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6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63화
프레스턴 교수는 제대로 할 일을 했다.
시몬의 피를 뽑아간 그는 실라지가 남긴 자료들을 종합하여 SM-1을 이용한 신기술을 연구했다.
그렇게 오래 지나지 않아 프레스턴은 새로운 현상을 발견해냈고, 룬어와 이론으로 이를 정립했다고 알려왔다.
혈륜의 룬어를 이용한 변환 수식과, ‘네비네트’라는 몬스터의 피를 응용해 만든 기술이라고 한다.
이론적으로는 문제없다. 지금부터는 시몬의 몫, 실패 확률을 줄이고 실전에서 쓸 수 있을 만한 기술로 다듬어야 했다.
“연습은 제가 도와드릴게요!”
프레스턴의 연구에서 조수를 자처한 카미바레즈가 직접 가르쳐 주기로 했다. 그녀는 시몬을 데리고 혈류학과 기숙사 뒤편의 한적한 공터로 향했다.
“여기 어때요 시몬?”
체육복 차림의 그녀가 활짝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금지된 숲이 아니라 몬스터는 거의 없어요. 인적도 드물어서 훈련을 방해받을 일도 없을 거예요!”
“좋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던 시몬이 감탄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로크섬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2년 동안 지냈는데 여긴 처음 와봤어.”
“네! 로크섬도 잘 찾아보면 보석 같은 곳이 많아요!”
눈을 반짝인 채 연신 박쥐 날개를 파닥거리는 카미바레즈였다. ‘여기 금잔화가 폈어요!’ 하면서 쪼르르 달려가 쪼그려 앉아서 꽃향기를 맡기도 했다. 시몬이 땀을 삐질 흘렸다.
‘카미가 뭔가 평소보다 신나 보이네.’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던 시몬이 입을 열었다.
“도와주는 건 고맙지만, 카미도 공부로 바쁠 텐데 괜찮겠어?”
“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그녀가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시몬이 모처럼 혈류학에 관심을 가져줬으니까 힘낼 거예요!”
“정말 고마워. 나도 열심히 할게.”
바로 훈련이 시작됐다.
카미바레즈는 프레스턴의 임시 조수로서 일을 도와주며 연구 대부분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 왔기에 신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남달랐다.
“자, 그럼 신기술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복습부터 할게요!”
카미바레즈가 손뼉을 짝 쳤다.
“우선 시몬의 피, ‘SM-1’은 외부에 노출되면 칠흑이 피를 먹어 증식하려는 성질이 있어요! 이걸 혈류마법으로 정제해서 피와 칠흑을 6:4의 비율로 유지하면 만들어지는 기술이 ‘클라우드’였죠!”
“그렇지.”
“하지만 이 비율이 깨져서 칠흑이 더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그녀가 손을 총처럼 말아쥔 뒤에 마법진을 펼쳤다.
1학년 시절 카미바레즈의 주력기. 피의 탄환이 날아가 나무에 부딪혀 폭발했다.
“이렇게! 피를 모두 잡아먹어 불안정해진 칠흑은 혈류탄 효과를 내며 폭발하죠!”
“정확해, 카미.”
“자! 그럼 이번엔 조금 다르게 해볼게요!”
그녀가 다시 한번 허공에 혈류탄 마법진을 펼쳤다.
그리고 혈류탄 뒤로 새로운 마법진을 하나 더 펼쳤다. 앞장의 마법진과는 다른 구조였으나, 메인 룬어를 보니 사실상 또 한 장의 혈류탄이었다.
“잘 봐주세요!”
그녀가 손끝을 마법진에 대고 혈류탄을 발사했다. 그 혈류탄은 바로 앞의 또 다른 혈류탄 마법진을 통과했고, 두 개의 혈류탄이 겹친 상태로 빠르게 나아가 나무에 부딪혔다.
그리고.
꾸드드드드득!
나무를 부수고도 한참을 날아간 뒤에 대기 중에 사라져 버렸다.
지켜보던 시몬의 눈이 커졌다.
“폭발…… 하지 않았어! 관통 효과? 아니, 속도도 더 빨라진 것 같은데.”
“맞아요!”
시몬이 바로 감을 잡자, 카미바레즈가 제자리에서 콩콩 뛰며 좋아했다.
시몬은 방금 광경을 머릿속으로 한 번 더 떠올렸다. 두 혈류탄이 겹쳐졌다. 그러자 반드시 폭발해야 할 카미바레즈의 혈류탄이 폭발하지 않고, 장애물에 부딪힌 뒤에도 관통까지 하며 끝까지 나아갔다.
