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6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66화
시몬은 사샤와 함께 축제 곳곳을 즐기다가 돌아왔다.
방긋방긋 웃는 사샤의 얼굴을 보니 무척이나 만족한 모양이다. 그녀는 펜타모니엄 소속이었지만 워낙 삼엄한 경비 때문에 느긋하게 거리를 돌아본 적이 없었다고.
그렇게 산책을 마친 시몬은 사샤의 병실이 있는 건물까지 그녀를 데려다주었다.
“희소식을 하나 전하자면, 축제가 끝난 뒤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시몬이 말했다.
“제인 교수님이 네 몸에 큰 문제가 없다면 학교 복귀를 강행하겠다고 하셨거든.”
“진짜?”
너무 기뻐! 하고 외치며 시몬을 붙잡고 통통 뛰어다니는 그녀였다. 시몬이 그녀의 어깨를 토닥인 뒤 입을 열었다.
“참, 그리고 네 프로필을 봤는데.”
“?”
“그 이상한 환각 같은 건 어때? 자주 보여?”
그녀가 고개를 휙휙 저은 뒤 방긋 웃었다.
“이젠 거의 안 보이는걸!”
“그렇담 다행이네.”
시몬이 그녀의 정수리에 손을 한 번 얹은 다음 허리를 폈다.
“무슨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내게 이야기해 줘.”
“응!”
“사샤! 돌아왔구나!”
마침 그녀를 담당하는 거품 같은 수염의 연구원이 마중 나왔다. 사샤가 ‘너무 빨라’ 하고 투정을 부렸지만, 시몬은 곧 학교에 가면 실컷 같이 다닐 수 있을 거라며 그녀를 잘 타일렀다.
“그리고 마지막 날 언데드 퍼레이드는 기대해도 좋아.”
“나 건물 밖으로 못 나오는데?”
시몬이 씩 웃었다.
“걱정 마. 네가 펜타모니엄의 어디에 있어도 볼 수 있도록 할 테니까.”
* * *
사샤와 이야기를 나누느라 시간이 조금 늦었다.
원래는 소환학과 학생들을 텔레포트 마법진 앞에서 마중할 생각이었지만 다들 이미 도착해서 숙소로 들어갔다고 한다. 시몬도 곧바로 숙소로 향했다.
펜타모니엄은 ‘유리의 도시’라는 이명으로 불릴 만큼 투명한 외벽으로 이루어진 탑 구조물이 유명했는데, 학과생들이 머무는 숙소는 바로 그 유리탑의 상층이었다. 키젠 학생들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주최 측에서 신경을 써준 모양이었다.
그렇게 유리탑 상층에 도착하니 커다란 방문 두 개가 모두 활짝 열려 있고, 익숙하고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들렸다.
“경관이 진짜 미쳤어!”
“이 맛에 키젠 학생 하지.”
“시설 왜 이렇게 좋아?”
안에 들어가 보니 수십 명이 넉넉히 잘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방이었다.
남학생 방과 여학생 방으로 나뉘었는데 남학생들은 각자 소파에 앉거나 침대에 드러누워 쉬고 있었다. 그리고 한 무리의 학생들은 유리 벽면에 다닥다닥 붙은 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몬! 왔어?”
제일 먼저 시몬을 발견한 토토가 휙휙 손을 흔들며 반겨주었다.
“여기 좀 봐봐!”
“뭔데?”
시몬도 손을 들어 인사하고는 토토 쪽으로 다가갔다. 유리 외벽 너머로 축제가 펼쳐지는 바깥 경관이 모두 다 보이고 있었다. 동기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멋지네.”
시몬이 팔짱을 끼며 소감을 말했다. 토토가 웃었다.
“시몬은 그다지 놀라지 않는 눈치네.”
“아, 실은 몇 번 봤거든.”
논문 발표하랴, 본 드래곤 제작하랴. 이제 펜타모니엄은 시몬의 앞마당이라고 할 정도로 익숙한 곳이었다.
