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6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62화
시몬은 카미바레즈와 함께 3학년 혈류학과 교수, 프레스턴 패튼을 만나러 혈류학관 건물에 도착했다.
‘뭔가 긴장되네.’
카미바레즈와 함께 걸으며 시몬은 셔츠 칼라를 똑바로 정리했다.
혈류학과 교수 하면 예전 혈류학과 교수 ‘실라지’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사실은 그가 결사의 혈천교 대주교였고 키젠 진급시험에 수작을 부릴 줄 누가 알았을까.
그 이후로 혈류학과 쪽과는 큰 접점이 없었는데 이렇게 다시 찾아오게 됐다.
파닥 파닥-
반면 카미바레즈는 즐거운 듯 연신 날개를 파닥거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는 중이었다.
“언젠가 다시 시몬이 혈류학에 관심을 가져주고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지만요!”
“나도 그래.”
“아, 여기예요!”
카미바레즈가 걸음을 멈추었다. 혈류학관 건물 최상층, 고즈넉한 분위기가 흐르는 복도에 문 하나가 보였다.
그녀가 손등으로 가볍게 문을 콩콩 노크했다.
“프레스턴 교수님! 저 카미바레즈예요! 안에 계신가요?”
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분명 안에 인기척은 있는데.
카미바레즈 또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갸웃하더니, 까치발을 들고 다시 문을 콩콩 두들겼다.
“프레스턴 교수님?”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시게, 카미바레즈 학생.
“네!”
뒷짐을 진 카미바레즈가 어깨를 가볍게 좌우로 흔들며 흥얼거렸다. 아직 푸딩 선물의 여운이 남아 있는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잠시 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이내 프레스턴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시게.
달칵.
카미바레즈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실례합니다!”
시몬도 뒤따라 ‘실례합니다’ 하고 말하며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왔다.
‘우와.’
번쩍번쩍하다.
지금까지 시몬이 방문한 여러 교수들의 연구실 중에서도 가장 ‘세속적인’ 연구실이었다. 금이나 보석으로 만든 가구나 장식품들이 눈이 아플 만큼 가득 널려 있고, 벽에는 예술에 조예가 없는 시몬이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고전 명화가 걸려 있다. 그리고 가장 압도적인 건 벽 옆에 놓인 청동 동상.
무려 프레스턴 본인의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 심지어.
‘……본인의 누드 동상이라니.’
나름 사실적으로 묘사해서 주름살을 드러낸 얼굴과는 달리, 몸은 근육질에 복근까지 상당히 미화해 둔 모습. 특히 적나라하게 드러난 신체 특정 부위는 같은 남자로서 민망하기도 하고 헛웃음도 나왔다.
예술의 세계는 심오하다고 생각하며, 시몬은 애써 시선을 두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 것보다.
“…….”
선객이 와 있었다.
자글자글한 주름살의 프레스턴 앞에 앉아 있는 교복 차림의 소년.
앞머리를 눈이 덮일 만큼 길게 길렀다. 그다지 특징 없는 외모에 팔다리는 가늘었고 왜소한 체격의 소년이 천천히 교복 소매를 내리고 있었다.
말 한번 붙인 적 없었지만 시몬은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전체 8위, 일라이저 크로비스.’
잘 알려지지 않은 학생이었지만 갑자기 불현듯 튀어나와 3학년 Top10자리를 거머쥔 인물이다. Top10에 호명됐을 때 다들 ‘일라이저가 누구야’ 하는 반응이었다.
화제가 된 건 특별한 혈통이나 종족 출신도 아니면서, 평범한 보통 인간의 몸으로 하프 뱀파이어 카미바레즈와 혈묘족 엘리시아를 꺾고 혈류학과 총대표직을 손에 넣은 인물이라는 점이다.
카미바레즈는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프레스턴 교수님! 안녕하세요 일라이저! 저희가 방해한 건 아닐까요?”
“아닐세. 막 상담이 끝난 참이었으이.”
프레스턴이 손바닥을 펼쳤고, 일라이저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내 느릿한 걸음걸이로 연구실 밖을 향해 걸어갔다.
사르르륵-
그가 걸으며 시몬과 카미바레즈를 지나쳤고, 그의 앞머리가 흔들리는 순간 시몬은 목도했다. 앞머리 너머로 보석처럼 반짝이는 파란색 눈동자가 시몬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눈 대신 보석을 박아놓은 것만 같다.
시몬이 놀라서 등을 돌리자, 이미 일라이저는 밖으로 나간 뒤였다.