“간단히 보여 드렸지만, 이게 신기술의 원리예요!”
카미바레즈가 두 팔을 펼쳤다.
“연구 결과, 시몬의 클라우드는 피와 칠흑 6:4의 비율로 유지되다가 5:5 비율을 넘어서면 칠흑이 피를 먹으며 증식하게 돼요! 하지만 비율이 깨지고 폭발이 진행되는 순간! 똑같은 종류의 피의 마법과 겹쳐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피외 칠흑의 비율이 다시 변화하며 안정적으로 변하겠네.”
“바로 그거예요!”
혈류마법은 네크로맨서들의 다른 흑마법과 비교하면 이질적이다.
예를 들어 날아가는 칠흑화살 뒤에, 더 빠른 칠흑화살을 발사한다면 서로 부딪혀 파괴되거나 더 강한 칠흑화살만이 살아남는다. 이건 당연한 상식이다. 같은 칠흑으로 이루어졌지만 완성해서 발사한 두 마법은 엄연히 서로 다르니까.
하지만 혈류마법은 ‘피’라는 매개가 있다. 똑같은 술사의 피로 이루어진 마법은 외부에서 만나도 부딪히거나 깨지지 않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성질을 혈류학과에서는 ‘화혈’이라고 부른다.
“신기술은 화혈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방식이에요!”
카미바레즈가 눈을 빛내며 설명했다.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첫 번째 마법이 날아가며 폭발하려는 임계점에 달하는 순간 두 번째 마법에 닿게 돼요! 그 결과 비율이 달라지며 첫 번째 마법의 폭발 자체는 중단되지만, 한번 임계점을 넘어선 폭발 에너지는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이 첫 번째 마법의 폭발력이 두 번째 마법에 전달되고!”
“하나가 된 두 마법은 폭발하지 않은 채 속도와 위력만 증가한 채로 유지되다가 사라지는 거네.”
“맞아요 시몬!”
카미바레즈가 짝짝짝 손뼉을 치며 칭찬해 주었다.
시몬은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이건 혈류탄이잖아. 우리가 사용할 마법은 클라우드를 소환수에 입히는 ‘친위대’인데.”
“친위대도 같은 원리와 방식을 채용할 거예요!”
카미바레즈가 다시 한번 허공에 새로운 피의 마법진 두 장을 약간의 거리를 두고 펼쳤다.
“제 피와 시몬의 피는 다르니까 같은 마법이라고 볼 순 없지만, 대충 이런 원리구나 생각하고 봐주세요!”
그녀가 폴짝 뛰어올라 두 마법진을 통과했고, 두 붉은 마법진에서 빠져나온 피의 기운이 카미바레즈를 휘감았다.
일종의 혈류계 버프 마법인 모양. 빨라진 속도로 나아가던 그녀의 몸에, 갑자기 피의 기운이 더 격렬하게 일어났다. 동시에 그녀의 속도도 더 빨라졌다.
이내 나무 사이로 들어가 경쾌하게 팔을 몇 번 휘두른 그녀가 빙글 몸을 돌렸다.
“이렇게!”
팡!
혈류 버프마법이 풀리며, 카미바레즈가 가디건 소매가 삐져나온 두 팔을 앙증맞게 들어 올렸다.
쿠쿠쿠쿵-
쿠쿠쿠쿠!
근처의 나무들이 그녀가 일으킨 마투기에 모조리 쓰러지거나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귀여운 외모와는 상반되는 압도적인 힘.
시몬은 진심 어린 감탄성을 내뱉으며 살짝 어깨를 떨었다.
‘……전체 11위 맞네.’
카미바레즈가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처럼 쪼르르 달려왔다.
“이론이 이렇다는 거예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와 시몬의 피는 다르니까 참고만 해주세요!”
“응, 고마워. 감은 확실히 잡았어.”
시몬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간단히 말해 폭발력을 힘과 속도로 바꾼다는 거지?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사실 소환학에서도 비슷한 게 있거든. 리노의 황금선이라고.”
카미바레즈가 고개를 갸웃갸웃했다.
“리모…… 황금?”
여기서 전공이 다른 게 확 느껴졌다.
시몬은 그렇게 생각하며 설명했다.
“소환학 전공 과정이라 카미에겐 어려울 거야. 구울 알지? 좀비와는 달리 구울은 시체폭발이 안 되니까 폭발 대신 코어와 칠흑을 희생하는 대가로 짧은 시간 동안 강한 성능을 낼 수 있어. 폭발 대신 힘이라고 할까.”
“맞아요! 이 신기술도 그런 느낌이에요!”