“시몬.”
그때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다가왔다.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
“무슨 이야기?”
“언데드 퍼레이드의 계획에 대해 논하고 싶다만.”
피츠제럴드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에게는 이번 언데드 퍼레이드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 있었다. 일종의 승리 공식이었다.
모든 내용을 들은 시몬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그 계획대로라면 우리 둘만 하는 건 의미 없고, 학과생 전원이 약속을 해야 할 것 같아.”
“음.”
피츠제럴드가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다들 제멋대로 흩어져 왁자지껄하게 뛰어놀고 있다. 모두의 앞에서 ‘할 말이 있다’고 말하려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지만, 성격상 입이 잘 안 떨어지는 모양.
시몬이 그를 말렸다.
“애들 모으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나중에 다 모이면 설명만 해줘.”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
“그리고.”
시몬이 옆을 가리켰다.
“아마 나한테만 허락받으면 저쪽이 화낼 것 같은데.”
시몬이 가리킨 곳에는 큰 소파 하나를 헥토르와 그의 파벌이 차지한 채 낄낄거리고 있었다.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총과대는 내게 맡겨라.”
피츠제럴드는 사람들 앞에 나서거나 리더 노릇을 하는 건 부담스러워했지만, 의외로 헥토르의 눈치는 별로 보지 않는 타입이었다.
그가 다가가서 헥토르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헥토르는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못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파벌 학생들에게 큰 목소리로 ‘플랜!’ 하고 말하자, 드러누워 있던 그들도 흐느적거리며 일어나 거실로 넘어왔다.
‘의외로 학과 일은 잘 협조해 준다니까.’
시몬이 미소 지으며 지켜보고 있는데, 피츠제럴드가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시몬이 말했다.
“그럼 내가 여자애들 불러올게.”
시몬은 바로 옆방으로 넘어갔다. 문은 열려 있었지만 예의상 문을 손등으로 똑똑 노크했다.
“나 시몬인데, 들어가도 될까?”
바로 안에서 여자들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응응.”
“들어와~”
쿰쿰한 남학생 방과는 달리 여학생 숙소는 산뜻했다. 몇몇은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었고, 몇몇은 소책자를 들고 모여서 어디부터 관광하러 갈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머나-”
그리고 다들 빈틈없는 교복 차림인 가운데, 세르네만이 느슨한 파자마를 입은 모습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다가왔다.
“나 보러 왔어요?”
어깨에 걸린 속옷 끈을 본 시몬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왜 벌써 편한 차림이야? 세르네.”
“나는 밖에 안 나가고 잠만 잘 거니까요.”
역시나 제멋대로 여왕님.
단체 일정이나 관광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시몬은 한 차례 목을 푼 다음 동기들을 돌아보았다.
“남자 방에서 작전회의를 하려고 하는데, 모두 모여줄래?”
“알았어~”
“지금 가는 거지?”
시몬의 말에 여학생들도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매만지며 준비했다.
이내 그녀들이 남학생 방으로 넘어왔다.
현관 앞에 선 에슈가 코를 붙잡고 빽 소리를 질렀다.
“어우, 발 냄새! 좀 씻어 이것들아!”
“지들은 냄새 안 나는 것처럼 말하네.”
그래도 다들 모이니 금방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시몬이 손뼉을 치며 능숙하게 동기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그럼 작전회의를 시작할게. 부탁해, 피츠제럴드.”
“고맙다.”
판을 깔아준 뒤 시몬은 물러나고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걸어 나왔다.
“시작부터 딴지 걸어서 미안한데.”
헥토르의 파벌 학생 중 한 명이 삐딱하게 손을 들며 말했다.
“지금부터는 개인 플레이 아닌가? 무슨 작전회의를 한단 거야?”
“일종의 ‘공동 작전’을 제안하려고 한다.”