복도 밖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특이한 녀석이네.’
결사의 약물 같은 건 아니다. 눈동자의 형태가 특이해서 관심이 가기는 했지만 단지 그 정도뿐.
이내 시몬과 카미바레즈가 자리에 앉았다.
“뭐라도 마시겠나?”
“아, 감사합니다!”
이곳의 응접실은 특이했다.
대도시의 술집에서 볼 수 있는 ‘바’ 같은 곳이었다. 평소 와인이나 과일주 등을 즐기는 건지 그쪽 재료나 장비들이 많았다.
입고 있는 복장도 셔츠에 조끼다 보니, 이곳에서 보는 프레스턴 교수는 노련한 바텐더 같은 느낌이다. 학생들에게 편안한 상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이렇게 방을 설계한 걸까? 나이는 많지만 편견이 없고 여러 시도를 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찰칵.
찰칵.
뭔가를 만드는지 프레스턴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레몬을 꺼내서 칼로 썰기도 했다.
시몬과 카미바레즈 앞에 컵 받침이 놓였다. 교수들이 내어주는 차는 늘 맛있었기에 시몬은 내심 기대했지만.
“여기 있네.”
찰랑.
그냥 물이었다.
삼각형 형태의 고급스러운 잔에 담겨 있지만 정말로 아무 특징도 없는 물이었다. 그런 와중에 본인만 음료다. 레몬과 체리로 장식한 달콤한 과일주.
카미바레즈는 익숙한 대접인지 ‘아하하’ 웃으며 시몬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시몬은 냉수를 들이켰다. 겉모습만 투명한가 싶었는데 진짜 물이다.
프레스턴은 빨대를 휘휘 저으며 말했다.
“아무리 교칙은 허용된다지만, 나는 아직 학생들이 술을 마시는 게 그리 좋게 보이지 않아서 말이야.”
“……아, 넵.”
“그리고.”
프레스턴이 손끝을 아래로 향했다.
“다음에 내 연구실에 들어올 때는 신발을 털고 들어오게. 비싼 카펫이거든.”
“……며, 명심하겠습니다.”
살짝 당혹스러웠다.
기본적으로 마음속에 품고 있던 현역 키젠 교수로서의 기대감이나 인격적 존경심 같은 게 와장창 깨지는 기분.
그렇다고 다른 학과인 시몬에게만 일부러 차별 대우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옆에 있는 카미바레즈에게도 손톱이 기니까 비싼 테이블을 긁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며 비슷한 잔소리를 했으니까. 그냥 원래 성격이 까탈스러운 사람인 모양이었다.
“시, 심성은 좋은 분이세요.”
카미바레즈가 작은 목소리로 대신 변호해 주었다.
“그래서, 학생회장.”
과일주로 목을 축인 프레스턴이 입을 열었다.
“용건이 있는 건 자네 쪽인 것 같은데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지?”
“혈류학 분야에서 상담을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시몬은 지금까지 거쳐온 내용들을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1학년 때 개발한 오리지널 흑마법이자 주력기인 ‘친위대’에 대해. 그리고 베히모스 전함에 들어갈 더 향상된 친위대가 필요하고, 그 열쇠는 혈류학에 있을 거라는 이야기까지.
가만히 설명을 듣고 있던 프레스턴이 천장에 걸린 종을 붙잡고 흔들었다. 청아한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
시몬이 무슨 일인가 싶어서 눈을 깜빡이고 있는데, 문밖의 복도에서 ‘우르르!’ 하고 엄청난 기세의 발소리가 들렸다.
이내 문이 벌컥 열리고 한 남자 조교가 숨을 헐떡이며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프레스턴 교수님!”
그는 대뜸 신고 있던 구두를 벗더니 카펫을 조심스레 밟으며 걸어와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섰다. 프레스턴이 휙휙 손짓했다.
“기록보관실에서 실라지 교수가 작성한 시몬 폴렌티아 학생의 기록들을 전부 가져오게. 특히 SM-1 혈액과, 클라우드에 대해.”
“예!”
프레스턴에게 허리 굽혀 인사한 조교가, 이내 학생인 시몬과 카미바레즈에게도 고개 숙여 인사하고는 뒷걸음질 치며 물러났다. 손수건으로 방금 밟았던 카펫 부분을 닦으며 밖으로 나온 뒤 다시 구두를 신고 문을 닫았다.
‘……고생이 많으시네.’
프레스턴의 조교들이 상관의 까다로운 성격에 맞추느라 얼마나 고생할지 눈에 훤했다.