바로 연습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선 프레스턴 교수로부터 전달받은 룬어와 수식을 분석하고 구체적으로 습득한 뒤, 재료인 네비네트의 피와 클라우드로 이루어진 두 장의 마법진을 펼쳤다.
두 장 모두 ‘친위대’의 수식을 담았다. 이후 아공간에서 꺼낸 스켈레톤 하나를 준비시켰다.
“자, 출발해!”
시몬이 명령하자, 스켈레톤이 힘차게 달려서 마법진 두 개를 통과했다.
단번에 형광색의 에메랄드빛으로 뒤덮인 스켈레톤이 망토를 휘날리며 총탄처럼 쏘아져 나갔다.
“성공이에요!”
카미바레즈가 외쳤다. 그런데 잘 가던 친위대 스켈레톤의 청록빛이 일순 뭉개지며 검게 물들더니.
퍼어어어어엉!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뼈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아.”
카미바레즈가 두 손으로 입을 가렸고, 시몬은 덤덤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타이밍이 안 맞았어.’
두 친위대 마법이 합쳐졌지만 폭발의 타이밍이 너무 빨랐다. 비율에서 실수가 생긴 것 같았다.
“이제 첫 시도일 뿐이니까요!”
카미바레즈가 시몬의 눈치를 보며 애써 화기애애하게 말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음.”
그런데 시몬은 실패에 아쉬워하긴커녕, 빛나는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폭발로 날아간 스켈레톤 뼈들이 온통 나무에 틀어박히는 등 일대를 파괴했는데 꽤 위력이 대단했다.
“복원.”
시몬이 손짓하자, 날아갔던 스켈레톤의 뼈들이 빠르게 모여들어 시몬의 앞에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흰 뼈가 검게 그을리긴 했지만 시몬이 앞서 방어마법을 걸어두어서 그런지 상태는 꽤 멀쩡했다.
“이건 이대로 연구해서 다른 방식으로 써도 좋겠네.”
“네, 네?”
“날아가는 폭탄인 거잖아.”
지금 만드는 건 ‘베히모스 전함’.
평소에는 소형 개체와 친위대의 조합으로 가다가도, 수틀리면 이런 폭발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미바레즈가 ‘아하하’ 웃었다.
“역시 시몬은 남다르네요.”
“하지만 목표는 신기술이니까. 다른 곳에 한눈팔지 않고 신기술에 집중할게.”
시몬은 계속해서 시도했다.
두 번째 시도에는 친위대가 폭발하지 않았지만 속도의 증강은커녕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폭발 에너지가 생기지 않고 그냥 중화되어 버린 셈. 두 친위대 마법을 겹쳐도 더 강해지거나 하진 않았으니, 이건 칠흑과 피 낭비일 뿐이다.
세 번째 시도에는 폭발.
네 번째 시도에는 폭발하지 않았지만 증강 효과는 전무.
그렇게 열 번째 시도까지 반복했지만, 두 가지 경우만 계속 발생했다.
“감이 올 듯 말 듯하네. 간질간질한 기분이야.”
시몬이 턱을 쓸며 말했다.
“살짝 힌트가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힌트…….”
카미바레즈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화혈은 두 가지 혈류마법을 합치는 기술이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완전히 합친다기보다는 두 마법을 포갠다고 생각해요.”
“포갠다니?”
“화혈로 하나가 된 기술이라도, 두 가지 기술을 상반되게 인식하는 거예요. 핵심은 기술을 합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기술이 다른 하나의 기술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거니까요.”
설명을 듣고 있던 시몬이 두 마법진을 펼쳤다. 카미바레즈는 계속 설명했다.
“죄송해요. 제가 그…… 남을 가르치는 건 재주가 없어서. 하지만 시몬! 너무 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조금씩…….”
투콰앙!
그녀가 고개를 휙 돌렸다. 두 마법진을 통과한 친위대가 빠르게 달려 나갔다. 평소와 같은 흐름이었지만.
화악!
갑자기 달리던 친위대가 중간에서 한 번 가속했다. 망토와 검, 뼈를 휘감은 청록빛 에너지가 화염처럼 치솟았다. 친위대가 나무에 검을 휘둘렀고.
쩡!
나무 한 그루가 통째로 베어져 내려앉았다.
시몬이 숨을 헐떡이며 펼친 오른팔을 내리더니 카미바레즈를 바라보며 웃었다.
“이런 느낌?”
“…….”
카미바레즈가 멍하니 시몬을 바라보다가 이내 두 뺨을 발갛게 물들이며 말했다.
“교수님들이 왜 앞다투어 시몬을 가르치려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