상태로 있는 힘껏 허공을 베었다.
쩌어어어어어엉!
검이 벤 곳을 기점으로 공간이 크게 일그러지며 가로로 길게 균열이 일어났다.
시몬이 숨을 헐떡이며 미소 지었다. 그 균열 너머로 그늘성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성공이었다.
[브루트! 군단장의 모습이 보인다!] [군단장이다!]마침 그 공간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늘성에서 아직도 본체 자격을 놓고 난전을 벌이고 있는 에이션트 언데드, 브루트들의 목소리였다.
[브루트! 싸우러 나갈 차례인가?]시몬이 재빨리 ‘아니 아니!’ 하고 균열에 대고 말했다.
“잠깐 보관할 게 있어서 공간을 연 것뿐이야. 절대 잃어버리지 말고 거기서 잘 보관해 줘!”
[브루트! 명심하겠다!]“그런데 아직도 본체가 누군지는 안 정해진 거야?”
[브루트! 거의 다 정해졌다! 지금 현재 차력쇼 브루트가 가장 우세하다!]그러나 잠시 후 브루트가 말했다.
[방금 차력쇼 브루트가 죽었다! 조금 더 걸릴 것 같다.]시몬은 그저 쓰게 웃은 뒤, 환옥을 그늘성으로 보내고 균열을 닫았다.
‘좋아, 환옥이 다른 차원으로 넘어갔다. 이걸로…….’
스어어어어어어-
눈을 부릅뜬 채 섬 주위로 시커멓게 몰려들던 베히모스들이 일순 멈칫했다.
그 모습은 마치 최면에서 깨어나기라도 한 듯한 광경이었다. 이내 상공을 빙빙 돌더니 섬은 신경도 쓰지 않고 먼바다로 흩어져 하나둘 떠나갔다.
시몬이 비로소 털썩 바닥에 쓰러지듯 앉았다.
“살았다.”
“우후후! 데이트치고는 다이나믹했네요.”
세르네도 옆에 앉아 머리를 넘겼다. 역시 그런 난리를 겪고도 여유 있는 모습이다.
그렇게 시몬은 베히모스들이 먼바다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마도 다시 원래 돌던 루트대로 돌아갈 것이고, 이제 중립지대에는 더 이상 베히모스의 위협은 없을 것이다.
초승섬과 중립지대는 평화를 되찾게 되리라.
“그런데 뭔가…….”
시몬이 멍하니 눈을 끔뻑거렸다.
“중요한 걸 잊은 것 같은…… 아!”
시몬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재료용 베히모스 하나는 확보해야 하는데!”
시몬이 다급히 뒤를 돌아보았지만 베히모스들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항구 요새 쪽에 쓰러뜨렸던 베히모스들은 이미 다른 동기들이 앞다투어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시몬이 허탈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가운데.
“걱정 마세요. 시몬.”
“?”
스어어어어어어어!
그때 두 사람이 있는 섬으로 가장 늦게 두 마리의 베히모스가 다가오고 있었다. 깃털이 붙어 있는 그것들은 세르네가 조종하고 있는 베히모스 두 마리였다.
깃털이 하나둘 떨어져 나가며 정신이 돌아오려는지 베히모스가 부비적 몸부림치고 있었다.
“가장 강한 두 아이는 내가 장악해 뒀어요.”
세르네가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렸다.
“하나씩 나눠 가질래요?”
“……아하하.”
시몬이 비로소 가슴을 부여잡으며 안도의 한숨을 한 차례 쉬었다.
“고마워. 진짜 덕분에 살았어.”
그렇게 시몬과 세르네는 최상급의 준성체 베히모스를 하나씩 손에 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