피츠제럴드가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론 교수님이 말씀하신 최소 합격 조건은 다들 기억하겠지? ‘입상’이다. 이 공동작전은 소환학과 40명 전원이 입상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 이 목적을 이룬 뒤에, 경쟁할 사람은 알아서 경쟁해서 최고의 자리를 노리면 된다.”
“그런 거라면…….”
“괜찮은데?”
학생들이 하나둘 관심을 가지고 피츠제럴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입상을 위해서는 심사위원의 평가보다 퍼레이드에서 대중들의 인기를 얻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인기만으로 인기상에 입상할 수 있으니까.”
“나 질문.”
기네비어가 손을 들었다.
“인기를 얻는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니? 그리고 전체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허울뿐인 계획은 아니지?”
“이번 언데드 퍼레이드의 대중 평가에 대해서는 곧 설명하겠다. 그리고.”
피츠제럴드가 입꼬리를 올렸다.
“누군가 아예 손해를 안 본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두가 윈윈이다.”
* * *
그렇게 다음 날, 펜타모니엄 기념일 행사의 하이라이트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날이 저물어가고 주위는 어두워졌지만 거리는 어느 때보다 붐볐다. 모두가 축제 분위기에 흠뻑 젖어 있는 그때.
파앗!
팟!
도시 곳곳에 마정석 아티팩트로 작동하는 마나스크린이 펼쳐졌다. 그곳에 보이는 행사복 차림의 여성 사회자가 두 팔을 벌리며 외쳤다.
-오늘은 펜타모니엄 기념일의 마지막 날 밤! 드디어 여러분이 기다리시던 언데드 퍼레이드가 시작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작년의 해양 언데드 퍼레이드에 이어, 올해는 하늘! 비행형 언데드들이 하늘을 수놓을 겁니다! 그 전에…… 짠!
사회자가 한 막대를 들어 올렸다.
-참관자분들은 다들 이거 받으셨죠? 올해 언데드 퍼레이드에서는 펜타모니엄의 최신 기술이 적용되는데요! ‘캐스트 완드’라고 부릅니다!
겉보기엔 별 특징 없는 하얀색 금속 막대였다. 사회자가 흔들어보니 마정석이 들어 있는 듯 달칵달칵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길에서 마나 스크린을 보던 관광객들도 하나둘 주머니나 가방에서 그 ‘캐스트 완드’를 꺼내 들었다.
-손잡이 아래에 버튼이 보이시죠? 이걸 누르면 전등처럼 파란색 빛이 비추어집니다! 네, 네! 사람한테 쏘시지 않도록 주의하시구요! 언데드 퍼레이드가 시작하면 바로 이걸! 여러분이 생각하는 가장 멋지고 우수한 비행형 언데드에 비추어주시길 바랍니다!
달칵.
사회자가 직접 캐스트 완드로 시험을 보였다.
스크린에 날아다니는 비행형 언데드 하나에 파란빛을 비추자 빛이 마치 비행형 언데드에게 빨려들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내 언데드의 몸에도 파란빛이 일렁이게 되었다.
-바로 이렇게! 여러분에게 많은 표를 받은 언데드는 어두운 밤하늘에 더더욱 밝게 빛나겠죠! 이번엔 캐스트 완드의 아래를 봐주시겠습니까?
그녀가 직접 완드 아래를 들어 보였다.
-일곱 개의 불이 들어와 있는 게 보일 겁니다! 표를 던질 수 있는 표의 잔량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한 사람당 일곱 번 투표할 수 있으며, 한 언데드에 최대 세 번의 표를 줄 수 있습니다! 많은 표를 받은 언데드의 주인은 수상에 압도적으로 유리해지며, 인기 표만으로 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펜타모니엄의 심사위원분들도 관중들의 인기를 참고한다고 하니, 여러분의 소중한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할 필요 없겠죠? 그럼!
그녀가 손을 들어 올렸다.
-설명은 여기까지! 지금부터 언데드 퍼레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회자가 시작을 알리는 순간, 밤하늘에 무수한 언데드들이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일제히 모여들어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여기! 여기가 더 잘 보여!”