그렇게 얼마 걸리지 않아, 프레스턴의 조교들이 우르르 몰려와 각종 서류와 메모리얼 수정구를 내려놓고 갔다.
“실라지 그자가 일은 잘해놓고 갔군.”
프레스턴은 서류를 훑어보며 턱을 쓸어내렸다.
“흥미롭군, 흥미로워. 자네의 몸에 흐르는 피, ‘SM-1’은 확실히 새롭고 특이한 유형이야. 칠흑이 피를 잡아먹는다니. 흐음-”
시몬도 특이하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다.
피와 칠흑을 일정 비율로 배합해 마법적 효과를 부여한 게 클라우드.
그것을 블러드 골렘과 엮어서 소환수에 덧입힌 게 친위대.
피와 칠흑에 이어서 신성을 융합하면 ‘혼돈기’가 되고.
이 세 가지를 섞은 뒤, 피를 서서히 증발시킨 채 칠흑과 신성만 극한으로 회전시키면 ‘소용돌이’가 된다. 원리는 훨씬 복잡하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그렇다.
어쨌거나 시몬은 자신의 피를 어지간한 혈류술사보다 더 유용하게 사용해 왔다.
“주목해야 할 건 이쪽이군.”
그가 메모리얼 수정구를 작동시켰다.
다소 화면이 흐리지만 집중하면 알아볼 만했다. 시몬의 1학년 시절의 광경이 담겨 있었다.
-혈류탄!
시몬이 발사한 혈류마법 기본기인 혈류탄이, 표적지에 닿는 순간 부채꼴로 퍼져 나가며 폭발하는 모습이었다. 곳곳에서 다른 1학년 학생들이 탄성을 터뜨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워요! 이때 시몬은 파릇파릇했네요!”
카미바레즈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시몬도 웃었다.
“카미는 여전하네.”
“아앗! 너무해요!”
프레스턴 교수가 수염을 쓸었다.
“흑마법에 집중하시게. 카미바레즈 학생.”
“앗! 아! 죄송합니다!”
“그럼 다음으로.”
다음 메모리얼 수정구가 보여주는 광경은 시몬의 1학년 시절, 첫 친위대를 사용했을 때였다.
스켈레톤에 친위대를 입히고 종횡무진 몬스터를 베어가며 나아가던 시몬이, 마지막에는 스켈레톤에 입혀둔 모든 친위대의 힘을 한데 모아 ‘블러드 에로우’의 형태로 발사하는 모습이었다.
요즘은 더 강한 기술이 많아서 잘 쓰진 않지만, 지금 봐도 위력은 대단했다.
“칠흑이 피를 먹어치운 뒤에 더 강하게 폭발하는군.”
“네.”
“해결법은 알아냈네.”
시몬이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정말인가요?”
“하지만-”
프레스턴이 턱에 손을 얹었다.
“무료는 아니 됨세.”
“네?”
“교수니임!”
카미바레즈도 얼굴을 붉히며 뒤따라 벌떡 일어났다.
“3학년 혈류학 담당이시잖아요! 모든 학생들에게 혈류학을 가르쳐 줘야 할 의무가 있으세요!”
“내 의무는 수업이지, 이런 과외는 업무 범위 외라고 해야 하나.”
시몬이 땀을 삐질 흘렸다.
이 사람 여러 의미에서 성격은 확실하단 생각이 들었다. 프레스턴이 어떤 사람인지 물었을 때, 괜히 카미바레즈가 ‘네크로맨서답다’고 말한 게 아니었다. 자신의 실리와 실적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타입.
“무료가 아니라면 강의비를 낼 의향도 있습니다.”
“아니 아니, 교수 된 입장에서 학생에게 돈을 받을 수 없지 않겠는가.”
그가 미소 지었다.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게. 제7군단장.”
“제 능력이 되고, 불법적인 게 아니라면요.”
“좋네.”
탁.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비로소 뭔가를 쪼르르 타기 시작했다.
과일과 체리를 얹어 순식간에 과일주를 만든 그가 시몬에게 내밀었다.
“이건 고객에게 드리는 서비스일세.”
시몬이 웃는 얼굴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단숨에 입안으로 털어 넣는 시몬의 모습을 보며 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그가 겉옷을 챙겼다.
“정확히 무얼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관여한 이상 최고의 결과물이 될 것을 자부하지.”
“?”
그가 서랍에서 깃펜을 들어 올렸다.
“폭발하지 않는 친위대. 그것이 핵심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