“너무 예쁘다!”
과연 이번 펜타모니엄 축제의 하이라이트다운 광경이었다.
살짝 저물어가는 저녁, 하늘 곳곳에 형형색색 색다른 언데드들이 휘몰아치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가고일류, 와이번류, 하피류 등의 일반적인 비행 언데드부터 시작해서 만티코어 같은 지상형 언데드에 날개를 단 개체, 그리고 무엇과 무엇을 합쳤는지 파악하기도 힘든 키메라까지.
사람들의 눈에 띄기 위해 깃발이나 장식을 몸에 부착하고 날아다니는 언데드들 덕분에 볼거리가 너무나 풍성했다.
“저거 봐요! 엄청 커요!”
“저 가고일 최고 속도가 상당한데!”
사람들은 이리저리 거리를 걸으며 캐스트 완드를 들어 올렸다. 지상 곳곳에서 쏘아지는 파란빛이 하늘의 언데드를 비추었고.
그 언데드들은 더더욱 주위가 밝아지고 선명해졌다.
“저거 봐! 언데드 히포그리프야!”
후우우우우우웅!
날개 달린 말의 형태를 갖춘 언데드가 사람들의 머리 바로 위를 날았다. 잠시 움츠리며 맞바람을 맞은 관광객들은 놀란 가슴을 부여잡으면서도 큰 소리로 환호성을 토해냈다.
마치 한 표를 요구하듯 언데드 히포그리프가 두 팔을 벌리며 가볍게 선회했고, 곳곳에서 파란빛들이 집중되었다.
“밝다!”
“벌써 표 많이 받은 것 같은데!”
다수의 표를 휩쓴 언데드 히포그리프는 더더욱 푸른빛으로 밝아지면서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기본적으로 표를 많은 언데드가, 앞으로도 더 많은 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스템이었다.
“엄마 저기도! 저 하피한테도 한 표!”
“그래, 그래.”
“나 벌써 세 표나 썼어!”
반짝! 반짝!
관광객들은 저마다 표를 던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크으읍!”
시몬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에슈는 바들바들 떨며 참고 있었다.
“나대고 싶어! 나대고 싶어! 어서 내 베히모스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어!”
“조금만 더 참아라. 에슈 아르젤.”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이제 퍼레이드가 시작된 지 1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베히모스를 내보내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된다.”
쌔애애애앵!
지붕 위를 비행하던 키메라 언데드가 돌풍을 일으키며 지나갔다. 곳곳에서 ‘와우!’ 하고 즐거워하는 외침이 쏟아졌고, 캐스트 완드를 켜서 한 표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꺅!”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교복 스커트를 붙잡고 한 차례 몸을 웅크린 에슈가 다시 고개를 들어 피츠제럴드를 바라보았다.
“근데 그 계획 진짜 통하는 거 맞어? 저기 사람들 봐봐! 다 표를 남발하고 있잖아.”
여기도 깜빡.
저기도 깜빡.
곳곳에서 푸른 불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한 명당 투표할 수 있는 표의 수는 최대 7번. 주위에는 꽤 표를 많이 받았는지 선명한 푸른빛을 뽐내며 비행하는 언데드들도 있었다.
경쟁자의 입장에서는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토토도 피츠제럴드의 눈치를 보며 조그만 목소리로 물었다.
“호, 혹시 우리가 나중에 나와도 사람들이 표를 다 써버리는 건 아니겠지? 피츠.”
“믿어라, 토토.”
피츠제럴드가 안경 뿔테를 붙잡고 말했다.
“초조한 건 이해한다만 나는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부터 매번 부모님과 함께 펜타모니엄 퍼레이드에 참여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 시절의 기록도 샅샅이 봐왔지.”
“든든한데.”
시몬이 감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피츠제럴드는 용기를 얻은 듯 앞으로 걸어 나오며 선언했다.
“이 작전은 필승이다.”